[기고] 히브리대 특허 기술료 연 1억달러… 한국 대학 다 합쳐도 못 이긴다
이건우 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23.06.21. 03:00 조선일보
최근 미국 유수 대학들은 각 기관이 시행하는 대학 평가에 일제히 반기를 들고 있다. 작년 말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컬럼비아대, UC버클리 법대가 ‘US 뉴스 & 월드 리포트’의 대학 평가 참여를 거부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법대의 소위 톱5 중 시카고대를 제외한 4곳이다. 또 하버드대 의대를 비롯해 스탠퍼드대, 컬럼비아대, 시카고대 의대도 마찬가지로 평가 불참을 선언했다. 법과대학과 의과대학에서 물꼬를 튼 만큼 점차 다른 단과대학으로도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대학 순위 평가가 서로 경쟁을 유도해 실력을 동반 상승시키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대학 교육을 왜곡하는 부정적인 면이 더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학 평가 순위가 경쟁력의 지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창업 강국인 이스라엘 사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스라엘 대학들은 특허를 쏟아내고, 혁신 기업이 탄생하는 요람 역할을 한다. 이스라엘 최고 대학으로 꼽히는 히브리대는 노벨상 수상자만 15명, 필즈상 수상자 2명, 이스라엘 총리 4명을 배출한 곳이다.
창업 강국의 대학답게 기술료 수입도 연 1억달러(약 1270억원·2020년 기준)에 달한다.
명문 공대로 통하는 미 매사추세츠 공대(MIT)가 3억7000만달러 수준이니, 이스라엘의 국가 규모를 볼 때 엄청난 액수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와이즈만연구소나 텔아비브대도 각각 6500만달러가량 기술료 수입을 거둔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집계한 같은 해 국내 대학의 기술료 수입 총합은 1005억원이다.
한국 대학을 모두 합쳐도 히브리대 하나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히브리대의 QS 대학 평가 순위는 162위다. 세계 5대 기초과학 연구원으로 꼽히는 와이즈만연구소는 214위, 텔아비브대는 222위다. 서울대(37위), KAIST(39위), 고려대(83위)보다 한참 아래다.
하지만 히브리대가 국내 대학보다 훨씬 떨어지는 대학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독일로 눈을 돌려봐도 뮌헨공대(49위), 아헨공대(147위), 베를린공대(158위)와 같은 유명 대학의 순위는 그렇게 높지 않다.
국내 대학들이 매년 평가 결과에 가슴 졸이고, 도토리 키 재기를 하며 일희일비하는 그 대학 순위 평가의 민낯이다. 대학 평가는 모든 기준을 적당한 선에서 맞추면 좋은 순위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예를 들어, 대학에서 상위 1% 논문 1편보다는 상위 50% 수준의 논문 50편을 내는 것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 발전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상위 50% 수준의 논문 50편이 과연 어떤 도움이 될까. 이런 대학은 평가 순위가 아무리 높더라도 국가 경쟁력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내 유명 대학들이 거둔 30~80위권 순위 역시 한국 언론과 여론의 매를 맞으며 순위 평가에 잘 적응한 결과다. 실제 실력치에 비해 선방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선방이 대학 교육과 연구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한 분야에서라도 초격차를 갖는 연구 결과를 만들지 못하는 대학은 의미가 없다.
이스라엘과 독일 대학들은 평가 순위는 낮지만 학계에서 인정받는 독보적 연구 결과를 낸다. 득보다 실이 큰 대학 순위 평가는 이제 그만하자. 대학 스스로 선택과 집중 속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조용히 응원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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