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대표하는 독립공원 조성이 추진 중인 춘추 공원에서 두 번째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고마운 구름이 해를 가려주어 적당한 날씨에 파랑새, 어치의 노랫소리가
소풍 나온 기분 만들어주었지요.
마스크에 가린 미모를 잘 기억하기 위해 즉석 별명 짓기를 해보았습니다.
“새처럼, 흰돌, 도토리, 까마귀, 동백꽃, 뻐꾸기”
원형으로 마주 보고 서서 간단한 게임으로 더 가까워져 숲으로 이동해보았지요
안내도를 살피며 독립운동을 위해 애쓰신 분들을 기리는 춘추공원에 대한 이야기와,
이동할 동선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영화처럼 저 산에 붉게 핀 꽃...영산홍
곤충, 벌레가 앞다리로 긁어대면 흰 가루가 나온다는 사실에 서둘러 루페를 꺼내어봅니다.
곤충이 날아오면 암술이 먼저 묻고 그 다음 주둥이를 박고 꽃가루를 냠냠~
조심스럽게 혀를 내밀어 곤충이 되어보는 순간...꿀 맛을 보았습니다.
강원도 양양에서 볼 수 있는 금강송을 보기 좋아 이곳에 심어두었답니다.
허나 바람에 약한 금강송이 살아가기 힘든 곳이라는 사실!
그렇다면 여기에 살기 좋은 소나무는? 바로 곰솔(해송)이라는군요
붉은 색으로 시선을 끄는 건 금강송이지만 자꾸 눈이 가는 건 검은 갈빛의 곰솔입니다.
우리의 듬직한 곰솔 선생님이 떠올라서 그렇다는 건 모두 인정하시리라 믿어요~
아이들도 호기심을 보이는 나무기둥에 색 테두리는 무슨 의미일까요?
빨간색...베어질 나무 ㅠㅠ
흰,노란색...보호해야할 나무
이 모든 생사를 결정짓는 사람은...산림 전문가가 아니라 기술자라는 사실이 씁쓸합니다.
꽃이 다 지고 영산홍 잎만 가득한 곳에서 루페로 구석 구석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잎은 어떤 전략이 있는지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털이 많은 잎? 가시로 변할 가능성! 또한 강한 해를 덜 받고, 빗물이 잘 흐르게 하려는 똑똑함이랍니다.
알고 나니 더 기특한 잎을 다시 진지하게 느껴봅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활을 쏘던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요?
이제서야 처음 온 참가자들은 인증샷을 찍느라 분주했답니다~
깜찍한 저녁 나방 애벌레와 인사하고, 셀 수 없이 많은 씨앗도 만져보고,
물을 가득 품은 꽃 필 준비 중인 큰금계국 찾느라 발길이 묶였지요.
넓적하고 털 많은 칡잎을 요래 저래 꼭꼭 씹어 세상에 하나뿐인 문양을 창조해냈습니다
치자 나무에만 볼 수 있는 줄녹색 박각시 나방 애벌레와 새끼 사마귀가 저희를 반겨주었네요~
치자꽃 향기에 매료되어 코를 파묻고 킁킁거리기 바빴답니다.
예의를 갖춘 정장 차림은 아니지만 경건한 마음으로 충렬사(절이 아닌 사당)로 천천히 향했습니다.
삼조의열과 독립유공자 충혼을 모신 곳임을 알고, 묵념하며 더 많은 이들이
이 곳에 들러 감사한 마음을 전하게 되길 빌어봅니다.
넓은 도시의 사막 잔디를 이동하며 소박한 이삭도 감상해보았지요
100년 이상 이곳에서 우리를 반겨주는 고마운 느티나무의 껍질을
슬며시 떼어내며 조용하게 숨은 거미집과 벌레들의 똥 발견!!
꼬맹이처럼 들뜬 목소리로 이 곳 저 곳을 관찰해보았어요
그림판의 나뭇잎을 찾아 오는 미션이 주어지자 마자 눈빛 돌변하며 흩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허리를 낮추고, 시선을 낮추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소중한 잎들과 함께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생김새가 모두 다른 건 다 그 이유가 있다는 사실...에 탄성이 터져나옵니다.
그냥 헤어지기 아쉬운 자연물로 ‘자리 바꾸기’ 게임하며, 서로의 기억력을 높여주었지요
진짜 자연으로 보내줄 시간...
가지에 꽂아 아픈 나무의 거름이 되도록 신중을 기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아픈 나무를 선택했는지 서로의 생각을 공유해보는 시간도 가졌지요
도토리...비탈길 아래 균형이 맞지 않아보여서
동백꽃...나무 밑의 가지가 다 부서져있어서
까마귀...나무의 뿌리가 바위에 걸려 있어서
새처럼...솔방울이 너무 많이 달려 있어서
뻐꾸기...나무 위가 다 말랐고 휘어 있어서
(흰돌님은 업무로 바쁘셔서,,,,)
어치 선생님의 자세한 부연 설명으로 생각과 정보를 일치시키는 깨달음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민들레 줄기를 갈라서 물에 퐁당~하니 마법처럼 돌돌 말려 귀걸이로 변신~!!!
가지 말라는 듯 발에 걸리는 솔방울들이 여기 저기 눈에 띄었습니다.
청솔모, 다람쥐가 먹다 남긴 솔방울들...
먹는 대상은 같지만, 서로 다른 위치에서 먹고 살아간다는 생태적 지위에 대해 배웠어요
자연 간식 괭이밥을 찾아 달콤한 신맛에 한 번 놀라고, 대나무 잎이 앙증맞은 배로 변신하는 모습에
두 번 놀랐답니다.
다음 시간은 또 어떤 장소에서 얼마나 놀라게 될까 기대된다며
발길을 돌렸답니다.
첫댓글 괭이밥님의 글을 읽으며 어떻게 이 많은 숲속 이야기를 다 기록할 수 있을까 놀랍네요...혹시 천재시구나! 우리가 갔을때와는 달리 치자꽃이 활짝펴서 향기를 날린다고 하니 나도 모르게 치자꽃향이 생각나 자연스레 컹컹거려 집니다..자세한 후기가 글을 읽는 숲을 사랑하는 님들에겐 많은 도움이 될것입니다.
비가 시원하게 내리는 날 반나절 동안 후기 작성한 건 안비밀입니다 ㅎㅎㅎ
댓글...시간만 있다고 써지는 게 아님을 아니 더욱 고맙습니다.
영화님 덕분에 글 올린 맛 납니다!!
든든한 펜 같아 힘이 나요~
작고 소중한 박각시나방 애벌레 그세 많이 컸나 모르겠네요.
즐거운 체험 후기에
함께한 것처럼 몰입해 읽었습니다 ^^
예상보다 너무 안커서 서운했지만 치자꽃 향기에 절로 미소 났네요 ㅎㅎ
부족한 후기에 몰입해주셔서 감동입니다~
맑진 않았지만 그래서 더 숲을 즐기기 좋았던 시간이었던같습니다
참여인원이 작아 살짝 아쉬웠지만...이렇게 후기로 다시보니 또 기억이 새록새록~즐겁네요
춘추공원에서 함께 즐길 수 있어서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숲에서 오늘 딱한송이 치자꽃이 핀것을 보았는데~~내일 죽녹색 박각시 나방 벌레 한번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꼭 꼭 보시고 인증샷도 자랑해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