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평화의 섬과 해군기지
2007년 4월 26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주민들의 임시총회가 열립니다. 당시 임시총회의 핵심 안건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강정 앞바다 해군기지 건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 해군기지 공사는 대한민국의 국가 방위와 동북아의 안보 전략상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와는 다르게 제주도민, 특히 이해 당사자인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충분한 설득과 공감의 과정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대표적인 국책 사업입니다. 그로부터 강정 주민들과 주민들에게 연대한 전국의 수많은 문화예...
더보기 제주도, 평화의 섬과 해군기지
2007년 4월 26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주민들의 임시총회가 열립니다. 당시 임시총회의 핵심 안건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강정 앞바다 해군기지 건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 해군기지 공사는 대한민국의 국가 방위와 동북아의 안보 전략상의 필요에 따른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와는 다르게 제주도민, 특히 이해 당사자인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한 충분한 설득과 공감의 과정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대표적인 국책 사업입니다. 그로부터 강정 주민들과 주민들에게 연대한 전국의 수많은 문화예술인과 시민들이 강정마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 촉발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2012년 해군기지 공사가 기어이 착공되기까지 정부 대 마을 주민, 주민들과 연대한 시민들 간 극한 대결이 이어졌습니다. 정부는 해군과 경찰력을 앞세워 시도 때도 없는 거짓말과 협박, 이간질, 고소 고발, 구속, 강제연행 등으로 주민들을 압박했고, 그로 말미암아 강정마을 사람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와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해군과 경찰의 계속된 회유와 이간질로 흉허물 없이 지내던 이웃끼리 척을 지고, 오랜 세월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준 강정의 자연과 풍속은 해군기지 건설로 말미암아 속절없이 파괴되고 사라져 갔습니다.
강정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들
강정마을이 국가 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침탈당할 때 시인 등 문인들과 화가 등 문화예술인들을 비롯해서 강정마을의 자연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데 연대하려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됐습니다. 그들은 강정의 상징과도 같은 구럼비바위를 비롯한 강정마을의 자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맨 몸으로 공권력에 맞섰습니다. 특히 문화 예술인들의 적극적인 동참은 해군기지 건설로 파괴되어 가는 강정마을의 자연과 주민들의 삶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으며, 평화와 생명의 소중함이라는 가치를 강정마을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 넣었습니다.
특히 고양시의 녹지 보존을 위한 산황동 골프장 증설 반대를 주도하는 등 고양시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조정 시인은 2011년 12월 26일부터 2012년 1월 17일까지 한겨울을 서울에서 제주 강정까지의 ‘강정, 생명 평화의 순례길’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시인은 그렇게 강정과 자신의 하나로 묶어 애끓는 마음으로 강정의 자연과 생명, 사람들의 삶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당국의 회유와 협박에 하나둘 사람들이 떠나간 뒤에도 끝까지 남아 구럼비바위와 강정천을 지키고, 무엇보다도 강정에 사는 어린이들의 마음, 그들의 미래를 지키고 싶어 했습니다.
비록 강정 앞바다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것을 막지는 못했지만, 싸움의 가장 큰 울림은 강정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키고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운 강정 사람들과 시인의 마음입니다. 우리의 삶과 자연이 새로이 닥쳐오는 변화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져 갈 수만은 없기에, 그 변화의 거친 파도 앞에 기꺼이 자신을 내던져 스스로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자 한 시인의 지극함에 우리는 빚지고 그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됩니다. 그 꿈이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우리 어린이들의 마음과 미래가 그 꿈속에 담겨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강정, 생명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시인
시인이 우리에게 이야기합니다. 강정의 생명과 평화, 삶을 지키고 싶어 한 시인이 우리에게 생명과 평화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시인은 강정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을 하는 내내 강정의 자연과 강정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꼼꼼히 두 눈에 담고 가슴으로 기억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을 하나씩 가슴에서 풀어내어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리에 사는 현상규 어린이와 그 가족들, 이웃들의 이야기로 엮었습니다. 모두 열일곱 편으로 구성된 이야기는 주인공인 상규와 그 가족들을 중심으로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마을 주민들의 갈등과 화해의 과정을 생명과 평화, 전통과 풍속을 지킨다는 것의 의미를 하나씩 짚어 가면서 그리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엄마와 아빠 그리고 이웃들이 대대로 제주 강정에 살아오면서 겪은 가슴 시린 이야기들이 오히려 강정 해군기지 싸움을 거치며 더욱 단단해집니다.
그리고 마침내 시인은 상규가 어른이 된 어느 날, 해군기지가 사라지고 복원된 구럼비를 걸으며 평화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미래를 희망이 아닌 현실로 마무리 짓고 있습니다.
그날이 오기까지 상규와 친구들처럼 강정마을 어린이들은 무엇이 진정한 평화인지 끊임없이 질문하며 성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