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부터 6일까지 닷새 동안 눈이 왔습니다.
동네 곳곳에서 눈 동산이 생겼습니다.
도서관 눈썰매장 만들었습니다.
아침에 탄불 갈고 산책했습니다.
교회 언덕에 올라 오래된 종탑과 그 건너 삼방동 마을을 보았습니다.
지붕에 흰눈을 이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이 예쁩니다.
이렇게 예쁜 마을이 우리 동네입니다.
피내골 앞집과 뒷집 사이로 흐르는 개울이 녹아 구불구불 흘러갑니다.
상투바우길 골목에 최춘자 할머니댁 대문 앞에 탄재가 쌓여 있고 철문이 살짝 열려 있습니다.
연탄보일러 굴뚝에 흰 연기가 나옵니다.
이웃집 김태상 할머니 댁 텔레비전 소리가 골목에 울립니다.
마음이 편안합니다.
석탄공사 삼거리 공터에 포크레인이 커다란 눈산을 쌓아 놓았습니다.
장미열쇠 앞에 눈 장성이 길게 쌓여 있습니다.
69번네실내포장마차 의자에 슈퍼집 고양이가 앉아서 하품합니다.
재미있습니다.
코레일연립주택 가는 길에 아무도 딛지 않는 눈이 수북합니다.
주택이 서기 전에 저 집터에 서커스단이 와서 천막을 치고 공연을 했더랍니다.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고 찾지 않는 빈집만 남았습니다.
그래도 들고양이가 찾아오고 산새가 쉬어 갑니다.
골목에서 돌아나오니 장미열쇠 할아버지께서 가게문을 열었습니다.
눈처럼 하얀 강아지가 신나서 폴짝폴짝 뛰면서 짖었습니다.
할아버지와 센개(백구) 사진을 할아버지 외손녀한테 보냈습니다.
미영이가 그리운 철암 추억하겠지요.
피내골 입구 박창복님 새집 창가에 놓은 옛 물건이 정겹습니다.
최순녀 할머니 댁에는 며칠 내린 눈이 그대로 있습니다. 멀리 요양병원에 계십니다.
방앗간 앞 오토바이리어카는 봄부터 가을까지 곡식과 동네 할머니들 태우고 달렸습니다.
강릉슈퍼는 주류도 잡화도 없이 슈퍼집입니다.
지난 여름과 겨울 광활 학생들 보살펴 주신 전영자 어머니 댁과
내외 분이 관리하는 옆집과 앞집이 깨끗합니다.
겨우내 철암장날에 한 번 외출하신 김재극 할아버지와
이웃 이정임 할머니 여러 날 뵙지 못하여 궁금합니다.
앞집 할머니께서 현관 계단을 말끔하게 치우셨습니다.
연탄재 수거하는 청소차가 큰길에 섰습니다. 제설작업 도왔습니다.
뜨거운 탄재 세 개를 꺼내 눈 위에 놓고 갔습니다. 김이 푹푹 납니다.
뒷집 홍명계 할머니 댁에 아들과 손자가 왔습니다. 푸근합니다.
반장님, 중앙경로당 총무님, 남용기 어른 댁을 잇는 골목길이 정겹습니다.
한때 동네 할아버지들 카지노로 불리던 울진장의사 집과 골목 안 깜식이네 할머니 댁,
맞은편 김춘자 할머니 댁이 쓸쓸합니다.
김임순 할머니 댁이 비었고, 한 집 건너 김 작가님 집터는 빈 땅만 남았습니다.
그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인정 많은 김말순 어머니, 예원이네 할머니, 요셉이네 할머니, 석 권사 할머니...
댁 앞에 발걸음 멈춥니다.
고맙습니다.
피냇재 중턱에서 아침 해가 비치는 동네를 오래 보았습니다.
'마음의 고향 철암, 웃음꽃 피는 피내골,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는 마을'입니다.
호랑이 아저씨 댁과 거실 벽을 맞댄 안희매 할머니 댁에 갔습니다.
우리 외가 할머니를 닮은 인자하신 어른입니다.
지난 해 발목을 다쳐 겨우내 댁에서 지내셨습니다.
텔레비전 소리를 자장가 삼아 곤히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피내골에 운동하러 다니시는 내외분과
백내장 수술하고 안과 진료 가시는 장춘연 할머니 뵈었습니다.
이웃 대여섯 분이 울력으로 눈 치우는 골목을 지나며 인사했습니다.
오인성 할아버지 북녘땅 고향에 가보지 못하고 돌아가셨습니다.
태백공원묘지 납골당에 모셨습니다. 광활 18기에 베푸신 은혜 기억합니다.
우물집 골목 끝에 이수자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자식들 있는 큰병원에 갔다가 철암에 오지 못하셨습니다.
권순복 어른이 닷새 동안 누워 계시다가 기력을 찾으셨습니다.
차 내어 주시고 봉화 명호면에 선산 묘역 조성 경과 들려주셨습니다.
묘역 도면과 묘비명 보이며 말씀 하실 때 힘 있으셨습니다.
현희 가희네 할머니 뵈었습니다.
자매가 대구서 어린이집 선생님입니다.
착하게 잘 컸다고, 명절에 데려온 친구도 착하다고 하셨습니다.
할머니께 피내골 어른들 근황 듣고 물러 났습니다.
오전 10시에 도우미 아주머니 오신다고요.
모두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보고 있어도 그리운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