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돌고래의 조상은 몸집이 엄청나게 크고 뇌가 아주 작은 형태의 동물이었다. 진화를 해오던 중에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몸집이 작아지고 뇌는 상대적으로 훨씬 커지는 변화를 일으킨다. 3-4만년전에 인간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지구에서 가장 지능이 발달한 종이 되었다.
과학자들은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져오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해왔는데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돌고래의 조상은 혼자서 바다를 누비며 먹이를 찾았는데 어느 시기에 사회적 동물로 변했고 함께 상호작용을 하고 그 단체 안에서 서로의 위치를 정하며 함께 먹이를 잡게 되었다. 또한 어떤 돌고래든지, 어울리는 단체가 정해져 있지 않고, 두마리에서 수백마리에까지 이르는 분열과 융합이 역동적으로 존재하는 사회(fission-fusion society)를 이루면서 뇌의 부피가 커지고 몸집이 작아지는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동물세계를 보면 인간에게 길들여진 개를 제외하고는 집단생활을 하는 돌고래, 코끼리, 침팬지 등이 가장 지능이 뛰어나다. 그런데 개미와 벌도 집단생활을 하지 않은가? 그 차이는 개미와 벌은 단체의 협동만 존재하는 반면에 고등동물은 협동과 경쟁이 공존한다.
돌고래는 암컷과 수컷이 서로 오랜 세월을 두고 함께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암컷 끼리 그리고 수컷끼리 오랜 동안 함께 새끼를 돌보거나 먹이를 잡으며 서로의 관계를 평생동안 유지한다.
두살된 원숭이에게 먹이를 보여주고 보이는 곳에 숨기면 금방 찾아내어 먹는다. 그러나 두살된 어린이에게 똑같은 실험을 하면 찾지를 못한다. 뇌의 어떤 특정한 부분의 발달은 원숭이가 오히려 인간보다 빨리 이루어진다는 증거이다. 마찬가지로 거울에 얼굴에 무엇인가를 묻힌 상태에서 관찰을 하게 하면 원숭이는 금방 알아차리지만 아이는 전혀 인지를 못한다.
침팬지에게는 서로를 속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이미 실험을 통해서 밝혀졌다. 그리고 침팬지중에 한종류인 보노보로 실험을 했는데 한마리를 우리안에 가두고 다른 한마리에게 우리밖에서 먹이를 준다. 놀라운것은 바깥에서 먹이를 먹던 녀석이 우리에 같힌 놈을 바깥에서 빗장을 열어 나오게 해서 함께 먹는 것이다. 둘 사이는 서로 처음 보는 사이였는데도 말이다.
다이버가 바닷속에서 스팅레이를 촬영하고 있었는데 돌고래 한마리가 그에게 접근을 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돌고래의 옆구리에 낚시바늘과 낚시줄이 깊이 박혀 있었다. 그 상태로는 오래 살지를 못할 깊은 상처였다. 마치 자기를 구해달라는 식으로 다이버에게 몸통을 드리대었고 다이버는 짧지 않은 시간을 걸려(돌고래는 중간에 숨을 쉬러 수면에를 갖다오기를 반복하며) 그것들을 빼주었다.
또 원숭이 두마리로 실험을 했는데 두마리에게 같은 오이를 주었을 때는 그냥 맛있게 받아 먹었다. 그런데 한마리는 오이를 다른 녀석에게는 포도를 주자 오이를 받은 녀석이 화를 내며 자신의 오이를 멀리 집어 던지고 주먹으로 땅을 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정의감이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 혹은 공정성에 대한 의식도 인간의 전유물은 아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그것은 우리는 밀접히 세상의 모든 생명과 연결이 되어있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많은 것을 서로 공유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갯벌에 사는 실지렁이들에게도 유전인자를 분석해 보면 우리들의 뇌에 전두엽, 후두엽, 측두엽에 해당하는 유전인자들이 각기 다른 세 부분에존재하고 있다.
코끼리에게 다른 코끼리의 해골을 보여주면 마치 죽은 이에 우리가 경의를 표하듯 오랜 시간 어루만지며 냄새를 맡고 심지어는 물을 뭍혀서 그 냄새의 정도를 더하게 만들어 느끼곤 한다.
진화를 통해 생명체들은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 남았다. 그리고 지능이 발달할 수록 집단을 이루어 서로을 도우며 함께 생존을 위한 가장 최적합한 길을 택하고 문제들을 해결 해왔다. 발달할 수록 개인의 힘의 우위성은 그만큼 중요성이 떨어진다.
인간도 다를 것이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의 과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약자의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공정한 경쟁을 하고, 모든 이가 정당한 기회를 부여받으며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가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 살아남을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다.
(이 글은 Nature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쓴 글입니다.)
042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