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누구랑: 9월 25일 토요일, 고봉산악회에서 34명이 함께한 5시간 (약 11Km)
어디로: 오서삼거리~갓골산~성고개~연화2봉~연화1봉~연화산~ 남산 ~~주차장
하루경비: 15,000원 (뒷풀이: 푸짐한 전어회랑 안동막걸이)
산행이야기
지리산 2박3일 화대종주를 다녀온 이후부터 좋아지는 그 무엇(?)땜에 스을슬 산행에
대한 매력을 발견하게 된 듯한 아들 준을 데리고 시간 맞추어 나가는데 횡단보도도
건너기 전에 차가 도착해서 황당한 걸음으로 차에 오른다. 7시 16분... 어젯밤까지도
헐렁했던 좌석이 제법 촘촘하게 채워져있고, 고속도로를 통과해서 고성 개천에 간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상급학교를 마산으로 오면서 시작된 향수병, 거리를 지나다가,또
는 매스컴에서 고성이나 개천이란 소리만 들어도 그 이름과 연결된 그 어떤 사물만
보아도, 설레이던 그리움이 병인 줄 몰랐다. 살면서 살짜기 재발되던 향수병~! 고향,
이름난 들어도 얼마나 가슴 찌릿한가? 그곳을 고봉산악회 사이트에서 추석 번개산행
으로 한다고 올려져 있어 설레임으로 신청했다. 대간을 같이하던 물수리 친구가 한번
가보고 싶다고 하더니 기획만하고 갈 형편이 못되었나보다. 안보이니 좀은 서운하다.
문산에서 금곡으로 이어지나 했더니... 진주까서 가서 통영고속도로를 타고 연화산Ic
로 나오셨다는 기사님, 직선길이 끝나는 빤히 보이는 지점에 정많은 언니집이 있는데
못보고 간다 싶으니 마음이 잠시 무겁다. 아쉬운 통화만 하고는 곧 일행에 섞인다.
IC바로 옆으로 난 길이 산행 들머리다. 그렇게 숱하게 다녔어도 알지 못했던 길, 신기
하다 생각하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처음부터 완만한 둘레길이다. 조금 오르막이 있나
하면 금방 평지가 나타나고 또 너무 편해서 지겨워질때 쯤되면 다시 나타나는 오르막,
끝없이 반복되는 그길들, 참으로 편하고 자연적이며 정겹다. 동네 야산이라고 보기에
는 좀은 색다르다. 송림이 우거진 것도 좋았으며 끝까지 그늘인 것도 감사한 일이다.
연화2봉부터 시작되는 파란 이정표가 맑고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빛이 남은 그날따라
산객의 복장마저 같은 파란색이어서일까? 선두 1팀은 먼저가고 천둥소리님의 보조에
맞추어서 도란도란 얘기들을 나누며 소풍길을 가듯이 부담없는 길을 걷다가 12시, 연
화1봉에 도착해서 전어회를 곁들인 점심을 맛있게 먹고는 느재고개로 진행한다.
예전 초등학교에 다닐때 학교앞에 살던 나는, 한번도 와보지 못한 이깊은 산속에사는
친구들이 신기하고 특별해 보였다. 느재마을은 장씨성의 집성촌이라 우린 '느지장꽁'
이라며 그들을 놀렸었는데, 가끔씩 동창회에 가보면 장씨 성이 제일 많이보이고 다들
인정받는 직업으로 열심히 살고 있으며 친목도 제일 좋다. 그건 아마 그 먼 학교길을
다니면서 다져진 혈연이 섞인 성실함과 우정이 아닌가 추측해보기도 했는데......
그 깊었던 산속이 4통8달, 아스팔트로 다 연결되고, 이런걸 상전벽해라고 하나보다.
일행들을 기다려 연화산으로 이동하다가 적멸보궁에 들려본다. 몇년전 집안장례식때
처음 와보고는 큰 규모에 엄청 놀랐는데,아무리봐도 환경과 어울리게 않게 큰 암자다.
인도에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왔기에 수입산이라고 어떤 일행이 말씀하신다.
큰 불상이 없어 궁이라 칭한다고 궁인줄알고 갔다는 일행에게 말씀하시는 회장님,
산봉우리 너머로 보이는 고성 앞바다의 멋진 풍광이, 가을 햇살에 좋긴 하지만......
다시 산길로 접어들고 이정표에 달려있는 날개이정표들이 날아갈듯 돋보이는 색으로
일행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올망졸망한 산길에 참으로 많은 사연이 있는 듯하다.
초등학교,중학교때 소풍을 수십번 다녀도 옥천사 말고는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
게 사연이 많은 줄을 미쳐 몰랐음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일부는 옥천사로 하산하고 천둥소리님은 지도에 없는 하산길로 인도하시는데 몇년전
에 언니랑 지인의 도움으로 왔던 익숙한 길이다. 내려서니 이제는 오빠네게 되어있는
들판이 황금색옷을 입고는 나부끼고 있고, 그 너머로 지금은 아무도 살지않는 친정집
도 보인다.그리고 곧바로 나타나는 저수지에는 연잎들이 무성하니 익숙하지않는 그림
이다. 어릴때는 얼마나 크고 넓었던지... 추수하는 가을에 어른들의 일이 끝날 때까지
옷에 풀물이 들도록, 밤이 이슥하도록 친구들과 뒹굴며 놀았던 그기억들은 40년이 지
난 지금도 어제처럼 선명하고 아릿한데......
배낭을 차에두고 도랑물에 발을 씻으며 흐르는 물소리를 배경삼아 나누는 아들과의
대화가 평화롭다. 새벽 꿈부터 시작되었던 머리 아픈기억은 산길을 끝내면서 정리가
잘 되었다며 환하게 웃어준다. 이렇듯 자연과 함께하는 하루는 우리에게 많은선물을
주고 어떤약이나 의사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병을 치유해주는 만병통치약인 셈이다.
올해들어 처음 먹어보는 전어회를 귀한 안동 막걸리랑 맛있게 먹었다.그동안 몇번 산
에 다니면서 안면만 익혔던 분들과 재미있게 얘기도 나누면서 즐거운 산행을 했는데,
마지막에 남는 이 미진함은, 고향집에서 밥이라도 한번 대접해야 하는걸 못헸음에 송
구하게 생각하는 아쉬운 마음인것 같다.
'아들'하며 많이 챙겨주셨던 님들께 감사드리고 제 고향길을 동행한 고봉에서 만난
모든 산님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즐거운 산행의 마무리를 한다.
~다음 산길에서 또 만날수 있기를 바라며, 건강하시고 햏복한 나날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