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3-673 술회述懷 67 우의寓意 뜻을 붙여서
삼십년전학환룡三十年前學豢龍 삼십년 전에 용龍 기르는 것 배웠는데
삼십년후간무종三十年後看無踪 삼십년 뒤에 보니 자취마저 없어라.
세인막소랑유오世人莫笑浪遊遨 세상사람 부질없이 논다고 웃지 마소.
고여자희다룡종固余自喜多龍鍾 진실로 나는 너절한 것 많음을 스스로 기뻐하오.
다사불여성사호多事不如省事好 일 많은 것이 일 줄이는 것의 좋음만 같지 못하고
유심하사무심종有心何似無心悰 마음 있는 것 어찌 마음 없는 것의 즐거움만 같을 손가?
일장정원봉렴하日長庭院蓬簾下 정원에 해 기니 쑥 대발 아래에서
세독도시정역농細讀陶詩情亦濃 도연명의 시 자세히 읽는 것 또한 정 짙은 일이라오.
우의寓意 풍자
삼십 년 전에 벼슬을 꿈꾸며 공부했던 사람이
삼십 년 후엔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경우를 보았다오.
사람들은 내가 놀러만 다닌다고 비웃지 마시라
이제 늙어서 거동이 불편한 것이 무척 기쁘다네.
일이 많은 것 보다는 일을 줄이는 것이 좋으니
신경 곤두세우는 것이 어찌 무관심의 즐거움과 같을까.
한낮 내내 대나무 발아래 뜨락의 쑥대밭에서
도연명 시를 꼼꼼히 읽으니 진한 감동이 일어나네.
►환룡豢龍 용 기르는 것. 관직 이름.
등용문登龍門 즉 과거시험 공부를 하여 벼슬자리에 오름.
예전에 동부董父라는 사람이 용龍 기르는 일로 功이 있어 순舜임금이
동董이라는 姓을 주고 환룡豢龍이라는 관직을 대대로 맡게 하였다.
여기에서는 자신도 벼슬할 일을 배웠다는 말.
►유오游遨 놀러 다니다
►고여固余 이제 이 몸은.
►용종龍種 늙고 쇠약해 행동이 불편함
►성사省事 (성사)일을 살핌. 철 들 무렵. (생사) 일을 줄여서 덜음
►유심有心 속뜻이 있음. 주의注意가 깊음.
►무심無心 생각하는 마음이 없음. 물욕物慾없는 경지.
►‘즐길 종悰’ 즐기다. 즐거워하다. 생각, 느낌
►도시陶詩 동東 진대晉代 도연명陶淵明(365~427)의 詩
우의寓意 뜻을 붙이다
三十年前學豢龍 삼십년 전, 벼슬할 일 배웠지만
三十年後看無蹤 삼십년 후, 자취마저 없어진 것 보았다
世人莫笑浪遊遨 사람들이여, 쓸데없이 논다고 비웃지 말라
固余自喜多龍鍾 진실로 나는 너절한 일 많음을 좋아 한다오
多事不如省事好 일 많은 것은 일을 줄이는 것만 못하고
有心何似無心悰 유심이 어찌 무심의 즐거움과 같겠는가
日長庭院蓬簾下 해 긴 정원의 쑥 대발 아래서
細讀陶詩情亦濃 도연명 시를 세심히 읽으니 마음이 짙어진다
●우의寓意 마음을 부치며/안수晏殊(991-1055)
유벽향차부재봉油壁香車不再逢 향기로운 아녀자 수레 다시 못 만나고
협운무적임동서峽雲無迹任東西 무협의 구름은 종적도 없어 떠도는구나
이화원락용용월梨花院落溶溶月 배꽃 집안에 떨어지고 달빛은 훤하고
유서지당담담풍柳絮池塘淡淡風 버들 솜 연못에 날리니 바람이 살랑 불어온다
기일적료상주후幾日寂廖傷酒後 며칠 동안 쓸쓸하여 과음한 뒤에
일번소슬금연중一番蕭瑟禁煙中 한식이라 한 차례 더 쓸쓸하기만 하다
어서욕기하유달魚書欲寄何由達 편지를 부치려 해도 어찌 전하리오
수원산장처처동水遠山長處處同 물과 산이 험한 건 곳곳마다 같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