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등병 시절*
늦잠에 익숙한 병쫄도 고참 발자욱 소리에는 누운 채 부동자세가 된다.
하루 종일 무얼했는지 모를 정도로 하루가 빨리 간다.
빳다가 일본에만 있는 줄 알았다.
근데, 맨날 방뎅이 피터지게 맞고 난 후에야 국산 빳다도 전방에서 생산되는 것을 알았다.
나, 무지하게 많이 배웠다. 빳다에 대하여...
데모학번 달고 군에 오면 거의 죽음이라는 것도... 안된다는것도
‘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
장인(흙벽속에 손도장)찍은 유명 고참이 진리를 말했음을 4개월이 4일 같이 지나간 후에야 알았다.
나는 또 알았다.
‘고참은 신과 동격이고 공자 위에 군림하고 소크라테스를 가르쳤다’는것을...
‘고참이 한낮에 누워자면, 그것은 누워자는 것이 아니다. 오수참선에 들어가 내공을 불러 운기조식 하는거고, 단체 집합에 아랑곳 하지 않고 침상에 누워 담배를 피는 것은 너 자신을 알리는 것’ 이다.
모든 위문 편지는 고참이 넘겨줘야 그나마 사회 냄새를 맡아 보려고 조잡 떨 수가 있는 것이다.
8시간 철책선 근무 교대는 고참맘에 달려있다. 삐딱하면 10시간은 이지(easy)이다.
고참은 준 법이다. 적어도 GOP(general outpost, 주력 부대의 전방에 배치되어 적을 관측하거나 적의
기습으로 부터 아군을 보호하는 부대나 진지)에서는...
PX는 없다. 그런게 전방에 있는지도 모르며, 이름도 못 들어 봤다.
목소리가 우선 커야한다. 아무리 내성적인 사람도 목소리가 커지고 성격이 변해야 한다. 지가 살아서
엄마 만날려면...
내 목소리가 이때도 뛰어나게 좋음을 알았다. 불쌍한 내 목소리여...
몰폼(무지막지한 되는 대로의 폼)나는 전투복 입고 M16 어깨에 메고 경계 근무 나갈 때, 그때서야 하루가 가는 것을 알았고 눈물의 철책 근무라는 것을 알았다.
쫑간나 틀어주는 고향가를 들으며 밤을 맞고...
아~ 이렇게 쫄병의 또 하루가 지나가데요.
새벽녁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철모 밑에 아롱지는 눈물은 그래도 사나이의 애족 애국을 위한
눈물이려니 하며 동트는 새벽 하늘에 날려 보냈다.
언제나 첫 휴가 받고 사람 사는 곳을 구경하려나 ㅋㅋㅋ
너무 쓸게 많은데도... 넘어가자 일병 시절로.
*빛나는 일병시절*
전방 부대는 맨 날 총 들고 훈련하며 전쟁 연습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철조망 작업. 노가다도 이런 노가다는 없을 것이다.
달랑 두부 된장국에 밥 반 합. 이게 점심이다. 그래도 운 좋으면 기상해서 해질 때까지 이다.
여름 해는 왜 이리 긴 거야~ 도대체.
신병 받는 날이 압박과 설움에서 해방되는 날인 줄 알았는데, 동네북 되는 날이 시작될 줄이야...
신병이 뭘 아냐?
신병이 잘못하면 고참으로 부터 신병 교육 불량으로 터지고, 신병 대신 식기 닦고 관물 정돈하고 병기 수입하고...
아~ 일병이 괴롭더라~
신병이 원망스럽더라~ 두들겨 패지는 못하고...
토요일이면 찐라면 먹고 분대 식기 닦으려 개울가에 가서 눈물 짖는 일병이었다. 그래도 조국을 지키는 초병으로 위안하며... 또 하루를 그렇게 보냈다.
사회에 있는 애인이 바람 날 확율이 가장 높은 때이고 고비이다. 그러므로 탈영자 중 가장 많은 계급이
일병이다.
어쨌든 국방부 시계는 돌아가고 첫 정기 휴가 날짜만 기다리며 가슴에 붙힐 ‘GOP 수색대’ 를 몇 번이고
쓰다듬어 본다.
그 넘의 첫 휴가도 고참들 심부름하다 보면 어느새 귀대 날짜이다.
아~ 시부랄, 내 휴가 돌리도~~~
유격 훈련과 수렁 격투는 제일 적극적이 되었다. 모자에 붙힌 쌍피가 그래서 늘 소리 내어 운다.
이때 나는 최고 사격수로, 스페셜 포스 팀 (S.P.Team) 으로 전출 가서 스나이퍼 교육을 받았다.
One shot one kill, 요인 사살, 두 방은 죽음이다.
몰두 했었다. 뭐든 최고로 해보자 였다. 죽는지 사는지 생각 못했다. 죽음으로 명령을 따라야 하니까.
지금 생각하니 정말 병신 같은 군대였네... ㅋㅋㅋ.
군대가 촌 넘, 똥개 훈련 시키고 있었다. 6개월 만에 갑자기 팀이 해체되었다. 마지막 헬기 낙하 훈련 중에 다리와 손바닥 부상을 입고 사단 야전 병원에 입원했다. 뭐 이런 얄굿은 운명이 다 있노?
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그림같이 퇴원하며 사단 포병 사령부로 전출과 동시 병과 100에서 104로 변경, 대고공 침투 섬멸반 M60 사격수가 되었다.
가장 편했을 때였다. 폼 좀 잡을려니 또 갑자기 모처로 가서 2달간 군(형)법과 정보병 교육을 이수하게 되었다. 그때까지 나는 일등병이었다.
병과 104에서 00X로변경 후 사단 포병 사령부내 정보. 보안병으로 근무하게 되었다. 나는 병(兵)이었다.
대위 장교와 대위 간호 장교들이 내 사찰. 보고 대상이었다. 그들은 소령으로 진급하여야 했다. 사단 야전 병원에 20명의 여군 장교들이 있었다. 그때 내 인생 확 바뀔 수 있었다. 나는 못 바꿨다.
계급장은 붙히지 않았지만, 병이라서... 여기서 만기 제대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이 운명아!!!
포병 사령관의 두 여중생 딸을 가르치는 개인 교사 역까지 감당했다. 그 사모님의 절절한 부탁에
넘어가 뿟다. 그러다 포사에서 입수된 정보. 상록수 작전! 나는 병이다.
그 상록수 작전에 올라 탔다. 다 뿌리치고. 사령관도 사모님도 말렸다. 나도 알고 있었다. 일개 사병의
사단 간 넘어가는 전출은 없다는 것을. 딱 하나. 이 작전은 예외였다.
그때 나는 00X 정보 병이었다. 그리고 서울로 가면 뭔가 될거라는 무모하고 막연한 기대가 더 컸다.
서울근방에 있는 사단 간 전출 후 00X에서 104. M60 사수가 되어 다시 병과는 변경되었다.
처음 보직이었던 수색대로 돌아왔다.
완전히 내 꾀에 내가 넘어갔다. 고생! 이런 훈련 고생도 드물거라 생각 들었다. 그런데... 내 내공은
더 높아졌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골든 상병을 추억하며*
전투 사단 수색 소대. 드디어 소대 내에서 가장 중요한 일꾼이 되었다.
황금 같은 작대기 세개. 골든 상병이 된 것이다.
한번 더 쓰자.
골든 상병! 얼마나 멋진 이름이냐?
이때 흘린 피로 검어진 벨트. 태권도 블랙 벨트를 받았다.
이거 나이롱 뻥해서 딴 거 아니라고, 아니라고 태권 조교 하며 이병, 일병에게 악을 쓸 때가 바로 이때이다.
그 기합으로 일사분란 하게 이병, 일병들을 진두 지휘한다. 시작도 마감도 확인 감독하여 고참에게 보고한다. 정말 멋지지 않나?
사단 축구 시합에서 물 흐르듯 볼을 몰고 다니며 중원을 장악하여 휘젖는 날렵함, 골든 상병의 힘찬 전진은 다 제치고 골 문 앞까지 간다.
그리고 고오~올!!! 그 마지막 순간, 고참에게 볼을 패스해 주는 배려. 펼치는 허접신기(접대신공이라
하기도 한다)는 바로 골든 상병의 미덕이요. 정점에 오른 내공의 예술 같은 화려함이다.
근데, 잘하면 고참 탓이고 못하면 수비수(주로 이. 일병들이다) 잘못이므로 역시 줄 빳다이다. 빛 좋은
개살구이다.
그러면서 뺀질이의 시절은 시작되고, 심하면 이때부터 군 생활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한다.
병장 꼬셔서 외부 PX 출입의 자유화가 시작되기도 한다.
이제는 휴가 가도 집에서 별루 안 반긴다.
그러나 군 생활 중 꽃이다. 어디서든 상황이나 때만 되면 핀다. 작업이면 작업, 훈련이면 훈련, 사격이면 사격 거의 하지 못하는 부분이 없다. 생활이 분주하다. 소대 내 모든 것의 중심이 된다. 아마 전쟁이 벌어지면, 제일 먼저 죽을거다 ㅋㅋㅋ.
군 생활중 가장 화려하다.
이병, 일병을 무사히 넘긴 대견함.
곧 병장이 되는 자랑스런 기대감.
지는 4개도 아닌,
막 피려는 봉오리도 아닌, 딱 보기좋게 피어난 골든 작대기 3개!
아~ 말뚝 박아도 좋을 골든 상병이여~~~
그 과한 날렵함에 샘이 난 운명은 레펠침투 훈련 중 다시 우측 손바닥 엄지 힘줄 파열을 주었고, 나는 다시
화곡동(?) 수도 통합 병원으로 후송한 후 일 개월이 지나 다시 부산 국군통합병원으로 이송 된다.
골든 상병의 화려함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소령 계급장을 단 간호 장교를 만났다. 이거이~ 놀라고 놀란다.
그녀가 대위였을 때 나는 00X(육군 사단 정보원)이였다. 소령 진급 보고를 위한 인사 정보 수집을
했었다.
그녀로 부터의 선물은???
부하를 시켜 하게한 ‘포경 수술’. 지가 해주지~
초급 군의관 3 넘이 모두 처음 시술이란다 ㅋㅎㅎㅎ. 실습 중 풀려버린 마취. 오! 마이갓! 골든 상병인
나는 그 날 그 시각 죽는 줄 알았다.
그 고통! 봉합이 2/3가남았는데... 저거들 끼리 서로 배우며 말하느라 시간 다 보내 버리고...
나는 죽으라고???
월남 파병군들 중 부상병들의 마지막 철수가 시작되었고, 나는 통합 병실의 장이 되었다.
내가 그 중 가장 건강하고 움직일 수 있으니까 ㅎㅎㅎ.
전쟁의 비참함을 그곳에서 다 겪었다. 입실한 환자는 장교도 하사관도 사병도...
모든 환자는 군도 군번도 계급도 없었다. 모두가 하얀 군복만 입었다. 사지 절단 환자... 지금... 참 쓰기
힘들다.
나는 그들의 손과 발이 되었고 환자와 간호 장교들 사이 가교가 되었다. 팔을 사용할 수 있는
환자들은 잡히는 대로 간호 장교들에게 던졌다. 한국을 위하여 죽었다 살아 돌아 온 그들이어서 감당이
불감당이었다. 나는 그들을 이해하였고 그들은 나에게 순종 하였다.
계급 없는 병실 장이었기에...
어느 날, 병원장의 호출이 있었고 나는 소장 즉 투스타에게 병장 진급 신고를 했다. 쫄병 없는 병장.
이게 모냐? 내 소대에서는 난리를 피웠을텐데... 커피 한 잔도 안 주더라. 디게 짠 넘.
드디어 전역 3개월을 며칠 앞두었다. 또 운명은 나를 건드렸다. 전역 3개월 이상이 남은 환자가
퇴원하면 자대로 원대 복귀한다.
나는 3개월을 7일넘겼다. 이제 말 년이 가까웠는데...
미친 운명... !
나는 태능 88 예비군 훈련단으로 빠져뿌렸따~
*드디어 병장 시절*
떨어지는 낙엽에도 다칠까 조심했다.
이때는 이등병이 귀여웠고 너로 인해 나는 자랑스러웠다.
너 언제 병장 될래 ㅎㅎㅎ. 병장 되기는 되는 거야?
식사 시간은 대중 없다. 먹고 싶을 때가 식사 시간이다. 가끔 간부들과 바둑을 두기도 한다.
니나돌이가 보편화된다. 뿌듯한 당연지사이다.
건강을 위한 웰빙 바람이 분다.
때때로 이등병의 맛사지가 시작된다. 수고하셨는데 당연하죠. 란다. 그 넘 참 ㅋㅋㅋ.
조석으로 상병의 문안 인사가 간지럽기도 하다. 줄 빳다는 그래서 없다 ㅎㅎㅎ.
스스로 군대 생활의 달인이 되어 안 해도 되는 내무 사열을 하기도 한다.
장교는 몰러
병장감 마음을...
항간에는,
전방에서는 대졸 이병 4명 주어도 병장 1명과 바꾸지 않는다 는 자존심 업 시키는 격구가 나돈다.
이때 한 두번쯤 선임 하사로 부터 말뚝(직업군인)이야기를 듣게 된다. 택도 없지만...
그래도 하루가 일년 같았다.
가끔 책을 아주 열심히 읽는다. 시간 죽이느라 무협지 같은...
‘제대하면 북쪽 보고는 오줌도 안 눈다’ 하며 장담하기 시작한다.
‘참아라! 인내하라! 죽었다하고 따라라!’
‘결국 국방부 시계도 돌더라’
병장감의 금언이 쏟아지기 시작하는 때이다.
마침내 선임 하사들하고 소대장들이 개별적으로 친구 하자고 덤빈다.
‘어허~ 왜 이래~ 제대복 때 묻어 야~’
기가 막힌 짜장면이 된다.
*제대하기 하루 전날*
회식을 마치고 혼자 산등성이에 올라 상념에 잠긴다.
이제 대한민국 육군 병장 아무개의 시계는 다 돌아갔다. 원위치는 없다.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
나는 사회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들어가야 할 것인가?
사회는 이제 나를 어떻게 받아 줄 것인가?
제대하는 내일과 그 다음 날과 그 그 다음 날들이 무서웠다.
이제부터는 사회인이 되는데...
사회는 나를 어떻게 보아 줄 것인가?
나는 달라졌는데...
깜깜한 조국의 밤하늘을 어깨에 걸머지고 얼마나 답답해 하였던가.
분단된 조국이여!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는 대한민국이여!
기다려라, 내가 간다!
그렇게,
그렇게 나의 그 마지막 군대의 밤은 깊어 갔었다.
끝-
*5년 전까지는 내 비록 Canadian-Korean이지만, 대한민국 국가가 조국 수호를 위하여 부른다면 즉시 달려 간다 라며 Dogtag(군번표)을 매 만지곤 하였다.
지금... 내 나이 곧 72가 된다. 아직 눈도 손가락도 마음도 다리도 심장도 사격에 적합하도록 특화된 그대로에서 약 70%는 유지하고 있다. 그것은 M21( sniper rifle with 20 metal jackets in a magazine)저격용 총을 잡고 대한민국 수호를 위한 명령을 수행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좀 특이하게 한 군대 생활을 몽땅 일반 사회 생활 속으로 가지고 와 삶의 또 다른 에너지원으로 삼아 살고있는 별종 인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마치며 군번표(Dog Tag)를 만진다. 충성! 내 삶을 위하여.
*오늘 한국 지도를 펴서 수색과 화전을 찾아봤다. 그 당시, 내가 제X 사단에서 제XX 사단으로 사단 간 전출갔을 때, XX 사단은 예비 사단에서 전투 사단으로 그 해에 바뀌어지고 있었다. 지금 지도로는 짐작키도 어려웠다. 지금 기억으로는 수색을 지나 돌아서 가면 화전이 나오고 그 도로를 따라 가다 마지막 도로 끝 우측에 사단 본부가 있었다.
*불암산 자락에 있었던 88 훈련단은 지금 흔적도 없다. 많이도 변했으니까. 서울과 한국은 22년이나 가 보지 못했으니 엄청나게 변했을거다. 마지막으로 한국을 떠나 온 곳이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였는데... 아직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