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발리스의 『푸른 꽃』
18세기와 19세기의 낭만주의는 고전적 질서 및 이성적 합리주의와 대립하며 인간의 감성과 순수한 충동을 옹호하고 인간의 이상적이며 자연스러운 표현을 강조하였던 사조였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서 하우저는 낭만주의의 경향을 설명하면서 그 핵심적인 작품을 <푸른꽃>이라 지칭했다. 낭만주의의 핵심적인 개념이 가장 잘 표현된 작품이라는 것이다. 하우저의 19세기 소설에 대한 설명은 문학작품을 통해 세계를 읽고 이해하는 수준 높은 시선이 무엇인가에 대한 하나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그런 감동이 19세기 소설을 읽고 싶다는 열망으로 연결되었고 첫 번째 작품으로 낭만주의의 모범적 작품인 <푸른 꽃>을 선택하게 되었다.
<푸른 꽃>은 한 젊은이가 겪게 되는 성장 소설의 성격이 띠고 있다. 우연히 다른 사람에게 전설 이야기를 들은 젊은이는 ‘푸른 꽃’의 꿈을 꿨고 그것을 찾으려는 갈망에 사로잡힌다. 어머니와 함께 떠난 여행은 ‘푸른 꽃’의 이미지를 추적하는 수많은 이야기와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이어진다. 여행 속에서 그는 십자군 전쟁의 영웅과 그 전쟁 속에서 희생당한 아랍의 여인을 만났고, 땅 속에서 보물을 추적하는 늙은 광부를 만나기도 한다. 특히 그에게 감동을 준 사람은 시인과 세상과 절연하면서 혼자만의 이상을 추적하는 은둔자의 삶이었다. 그런 사람들과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젊은이가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었으며 그것은 ‘낭만주의’적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결국 젊은이는 어머니의 고향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고 불같은 사랑에 빠져 결혼에 성공하면서 그가 찾던 ‘푸른 꽃’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쁨과 행복은 오래가지 않고 여인은 숨을 거두고 위기가 닥치지만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 및 또 다른 가르침을 통해 삶의 지속성과 인생을 지배하는 긍정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하지만 이 작품은 완성될 수 없었다. 작가가 작품을 완성하지 못한 채 29세로 요절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매력은 작품의 줄거리보다는 작품 속에 담겨져 있는 낭만적인 삶의 태도와 세계관 그리고 시와 문학의 위대함을 설파하는 내용들이다. 특히 작품 중간에 이야기를 포함시키는 ‘격자소설’의 형태로 소개된 알레고리적 이야기에서는 이성의 횡포에서 살아남는 감정과 정서의 이야기를 신화적 배경 속에서 전개하고 있다. 낭만주의적 작품의 성격을 이해하는데 최적의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낭만주의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구절들을 기록하는 것으로 정리를 마무리한다. 소설 속에서 한 시인은 시문학의 본질을 이렇게 말한다. “시문학은 어느모로 보나 외적인 것과는 상관이 없다네. (....) 모든 것은 영혼의 문제일세. 앞에서 말한 다른 종류의 예술가들이 우리의 외적인 감각을 즐거운 느낌으로 가득 채워주둣이, 시인은 우리 마음 속의 성전을 새롭고 놀라우며 즐거운 생각으로 가득 채워준다네.” 여행 중에 만난 광부는 사람들에게 노다지꾼으로 불린다. 하지만 그의 부는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땅속에서 발견한 특별한 진실일지 모른다. 그는 ‘자연은 어느 한 개인의 완전한 소유물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라고 말하며 “광부는 정말이지 모든 우연의 변덕과 아주 친숙해집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열정과 항심만이 그러한 변덕을 극복하며, 그러한 변덕에 의해 끈덕지게 지켜지고 있는 보물들을 캐낼 수 있는 확실한 도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고 강조한다.
어머니의 친정집에서 만난 위대한 시인은 시란 ‘오성과 자연스런 충동과의 조화’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성의 배척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과도한 감정적 몰입을 경계하며 상상력과 경험의 적절한 조화를 주장하고 있다. “활기가 넘치는 상상력은 언제라도 한계를 넘어서려 하고 주제넘게 초감각적인 것과 과도한 것을 이해하고 표현하려고 하거든. 원숙한 경험만이 우리에게 그와 같은 불균형을 피하게 해주며 가장 단순하면서도 지고한 것을 찾아내는 일은 세상을 보는 지혜의 손에 맡겨놓는단다.” 어쩌면 작가의 희망은 낭만적인 관념이 통용될 수 있는 세상의 발전이며 다음과 같은 시구에서 표현된 것과 같이 갈등과 대립이 멈춘 평화로운 세상일 것이다. “영원의 왕국은 세워졌네/사랑과 평화 속에 싸움은 끝나고/고통의 긴 꿈도 이젠 끝났다네.”
첫댓글 - 낭만에 대하여 ~ 그럴듯한, 꿈꾸는 세상, 무엇인가 기다리는 듯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