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있어도 꼭 읽어야 한다는 강박증에 빠지게 되는 책이 있다. <뒤마 클럽>과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도 그렇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의 경우 움베르토 에코가 생각나는 구성에다, 광활한 지식을 자랑하는 소설이 아니던가.
<장미의 이름>이 중세 수도원의 철통같은 분위기를 까뒤집듯이 보여주었다면, <플랑드르..>는 완벽한 두뇌 게임--체스--을 동영상으로 펼쳐낸다. 반 호이스의 그림 <체스 게임>은 500년 전 살인사건을 알리는 증거물인 동시에 중세 플랑드르 지방의 친프랑스 파와 친부르고뉴 정파의 세력다툼을 암시한다.
그림에 감추어진 문장 "Quis Necavit Equitem(누가 기사를 죽였는가)"이 발견되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답은 이미 주어져 있다. (그림 배경인) 체스판에 놓여진 말들을 역순 분석함으로써 '기사'(말)를 누가 잡았는가(죽였는가)를 밝히면 되는 것.
이때, 등장한 무뇨스. 그는 이기는 게임은 절대 하지 않고 오로지 체스를 둔다는 사실에만 만족하는 체스 플레이어다. 그가 '거꾸로 가는 체스 게임'을 풀어가는 동안 미술사가 알바로의 죽음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데...... '체스두는 사람 무뇨스', 과연 그는 잘 해낼 것인가?
<장미의 이름>보다 흡인력은 떨어지지만, 지적 유희는 뒤지지 않는다. 마치 움베르코 에코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가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면서 중세 역사 추리물이란 장르를 견고하게 짓는 느낌이다.
서술어 앞에서 걸구치는 부사어(놀란 표정을 지으며 알바로를 쳐다보았다, 질문의 답을 상대의 눈빛에서 읽기라도 하듯 훌리아를 쳐다보았다, 그는 계면쩍은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녀는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등등)만 아니라면 훨씬 신났겠지만, 체스 천재 무뇨스와 동성애자 세사르의 줄다리기를 지켜보노라면, 그 정도 불만은 사라지고 만다.
1993년 프랑스 '탐정 소설 그랑프리' 수상작이자 1994,1997,1998년「뉴욕 타임스」 외국소설 추천작이다. 짐 맥브라이드 감독, 케이트 베킨세일 주연으로 1994년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 최성혜(2002-03-07)
체스 플레이어는 다소 무관심한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그렇다고 도전적인 태도도 아니었다.
"하지만 체스를 두는 사람은 많습니다. 난 하필 내가 왜......"
"다들 당신이 최고라고들 하잖소"
순간, 체스 플레이어가 세사르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의 얼굴 표정이 기이하게 바뀌고 있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릅니다"
훌리아는 그의 표정과 심중을 읽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게 당신들이 얘기하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입니까. 최고? 좋습니다. 그러나 최고라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최고라는 것은 머리칼이 금발일 수도 있고, 발이 평발일 수도 있는 경우와 똑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들 앞에서 그것을 특별하게 증명해야 할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랬더라면 시합이니 뭐니 하는 자리를 찾아다녔을 겁니다."
체스 플레이어가 마지못해 그 말을 받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어쨌든 나는 시합에 나가지 않습니다.
"이유가 있소?"
체스 플레이어는 그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텅 빈 커피잔을 힐끗 보며 어깨를 추켜세웠다.
(본문 121쪽 중에서)
저자소개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Arturo Pe'rez-Reverte) -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라 불리는 아르투로 페레즈 레베르테는 스페인 항구 도시 카르타헤나에서 1951년 태어났다. 정치학과 저널리즘을 전공한 그는 1973년부터 1994년까지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등 각종 언론 매체에서 특파원이나 종군기자로 활동했다. 이 기간 동안 발생했던 거의 모든 주요 국제 분쟁이나 내전을 빠짐없이 취재했다. 일간지 「푸에블로 Pueblo」에서 취재 기자로, 텔레비전 방송국에서는 국제 무력 분쟁에 관한 프로그램 전문가로 일했다.
그는 <경기병>(1986)을 발표한 이후 <검의 대가>(1988),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1990), <뒤마 클럽>(1993)을 잇따라 발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창작에만 전념하여 <독수리의 그림자>(1993), <분쟁 지역>(1994), <카치토>(1995), <북의 껍질>(1995), <코르소의 라이센스>(1998), <항해 지도>(2000), <왕의 황금>(2000) 등을 발표했다. 특히 <캡틴 알라트리스테>(1996), <깨끗한 피>(1997), <브레다의 태양>(1998) 등에서는 셜록 홈즈나 푸아로 같은 허구 인물 '알라트리스테'를 창조해 미스터리 소설의 새로운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레베르테는 스페인 현대 작가 중 가장 많이 번역, 소개된 작가로 지금까지 전세계 20여 개 국어로 번역되거나 영화화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영화화하는 데 결코 쉽지 않은 구성과 주제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은 짐 맥브라이드 감독 케이트 베킨세일 주연으로 1994년에, <뒤마 클럽>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 자니 뎁 주연으로 1999년에 영화화돼 화제가 되었다. 그밖에도 5편의 영화가 더 있다.
또한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으로 1993년 프랑스 '탐정 소설 그랑프리'를 받았으며, 프랑스 「리르」지에 '10대 외국인 소설가'로 선정되었다. 그밖에도 이 소설은 1994년 뉴욕 타임스 북 리뷰 5대 외국소설, 1997년.1998년에 추천도서로 꼽힌 바 있다.
정창 - 경희대, 멕시코 과달라하라 주립대,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에서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전공했다. '작업실21'(taller21@netsgo.com)에서 스페인어권 문학작품의 출판기획, 번역, 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시대를 앞서간 여자들의 거짓과 비극의 역사>, <궁둥이>, <연애소설 읽는 노인> 등이 있다.
추천글
재미있고, 교묘하며, 긴장감 넘치는 작품. - 엘르
독자를 빨아들이는 중층적 스릴러. - 퍼블리셔스 위클리
게임 안에 게임이 있고 그 안에 또 게임이 있다. 이 복잡한 수수께끼가 이토록 즐겁게 해결되는 것을 보라. -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지적이고 문학적이며 섬세한 미스터리 소설을 원하는 독자들을 위한 책. - 북리스트
패러독스와 퍼즐로 가득 찬, 두뇌파 소설. - 뉴욕 타임스 북리뷰
<장미의 이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 라이브러리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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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
경향신문 : 스페인 작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소설 2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1990년작·열린책들)과 <뒤마클럽>(93년작·시공사). 번역자는 마드리드 국립대 출신의 출판기획자 정창씨.
20여년간 국제무력분쟁 분야의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다 늦깎이로 데뷔한 작가는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로 불린다. 별명이 말해주듯이 중세와 현대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면서 해박한 지식과 글솜씨를 자랑하는 작품경향을 보인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은 미술 복원가인 주인공 홀리아가 체스 게임하는 모습이 담긴 15세기 플랑드르 패널화를 복원하던 중 그 속에 감춰진 라틴어 문장을 통해 500년전 살인사건에 연루된다는 내용. 그림에 그려진 체스게임을 풀면서 과거의 사건을 추적하는 도중에 현실 속에서 살인사건이 전개된다. 작가의 성공작으로 94년 짐 맥브라이드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뒤마클럽>은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필적할 만한 작품이란 극찬을 받으며 유럽 서점가를 휩쓸었던 화제작. 이 작품 역시 로만 폴란스키에 의해 영화 ‘나인스 케이트’로 제작됐다. 고서 전문의 책 사냥꾼 코르소가 서적상의 부탁으로 뒤마의 작품 <삼총사>에 나오는 ‘앙주의 포도주’란 필사본과 세상에 단 3권뿐인 악마를 부르는 교본 ‘어둠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아홉 개의 문’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의문의 살인사건과 지적 모험을 그렸다.
이들 대표작으로 유럽에서 확고한 위치를 굳힌 작가는 <캡틴 알라트리스테>(96년작), <깨끗한 피>(97년작), <브레다의 태양>(98년작) 등 연재소설에서 셜록 홈즈와 같은 허구인물 알라트리스테를 창조해 미스터리 소설의 새로운 간판스타를 창조했다. - 한윤정 기자 ( 2002-03-09 )
동아일보 : 추리소설의 전통적인 기법인 수수께끼풀이, 혹은 암호풀기의 얼개로 전개되는 이 두 소설은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로 불리는 작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작품이다.
각기 다른 출판사에 의해 국내에서 동시 출간됐지만 작가는 <플랑드르…>를 먼저 썼고 <뒤마 클럽>을 다음에 집필했다. 두 소설 모두 레베르테의 현학성과 서양문화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마음껏 자랑하고 있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에서는 체스게임의 치열한 두뇌플레이, 뒤마클럽에서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의 등장인물과 시대적 배경이 해부대 위에 올려진다.
영화 '나인스 게이트'의 원작으로 눈길을 모으는 <뒤마클럽>은 거실에서 목을 맨 시체로 발견된 한 출판인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이어 희귀한 고서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책사냥꾼 코르소가 등장, 작가인 나를 찾아와 '앙주의 포도주'라는 뒤마의 소설 육필원고를 보여준다. 이때부터 작가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를 우리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철저하게 해부 분석한다.
코르소는 톨레도의 서적상으로부터 이 세상에 단 세 권 밖에 없는 '아홉 개의 문'을 찾아 진위를 밝혀달라는 주문을 받는다. 코르소는 의뢰인의 주문을 받아 책을 찾는 과정에서 삼총사의 텍스트에 등장하는 어둠 속의 존재, 흉터가 있는 수상한 사내의 미행을 당하게 되고 코르소가 아홉 개의 삽화가 있는 악마를 부르는 교본 '아홉 개의 문'을 찾아다니면서 만난 고서 소장가들이 차례로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악마의 으스스함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현실과 비현실을 절묘하게 직조하면서 레베르테가 깔아놓은 복선의 함정 속으로 독자가 유쾌하게 빠져들게 한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은 고미술 복원가인 훌리아가 체스게임하는 15개의 패널화를 복원하던 중 그림속에 감춰진 라틴어 문장을 발견하고 500년 전의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훌리아는 5세기 전의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패널화에 그려진 체스게임의 비밀을 풀고자 체스 플레이어 무뇨스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그들이 체스게임의 비밀을 차례차례 풀어가는 도중에 현실에서도 잇달아 살인사건이 발생하여 소설은 중층적 구조를 띠면서 독자들을 짜릿한 미로속으로 안내한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읽기는 살인사건의 해결보다 '플랑드르 예술' 읽기와 체스 플레이어의 치열한 심리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500년을 넘나드는 음모와 배반을 다루면서 작가는 세상 보는 방법을 이야기하기 위해 메커니즘으로 체스게임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소설을 발표한 작가 레베르테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다. 분쟁지역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한 뒤 작가로 데뷔하여 <검의 대가> <플랑드르 거장의 비밀> <뒤마클럽> 같은 추리소설을 잇달아 발표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의 작품들은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역사적이어서 오히려 흥미진진한 추리소설 읽기의 부담이 된다고도 얘기되지만. 그것은 움베르토 에코의 추리소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과 <뒤마클럽>은 에코의 추리소설보다 좀 더 대중적이고 마술적인 재미를 갖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탐정이 영웅이 아니라 일개 책사냥꾼이나 미술복원가라는 점, 그의 소설 속에 악마와 살인사건과 사랑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는 것도 독자들을 흡인하는 매력이다. - 이수광 (추리작가·한국추리작가협회 사무국장) ( 2002-03-09 )
중앙일보 : 유럽 독서시장에서 간판작가로 떠오른 지 오래라는 명성에 비해 국내에 뒤늦게 처음 소개되는 스페인 작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51.사진)의 두 장편소설은 뿌듯한 지적(知的)만족감을 채워주는 고품위 대중소설이다.
'지적인 재미'의 장치는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원제 La Tabla de Flandes.1990)과 '뒤마 클럽'(원제 El Club Dumas.1993) 두 소설이 갖는 공통점이다.
사건 해결과 그 과정에서의 살인사건 발생이라는 얼개는 추리소설의 원형 그대로다.
그러나 레베르테는 이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과거의 텍스트를 겹쳐 놓는다. '뒤마 클럽'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삼총사'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작가인 알렉상드르 뒤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플랑드르…'는 15세기 플랑드르파 화가인 반 호이스가 등장한다.
현재의 사건과 과거의 이야기가 두겹의 구조를 이루는 양상이다. 이쯤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떠올릴 독자들이 적지않을텐데, 그 짐작은 정확하다.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같은 판형과 편집으로 나란히 나온 두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플랑드르…'는 고미술을 복원해 생계를 꾸리는 여성을 주인공이자 화자(話者)로 등장시킨다. 어느날 그녀에게 의뢰된 그림을 복원하다 화가가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라틴어 문구를 발견한다.
'Quis necavit Equitem'.'누가 기사를 죽였는가'라는 뜻의 이 문구와 서양장기인 체스게임 문양에서 이 그림은 5백년 전의 살인 사건과 연관돼 있음이 밝혀진다.
체스 게임에 관한 해박한 지식이 동원되고 주요 등장인물 중 누군가가 모종의 음모를 꾸몄음이 드러난다.
'뒤마 클럽'도 구조는 같다. 주인공은 책에 관한 한 게걸스러운 책벌레로 설정된다.
그가 서적상으로부터 어떤 책의 진품 여부를 밝혀달라는 의뢰를 받는 데서 스토리는 시작한다. 이때 동료로부터 뒤마의 '삼총사' 중 육필 원고 일부를 건네받는다.
이 해결과정에 무수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따라서 레베르테의 글이 주는 매력은 인터넷의 하이퍼텍스트처럼 하나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를 밀고 끌고 하며 미로처럼 얽혀있다는 데 있다. 읽는 과정에서 긴박감과 지적 충만감은 그 때문이다.
'뒤마 클럽'은 서구 근대 문학사에 대한 이해를,'플랑드르…'는 미술과 체스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 없었으면 쓰이지 못했을 소설이다.
이런 지점에서 그의 소설은 보통 대중 소설과 결별하게 되는데 그것은 동시대인들의 의식 세계를 형성한 과거의 인식 층위를 스토리의 발판으로 한다는 점이다.
호소력은 그 때문인데, 우리로 치면 춘향전.구운몽, 논어.맹자처럼 우리 인식의 지층을 이루고 있는 담론이나 텍스트 체계를 소설에 끌어들인 작업이다.
물론 레베르테가 현대의 서구를 가능케 한 인식 층위를 끌어들인 것은 한국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데 수월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유럽의 간판작가로 떠오른 레베르테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방법의 측면이다.
근래에 우리 작가들 사이에 팬터지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팬터지는 작가의 머리 속에서가 아니라 이 시대 한국인들, 나아가 세계인들이 어떤 환상을 꿈꾸며 어디로 도망치고 싶어 하는가 하는 집단 무의식 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족보가 있는 팬터지라면 말이다.
1986년 '경기병'으로 데뷔한 레베르테는 73년부터 20여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전세계 20개국 언어로 번역됐으며, 그중 7개 작품이 영화로 옮겨졌다. - 우상균 기자 ( 2002-03-09 )
중앙일보 :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라는 레베르테의 작품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뒤마 클럽'을 앞에 놓고 나는 문학과 관련된 어제 오늘의 사태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것은 옳기도 하고 그르기도 하다는 생각 말이다. 외려 '상대적 위기'라고 하면 말이 좀 된다. 영상이 문학동네로 쳐들어오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문학이 영상쪽으로 쳐들어가지 못할 것도 없다. 동료 이문열의 소설 '사람의 아들'이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신약성서에서 제목을 취한 이 작품은 중편소설로 쓰였다가 나중에는 장편소설이 되었고, 연극이 되었고, 국산 영화가 되었다. 조금 있으면 프랑스 영화도 될 모양이다. 정말 부가가치가 장난 아니다.
인접 장르로 확대 재생산되는 문학을 보고 있으면 문학의 위기를 말하기보다는 문학의 체질 개선을 촉구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어진다.
나는 대중소설을 '문학답지 못한 문학'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안을 향한 문학'(밖을 향한 문학이 아닌)을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문예지에 발표되는 소설들은 아무래도 좀 '안을 향한 문학' 같고, 최루(催淚)의 멜로 소설은 아무래도 '너무 밖을 향한 문학' 같다.
나도 문예지에 글을 쓰지만, 문예지 기고가들이 대중작가들 우습게 아는 우리 문학 풍토(내부 거래의 악습 비슷한)는, 대중작가들 이상으로 역겹다.
안팎을 향한 문학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을까. 체질 개선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데. 번역 연감 '미메시스'에서 페레스 레베르테라는, 스페인 출신 작가의 다음과 같은 당돌한 주장을 읽으면서 내가 무릎을 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나는 소설가다. 나는 문학 이론에 관심이 없다… 문학의 예술적 측면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 역시 나의 소관이 아니다… 이른바 베스트셀러라는 것들도 여느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존중을 받아야 마땅하다. 세상 물색을 도통 모르는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학교 교육도 별로 받지 않고 열여덟 나이에 선머슴 같은 남자와 결혼해 매일 밥하고 빨래하고 장보고 청소하느라 열네 시간을 보내는 여염집 아낙에게 저녁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읽으라고 권하지는 않을 것이다."
'뒤마 클럽'과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은 바로 그 당돌한 주장을 펴던 작가 페레스 레베르테의 소설이다.
그는 문학의 예술적 측면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주장함으로써 순수문학에 대한 집착을 놓아버린 것처럼 쓰고 있지만 그런 것 같지 않다.
그의 '뒤마 클럽'은 치밀하게 조직되어 있다. 뒤마의 텍스트를 이잡듯이 뒤지지 않고도 이런 패러디가 가능할까 싶다. 유럽 문학 전통의 구더운 뒷심이 과연 무섭지 않은가. 움베르토 에코가 뒤에서 작가 레베르테의 등을 토닥거리고 있는 것 같다.
'삼총사'의 작가 A 뒤마는 프랑스 문학사에서는 그리 무겁게 다루어지지 않는 대중작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누가 '재미있게 읽었던 책' 열 권을 꼽으라면 나는 '삼총사'와 '몽테 크리스토 백작'과 '레미제라블'을 반드시 포함시킨다.
세권의 프랑스 작품 중 앞의 두 편이 뒤마의 소설이다. '사람의 아들'이 그랬듯이 뒤마의 '삼총사'는 대를 물려가면서 연극과 영화의 원자재 노릇을 해왔다.
지난 40년 동안 내가 본 영화 '삼총사'만 하더라도, 진 켈리가 주연한 영화를 비롯해 다섯 가지가 넘는다.
두 세기 전의 소설가 뒤마의 부가가치가 마침내 '뒤마 클럽'에 이르는 것을 보라. 뒤마가 이루어낸 서사의 힘, 밖을 향한 문학의 힘이다.
뒤마의 소설만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뒤마 패러디라고 할 수 있는 '뒤마 클럽'도,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아홉번째 문'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찍은 모양이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에서는, 플랑드르 화가의 그림을 복원하던 중에 우연하게 발견되는, <누가 기사를 죽였는가>, 이 라틴어 문장 하나로 평지풍파가 인다. 그림에 그려져 있었다는 서양 장기 두는 장면이 상징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장미의 이름'의 숨바꼭질을 방불케 한다.
미국 언론은 까놓고,''장미의 이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는 서평을 하고 있을 정도다. 하필이면 플랑드르인가?
플랑드르는 결코 하나로 통합될 수 없는 두 민족과 두 땅덩어리의 상징이다. 지금은 네덜란드와 벨기에로 나뉘어 있는 플랑드르는 해체와 통합을 되풀이해온 유럽 역사의 한 단면이다.
하필이면 서양 장기 두는 장면인가? 나는 엉뚱하게도 플랑드르에서 한반도를 떠올린다.
한반도를 가지고 이만큼 해박한 역사성과 박람강기를 구사할 수 있는 작가, 이만한 평지풍파를 일으킬 작가를 보유하고 있는가?
함부로 대중소설 운운 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마음이 영 불편하다. 이 소설 역시 짐 맥브라이드에 의해 영화화되었단다.
레베르테의 소설이 지닌, 밖을 향한 힘이다. 밖을 향한 힘, 혹은 안팎을 향한 힘… 아무래도 우리 문학이 좀 오래 들고 있어야 할 화두 같다.
▶소설가이자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번역했던 번역가 이윤기씨가 보내온 글은 신간 '뒤마 클럽'에 실렸던 글 '서사의 힘, 밖을 향한 문학의 힘'을 토대로 자신이 개고(改稿)한 글입니다.
이 글은 '뒤마 클럽'외에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을 함께 언급하면서, 국내 문학동네의 문제점까지를 훑고 있습니다.-편집자 - 이윤기-소설가,번역가 ( 2002-03-09 )
한겨레신문 :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라고 불리는 베스트셀러 추리작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소설이 국내에서 처음 소개됐다. 같은 역자의 손을 거쳐 나란히 출간된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과 <뒤마 클럽>은 레베르테의 주특기인 인문학적 지식과 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대표적 저작이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은 15세기 플랑드르 화파의 거장 반 호이스의 그림 <체스 게임>을 둘러싼 역사의 음모와 배신을 파헤친 소설이다. 소설은 현대 스페인의 미술 복원가인 주인공이 2달 뒤 경매시장에 나갈 <체스 게임>의 퇴락한 부분을 복원하다 두꺼운 채색 아래 `누가 기사를 죽였는가'라는 문구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체스 게임>은 15세기 당시 유명 인사였던 한 대공과 기사가 체스를 두고 있는 장면을 극사실주의 화법으로 그리고 있다. 그림의 한 귀퉁이에는 대공의 부인이 다소곳이 앉아있다. 주인공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림은 이 기사가 의문의 살해를 당하고 2년 뒤 그려졌다고 한다. 주인공은 미술사가, 골동품 상인, 체스 플레이어 등의 두뇌를 빌려 왜 호이스가 이 문구를 그림 아래 숨겼는지, 또 이 그림이 기사의 의문사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를 뒤쫓는다. 음모와 비밀이 가득한 500년 전 중세의 암투 현장과 저열한 탐욕이 흘러넘치는 현대 미술시장을 오가며,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이 숨가쁘다.
<뒤마 클럽> 역시 시공간을 넘나들며 고서의 비밀을 풀어가는 형식이다. 이른바 `책사냥꾼'이라고 불리는 주인공은 고객의 주문에 따라 특정 책의 초판이나 희귀본을 구해 주는 서적 중개인이다. 그는 어느 날 스페인의 유명 서적광이자 악마 연구자로부터 이 세상에 단 3권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홉 개의 문>을 찾아 진위를 밝혀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또 다른 사람으로부터는 뒤마의 소설 <삼총사>의 일부인 `앙주의 포도주'(42장) 필사본의 진위를 확인해 달라는 주문도 받는다. 주인공은 이 때부터 프랑스와 포르투갈 등을 전전하며,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만나는 고서 소장가마다 의문의 죽음이 이어진다. 두 책의 진위 확인 과정이 뒤마 소설 마니아 그룹인 `뒤마 클럽'을 중심으로 얽히면서 서로의 암호를 풀어준다.
두 소설은 각각 <언커버드>(짐 맥브라이드·1994)와 <나인스 게이트>(로만 폴란스키·1999년)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된 적이 있다. 치밀한 구성과 감칠맛 나는 문체도 흥미롭지만, 고전 문학과 음악, 미술,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참신한 해석, 상상력은 읽는이의 혀를 내두르게 한다. - 김아리 기자 ( 2002-03-09 )
뒤마클럽
리뷰
책소개
1993년 출간 당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필적한 만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다. 유럽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되면서 페레스 레베르테에게 작가로서의 명성을 안겨준 책이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바 있다.
고서 전문 책사냥꾼 코르소는 한 서적상으로부터 뜻밖의 의뢰를 받는다. 뒤마의 <삼총사>에 나오는 '앙주의 포도주' 필사본과 이 세상에 단 3권밖에 남아있지 않은 <어둠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아홉 개의 문>을 찾아 그 진위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것.
일처리 과정에서 코르소는 '앙주의 포도주'를 넘겨준 이가 살해당했음을 알게 된다. 곧이어 <어둠의 왕국으로..>에 실린 삽화가 이 사건을 해결할 열쇠임을 직감하고, 직접 책을 찾아 나선다. 삽화를 이용하려는 악마 숭배주의자들의 위협 속에서 고서의 비밀을 밝혀나가는 코르소.
중세 유럽 장서들을 배경으로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계속된다.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소설인 만큼 역주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실제로 이 책은 자료조사와 번역에 2년여가 소요되었다고 한다. 알렉상드르 뒤마에 대한 작가의 애정과 박학함이 돋보이는 소설. 열린책들의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과 함께 출간되었다.
저자소개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Arturo Pe'rez-Reverte) -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라 불리는 아르투로 페레즈 레베르테는 스페인 항구 도시 카르타헤나에서 1951년 태어났다. 정치학과 저널리즘을 전공한 그는 1973년부터 1994년까지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등 각종 언론 매체에서 특파원이나 종군기자로 활동했다. 이 기간 동안 발생했던 거의 모든 주요 국제 분쟁이나 내전을 빠짐없이 취재했다. 일간지 「푸에블로 Pueblo」에서 취재 기자로, 텔레비전 방송국에서는 국제 무력 분쟁에 관한 프로그램 전문가로 일했다.
그는 <경기병>(1986)을 발표한 이후 <검의 대가>(1988),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1990), <뒤마 클럽>(1993)을 잇따라 발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후 창작에만 전념하여 <독수리의 그림자>(1993), <분쟁 지역>(1994), <카치토>(1995), <북의 껍질>(1995), <코르소의 라이센스>(1998), <항해 지도>(2000), <왕의 황금>(2000) 등을 발표했다. 특히 <캡틴 알라트리스테>(1996), <깨끗한 피>(1997), <브레다의 태양>(1998) 등에서는 셜록 홈즈나 푸아로 같은 허구 인물 '알라트리스테'를 창조해 미스터리 소설의 새로운 간판스타로 떠올랐다.
레베르테는 스페인 현대 작가 중 가장 많이 번역, 소개된 작가로 지금까지 전세계 20여 개 국어로 번역되거나 영화화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영화화하는 데 결코 쉽지 않은 구성과 주제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은 짐 맥브라이드 감독 케이트 베킨세일 주연으로 1994년에, <뒤마 클럽>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 자니 뎁 주연으로 1999년에 영화화돼 화제가 되었다. 그밖에도 5편의 영화가 더 있다.
또한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으로 1993년 프랑스 '탐정 소설 그랑프리'를 받았으며, 프랑스 「리르」지에 '10대 외국인 소설가'로 선정되었다. 그밖에도 이 소설은 1994년 뉴욕 타임스 북 리뷰 5대 외국소설, 1997년.1998년에 추천도서로 꼽힌 바 있다.
정창 - 경희대, 멕시코 과달라하라 주립대,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에서 라틴아메리카 문학을 전공했다. '작업실21'(taller21@netsgo.com)에서 스페인어권 문학작품의 출판기획, 번역, 평론 활동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시대를 앞서간 여자들의 거짓과 비극의 역사>, <궁둥이>, <연애소설 읽는 노인> 등이 있다.
추천글
고서적상이라는 흔치 않은 세계를 무대로 선보이는 복잡하고 학구적인 분위기의 미스터리 소설. 독자들로 하여금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한다. 재미있고 재치가 넘치는 작품! - Kirkus Review
작가 페레스 레베르테는 서적 수집이라는 분야에 능한 작가다. 고서적 수집이라는 전문적인 분야를 살짝 들여다볼 수 있는 것도 <뒤마 클럽>을 통해 맛볼 수 있는 즐거움 가운데 하나다. - The New York Times Book Review
페레즈 레베르테의 <뒤마 클럽>은 치밀하게 조직되어 있다. 뒤마의 텍스트를 이잡듯이 뒤지지 않고도 이런 구성력이 가능할까 싶다. 유럽 문학 전통의 구더운 뒷심이 과연 무섭지 않은가. 움베르토 에코가 뒤에서 작가 페레스 레베르테의 등을 토닥거리고 있는 것 같다.
두 세기 전의 소설가 뒤마의 부가가치가 마침내 <뒤마 클럽>에 이르는 것을 보라. 뒤마가 이루어낸 서사의 힘. 밖을 향한 문학의 힘이다. 밖을 향한 힘. 아무래도 우리가 오래 들어야 할 화두 같다. - 이윤기(소설가, 번역가)
날개 잃은 천사, 사탄의 원고, 라파엘 사바티니와 알렉산더 뒤마에 대한 집착--스페인 작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숨막히는 소설 <뒤마 클럽>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희귀본을 위해서라면 부모마저 배신한다는 고적상의 세계가 배경인 <뒤마 클럽>은 수준 높은 독자들을 위한 스릴러물이다. 복잡한 줄거리는 물론 살인, 섹스, 밀교 등이 얽히면서 독자들의 심장은 두근두근 맥박치기 시작한다.
지적 상상력과 아드레날린을 동시에 자극하는 문학성 풍부한 스릴러. 뒤마 클럽의 정체가 펼쳐지기 전까지, 거듭되는 반전이 독자의 숨통을 조인다. - Ama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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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리뷰
경향신문 : 스페인 작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소설 2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1990년작·열린책들)과 <뒤마클럽>(93년작·시공사). 번역자는 마드리드 국립대 출신의 출판기획자 정창씨.
20여년간 국제무력분쟁 분야의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다 늦깎이로 데뷔한 작가는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로 불린다. 별명이 말해주듯이 중세와 현대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내면서 해박한 지식과 글솜씨를 자랑하는 작품경향을 보인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은 미술 복원가인 주인공 홀리아가 체스 게임하는 모습이 담긴 15세기 플랑드르 패널화를 복원하던 중 그 속에 감춰진 라틴어 문장을 통해 500년전 살인사건에 연루된다는 내용. 그림에 그려진 체스게임을 풀면서 과거의 사건을 추적하는 도중에 현실 속에서 살인사건이 전개된다. 작가의 성공작으로 94년 짐 맥브라이드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뒤마클럽>은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필적할 만한 작품이란 극찬을 받으며 유럽 서점가를 휩쓸었던 화제작. 이 작품 역시 로만 폴란스키에 의해 영화 ‘나인스 케이트’로 제작됐다. 고서 전문의 책 사냥꾼 코르소가 서적상의 부탁으로 뒤마의 작품 <삼총사>에 나오는 ‘앙주의 포도주’란 필사본과 세상에 단 3권뿐인 악마를 부르는 교본 ‘어둠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아홉 개의 문’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의문의 살인사건과 지적 모험을 그렸다.
이들 대표작으로 유럽에서 확고한 위치를 굳힌 작가는 <캡틴 알라트리스테>(96년작), <깨끗한 피>(97년작), <브레다의 태양>(98년작) 등 연재소설에서 셜록 홈즈와 같은 허구인물 알라트리스테를 창조해 미스터리 소설의 새로운 간판스타를 창조했다. - 한윤정 기자 ( 2002-03-09 )
동아일보 : 추리소설의 전통적인 기법인 수수께끼풀이, 혹은 암호풀기의 얼개로 전개되는 이 두 소설은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로 불리는 작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작품이다.
각기 다른 출판사에 의해 국내에서 동시 출간됐지만 작가는 <플랑드르…>를 먼저 썼고 <뒤마 클럽>을 다음에 집필했다. 두 소설 모두 레베르테의 현학성과 서양문화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마음껏 자랑하고 있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에서는 체스게임의 치열한 두뇌플레이, 뒤마클럽에서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의 등장인물과 시대적 배경이 해부대 위에 올려진다.
영화 '나인스 게이트'의 원작으로 눈길을 모으는 <뒤마클럽>은 거실에서 목을 맨 시체로 발견된 한 출판인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이어 희귀한 고서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책사냥꾼 코르소가 등장, 작가인 나를 찾아와 '앙주의 포도주'라는 뒤마의 소설 육필원고를 보여준다. 이때부터 작가는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를 우리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철저하게 해부 분석한다.
코르소는 톨레도의 서적상으로부터 이 세상에 단 세 권 밖에 없는 '아홉 개의 문'을 찾아 진위를 밝혀달라는 주문을 받는다. 코르소는 의뢰인의 주문을 받아 책을 찾는 과정에서 삼총사의 텍스트에 등장하는 어둠 속의 존재, 흉터가 있는 수상한 사내의 미행을 당하게 되고 코르소가 아홉 개의 삽화가 있는 악마를 부르는 교본 '아홉 개의 문'을 찾아다니면서 만난 고서 소장가들이 차례로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악마의 으스스함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을 몰입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현실과 비현실을 절묘하게 직조하면서 레베르테가 깔아놓은 복선의 함정 속으로 독자가 유쾌하게 빠져들게 한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은 고미술 복원가인 훌리아가 체스게임하는 15개의 패널화를 복원하던 중 그림속에 감춰진 라틴어 문장을 발견하고 500년 전의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훌리아는 5세기 전의 살인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패널화에 그려진 체스게임의 비밀을 풀고자 체스 플레이어 무뇨스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그들이 체스게임의 비밀을 차례차례 풀어가는 도중에 현실에서도 잇달아 살인사건이 발생하여 소설은 중층적 구조를 띠면서 독자들을 짜릿한 미로속으로 안내한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읽기는 살인사건의 해결보다 '플랑드르 예술' 읽기와 체스 플레이어의 치열한 심리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500년을 넘나드는 음모와 배반을 다루면서 작가는 세상 보는 방법을 이야기하기 위해 메커니즘으로 체스게임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소설을 발표한 작가 레베르테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다. 분쟁지역 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한 뒤 작가로 데뷔하여 <검의 대가> <플랑드르 거장의 비밀> <뒤마클럽> 같은 추리소설을 잇달아 발표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의 작품들은 지나치게 현학적이고 역사적이어서 오히려 흥미진진한 추리소설 읽기의 부담이 된다고도 얘기되지만. 그것은 움베르토 에코의 추리소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과 <뒤마클럽>은 에코의 추리소설보다 좀 더 대중적이고 마술적인 재미를 갖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인 탐정이 영웅이 아니라 일개 책사냥꾼이나 미술복원가라는 점, 그의 소설 속에 악마와 살인사건과 사랑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는 것도 독자들을 흡인하는 매력이다. - 이수광 (추리작가·한국추리작가협회 사무국장) ( 2002-03-09 )
중앙일보 : 유럽 독서시장에서 간판작가로 떠오른 지 오래라는 명성에 비해 국내에 뒤늦게 처음 소개되는 스페인 작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51.사진)의 두 장편소설은 뿌듯한 지적(知的)만족감을 채워주는 고품위 대중소설이다.
'지적인 재미'의 장치는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원제 La Tabla de Flandes.1990)과 '뒤마 클럽'(원제 El Club Dumas.1993) 두 소설이 갖는 공통점이다.
사건 해결과 그 과정에서의 살인사건 발생이라는 얼개는 추리소설의 원형 그대로다.
그러나 레베르테는 이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과거의 텍스트를 겹쳐 놓는다. '뒤마 클럽'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삼총사'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작가인 알렉상드르 뒤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플랑드르…'는 15세기 플랑드르파 화가인 반 호이스가 등장한다.
현재의 사건과 과거의 이야기가 두겹의 구조를 이루는 양상이다. 이쯤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떠올릴 독자들이 적지않을텐데, 그 짐작은 정확하다.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같은 판형과 편집으로 나란히 나온 두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플랑드르…'는 고미술을 복원해 생계를 꾸리는 여성을 주인공이자 화자(話者)로 등장시킨다. 어느날 그녀에게 의뢰된 그림을 복원하다 화가가 의도적으로 숨겨놓은 라틴어 문구를 발견한다.
'Quis necavit Equitem'.'누가 기사를 죽였는가'라는 뜻의 이 문구와 서양장기인 체스게임 문양에서 이 그림은 5백년 전의 살인 사건과 연관돼 있음이 밝혀진다.
체스 게임에 관한 해박한 지식이 동원되고 주요 등장인물 중 누군가가 모종의 음모를 꾸몄음이 드러난다.
'뒤마 클럽'도 구조는 같다. 주인공은 책에 관한 한 게걸스러운 책벌레로 설정된다. 그가 서적상으로부터 어떤 책의 진품 여부를 밝혀달라는 의뢰를 받는 데서 스토리는 시작한다. 이때 동료로부터 뒤마의 '삼총사' 중 육필 원고 일부를 건네받는다.
이 해결과정에 무수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따라서 레베르테의 글이 주는 매력은 인터넷의 하이퍼텍스트처럼 하나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를 밀고 끌고 하며 미로처럼 얽혀있다는 데 있다. 읽는 과정에서 긴박감과 지적 충만감은 그 때문이다.
'뒤마 클럽'은 서구 근대 문학사에 대한 이해를,'플랑드르…'는 미술과 체스에 대한 정교한 분석이 없었으면 쓰이지 못했을 소설이다.
이런 지점에서 그의 소설은 보통 대중 소설과 결별하게 되는데 그것은 동시대인들의 의식 세계를 형성한 과거의 인식 층위를 스토리의 발판으로 한다는 점이다.
호소력은 그 때문인데, 우리로 치면 춘향전.구운몽, 논어.맹자처럼 우리 인식의 지층을 이루고 있는 담론이나 텍스트 체계를 소설에 끌어들인 작업이다.
물론 레베르테가 현대의 서구를 가능케 한 인식 층위를 끌어들인 것은 한국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데 수월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유럽의 간판작가로 떠오른 레베르테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방법의 측면이다.
근래에 우리 작가들 사이에 팬터지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팬터지는 작가의 머리 속에서가 아니라 이 시대 한국인들, 나아가 세계인들이 어떤 환상을 꿈꾸며 어디로 도망치고 싶어 하는가 하는 집단 무의식 속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족보가 있는 팬터지라면 말이다.
1986년 '경기병'으로 데뷔한 레베르테는 73년부터 20여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전세계 20개국 언어로 번역됐으며, 그중 7개 작품이 영화로 옮겨졌다. - 우상균 기자 ( 2002-03-12 )
중앙일보 :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라는 레베르테의 작품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뒤마 클럽'을 앞에 놓고 나는 문학과 관련된 어제 오늘의 사태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것은 옳기도 하고 그르기도 하다는 생각 말이다. 외려 '상대적 위기'라고 하면 말이 좀 된다. 영상이 문학동네로 쳐들어오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문학이 영상쪽으로 쳐들어가지 못할 것도 없다. 동료 이문열의 소설 '사람의 아들'이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신약성서에서 제목을 취한 이 작품은 중편소설로 쓰였다가 나중에는 장편소설이 되었고, 연극이 되었고, 국산 영화가 되었다. 조금 있으면 프랑스 영화도 될 모양이다. 정말 부가가치가 장난 아니다.
인접 장르로 확대 재생산되는 문학을 보고 있으면 문학의 위기를 말하기보다는 문학의 체질 개선을 촉구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어진다.
나는 대중소설을 '문학답지 못한 문학'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 아니다.'안을 향한 문학'(밖을 향한 문학이 아닌)을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문예지에 발표되는 소설들은 아무래도 좀 '안을 향한 문학' 같고, 최루(催淚)의 멜로 소설은 아무래도 '너무 밖을 향한 문학' 같다.
나도 문예지에 글을 쓰지만, 문예지 기고가들이 대중작가들 우습게 아는 우리 문학 풍토(내부 거래의 악습 비슷한)는, 대중작가들 이상으로 역겹다.
안팎을 향한 문학 같은 것은 있을 수 없을까. 체질 개선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은데. 번역 연감 '미메시스'에서 페레스 레베르테라는, 스페인 출신 작가의 다음과 같은 당돌한 주장을 읽으면서 내가 무릎을 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나는 소설가다. 나는 문학 이론에 관심이 없다… 문학의 예술적 측면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 역시 나의 소관이 아니다… 이른바 베스트셀러라는 것들도 여느 소설들과 마찬가지로 존중을 받아야 마땅하다. 세상 물색을 도통 모르는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학교 교육도 별로 받지 않고 열여덟 나이에 선머슴 같은 남자와 결혼해 매일 밥하고 빨래하고 장보고 청소하느라 열네 시간을 보내는 여염집 아낙에게 저녁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를 읽으라고 권하지는 않을 것이다."
'뒤마 클럽'과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은 바로 그 당돌한 주장을 펴던 작가 페레스 레베르테의 소설이다.
그는 문학의 예술적 측면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주장함으로써 순수문학에 대한 집착을 놓아버린 것처럼 쓰고 있지만 그런 것 같지 않다.
그의 '뒤마 클럽'은 치밀하게 조직되어 있다. 뒤마의 텍스트를 이잡듯이 뒤지지 않고도 이런 패러디가 가능할까 싶다. 유럽 문학 전통의 구더운 뒷심이 과연 무섭지 않은가. 움베르토 에코가 뒤에서 작가 레베르테의 등을 토닥거리고 있는 것 같다.
'삼총사'의 작가 A 뒤마는 프랑스 문학사에서는 그리 무겁게 다루어지지 않는 대중작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누가 '재미있게 읽었던 책' 열 권을 꼽으라면 나는 '삼총사'와 '몽테 크리스토 백작'과 '레미제라블'을 반드시 포함시킨다.
세권의 프랑스 작품 중 앞의 두 편이 뒤마의 소설이다. '사람의 아들'이 그랬듯이 뒤마의 '삼총사'는 대를 물려가면서 연극과 영화의 원자재 노릇을 해왔다.
지난 40년 동안 내가 본 영화 '삼총사'만 하더라도, 진 켈리가 주연한 영화를 비롯해 다섯 가지가 넘는다.
두 세기 전의 소설가 뒤마의 부가가치가 마침내 '뒤마 클럽'에 이르는 것을 보라. 뒤마가 이루어낸 서사의 힘, 밖을 향한 문학의 힘이다.
뒤마의 소설만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뒤마 패러디라고 할 수 있는 '뒤마 클럽'도,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아홉번째 문'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찍은 모양이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에서는, 플랑드르 화가의 그림을 복원하던 중에 우연하게 발견되는, <누가 기사를 죽였는가>, 이 라틴어 문장 하나로 평지풍파가 인다.
그림에 그려져 있었다는 서양 장기 두는 장면이 상징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장미의 이름'의 숨바꼭질을 방불케 한다.
미국 언론은 까놓고,''장미의 이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는 서평을 하고 있을 정도다. 하필이면 플랑드르인가?
플랑드르는 결코 하나로 통합될 수 없는 두 민족과 두 땅덩어리의 상징이다. 지금은 네덜란드와 벨기에로 나뉘어 있는 플랑드르는 해체와 통합을 되풀이해온 유럽 역사의 한 단면이다.
하필이면 서양 장기 두는 장면인가? 나는 엉뚱하게도 플랑드르에서 한반도를 떠올린다.
한반도를 가지고 이만큼 해박한 역사성과 박람강기를 구사할 수 있는 작가, 이만한 평지풍파를 일으킬 작가를 보유하고 있는가?
함부로 대중소설 운운 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마음이 영 불편하다. 이 소설 역시 짐 맥브라이드에 의해 영화화되었단다.
레베르테의 소설이 지닌, 밖을 향한 힘이다. 밖을 향한 힘, 혹은 안팎을 향한 힘… 아무래도 우리 문학이 좀 오래 들고 있어야 할 화두 같다.
▶소설가이자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번역했던 번역가 이윤기씨가 보내온 글은 신간 '뒤마 클럽'에 실렸던 글 '서사의 힘, 밖을 향한 문학의 힘'을 토대로 자신이 개고(改稿)한 글입니다.
이 글은 '뒤마 클럽'외에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을 함께 언급하면서, 국내 문학동네의 문제점까지를 훑고 있습니다.-편집자 - 이윤기-소설가,번역가 ( 2002-03-09 )
한겨레신문 : `스페인의 움베르토 에코'라고 불리는 베스트셀러 추리작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의 소설이 국내에서 처음 소개됐다. 같은 역자의 손을 거쳐 나란히 출간된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과 <뒤마 클럽>은 레베르테의 주특기인 인문학적 지식과 상상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대표적 저작이다.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은 15세기 플랑드르 화파의 거장 반 호이스의 그림 <체스 게임>을 둘러싼 역사의 음모와 배신을 파헤친 소설이다. 소설은 현대 스페인의 미술 복원가인 주인공이 2달 뒤 경매시장에 나갈 <체스 게임>의 퇴락한 부분을 복원하다 두꺼운 채색 아래 `누가 기사를 죽였는가'라는 문구를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체스 게임>은 15세기 당시 유명 인사였던 한 대공과 기사가 체스를 두고 있는 장면을 극사실주의 화법으로 그리고 있다. 그림의 한 귀퉁이에는 대공의 부인이 다소곳이 앉아있다. 주인공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림은 이 기사가 의문의 살해를 당하고 2년 뒤 그려졌다고 한다. 주인공은 미술사가, 골동품 상인, 체스 플레이어 등의 두뇌를 빌려 왜 호이스가 이 문구를 그림 아래 숨겼는지, 또 이 그림이 기사의 의문사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를 뒤쫓는다. 음모와 비밀이 가득한 500년 전 중세의 암투 현장과 저열한 탐욕이 흘러넘치는 현대 미술시장을 오가며, 의문을 풀어가는 과정이 숨가쁘다.
<뒤마 클럽> 역시 시공간을 넘나들며 고서의 비밀을 풀어가는 형식이다. 이른바 `책사냥꾼'이라고 불리는 주인공은 고객의 주문에 따라 특정 책의 초판이나 희귀본을 구해 주는 서적 중개인이다. 그는 어느 날 스페인의 유명 서적광이자 악마 연구자로부터 이 세상에 단 3권만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아홉 개의 문>을 찾아 진위를 밝혀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또 다른 사람으로부터는 뒤마의 소설 <삼총사>의 일부인 `앙주의 포도주'(42장) 필사본의 진위를 확인해 달라는 주문도 받는다.
주인공은 이 때부터 프랑스와 포르투갈 등을 전전하며, 진실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만나는 고서 소장가마다 의문의 죽음이 이어진다. 두 책의 진위 확인 과정이 뒤마 소설 마니아 그룹인 `뒤마 클럽'을 중심으로 얽히면서 서로의 암호를 풀어준다.
두 소설은 각각 <언커버드>(짐 맥브라이드·1994)와 <나인스 게이트>(로만 폴란스키·1999년)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된 적이 있다. 치밀한 구성과 감칠맛 나는 문체도 흥미롭지만, 고전 문학과 음악, 미술,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참신한 해석, 상상력은 읽는이의 혀를 내두르게 한다. - 김아리 기자 ( 2002-03-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