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Civil Society 公民社会
시민사회(市民社會)는 독립적인 자유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구성하고 연대하는 사회다. 사회의 범주 중에서 시민이 구성하는 사회가 시민사회다. 계몽주의 및 산업혁명과 함께 형성된 근대의 시민들은 휴머니즘, 민주주의, 자유주의, 개인주의, 평등주의의 정신으로 시민사회를 형성했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중간인 시민사회는 정부, 시장과 함께 근대사회를 구성하는 세 영역 중 하나다. 역사적으로 보면 첫째, 헤겔과 마르크스적 관점에서의 시민사회는 근대 자본주의 시대에 출현한 부르주아 중심의 사회이고 둘째, 로크(J. Locke)와 토크빌(Alexis Tocqueville, 1805~1859) 그리고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적 관점에서의 시민사회는 교회, 전제군주에 대항하는 자유시민 중심의 사회이다. 이 두 시민사회의 연원은 다르지만, 근대사회와 더불어 형성된 점은 같다. 시민의 어원을 살펴보면 시민사회의 의미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시민의 어원은 중세 영어 ‘자유인’과 ‘도시거주자(burgher)’를 뜻하는 citeseyn이다. 이것이 현대 영어에서 도시를 뜻하는 city와 사람을 뜻하는 ian이 결합하여 시민(citizen)이 되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라틴어 시민은 cīvis인데 인도유럽조어(Proto-Indo-European language, PIE)에서는 ‘정주하다, 자리잡다’인 ‘*ḱey-’가 어원이다. 따라서 고대의 시민은 유목하지 않고 정주하면서 마을과 도시를 이루고 사는 사람을 말한다. 이 개념이 한자어에서 시장이 있는 곳에 사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시민(市民)이 되었다. 하지만 현대 중국어는 공민(公民)이다. 영어 시티즌(citizen)은 프랑스어 부르주아지(Bourgeoisie)이며 도시에 사는 자유인을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polis)에 사는 시민과 로마시대의 시민은 근대 시민과 다르다. 한편 로마시대 키케로(Cicero)가 쓴 시민사회는 시민이 구성하는 국가라는 개념이었다.
근대의 시민과 시민사회는 역사적 변화와 함께 출현했다. 르네상스, 휴머니즘, 종교개혁을 거치면서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가능해졌고 계몽주의, 자유주의, 민주주의, 개인주의, 평등사상 등이 널리 퍼지면서 개인의 주체성이 강화되었다. 그리고 (유럽인의 시각에서) 신대륙의 발견과 대항해 시대는 세계 전체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이를 통하여 지구적 생산과 교역의 체제가 태동했다. 점차 봉건 전제군주체제와 교회의 권위가 쇠퇴하면서 국가와 사회가 크게 변화했다. 아울러 1648년 베스트팔렌조약(Peace of Westfalen)이 체결된 이후 정치제도의 변화와 함께 국민국가가 가능해졌다. 그 결과 1776년 미국독립선언 및 1789년 봉기한 프랑스대혁명을 계기로 시민계급이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했다. 1800년대 일어난 산업혁명은 생존의 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켰다. 이때 근대적 의미의 시민이 출현했다.
도시의 자본가, 기술자, 수공업자, 은행원, 회사원, 학교 교사, 도시노동자들이 시민계층을 형성했고 이들이 자연스럽게 형성하는 시민사회가 태동했다. 인쇄출판의 발달로 지식과 정보가 신속하게 유통되고 표현의 자유가 실현되면서 시민들이 정치의 주류로 떠올랐다. 이렇게 등장한 시민은 국가와 사회를 구성하는 주체로서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이행하는 자유인이다. 그러니까 근대의 시민은 주로 도시에 거주하는 중간계층을 지칭한다. 국민국가(Nation State)는 부르주아 시민이 세운 근대국가다. 하지만 시민의 지위와 시민사회의 기능은 국가 영역에 속하지 않는다. 시민사회는 정부(政府), 시장(市場)과 함께 근대 국민국가의 세 영역을 이룬다. 시민사회는 개인과 가족이 형성하는 사적영역과 공공영역이 교차하는 지점이다. 이때 개인은 국가의 국민이면서 동시에 시민사회의 구성원이다.
‘시민사회의 시민을 국민국가를 구성하는 자유시민(citizen)으로 볼 것인가, 마르크스적 역사발전에서 출현한 부르주아로 볼 것인가?’에 따라서 시민과 시민사회의 개념이 달라진다.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자유시민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과 같은 혼란을 극복하고 안정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자의적으로 체결한 사회계약의 결과를 사회와 국가로 보는 관점이 있다. 이 사회계약설과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의 관점에서 시민은 시티즌(citizen)으로서의 시민이다. 한편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봉건 지배계급을 타파한 시민이 역사의 주인이 되었다는 관점이 있다. 헤겔의 시민사회 이론을 지배와 피지배의 관점에서 해석한 마르크스의 관점에서 시민은 부르주아(Bourgeois)로서의 시민이다. 시티즌이 구성하는 민주주의의 시민사회와 부르주아가 구성하는 민주주의의 시민사회는 성격이 다르다.★(김승환)
*참고문헌 Robert Morrison MacIver, On community, Society and Power,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Chicago and London, 1970).
*참조 <가족>, <계몽주의/계몽의 시대>, <국가>, <국민국가/민족국가>, <도덕>, <르네상스>, <민주주의>, <법>, <사회>, <산업혁명>, <시민>, <시민사회[헤겔]>, <자본주의>, <자유주의>, <프랑스대혁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