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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기 문혜영
지금 서점가에 10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인 책이 있다. 알프레드 아들러의 심리학을 일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와 고노 후미다케가 대화체로 소개한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이다. 이 책 제목의 흡입력이나 중독성은 흡사 마약과 같다. <미움받을 용기> 전후로 여러 출판사들이 아들러의 심리학에 관한 책들을 앞다투어 출간하고 있다. 살림의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 엑스오북스의 <버텨내는 용기>, 카시오페아의 <아들러에게 인간관계를 묻다> 등등. <미움 받을 용기>라는 제목에 ‘혹’해서 서점에 갔지만, 정작 내가 구입한 책은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이었다.
<미움 받을 용기>에 이례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에 대한 기사들도 줄지어 나오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다보니, 그 부작용으로 상대적 열등감이 불거졌고, 이런 상황에서 아들러 심리학은 가물어 갈라진 땅바닥에 빗물이 흡수되듯 그렇게 호응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갈증이 클수록 그 반응도 비정상적일 수 있다.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 균형있게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당장 내게 필요한 것에만 치우치다보니 또다른 반대 급부적인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 즉, 개인의 피해의식을 보상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만 이용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살림'에서 출간한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은 차분한 어조로 아들러가 왜 그의 심리학을 이런 식으로 발전시켰는지, 그의 심리학을 전체적으로 균형있게 소개하고 있어 얼마나 반가운 지 모르겠다.
현재 우리 나라 사람들은 성공을 위한 ‘스펙’을 쌓는데 시간과 에너지, 돈을 쏟아붇고 있다. 대학생들은 대학 4년을 오직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는데 올인하고, 직장인은 승진하기 위해, 퇴출되지 않기 위해 직장에서 요구하는 그런 자격을 검증받으려 자기개발을 쉴 수 없다. 고등학생, 중학생, 심지어 초등학생,유치원생들까지 학교와 대학, 사회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획득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는데 모든 시간을 사용하고, 엄마들은 자녀들이 갖추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얻기 위해, 그것도 남보다 우위적인 실력을 얻기 위한 방법을 알아내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에서 엄마의 존재이유를 확인한다. 그러다 보니 인생 어느 한 순간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렇게 사는 사람은 한순간 사회에서 도태된다는 불안과 거짓 믿음 속에서 불행하게 살고 있는 우리들이다. 얼마 전까지는 노력하면 하는대로 결과가 얻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무리 노력해도, 최고의 실력을 갖추어도 성공이나 만족,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사회와 부딪히고 있다. 바로 이 시점에서 <미움 받을 용기>는 소리없는 거대한 호응을 얻어냈다. 외부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자 그 실망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홀대했던 자신을 스스로를 존중하고 보호해주어야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새로운 깨달음으로 전환된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사회와 외부에서 요구하는 기대에 자신을 맞추려다보니, 자신은 없어지고 오직 기대에 최대한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우리는 끝없이 소모적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아들러는 말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분명히 밝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나의 소신과 욕구에 반대하고 이것에 시비거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내게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반대에도 불구하고 나의 뜻을 견지하는데에 바로 ‘미움 받을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반대들과 또 이것을 선택함으로 잃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 즉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 제목으로 사람들은 반대하는 사람들 앞에서 내 뜻을 고수하는 용기만 생각하지, 선택의 결과에 대해 기꺼이 책임지고 감당할 부분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이런 점에서 나는 ‘살림’출판사의 책,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의 2장 '평범해질 용기’는 ‘반드시 특별해야 할 필요는 없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남들보다 먼저 선점해야 하고, 남들보다 우위에 있어야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의식이 사회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서 평범하게 살겠다는 말은 도태와 죽음을 자초하는 선택처럼 여겨진다. 죽으면 죽으리라는 용기와 담력이 있어야 가능한 선택이다. 그런데 아들러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격려한다. 각자에게 ‘나는 할 수 있다’는 신뢰를 얻게 한다면 말이다. 2장에는 자녀 양육, 교육과 관련된 소중하고 구체적인 가르침이 담겨있다.
아들러는 아이들이 ‘나도 혼자서 할 수 있네’라는 자신감과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한다. 2장에서 기시미 이치로는 아들러 심리학의 두 가지 목표를 소개한다. ‘1. 자립한다. 2. 사회와 조화롭게 살아간다.’ 이 목표를 위해서는 심리적으로 두 가지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1. 나는 능력이 있다. 2 사람들은 나의 친구다.’라는 마음이다. 아들러는 이 마음이 형성되는데 양육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에 소개된 여러 예화들을 소개한다. 여전히 염려되는 것은 경쟁사회에서 잃어버린 자신을 찾도록 격려하는 아들러 심리학을 접하고서도 여전히 ‘나는 능력있다’ ‘나는 내 소신대로 살아도 된다’ 생각하면서 ‘남보다 앞서려 하고, 사람들과 친구로서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은 간과하여 다시 개인 경쟁 사회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또 다시 말하지만, 이 책,<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을 강추하는 이유는 사회와의 건강한 조화를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장으로 나아가면 이 부분에 대해 더욱 자세히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해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첫째, 자기 수용 - 있는 그대로 나를 존중하는 것, 자기 신뢰도 포함되겠다. 둘째, 타자 신뢰- 사람들은 친구라는 신뢰. 이것은 자라면서 대개 부모에게서 얻어지는 것이다. 인생에 이런 신뢰를 줄 단 한사람만 만난다면, 사람을 신뢰할 수 있다고 한다. 세째, 타자 공헌 - 우리는 누군가에게 기쁨이 될 때 진정으로 행복해 질 수 있다. 인생에서 객관적인 사실, 진실은 없다고 아들러는 말했다 한다. 중요한 것은 인생의 사건들에 대해 자기가 어떤 의미 해석을 하느냐이다.
책의 내용 순서에 따라 여기까지 살펴 보아야 비로소 아들러 심리학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1장의 미움 받을 용기만 맛보았다면 아들러 심리학의 진가를 제대로 깨닫지 못한 것일뿐아니라, 자칫 그의 심리학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
책에 중간 중간 프로이드의 심리학과 아들러 심리학의 차이에 대해 비교 대조하고 있으나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프로이드의 심리학은 정신병리적인 이론이라면, 아들러는 일상의 정상인들의 심리에 대한 이론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그의 제자들은 히틀러와 나치에 의해 거의 모두 죽었고 아들러 자신이 이런 이론들로 학문적 업적과 명성을 쌓은데 관심이 없었기때문에 그의 이론들이 학문적으로 정립되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심리학을 접하면서 최근 2,30년 사이에 우리 사이에 붐을 일으켰던 자기계발서, 성공이나 교육에 관한 여러 서적들에서 이미 우리가 접했던 것들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들이 아들러 심리학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지 않았고, 아들러의 영향을 받은 줄 자신도 미처몰랐을 수 있지만, 이미 소리 소문없이 아들러 심리학은 부분적으로 여러 사람들에 의해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쓴 스티븐 코비나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의 리처드 칼슨이 여기에 속한다. 한편, 데일 카네기의 <인간 관계론>은 분명히 아들러의 사상을 가져다 썼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기회에 많은 사람들이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을 읽으며 아들러의 균형있고 건강한 심리학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우리 사회의 좌절의 시기가 건강한 사회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첫댓글 책 한권을 잘 압축하셨네요. 저한테도 유익한 내용이었습니다. 주변에 추천해 주고 싶은 몇 사람이 떠오르는 군요.^^
그래요. 미움받을 용기가 아니라, '아들러 심리학을 읽는 밤'을 추천해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