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두려워 말라.

여러분께서도 메이져리그에서 활동하는 한국 야구 선수들을 아시리라 믿습니다. 볼링 카페에서 왠 야구 타령이냐고 하실 분들이 계시겠지만 무언가 연관성이 보이는 부분이 있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김선우선수를 아십니까? 한국에서 휘문고를 졸업하고 고려대학을 다니던 중 메이져리그에 건너 온 투수입니다. 요즘 이 선수 때문에 메이져리그의 한국선수 팬들은 몹시 흥분하고 있습니다. 보스톤 레드삭스와 워싱턴 내셔널즈(전신 몬트리올 엑스포스)를 거치는 동안 공정한 기회를 얻지 못하던 불운한 선수였습니다. 보스톤은 워낙 선수층이 두터워 그렇다고 해도 워싱턴 내셔널즈에서는 실제로 김선우 보다 나아 보이는 투수가 별로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능하면서도 편견에 가득찬 감독에 의해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었죠. 그러던 김선우가 마침내 팀에서 방출당하는 수모를 당했고 그것이 그에게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습니다. 콜로라도 로키스라는 팀이 망설이지 않고 그의 영입을 결정했고 실력을 갖추고 있던 김선우는 당장에 주전은 물론 선발투수진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김선우라는 선수에 대한 배경 설명을 위해 장황하게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제가 여러분께 정작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그의 요즘 투구(pitching) 내용입니다. 박찬호선수가 메이져리그를 처음으로 개척한 한국선수라는 점에서 오랜 동안 한국 야구 팬들의 사랑을 받았기에 그에 대해서는 잘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박찬호 선수는 완벽주의적인 성격의 소유자 입니다. 그가 13년 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고 도전할 엄두 조차 내지 못하던 메이져리그에 도전했고 부상으로 신음하기 전까지 정상급 투수로 발돋움 했던 것은 아마도 '대충'이라는 단어를 용납하지 않는 그의 성격과 프로로서의 정신 자세가 있어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그의 완벽주의자적 성격은 그에게 방해가 되기도 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훈련을 하고 기량을 연마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좋으나, 막상 경기에 나서서는 완벽하게 던지려는 그의 생각이 오히려 큰 흐름을 그르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가운데로 던져도 치기 어려울 만한 좋은 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타자의 방망이가 미치기 어려운 지점에 조금도 오차 없이 공을 던져 넣으려는 완벽주의적 마음가짐 때문에 더 흔들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박찬호는 정교한 컨트롤의 소유자는 아니어도 기준 미달일 만큼 컨트롤이 안좋은 투수 또한 아닙니다. 그런 투수가 이 같은 성격상의 문제 때문에 컨트롤이 엉망인 투수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이에 반해 김선우는 대범합니다. 공의 속도는 박찬호 보다 느린데 가운데를 향해 칠테면 쳐보라는 식으로 공을 던져댑니다. 세계에서 가장 야구 잘한다는 메이져리그의 타자들이 그의 공을 때려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김선우는 흔들리지 않고 스트라익 존을 향해 던지고 또 던집니다. 자신감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작은 실수에 연연하지 않는 의연한 마음가짐 때문이기도 합니다. 몇개의 공이 스트라익 존에서 다소 벗어나도 대부분의 공은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 돌게하고 포수의 미트에 날아가 꽂힙니다. 그의 공을 때려내는 선수들도 있지만 많은 타자들이 제대로 방망이를 내밀지 못하거나 빚맞는 타구를 만들어 냅니다. 그렇게 용감하고 과감하게 공을 던지는 김선우의 기세에 타자들이 눌리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여전히 위력적인 공을 가진 박찬호 보다 김선우의 최근 성적이 더 뛰어난 이유입니다. 볼링을 칠 때 스팟 미스를 한 경기에서 몇번이나 하십니까? 경기 초반 스팟을 빗나가는 공에 당황하며 동작을 작게하고 조심스럽게 공을 굴리게 되는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조심스럽게 공을 굴리면 굴릴수록 볼은 이상한 모양새로 굴러가 힘 없이 핀을 때립니다. 원하는 정확성이 생겨나는 것도 아닙니다. 프레임은 지나고 지나 스코어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평소에 잘만 잡던 10번 핀 마저 놓쳐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이런 경험은 저만 있는 것인지 궁금하군요. PBA 프로 볼러들은 몇번이나 스팟미스를 범할까요? 물론 일반 아마추어 선수들 보다는 훨씬 낫겠지요? 하지만 프로볼러들 역시 스팟미스를 범한다고 말씀드리면 의아해 하실 분들이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사실입니다. 원하는 스팟에서 2,3보드를 빗나가는 샷을 던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자신의 스윙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스윙이 위축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스팟은 미스할 수도 있지만 스윙을 잃어버리면 더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제가 들은 충고 입니다. 한국인 최초의 PBA프로 볼러로 활동하시는 박윤교코치님께 들은 조언입니다. 이 조언이 저의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해 주었기에 여러분과도 나누고 싶습니다. "경기에 임하면 2~3보드 차이로 스팟을 빗나가는 2~3개의 샷에 마음 졸이거나 내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지 말라. 연습한대로 기본에 충실해서 경기에 임하고 일단 레인에 서고 게임 플랜이 서면 자기 스윙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박윤교프로님의 조언이 예전에 어느 투수 코치가 박찬호에게 해주었다는 충고와 일맥상통함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코치가 박찬호에게 이런 충고를 해주었다지요? "Be simple and stupid on the mound"... 마운드에 서는 순간 단순하고 멍청해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