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온의 마음정원 52
히라야마는 왜 웃다 우는 걸까?-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보고
폭염의 여름이면, 영화관에서 피서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올해는 영화 <퍼펙트데이즈>를 보며 유난히 덥고 습한 한여름 오후를 견뎠습니다. 그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 히라야마와 동화되고 공감하였습니다. 어쩐지 저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말이 없는 점, 하늘을 쳐다보며 일렁이는 햇살과 흔들리는 나뭇잎 보기를 좋아하는 점, 하루의 일상이 거의 판에 박힌 듯 일정하다는 점, 일상에 무척 진심이란 점, 남모르게 미소짓곤 한다는 점, 음악을 좋아해 늘 듣는다는 점 등등 많았습니다.
그리고 히라야마는 저의 마음공부에서 추구하는 가치관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는 흘러간 과거는 그뿐, 이 순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남들이 하찮게 여기는 화장실 청소이지만, 정성을 다합니다. 사실 먼지 한 톨이 온 우주를 담고 있다는 불경의 말씀처럼, 그 어떤 일도 그 어떤 존재도 귀하지 않은 것이 없으니까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히라야마는 웃는 듯, 우는 듯 굉장히 복잡한 표정을 리얼하게 보여줍니다. 과연 깐느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탈만 했습니다. 그는 왜 이렇게 복잡한 내면의 표정을 보여줬을까요?
아마도 추측건대, 그는 삶의 희노애락을 충분하게 깊이 경험하였고, 어느 순간 그 모든 것을 표정에 담았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그는, 삶의 희노애락을 초탈하였으리라고 봅니다. 어떻게 희노애락을 초탈할 수 있는 거냐구요?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결과는 하늘에 맡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