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을 위해 지리산 자락에 맨몸으로 터를 잡은 승주 스님은
요즘 겨울나기로 분주하다.
산비탈을 헤치며 뗄 감을 모으러 갈 때면
출출함을 달래기 위해 챙겨가는 것이 있는데.
바로 땅에 볏짚을 덮어 보관하는 겨울 무다.
소탈하지만 담백한 그 맛은 어떤 화려한 주전부리와도 비교할 수 없다.
추운 겨울, 홀로 사는 스님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먼 곳까지 찾아온 손님들이 찾아왔다.
스님이 특별한 주전부리, 호박죽을 준비했다.
호박을 통째로 가마솥에 푹 삶아내는데
별 다른 재료를 첨가하지 않아도 깊은 맛을 낸다.
겨울밤, 미리 데워둔 아랫목에 앉아
보내는 훈훈한 시간, 그 안으로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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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군 감곡면의 산자락
숨이 탁 트일 정도로 넓은 들판을 누비는 50여 마리의 동물들과
동고동락하는 부부가 있다.
도시에서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다가 10년 전 귀촌을 결심한 두 사람은
토종재래돼지와 유산양, 토종닭 등 다양한 종류의 동물들을
정성껏 돌보는데.
동물들을 살피다보니 밤까지 목장을 떠나지 못하는 부부는
겨울밤이면 추위를 달래려 모닥불을 피워낸다.
갓 짠 산양유를 끓인 후, 잘 익은 홍시를 넣고 만드는
‘산양유 라떼’ 는 몸과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마치 캠핑이라도 온 듯, 낭만 가득한 겨울밤을 보내는 부부.
오감이 즐거운 부부의 귀촌 생활을 만나본다
3. 섬마을 정 한 그릇
경남 거제의 한 어촌 마을엔 소문난 이장님이 살고 있다.
귀촌 8년 차의 홍수명 씨
타지에서 왔지만, 인심 좋은 그는
마을 어르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이장이 되었다.
최근 그는 미술을 전공했던 경험을 살려 마을 벽화 조성에 열심이다.
도시에서 온 화가들과 함께 마을을 물들이는 동안
마을 어르신들은 특별한 음식을 준비했다.
전갱이를 넣어 끓인 ‘국찜’은 예부터 마을 사람들이 즐겨 먹던 별미라고.
잠시 붓을 내려놓고 ‘국찜’의 고소한 맛을 즐기는 화가들.
국찜 한 그릇에 담긴 도시와 시골의 정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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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 도초도에 낭만이 있다.
바쁜 도시를 떠나 이곳에 자리를 잡은 이해진 씨
귀촌 후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요즘 섬에선 겨울 시금치 수확이 한창.
그녀 역시 시금치 밭에 자리를 잡아보지만,
귀촌 8년 차의 손길은 서툴기만 한데…
하지만 주전부리를 만드는 솜씨만큼은 예사롭지 않다
깨와 시금치 가루를 뿌려 튀긴 ‘김부각’과
유럽에서 즐겨 먹었던 뱅쇼에
도초도의 동백꽃을 넣어 만든 ‘카멜리아 뱅쇼’까지 만들었다.
마을 어르신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김부각’과 카멜리아 뱅쇼.
정과 낭만이 가득한 섬으로 떠나가 본다.
4. 입이 떡, 맛이 떡
충북 제천 산골 마을, 정순조 이인숙 부부는
겨울에 벌들이 추위에 죽지 않도록
벌통을 비닐하우스로 옮기는 월동 준비를 한다.
감로꿀은 벌들이 꽃이 아닌 나무에서 꿀을 모아 만들어진다.
일반 양봉보다 작업이 까다로워 하는 이들이 많지 않지만
부부는 고집스레 남다른 길을 걷고 있다.
월동 준비가 끝나고, 그 기념으로 부부가 달콤한 주전부리를 마련한다.
쌀이 귀했던 시절 끼니로도 먹었지만, 어느새 별미가 된 ‘강냉이죽’ 과 ‘인절미’
인절미를 감로 꿀에 찍어 먹으면 겨울철 건강도 챙길 수 있다고.
달콤한 내음이 진동하는 그 곳을 찾아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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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쯤 전남 무안의 과동마을에서 가장 바쁜 집이 있다.
귀촌 후 매년 메주와 된장을 담그는 한기진, 주성희 부부
직접 지은 황토집은 메주의 숙성하는데 제격이란다.
커다란 솥 여러 개에 콩을 삶아내는 일만도 한참이지만
집안의 큰 행사가 끝나면 꼭 먹는 주전부리가 있다.
김치를 송송 썰고 돼지고기를 갈아 넣은 장떡.
고소한 기름 냄새에 남녀노소 한 상에 모였는데…
온 가족이 즐기는 주전부리, 장떡을 만나본다
5. 산수유 마을에 겨울이 내리면
전남 구례의 겨울을 붉은 색이다.
빨간 산수유 열매가 가지마다 알알이 달려 탐스런 빛을 뽐내기 때문이다.
강승호 씨네 가족은 올해 막바지로 산수유 수확을 하고 있다.
수확 후, 하나하나 씨를 골라내야만 번거로운 작업이지만
사람들의 손길은 그저 가볍기만 한데…
일이 끝나면 톡 쏘는 맛이 일품인 산수유 막걸리를 나눠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수유로 막걸리를 만들어 나눠 먹는 건 마을의 오래된 전통.
지짐이와 함께 닷새 전 담근 산수유 막걸리가 곁들이면 피로가 싹 사라진다.
막걸리를 만들고 나면 마을 아이들도 덩달아 신이 난다.
막걸리를 짜고 남은 술지게미를 얻어 산으로 향하는 아이들
직접 나무를 느끼고 열매를 맛보며 ‘산수유 술빵’을 만들 만반의 준비를 마치는데.
직접 반죽하고 열매로 모양을 잡아 솥 안에 들어간 술빵은
달콤새콤한 맛으로 입맛을 당긴다.
친숙하면서도 낯선 우리네 겨울 풍경을 들여다 보고
아이도 어른도 좋아하는 산수유 주전부리를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