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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문(祭文)
복원도리에 제사지내는 글 집안 동생을 대신하여 행하다/임춘(林椿)
[祭復源闍梨文 [代門弟行]]
아, 슬프다. 서방대선(西方大仙)이 쌍림(雙林)에서 죽은 뒤로 우리 성교(聖敎 불교를 말함)가 발전이 없이 점점 허물어져 갔노라. 그러므로 첨포(薝葍)의 향기가 쇠하여 없어진 지 오래였고 제호(醍醐 술을 말함)의 진한 맛이 또 싱겁게 변하였도다. 이래서 망연한 우리 법계(法界)에 사람들이 어리석고 어리석어서 코가 막혀 냄새를 맡지 못하고 혀뿌리가 말라서 진액이 없도다. 그런데 이 폐단을 크게 구원하는 데는 우리 스님을 기다려야 했도다.
우리 스님은 비구(比丘)의 몸으로 말법(末法)의 세상을 당하여 위로는 부촉(付囑 서방대사 같은 이)을 안고 민망스러운 슬픔을 일으켜서 첨포의 향기로 하여금 다시 향기 나게 하고, 제호의 맛으로 하여금 다시 달게 하는 것을, 우리 공(公)이 시기를 응해 태어나서 높이 교화의 벼리를 베풀지 않았다면 이 책임을 맡을 이가 누구겠는가. 이것은 마치 요순(堯舜)의 도를 중니(仲尼 공자의 자(字))가 나와 기술한 것과 같이 성현이 시대를 달리하면서도 서로서로 부지하는 것과 같도다.
하늘에 닿는 물결이 있어야만 배를 삼킬 만한 고기를 수용할 수 있고, 부요(扶搖)의 바람이 있어야만 구름 같은 날개를 떠오르게 할 수 있는데, 하물며 여래(如來)의 법인(法印)을 짊어지는 것이 어찌 심상한 작은 힘으로 되겠는가. 공(公)은 기국(器局)의 영특하게 뛰어나서 삼장대교(三藏大敎)를 다 가슴에 쌓았고 미묘한 말을 드러내기를 마치 옥소리가 떨쳐지는 듯이 하며, 깊은 의미를 분석하기는 마치 얼음이 녹아지는 듯이 하니, 이것은 다 일반 사람으로서는 알지 못하는 것인데, 능숙하게 해석하여 홀로 얻었도다. 우리 종문에 투신하여 비로소 그 자취를 펴게 되어 높은 횃불을 가지고 어두운 곳을 비추어 주니, 후학들이 다 그 덕을 추앙하여 마치 배를 타고 바다에 들어가서 동서를 분간치 못하다가 홀연히 북극성을 바라보고 방향을 정하는 것 같도다. 그러나 난봉(鸞鳳)은 새장에다 묶어 둘 수 없는지라, 항상 스스로 멀리 구름에 날기를 생각하여 명검(名檢)을 벗어버리고 지팡이를 휘두르며 갔도다.
저 남쪽에 있는 백성들이 정법(正法)을 듣지 못한 것을 생각하여 이에 어두운 그 무리들과 함께 선업(善業)을 닦으려고 해서 수풀을 제거하고 암자를 지어 부처를 모시니 뭇사람들이 이것을 알고 돌아오는데, 서로 발굽이 닿을 정도로 이어졌도다. 위태로운 길에 나무를 붙들고 무거운 짐을 메고서 분연(紛然)히 모여들어 왔도다. 공(公)은 도가 넓고 그릇이 둥글어서 마음을 비워놓고 그들을 수용해 들이니, 깊은 산중에 한가히 앉았어도 이름은 천하에 퍼졌도다. 마음 가운데 쌓아 기른 것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남이 있으며, 그 사는 것은 멀고 궁벽한 골짜기를 가리지 않았으니, 이것은 대개 스스로가 그 법이 중(中)과 변(邊)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로다.
내 조그마한 마음을 미루어서 맣은 사람들에게 베풀어 미치게 하니, 기침하고 침뱉는 소리 하나만 듣더라도 그 누가 착한지를 알아 그리로 옮기지 않으리오. 아침에 사냥하는 사람과 또 고기 잡는 사람이 되었다가도 저녁이면 화해서 어진 사람이 되었도다.
사람들이 은택을 입은 것은 이 땅에 있어서 인연이 있는데 어찌 갑자기 죽어서 섶은 다 타고 불만 전하는고. 아, 슬프다. 베푸는 것이 진실로 넓으면 갚는 것도 반드시 두려운 것이므로, 공(公)의 죽음을 듣고 열군(列郡)이 통곡하여 멀고 가까운 사람들이 안목(眼目)을 잃은 것 같도다. 하물며 무상한 나에게 일찍이 숙인(宿因)을 맺어서 어릴 때부터 약을 주어가며 순순하게 잘 인도하였는데, 그 후 내가 스승 곁에서 떠남으로부터는 항상 그 광진(光塵)만 쳐다보았도다. 그래서 백리 길을 발이 부르틈을 무릅쓰고 찾아오려고 하였으나 강산이 아득히 막히고 끊어져서 만나지를 못하였도다.
그런데 지금 와서 슬픈 소식을 만리에서 받드니 눈물이 절로 내리는 것을 깨닫지 못하겠도다. 비통함이 지극한 것은 이루 말로써 다 못하겠나이다. 여기 한 글로써 붙이고자 하니 바람을 향해 흐느낌을 이기지 못하옵니다.
祭復源闍梨文 代門弟行 [林椿]
嗚呼。自西方大仙。影滅於雙林。吾聖敎墜而寢隳。故薝葍之香。久歇以衰。醍醐之味。亦變以醨。茫然法界。橫目蚩蚩。窒鼻觀而莫齅。燥舌根而莫滋。大救斯弊。其待我師。現比丘之身。當末法之時。上膺付囑。憫然興悲。使香返而復薰。味返而如飴。而微我公挺出應期。高張敎綱。任者爲誰。亦猶高舜之道。仲尼出而述之。聖賢異代。迭相扶持。有際天之濤。乃可容呑舟之魚。有扶搖之風。乃可負垂雲之翼。况乎負擔如來之法印。豈在尋常之瑣力。公之器局。英偉絶特。三藏大敎。盡貯胷臆。暢微言如玉振。剖奧義如冰釋。皆衆人之莫知。
乃熟解而獨得。投我宗門。始肄其迹。高然慧炬。以照昏黑。後學之流。皆仰其德。如乘舟入海。未辨東西。而忽望見其斗極。然而鸞鳳者。不可束之以樊籠。常自懷寥廓之雲飛。脫落名檢。振錫而歸。念彼南民。未聞正法。俯與群迷。同修善業。披榛結庵。謁于佛岬。庶類知歸。其踵相接。攀危輦重。紛然匝合。道博器圓。虛中以納。燕坐窮山。名落天下。蓄養於中。有過人者。居不擇乎遐陬僻邑。盖自知其法無中邊。推我方寸。施及大千。凡聆咳唾之一音者。孰不知善而必遷。朝爲獵夫與漁師。夕則已化而爲賢。繄含靈之蒙賜。在此土以有緣。何遽示於圓寂。乃薪盡而火傳。嗚呼哀哉。施之苟博。報則必篤。聞公之沒。列郡痛哭。遠邇之人。如失眼目。矧伊無狀。早結宿因。幼蒙發藥。善誘諄諄。自違方丈。徒企光塵。將百舍重趼而至。江山杳杳而阻絶。承哀萬里。不覺涕雪。痛之至者。言不能說。欲寄一辭。向風感咽。
김상서 신윤에게 제사지내는 글/임춘(林椿)
[祭金尙書莘尹文 代壻行]
생각하건대, 영령(英靈)은 고결한 품성이 뛰어나고 거룩한 절개가 당당하였으니, 봉이 되고 기린이 되고 별이 되고 구름이 되어서 일찍이 조정에 상서를 이루었고, 규(圭)와 같고 벽(壁)과 같고 금과 같고 부석과 같아서 일찍이 군자의 품위가 성대하였도다. 오래 경륜의 본뜻을 마음에 품었으나 재상의 높은 지위에는 오르지 아니했다. 어찌하여 이때에 삼공(三空)의 횡액이 있어서 하늘이 이 한 노인도 남겨두지 않았는고. 구렁에는 배가 옮겨가고 인간에는 칼이 풀렸도다.
혜 시중(嵇侍中)의 더럽힌 피를 임금이 애석히 여겨, 보관을 하고 소 태보(蕭太保)의 남은 원한은 뒷사람들이 많이 송사를 하도다. 학자들은 모범되는 이를 잃어버렸으니 아는 이들은 슬퍼하지 않는 이가 없구나. 아, 슬프다. 그 긴 원인과 짧은 원인은 고금 사람들의 의혹하는 바이니 안회(顔回)는 착하였어도 반드시 수를 하지 못하였고 도척(盜跖)은 악하였어도 오래 살았도다. 하늘이 사람에게 베푸는 것을 누가 능히 알 수 있다 하리오. 도의 흥하고 폐하는 것은 명(命)이니 다시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하물며 이 쇠한 세상을 만남에 있어서랴. 실상 이 영웅의 불행이로다.
아, 슬프다. 공(公)이 평생의 성품이 진실로 보통 사람과 달라서 영광과 고뇌의 교체와 어렵고 위태로운 즈음에 있어서 편안히 스스로 태연자약하여, 일찍이 말로 나타내지 아니하고 천명을 알아서 근심을 하지 아니하며, 다만 몸을 잊어버리고 난(難)을 극복해 나갔다. 그리고 훈(薰 좋은 풀)과 유(蕕 나쁜 풀)가 냄새가 다르니, 진실로 소인들이 용납할 바가 아니로다. 그러나 옥과 돌이 함께 타버렸으며, 어질고 어리석은 이를 구분하지 않았음을 탄식하는 바이니, 슬프게 이런 것을 생각할 때 어찌 비통하지 아니하리오.
내 용렬한 사람으로서 인척이 되어 치공(郗公 왕희지(王羲之)의 장인) 같은 밝은 식견을 욕되게 하였으니, 재주는 비록 왕희지(王羲之)에 부끄러우나 한유(韓愈)의 문장을 편집함에는 마음이 스스로 이한(李漢 한유의 문장을 편집한 이)을 사모합니다. 감히 맑은 술잔을 베푸노니, 내 정성을 흠향하십시오.
祭金尙書 莘尹 文 代壻行
惟靈。高標落落。偉節堂堂。爲鳳爲麟。爲星爲雲。早作朝廷之瑞。如圭如璧。如金如錫。蔚然君子之儀。久欝經綸之雅志。未升台輔之峻資。奈何時有三空之橫厄。天無一老之愸遺。壑底舟移。人間劒解。嵆侍中之汚血。上惜而留。蕭太保之餘寃。後多爲訟。學者失其矜式。有識莫不咨嗟。嗚呼哀哉。脩短之因。古今所惑。顔回善而不必壽。盜跖惡而亦得終。天之報施於人。孰謂能測。道之興廢也命。夫復何言。况於衰季之適遭。實是英雄之不幸。嗚呼哀哉。公之平昔。性固異恒。其於榮悴之交艱危之際。怗然自處。曾不形言。旣知命而不憂。但忘身而循難。且薰蕕異器。固非闒茸之所容。然玉石俱焚。可嘆賢愚之共貫。悵然念此。詎不痛歟。某謬以妄庸。忝聯姻戚。辱郗公之鑒識。才雖愧於羲之。編韓愈之文章。心自慕於李漢。敢陳泂酌。克享至誠。
녹사 이유량에게 제사지내는 글 이담지를 대신하여 짓다/임춘(林椿)
[祭錄事李惟諒文 代湛之作]
사람의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이 하늘과는 크게 다르도다. 어진 이에게 화를 주고 악한 이에게 복을 주며, 모진 이를 오래 살게 하고 어진 이를 일찍 죽게 하며, 세상이 다같이 싫어하는 사람은 나이를 빌려 주고, 세상이 다같이 오래 살았으면 하는 사람은 잠시도 연명을 해 주지 않는구나. 주고 빼앗는 것이 이와 같으니 누가 그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가. 이제 그대가 죽음에 더욱이 저 하늘이 원망스럽다. 생각하건대, 그대의 영발(靈拔)한 자질이 수염은 길고 이마는 넓으며 담(膽)은 몸보다 컸다.
본래 이러한 소양이 있었으므로, 청춘에 부귀하기를 친구들은 바란 것이었다. 내가 어릴 때에 동무들 사이에서 그대를 알았노라. 나이는 나보다 적지만은 기력은 바야흐로 장하였는데, 어찌하여 한 번 자리에 눕자 갑자기 죽어 나보다 먼저 갔는가. 부고를 들은 저녁에 내 몸을 잃어버린 것 같았도다. 밥을 먹으려 하니 목이 메여 마음이 창망(悵惘)하였도다. 평생에 좋은 그 의(義)는 황천(黃泉)에까지 통하겠으나, 어찌 다시 서로 보고 손뼉치며 웃고 말할 수 있겠는가. 훗날에 술을 대할 때 반드시 유창(劉昶)을 생각할 것이다. 먼 지역에 사신갈 때가 임박하여 장사에 가지 못하고, 이 잔을 드리니 부디 와서 이 술을 들고 잊지 말구려.
祭錄事李惟諒文 代湛之作
人之好惡。大異於天。禍仁祐賊。壽虐夭賢。世所共猒。或假之年。欲其久存。晷刻莫延。與奪如是。孰主其權。今子之死。愈怨蒼然。念其英拔。長鬣廣顙。膽大於身。素有蓄養。靑春富貴。士友所望。幼年識子。於其輩行。歲則少我。氣力方壯。一卧遽蛻。奄爾先往。聞訃之夕。若己之喪。方食哽唾。於心悵惘。平生之好。義貫黃壤。豈復相見。笑談抵掌。他時對酒。必憶劉昶。臨使絶域。末由會葬。奠此一巵。來擧勿忘。
황보원에게 제사지내는 글 아버지를 대신하여 행하다/ 임춘(林椿)
[祭皇甫源文 代父行]
영기(靈奇)한 성품은 하늘이 사사로이 준 것인데, 성취하기를 탐내어 싫어하지 않으면, 이치가 반드시 위태롭고, 정직한 도는 음귀(陰鬼)가 미워하는 것인데 몸소 행함을 과단스럽게 하면 마땅히 능멸함을 받고, 탁절(卓絶)한 명예는 중인이 시기하는 것인데 아주 일찍이 얻으면 마땅히 꺾어짐을 보는 것이니, 이 세 가지가 모두 너에게 있으니 뉘 그 죽음을 자취(自取)가 아니라고 하겠는가. 만약 노둔하고 무능하였다면 어찌 일찍 그 허물에 걸렸겠는가. 그렇지 않고 세상을 구제하겠다는 뜻을 품었는데 그 이익이 사람들에게 미치지 못하였으며, 뛰어난 재주가 있었는데 마침내 귀양가서 죽었으니, 이것은 충성을 안고 신의를 싸서[裹] 독이 골수에 맺힌 것이다.
생각하건대 너의 꽃다운 자질이 문호(門戶)를 빛낼 만하였는데 도리어 폐출(廢黜)을 만났으니, 이제 다시 문호의 누(累)가 되었구나. 뜬소문은 바른 사람을 모함하는 것인데 이를 안찰(按察)하는 자가 사실을 밝히지 않아서 마침내 죄를 받았구나. 망망(茫茫)하게 깊은 바다를 너에게 넘어가라 하고, 높이 솟은 산을 너에게 가라 하였으니, 네가 병을 얻은 것을 다 의심하리오. 근심이 마음에 발하고 종기가 살갗에 침노하는데, 멀어서 형제가 없고 의원과 무당을 구하다가 하루저녁 사이에 죽음에 이르렀으니, 천도(天道)가 무지(無知)하여 차마 이렇게 잘리고 도륙되었다.
내가 장차 이 원통함을 가지고 임금 계신 곳에 부르짖으려 하였더니, 이 마음을 이루지 못하고 문득 다른 지역에서 떠나가게 되었도다. 부고를 처음 듣고 목숨이 끊어졌다가 다시 살아났다. 꿈이 생시 같으니 과연 이것이 사실인가. 생각하건대 조물주의 하는 일이 크게 후박이 고르지 못하구나. 복은 간악한 사람에게 주고 화는 곧은 사람에게 베풀어서 너로 하여금 마침내 귀양가서 죽게 하였으니, 천하의 말을 다해도 그 슬픔을 펼 수 없고, 해내(海內)의 입을 다해도 그 원통함을 하소연할 수 없구나.
저 귀하고 또 오래사는 것이 어찌 선악에 있다 하겠는가. 내가 보니 궤탄(詭誕)한 사람은 다 영화롭고, 완악한 사람은 오래 살더라. 이런 것들은 너에게 부끄러울 것이니 나는 마땅히 너를 하례하고 조상하지 아니하노라. 부끄럽도다. 내가 높은 선비가 아니어서 정이 네게 쏟아지는구나. 항아리에 있는 술을 손으로 따라서 부어 놓는다.
祭皇甫源文 代父行
靈奇之性。上天所私。貪取不猒。理必以危。正直之道。陰鬼是憎。躬行必果。合受其凌。卓絶之譽。衆人乃猜。得之大早。宜見其摧。惟此三者。皆汝所有。孰謂其亡。靡不自取。若魯鈍而無能。胡夙離夫厥咎。不然抱濟世之志而利不及人。有拔萃之才而卒以謫死。包忠裹信。毒中骨髓。念汝英英。門戶所寄。反遭廢黜。今復爲累。飛文之謗。正人之誣。按驗不實。終抵罪辜。溟海茫茫。而以汝踰。群山屹屹。而以汝徂。汝之得疾。復何疑乎。幽憂發內。瘇氣侵膚。遠無兄弟。求醫謁巫。
一夕之間。以致云殂。天道無知。忍此剪屠。我將訟寃。叫于帝居。此心未遂。遽棄異區。始聞其訃。絶而復蘇。夢如平生。果有果無。惟造物之所爲。大不均乎厚薄。福則必加乎姦回。禍則必施乎蹇諤。使汝之身。乃終流落。窮天下之辭。無以宣其哀。盡海內之口。無以訴其虐。彼貴而且壽。豈在善惡。吾見夫詭誕皆榮。冥頑亦老。固汝所恥。宜賀不弔。愧非上士。情鍾我輩。有酒在壺。手斟以酹。
이추밀에게 제사지내는 글 사위을 대신하여 행하다/임춘(林椿)
[祭李樞密文 代壻行]
생각하건대, 영령은 청운(靑雲) 위의 손이요, 사롱(紗籠) 가운데 사람이로다. 본래 도의의 연원을 규찰(窺察)하였고 깊이 고금의 치란(治亂)에 통달하였다. 대갱(大羹 소박한 음식)과 현주(玄酒 물을 말함)는 한(韓) 정승의 웅문(雄文)이요, 자전(紫電)과 백홍(白虹)은 장공부(張工部)의 일기(逸氣)로다. 일찍 스스로 구중(九重)에 계신 임금에게 알려서 높이 일대의 종신(宗臣)이 되었도다. 발탁되어 요긴한 지위에 앉아서 병권을 총괄하고, 겸하여 예위(禮闈)를 맡아 선비를 뽑았도다.
황각(黃閣)에 맑은 바람은 만고에 한결같이 부니 거룩한 경세(經世)의 공명이요, 옥잠(玉簪)과 주리(珠履)가 3천 인이니 문하에서 나온 영준(英俊)들이로다. 요사이 삼태성(三台星)이 변(變)을 고하였으니, 이수(二竪 병을 말함)에 걸려 고치지를 못하였도다. 임금의 권애(眷愛)가 깊었으니 실로 성지(聖知)를 만세에 만났고, 임금의 말씀이 심히 친밀해서 나로 하여금 누워서 6군(六軍)을 보호하게 하였도다. 이는 대개 국운이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에 더욱이 노성한 이에게 맡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 것이로다. 그때 사람들이 탐경(貪競)을 바로잡고자 하여 여러 번 상소를 하며 아뢰었도다. 나라를 근심함이 심히 깊었으나 나이가 많아 물러나왔도다.
공을 이루어 이에 처하지 않고 물러나와서 녹야당(綠野堂 당 나라 배도(裵度)의 집)에 놀더니, 죽어서 신선되어 문득 낙천원(樂天院)에 돌아가는구나. 어진 이가 반드시 수한다고 하였는데, 어진 이가 죽는 것은 어찌된 일인가. 하늘이 나이를 더해주지 아니하니 사람들이 모두들 통탄을 하는구나. 이것은 백성들이 복이 없음이라 누가 내 나라가 병이 났을 것이라 하겠는가.
구준(寇準)과 같이 충직하고 현명한 이도 스스로 염라대왕(閻羅大王)이 교대하여 가고, 이하(李賀)같이 재주와 덕망이 있는 이도 반드시 상제가 불러가는구나. 외로운 무덤이 솟으니 송백(松柏)이 이미 생겼고, 현각(賢閣)이 고요하니 티끌만 가득 찼도다. 돈을 주어 장사를 하게 하니 군왕(君王)이 후하게 경영해 줌이요, 집을 이룰 수가 없으니 처자가 차고 군색함을 면하지 못하는구나. 선비들은 산이 무너졌다고 탄식을 하고 백성들은 거리에서 슬피 울도다. 하물며 나같이 용렬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인척관계에 있음에서랴.
용(龍)과 범이 가고 없어 여우들만 춤을 추니 공연히 영숙(永叔)의 평생이 생각나며, 해처럼 빛나고 옥처럼 깨끗하여 소(韶)와 균(鈞)의 풍악이 울리니, 눈물을 흘리며 창려(昌黎)의 유고[遺草]를 안고 있네. 아무리 슬퍼도 이만큼 슬플 수 없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죽음을 대신할 수도 없겠구나. 감히 스스로 정성껏 비박한 음식을 베풀고 울부짖으며 땅에 엎드려 영원한 이별을 아룁니다.
祭李樞密文 代壻行
惟靈。靑雲上客。紗籠中人。素窺道義之淵源。深達古今之理亂。大羹玄酒。韓丞相之雄文。紫電白虹。張工部之逸氣。早自結九重之知己。魁然爲一代之宗臣。擢居樞要而揔兵。兼典禮闈而取士。黃閣淸風一萬古。偉哉經世之功名。玉簪珠履三千人。藹爾出門之英俊。頃者星將三台而告變。病纏二竪以莫瘳。上眷方深。實遇聖知解於萬世。綸言甚密。使爲朕卧護於六軍。蓋由運命之艱難。益重老成而圖任。方欲矯時流之貪競。故屢飛懇奏以敷陳。憂國雖深。引年而去。功成不處。方退遊於綠野堂。尸解而仙。遽促歸於樂天院。謂仁者之必壽。何哲人之其萎。天不假年。人皆爲痛。乃是蒼生之無福。孰云吾國之有瘳。冦準忠明。自有閻羅之交代。李賀才德。必爲上帝之召歸。孤墳峙兮松栢已生。賢閣閑兮塵埃空鎖。賜錢備葬。君王厚爲之辦營。無宅起樓。妻子未免於寒窘。士起山頹之嘆。民多巷哭之悲。矧是庸愚。忝聯姻戚。龍移虎去而狐狸舞。空懷永叔之平生。日光玉潔而韶鈞鳴。泣抱昌黎之遺草。何嗟及矣。如可贖兮。敢自力於悃誠。特用陳於菲薄。長號伏地。一訣終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