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뺨기러기. 따개비 거위(기러기)라고도 불린다.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발트해 주변 등 주로 북대서양에서 번식한다. 수초나 해초, 풀밭의 풀을 먹는 채식이다. 이들은 북극여우와 북극곰 등의 천적을 피하기 위해 높은 절벽에 둥지를 짓는데, 이곳에서 태어난 새끼들은 부화한 후 며칠 안에 아래 풀밭에서 사냥하는 부모를 만나기 위해 절벽에서 뛰어내린다. 부모는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방법을 알려주고 절벽 아래에서 새끼를 부른다. 새끼는 본능에 따라 부모를 만나러 뛰어내린다. 새끼는 작은 크기와 가벼운 무게, 깃털 같은 솜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절벽에서 떨어질 때의 충격을 흡수한다. 하지만 모두 안전하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많은 수가 충격으로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다. 북극여우는 이 시기에 거위가 내는 소리를 쫓아와서 죽거나 다친 새끼 기러기를 포식한다. 또한 살아남아 안전하게 부모를 만난 새끼도 북극여우의 목표가 된다. 그래서 흰뺨기러기의 새끼는 태어난 후 첫 달을 무사히 넘길 확률이 50%밖에 되지 않는다. EU에서 지정한 보호종으로 흰뺨기러기를 사살한 경우 336유로의 벌금과 새를 죽인 도구(총기)를 반납해야 한다.
여담으로 따개비 거위라는 이름이 붙은 데는 재미있는 유래가 있다. 중세 영국인들은 해마다 겨울이면 떼를 지어 나타나는 거위 비슷하게 생긴 새를 보고 의아해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이들의 둥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중세 영국인들은 해변에 널려 있는 따개비(barnacle)의 색깔과 비슷한 것을 보고 이 새들이 따개비에서 생겨난다고 믿었다. 그래서 흰뺨기러기의 영문명은 'barnacle goose'가 되었고, 따개비의 일종인 민조개삿갓의 영문명은 'goose barnacle'이다. (참고로 거북손의 영문명은 Japanese goose barnacle이다.) 이러한 믿음은 18세기까지 이어졌는데, 케리 카운티에서는 비교적 최근까지 사순절 기간 동안 고기를 먹지 않는 가톨릭 신자들이 이 새는 물고기로 여겨서 계속 먹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