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화(tableau spirituel)’란 무엇인가?
저의 파리1대학 미대 석사학위 주제는 ‘영성화란 무엇인가?’하는 것입니다. 아직 한 번도 한국에서는 이를 소개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에서는 이러한 종류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없고, 또 학계에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었지요. 게다가 저의 주 전공이 철학이니, 사람들이 신뢰를 할 것 같지도 않아서...
영성화란 통속적으로 말하면 ‘현대의 성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과거의 성화가 ‘이콘(Icon)’이라는 상징적인 그림 혹은 개념적인 그림이라고 한다면, 영성화는 보다 실제적이고 리얼리티에 바탕 한 혹은 리얼리티를 함께 가지는 ‘상징적그림’ 혹은 ‘개념적 그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날 가톨릭 미술계에서 ‘성미술’이라는 것을 전시하곤 하는데, 이는 ‘영성화’에 비하면 여전히 ‘상징적인 그림’의 경향이 강하고, ‘이콘’이라는 과거 성화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지요. 한 마디로 '리얼리티'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석사학위 논문 중 ‘영성화(tableau spirituel)’의 개념을 가장 보여주는 한 부분(111페이지) 내용을 소개해 드립니다.
아래 박스 안 내용은 위 석사논문 내용을 그대로 번역한 것입니다.
예를 들면, 한 성인의 얼굴을 통해 주체(화가)는 신성함(거룩함, sacré), 명상, 신비, 깊이 등의 개념에 접근해 간다. 그리고 하나의 일반적인 의미에 있어서, 영적인 그림(영성화, tableau spirituel) 안에서의 인격(le personnage)은 행위(내적인 운동) 중에 있으며,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이 인격은 구체적인 상황 속에 있으며, 영적으로 혹은 내적으로 역동적인 운동 중에 있다. 자율적인 초상화(portrait autonome)에서 목적은 한 인격에 대한 주체(화가)의 ‘인상’을 제시하는 것이며, 그 이상이 아니다. 반면 영적인(성화적, iconique) 그림 안에서 목적은 다만 한 주체의 인상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념(관념, idée)을 다시 말해 ‘인상’ 속의 ‘본질적인 것’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따라서 ‘자율적인 초상화’는 ‘절대적 그림(tableau absolu)’이라고 부르는 것과 매우 가까이 있으며, 영성화(성화적 그림)는 사람들이 ‘개념적 그림(개념화, tableau conceptuel)’라고 부르는 것과 매우 가까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림 : 지옥 속에서의 모성적 눈길 – 성녀 에디트 슈타인] (흰 천 위에 먹 / 56 * 76cm) * 여기서 지옥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지칭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둘 사이의 –공통점인 혹은 공통점이 될 수 있는– 공통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두 종류의 초상화 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 그것은 한 개인의 영혼을 제시(표현)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E. Pommier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예술이여, 너는 특성(caractère)과 정신(esprit)을 제시 [effingere, 결과를 낳다, 묘사하다, 산출하다, 표현하다, 실행하다] 할 수 있는가? (만일 그럴 수 있다면) 이러한 그림보다 더 아름다운 그림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에두아르 포미에, 『초상화의 이론, 르네상스에서 계몽시대까지』, 파리, 갈리마르, 1998., p. 55.] |
|
요건 파리 1대학(판테옹 솔본느) 미대 석사논문 표지이고요...
논문 중에 삽입되었던 저의 그림(에디트 슈타인)은
현재 제 연구실에 걸려 있습니다.
논문 중 삽화로 넣은 '영성화' 중 대표적인 3명의 초상화는
'아빌라의 데레사 성녀' '리지외의 데레사 성녀'
그리고 여성철학자이자 성녀인 '에디트 슈타인'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