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구의 갈대밭에 쌀쌀해진 물의 겹겹들이 든다 물은 밀리고 밀려와서 아래로만 흐르는 존재들 같지만 스스로 잠을 청하러 갈대밭에 들기도 한다 자박자박은 스스로 드는 물소리고 두덕두덕은 갈대밭이 물 갈피를 여며가는 소리다 좀체 바닥을 드러내지 않는 수심은 뿌리들의 집이어서 한 움큼 모아져야 가뭇가뭇 흔들리는데 둑과 둑 사이 넘나드는 물소리를 들치면 구부정한 허리가 보인다 한 걸음 한 걸음 시침하듯 땅을 꿰어 놓은 들녘 여름 내내 물을 빨아들였음에도 엮으면 바짝 마른 것들이 되는 갈대 아버지는 만 평 물의 잠을 돌보고 속이 비어 가벼운 것들로 줄줄이 남매를 엮었다 휘어지고 늘어지며 유유히 마른 꽃 피우는 것들 햇빛과 달빛이 한 대궁에서 마른 그 한 묶음을 추스르는 아버지 물은 오래 잠들어 있으면 버석거리는 소리를 낸다고 쏟아질 것 같은 물의 귓속말을 단단히 묶는다
- 제3회 <해동공자 최충문학상> 당선작(대상)
◆ 시창작 Tip
● 시를 잘 쓰는 몇 가지 방법
* 사물을 깊이 보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른다. 통찰하는 직관력 * 머릿속에 떠오른 추상적 관념을 구체화할 수 있는 이미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 이미지들을 연결하기 위하여 구체적인 정서의 구조화가 필요하다. 추상적 관념을 이미지로 만들고 정서를 체계화하기 위하여 ‘객관적 상관물’을 찾아내야 한다. * 주제를 깊이 감추고, 모든 것을 다 말하지 말고 절반은 비워둬라. 나머지 상상력은 독자의 몫이다. * 행간을 읽어가는 상상력의 즐거움을 제공하라. * 시의 주제는 읽고 나서 독자의 머릿속에서 떠오르게 감추어라 * 유형화된 기성품이나 유통언어를 철저히 배격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