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140) 조조의 관도 출전
조조군의 출병은 즉시 이루어졌다.
출발을 기다리는 군사들 사이를 걸어가며 조조가 아들 조비를 불렀다.
"비야."
"네."
"팔천 노병만으로 허도를 능히 지킬 수가 있겠냐?"
조조는 염려를 담아 물었다.
그러자 조비는,
"염려 마세요!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
하고, 자신감 넘치는 대답을 하였다.
그리고 이어서,
"팔천 군사도 많은 게지요."
하고, 말하는 게 아닌가?
그러자 조조가 조비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
"어째서?"
"원소가 여기까지 넘볼 겨를이 없겠지요."
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조조는 걸음을 멈추고 조비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대답한다.
"그래! 순욱에게 잘 배우면 크게 될 것이야."
조비가 아버지 조조에게 호신용 장도(長刀)를 바치며 대답한다.
"알겠나이다."
조조는 장도를 받아들고 군사의 앞으로 나아갔다.
뒤따르던 순욱이 조조를 불러 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승상! 원소군은 별것 아니나 군량은 두렵지요. 원소는 군량 이백만 섬을 준비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보름치 뿐이니 전쟁을 끌어서는 안됩니다."
순욱은 다른 병사들이 듣지 못하도록 염려를 담은 어조로 조조에게 말하였다.
"전쟁때 마다 군량이 항상 걱정이더니 이번에도 그렇군!"
조조는 쓸쓸한 대답을,
"보름안에 반드시 끝내야지!"
하고, 희망과 의지를 담은 말로써 순욱에게 내뱉고 수레에 올랐고, 순욱은 허리를 굽혀 예를 표하였다.
조조는 본군을 이끌고 관도 벌판을 향하여 진군하였다.
이렇게 조조가 이십만 대군을 이끌고 관도 벌판을 목전에 둔 때에, 조인이 달려와 아뢴다.
"승상! 관도까지 이십 리 남았습니다. 원소군은 그곳에 진영을 쳤습니다."
"원소군의 포진 방향은 어디더냐?"
"서쪽을 등지고 쳤습니다."
"알았다. 원소와 차 한잔 할 터이니 관도 입구에 진을 치고 준비해라."
"네."
"허저, 장료!"
"네!"
"철기병 사만으로 원소군 후방을 습격할 준비를 하라."
"예!"
"하후돈, 하우연!"
"예!"
"벽력전차 부대로 중군을 지켜라!"
"예!"
"조홍, 악진!"
"예!"
"장창 부대로 선두에 서라!"
"예!"
"서황, 우금!"
"예!"
"궁수부대로 적군 진두를 공격할 준비를 갖추라!"
"예!"
조조의 명령은 일사분란하게 이어졌고, 명령을 받은 장수들은 각자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흩어졌다.
관도 벌판 반대 족에서는 이미 원소가 접근해 오기 시작하였고 그 끝에는 조조군이 진을 치고, 방어막을 형성하고 있었다.
얼마후 원소가 대군을 이끌고 조조의 진영이 바라보이는 곳 까지 진출하였다.
그리하여 원소가 조조의 진영을 바라보니 벌판 한 가운데는 못 보던 햇빛 가리개가 쳐있고, 그 아래에는 조조가 의자를 가져다 놓고 등을 기대고 한가로이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이를 바라보는 원소와 허유가 의아해 하고 있을 때, 조조군에서 전령이 말을 달려 다가온다.
"조승상께서 차 한잔 대접하신다고 합니다."
전령은 말을 전하고 말을 돌려 자기 진영으로 돌아가 버렸다.
원소는 전령이 전한 조조의 <차 한잔 대접하겠다>는 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그러자 허유가,
"주공! 조조란 자는 워낙 간사한 놈이니 상대하지 마시고, 즉각 공격 명령을 내리십시오! "
하고, 말했다.
그러나 원소는,
"아닐세! 오늘의 전투는 사서에 남아 후세에 남을 텐데, 위엄있는 우리의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고, 잠시 뒤에는 조조의 목을 칠 터이니, 뭐가 급해서 당장 공격을 하겠나? 궁수 부대는 잠시 대기시키라! 곧 죽을 놈이 뭐라는지 들어보고 싶구나. "
원소는 여유를 갖고 수레에서 내려 조조를 향해 걸어나갔다.
"조심하십시오. 긴장을 풀지 마시고..."
허유는 원소의 등 뒤에다 대고 걱정의 말을 하였다.
조조는 원소가 단신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자 자리에서 일어나 맞는다.
"본초 형님! 별고 없으시오?"
조조가 예를 표하며 물었다.
"신경 써 주어 고맙네."
원소의 대답은 짧고 간결했다.
조조가 원소가 앉을 의자를 자신의 소매 깃으로 털며 말한다.
"형님! 앉으시오."
조조의 이같은 모습을 보고 원소가 입을 연다.
"조정의 승상이 어인 겸손인가?"
"헤헤헤... 제가 무늬만 승상이지 다들 역적으로 몰지요, 헤헤... 연장자 공경은 기본입죠! 않으세요!"
조조는 너스레를 떨면서 원소가 자리에 앉을 것을 권했다.
" 응! 고맙네!"
원소가 자리에 앉자, 뒤이어 조조도 자리에 앉으면서 자연스레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조조는 원소를 향하여 어줍은 웃음을 보이며,
"헤헤헤...우리 두 사람의 인연과 사연도 참 깁니다. 어릴 적부터 친밀했지요. 그 시절 형님을 따라 낙양성을 누비며 낮에는 사냥을 하고 밤에는 함께 재미도 보고, 정말 재미있는 나날이었소. 그래서 이따금씩 사람도 나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소."
하고, 말했다.
그러자 원소가,
"그런 짓거리들이 입 밖으로 나오는가?"
하고, 힐난하는 어조로 대꾸한다.
그러자 조조가,
"참, 형님도... 어린 시절의 일이야 누구든지 우리 같지 않겠습니까? 헤헤헤... 그런 좋은 시절을 다 보내고 이제는 조정의 중신이 되서 여러가지 일에 시달려야 하니 그 시절이 꿈같은 거죠."
하고, 말하자 원소는,
"이보게 맹덕! 옛 일을 들추러 온거 아니네. 할 말 있으면 어서 하게. 내 군사들이 좀이 쑤셔하거든."
하고, 위압적인 어조로 조조를 닥달하는 말을 토해 내었다.
그러자 조조는 헛웃음을 켜며 말한다.
"허허헛!...어인 말씀을요...형님! 칠십만 대군을 몰고 오시다니, 참으로 현명하게 잘 왔소."
"흐흥! 무슨 뜻인가?"
"이 전투를 5년 후에 했더라면, 분명 내가 승리하오!"
조조는 손가락 다섯개를 원소에게 펴 보이면서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허나 지금은 ...난 솔직히 형님의 적수가 못 되오."
하고, 머리를 흔들며 말하였다.
그러자 원소가 자신감이 넘치는 어조로 대꾸한다.
"허허허헛!...내 진작 결과를 예상했는데 왜 5년이나 기다리겠나? 맹덕! 승패의 갈림을 알고 있다면, 차라리 나에게 투항하게. 애먼 자네 군사 수 만을 죽이지 말고! "
"형님! 내 성격을 잘 알잖소! 곧 죽어도 투항은 못 한다는걸 ..."
조조가 고개를 흔들며 말하자 원소가 자리를 차고 일어서며 외친다.
"그럼, 잡소리는 집어쳐! "
조조가 즉각 대답한다.
"아아, 형님! 투항은 원치 않지만...형님과 화친은 하고 싶소."
"화친이라?"
원소는 지금까지 와는 다른 어조로 물었다.
그러자 조조는,
"내가 형님께 비는 셈 치시던지.. 어쨌든 좋을대로 하시오. 예?"
그러자 원소가 조조를 내려다 보며, 조조를 어린 시절의 똘만이 아명(兒名)으로 부르며 말한다.
"이보게, 조아만! 그 세치 혀로 나를 현혹해서 철수 시키겠다? "
"으으음!... 아뇨 ,아뇨... 속이다니오, 화친이래두요! 형님, 지금 당장 철수하시겠다면, 기꺼이 ...형님께 서주를 내드리고, 난 달랑 연주만 챙겨, 영원히 형님과 싸우지 않겠다고 맹세하겠소."
원소는 그 말을 듣고, 수염을 내리 쓸으며 물었다.
"지금 한 말은 진심인가?"
"하모, 하모!.. 진심이다 마다요! 형님께 내 진심을 보여드리기 위해 특별히 화친 선물도 준비한 걸요! 자, 보시오!"
조조는 앉은 채로 몸을 돌려 자기 진영을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그러자 원소는 조조가 가르키는 방향을 쳐다보다가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조가 가리킨 곳에는 천자 유협이 수레에 앉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엇?"
원소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조조에게 따지듯이 말했다.
"화친 선물이란 것이, 한나라 천자라고?"
"걸맞지 않소?"
조조는 원소의 대꾸가 의외라는 듯이 되물었다.
그리고 이어서,
"형님이 바라던 선물이 아니오? 지금이라도 철수하겠다면 천자까지 데려가시오. 그래서 장차 조정은 기주에 있고, 천자를 끼고 천하의 제후를 호령할 분은 형님, 원대장군이 되는거요. 어떻소!"?
원소는 잠깐 생각에 잠기며 대답을 주저하였다.
그러자 조조는 천자의 수레쪽을 가르키며,
"나 한테는 천자가 부담이오, 형님이 더 강하시니, 날 치려하겠지만, 천자가 형님 손에 있으면 아무도 못 건들지 않겠소? 그렇게 된다면 솔직히 말해 형님이 황제와 다를 게 뭐요? 역적 누명도 안쓸 테고...그리고 당장 관직을 원치 않더라도, 앞으로 언제든지 형님 손으로 황제를 폐위시킬 수도 있잖소?"
황제 유협은 전쟁터 한복판으로 자신을 끌고온 조조의 속셈을 두려워하며 수레 안에서 떨고 있었다.
또한, 자신이 조조와 원소 사이에서 거래물로 취급되는 것도 짐작하고 있었다.
원소가 조조의 질문에 대답을 주저하자 조조가 원소의 결심을 촉구한다.
"자, 형님! 어떻소이까, 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