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타트가 안 좋아
소매치기 절도는 대개 서너 명이 팀워크를 이루어 수행한다. 피해자의 주위를 둘러싸고
피해자의 신경이나 주의를 분산시키는 바람잡이가 있는가 하면, 외부인의 시선을 차단하는
시선 막이, 실제 물건을 훔쳐내는 일꾼, 이를 총괄 지휘하는 사장 등으로 역할이 분담된다.
그러나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소매치기 김번개는 팀워크를 비웃고 언제나 단독으로
해낸다.
어느 날 아침 지하철이라는 일터로 출근한 그가 어느 꺼벙한 중년 신사를 대상으로 점찍었다.
그는 중년 신사에게 접근하여 번개같이 양복 안주머니를 뒤졌는데, 그 신사의 주머니 속엔
지갑이 없었다. 그는 "오늘은 스타트가 안 좋은데...." 하고 다음 칸으로 이동하다가 지하철
범죄 수사단에 체포되었다. 그에게 절도죄가 성립되는가?
① 처음부터 목적 달성(=결과 발생)이 불가능하므로 무죄.
② 일단 절도의 실행에는 착수했으므로 절도의 장애 미수.
③ 결과 발생은 불가능했으나 행위 자체가 결과 발생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처벌되는 절도의 불능 미수.
④ 절도 행위의 준비가 있었으므로 절도 예비죄.
정답
③ 결과 발생은 불가능했으나 행위 자체가 결과 발생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처벌되는 절도의 불능 미수.
설명
가령 살인죄의 고의로 대상자에게 설탕을 독약인 줄 알고 복용시킨 경우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행위자는 처벌한다. 왜냐하면 비록 설탕을 독약으로 착각했어도 결과 발생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행위자가 실행에 착수했으나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해 결과 발생이 불가능했더라도
법률적 관점에서 위험성이 있다고 평가되어 처벌하는 미수범을 '불능 미수'라고 한다.(결과 발생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는 '불능범'이라고 한다.)
설탕을 독약으로 착각하고 투입한 경우나 치사량 미달의 독약을 치사량인 줄 알고 투입한 경우는
'실행 수단의 착오'이고, 시체를 살아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발포한 경우 또는 빈방인데도 사람이
있는 것으로 오인하고 살해 의사로 발포한 경우는 '대상의 착오"에 해당한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위험성이 있다고 볼 것인가? 이에 관해서는 학설이 분분하나 '행위
당시에 행위자가 인식한 사정을 기초로 하여 일반인의 입장에서 볼 때 결과 발생의 위험성이 있으면
미수범이고 없으면 불능범'이라는 견해가 제일 유력하다.
불능 미수도 다른 미수범과 마찬가지로 미수범의 처벌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되나, 다만 그
형만큼은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결론
소매치기가 피해자의 양복 주머니에 손을 넣었으나, 즉 실행에 착수했으나 때마침 피해자가 그 주머니에
지갑을 넣어두지 않음에 따라, 절취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경우도 절도의 불능 미수에 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