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

[자비화]

경기도에 위치한 까닭에 수도권을 위한 근교여행지가 아닌가 의심스럽다면 반드시 알아둬야 할 사실이 있다. 안성은 동(東)으로는 이천시, 서(西)로는 평택시, 남(南)으로는 충청북도 음성군과 충청남도 천안시, 북(北)으로는 용인시와 가깝다. 즉, ‘서울의 근교’에 국한된 지역이 아니라 남부 지역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을 갖췄다는 뜻이다. 오죽하면 연암 박지원은 『허생전』을 통해 ‘경상, 전라, 충청 3남의 물화가 모여 서울로 이송되는 길목’으로 일찍부터 점 찍어 뒀을까. 안성이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접근하기 좋은 교통의 요지라는 것은 조선시대에 흥했던 ‘안성장’만 봐도 대번에 드러난다.

문헌을 살펴보자. 황석영의 『장길산』에서는 안성장을 두고 ‘삼남과 경기의 장사꾼들이라면 안성을 제집 드나들 듯 하지 않은 자가 없었다’고 언급했고, 이중환은 『택리지』에 ‘안성은 경기도와 호서지방 해협 사이에 위치하여 화물이 수용되고 공인과 상인이 모여들어 한남의 도회가 되었다’고 기록했다. 당시 안성장(安城場)은 대구, 전주에 이어 조선 3대 시장으로 손꼽혔다니 그 번화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것. 기실 ‘서울보다 둘이 더 많이 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고 한다. 예로부터 사통발달의 급소로 이름났던 안성의 명맥이 변할 리가 있겠는가. 지금도 안성은 당신이 머문 곳 그 어디라도 근교가 될 준비를 끝마쳤다.

아직도 때만 되면 각지 사람들이 몰리는 안성장의 풍경은 재래시장의 푸근함을 안겨준다. 안성 6대 특산품인 포도, 배, 햅쌀, 한우, 인삼, 유기로 유명하며 장터국밥의 구수한 맛 또한 별미다.

• 소재지: 경기도 안성시 서인동 13 주변
• 장 서는 날: 매월 2일, 7일, 12일, 17일, 22일, 27일

문화와 예술에 대해 그 누가 쉽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때로는 시대와 맞아떨어져 큰 호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많은 것들이 어둠에 가려져 있을 지도 모른다. 혹은 눈에 띄는 선명함으로 박수 갈채를 받기도 하지만, 은근한 불에 오래 우려야 제 맛이 나는 사골처럼 아직 숙성 중일 수도 있다. 안성 역시 그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 가능하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변방에서 꿋꿋이 문화와 예술을 오래 품고 있다가 이제야 발화하는 씨앗과도 같은 곳이기 때문.

개화기를 건너갈 당시만 해도 핍박 받는 종교였던 천주교가 ‘성지’라는 단어로 존중을 받고 있기도 하고, 한옥과 양옥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성당이 근대문화유산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보다 훨씬 이전에 한반도를 호령했던 사찰의 위용도 공존함은 물론이다. ‘문화재’로 등극한 전통무용 향당무와, 그때로선 천하디 천한 신분인 남사당패의 재주가 안성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되었는가 하면, 현대무용가로 이름을 떨치는 홍신자의 무용단이 둥지를 튼 곳이기도 하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공예가 집단 거주지로서 곳곳에 유리와 금속공예 체험장이 포진해 있지만, 변하지 않는 가치로 큰 사랑을 받는 유기의 본고장 또한 바로 이곳이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탈피해 자연과 문화를 가

르치는 대안문화학교 달팽이가 관심을 받음과 동시에, 조선시대 유교문화를 상징하는 죽산향교와 안성향교를 살뜰히 보살피기도 한다. 이처럼 머나 먼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문화예술이 호황기를 맞은 안성. 그곳에서 밀려오는 감성의 바다에 흠뻑 빠져보는 건 어떨까.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구포동성당은 안성성당이라고도 불린다.
한옥의 재료인 목조기둥, 서까래, 기와 등을 재료로 썼으면서도 서양 건축양식을 따른 점이 특이하다. 경기도기념물 제82호로 지정됐다.

• 소재지: 경기도 안성시 구포동 80-1
• 문의전화: 031) 672-0701

고려의 창업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국찰로서 지난 1966년 공사 도중 유물이 발견돼 그 가치를 재조명 받기 시작했다. 허나 절은 사라지고 터만 남아 있어 아쉬움을 전해준다.
대신 칠장사로 옮겨진 고려 오층석탑과 신라 말 석불입상, 동으로 만든 징과 북 모양의 반자는 모두 국가에서 지정한 보물. 안성이 성대한 불교문화의 전적지라는 것을 입증하는 셈이다.

• 소재지: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죽산리 148

경기도무형문화재 제34호인 안성향당무. 임금의 만수무강을 축원하기 위해 남녀가 함께 추는 군무로 안성 지방의 전통춤이다. 서민의 애환과 삶을 표현한 춤과 화랑무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수관을 건립해 전승과 발전에 힘쓰고 있다. 전화 예약을 거치면 향당무를 배우는 시간도 마련할 수 있다.

• 소재지: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양복리 안성종합운동장 내
• 문의전화: 031) 676-1212

조선 제11대 임금인 중종 시절에 세운 것으로 경기도문화재자료 제27호다.
다른 향교에선 찾아보기 힘든 ‘풍화루’가 있어 전성기적 규모를 가늠케 한다. 현재까지 매년 춘계 및 추계 석전제를 올리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 소재지: 경기도 안성시 명륜동 118
• 문의전화: 안성시청 문화체육관광과 031) 678-2474

편안한 성이라는 뜻의 안성(安城). 이름 탓일까. 예로부터 온화한 산수 덕분에 자연재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다. 기후가 고르니 각종 농산물이 넘쳐나는 것은 당연지사. 본래 먹고 사는데 불편함이 없어지면 자연히 즐길거리가 풍부해지는 법. 그래서인지 유난히 듣고 볼 만한 것이 많음 또한 안성이 지닌 특성이다.

특히나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한 ‘관광농원’의 발달은 안성만의 특화된 여행 코스. 숲 속의 생태체험관에서 자연을 엿볼 수 있는 인처골마을, 열대과일 구아바를 한국의 토양에 맞게 개발한 한국구아바경원농장, 포도의 효시라 알려진 고장답게 달콤한 소문이 자자한 참포도농원, 관상조류와 흑염소, 꽃사슴 사육장이 인상적인 개미관광농원 등에서 다양한 체험과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그렇다고 농원만 방문하는 건 손해. 그 밖에도 다양한 소리를 듣고, 참신한 멋을 보고, 안성다운 음식을 맛보고,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종합체험선물세트를 만끽하고 돌아오자.

1921년에 태어나 2008년 생을 마감한 이경순 씨는 한국영화 3,500여 편을 녹음한 장인이다.
녹음기, 편집기, 영화 소품, 음향 자료 등 한국영화의 발자취가 담긴 그의 소장품이 고스란히 모셔져 있는 소리박물관. 한국영화의 역사를 확인하고 싶다면 꼭 한 번 들러보자.

• 소재지: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 진촌리 635-18 동아방송예술대학 DIMA촬영소 내
• 문의전화: 031) 670-6500

안무가이자 무용가면서 보컬리스트와 작가의 재능을 겸비한 전방위 예술가 홍신자 씨는, 1993년 안성 죽산에 터를 잡고 ‘웃는돌 무용단’을 설립한 뒤 안성죽산국제예술제를 개최했다. 안성을 세계적인 예술도시로 급부상시킨 데에는 전위예술축제인 안성죽산국제예술제의 역할이 크다. 자연과 인간의 교감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대부분의 공연이 야외에서 진행된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 개최시기: 매년 6월경
• 문의전화: 죽산 웃는돌캠프 031) 675-0661
• 홈페이지: http://www.sinchahong.com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울 때면 안성의 서일농원으로 향해보라. 직접 담근 장으로 만든 음식들은 ‘슬로우푸드’로 지정됐을 만큼 편안한 소화와 안락한 마음을 조장한다.
드넓게 펼쳐진 장독대가 아득한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묘미. 무엇보다 청국장이나 손두부, 찰떡 등을 직접 만들어보는 등 전통식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체험프로그램이 인상 깊다. 체험은 사전 예약으로 진행되며 참가비는 별도다.

• 소재지: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화봉리 389-3
• 문의전화: 031) 673-3171
• 홈페이지: http://kgfarm.gg.go.kr/farm/00059

공원이라고 다 같은 공원이 아니다. 무려 33만 평에 달하는 구릉지대에 조성된 안성맞춤가족공원은 뭔가 다르다. 초록 잔디가 돋아나는 계절이면 평원을 연상케 하는 이국적인 모습은 물론, 갖가지 문화시설을 완비해 맘껏 뛰어 놀기 걱정 없다.

어린이 놀이터, 농구장, 배구장, 족구장, 정구장 등 체육시설을 이용하거나 송림과 어우러진 죽마루와 아로정에서 운치를 느껴보자.

• 소재지: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마정리 112-52
• 문의전화: 관리사무실 031) 657-0742

[자비화]

안성은 아주 친했던 친구가 둘이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뜬 곳이라 그 애들 소식을 듣고나서 한 번도 안 간 곳. 벌써 30년이나 되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