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최근 홍 승표 논설위원이 올린 글인데 "이름"(작명)에 얽힌 이런저런 얘기가 저절로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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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에서 함께 문학동아리 활동을 하던 분 중 ‘박덩굴’ 선생이 있다. 그분 아들 이름이 ‘박차고 나온 놈이 샘이 나’이다. 딸을 넷 낳고 다섯 번째 얻은 아들이라 딸들이 샘을 내 그리 지었다고 한다. 이름이 길어 ‘샘이나’로 줄여 부르는데 한글날, 아름다운 이름으로 상도 받았다.
사람이든 상점이든 이름은 얼굴인데 상호는 주인장의 생각이 담긴 가늠자가 된다. 기억에 남는 상호는 ‘간판 없는 식당’이다. 간판을 걸었는데 간판 없는 식당이라니 기막힌 역발상이다.
개그계의 기인(奇人)으로 불리는 전유성에게 후배가 찾아와 카페 이름을 지어달라고 했단다. 카페를 가보니 규모도 작은 데다 기존 건물을 손본 정도라 볼품이 없었다.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둔다고, 고민 끝에 상호를 ‘카페라고 하기 엔 좀 쑥스럽지만’이라고 지어주었단다. 부르는 사람이나 찾아오는 손님이나 모두에게 쑥스러운 이름이었다. 그 후, 안타깝게도 이 카페에 불이 나고 말았다. 카페 주인이 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를 받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전유성 / JTBC Entertainment)
경찰관이 물었다.
“카페 이름이 뭡니까?”
“카페라고 하기 엔 좀 쑥스럽지만….”
경찰관이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다시 물었다.
“카페 이름을 말씀해주세요.”
“카페라고 하기 엔 좀 쑥스럽지만.”
순간 경찰관의 언성이 높아졌다.
“지금 장난치십니까? 카페 이름이 뭐냐고요!”
카페 주인도 급기야 큰 소리로 외쳤다.
“아, 참! ‘카페라고 하기 엔 좀 쑥스럽지만’이라니까요!”
관선 시절 도지사 수행비서로 일할 때, 임사빈 지사가 광명시로 연두순시를 나갔다. 신년 업무계획을 보고받고 시민간담회를 마친 후 기관장들과 저녁을 함께 했다.
김태수 광명시장이 건배사로 ‘세상 온통, 광명 천지’를 외쳐 큰 박수를 받았다. 이름도 한 고을 책임자란 뜻을 가진 태수이니 참 잘 어울렸다. 지사가 경찰서장에게 잔을 권했지만 정작 서장은 술을 못했는데, 이름이 ‘권주만’이었다. 반대로 교육장은 이름은 ‘노상술’이었는데 정말 주당으로 소문난 술꾼이었다. 지사가 광명의 3대 기관장 이름은 절대 안 잊어버리겠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강화군이 경기도 관할일 때, 어느 신임 강화군수 얘기다. 장맛비가 억수로 쏟아져 관사에 짐을 제대로 풀지 못하게 되자 면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면장 좀 바꿔주시오.”
“내가 면장인데요?”
“내가? 면장? 나, 새로 온 군순데….”
“앗! 네, 제가 내가면장 아무개입니다.”
군수가 직제기구표를 보니 ‘내가면사무소’가 있었다.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하지만 아무래도 부르기 좋고 품격 있는 이름이 좋다. 그러나 이름이 아무리 좋다 한들 사람 노릇 제대로 못 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이름 부르기가 창피할 때가 있다. 바로 사람 노릇 제대로 못 하고 이름값을 못 할 때다. 이름이 단순히 불리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그 위상과 가치를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제대로 사는 것인지’,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면 좋을 것이다.
출처 : 최보식 의 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