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향-
향-권준하
좋은 향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거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그윽함이 우러나와
몸과 맘을 은은히
적셔주는 차 한 잔...
시간이 지날수록
떫은 맛 하나 없이
아늑한 향내를
자아내는 사람...
그런 좋은 차 한 잔
대접받을 수 있는 이가
되는 것도
그런 좋은 사람
곁에 둘 수 있는 이가
되는 것도
깊은 바람 없이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닐거다...

芝蘭生於深林 不以無人而不芳란 말이 있습니다.
지초와 난초는 깊은 숲속에 있지만
사람이 없다고 하여 향기롭지 않은(아니한) 것이 아니다.
즉 지초와 난초 같은 향초는 사람이 없는 깊은 숲, 깊은 골짜기에서도
향기롭고 아름다운 꽃내음을 풍긴다는 뜻입니다.
법정 같은 분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언젠가 제일 향이 좋다고 하여 선운사 가는 길에 침향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침향은 산골 물이 바다를 만나러 흘러내려 가다가 바로 따악 그 바다물과 만나는
언저리에 굵직굵직한 참나무 토막들을 잠가 넣어 둡니다.
침향은 물론 꽤 오랜 세월이 지난뒤에,이 잠근 참나무 토막들을 다시 건져 말려서
빠개어 쓰는 것입니다.
아무리 짧아도 2~3백년은 수저(水底)에 가라 앉아 있는 것이라야
향내가 제대로 난다고 합니다.
대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기들이나 자기들 아들딸이나 손자손녀들이 건져서 쓰려는 게 아니고
훨씬 더 먼 미래(未來)의 누군지 눈에 보이지도 않는 후대(後代)들을 위해서 쓰려고
만드는 침향입니다.
그래서 이것을 넣는 이와 꺼내 쓰는 사람 사이의 수백 수천년은 이 침향 내음새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산에 다니다가 만나는 냄새로는 더덕도 좋습니다.
바람에 의해 납니다.
잠깐 옷깃에 스쳐도 납니다.
후박나무꽃이나, 구절초도 매우 좋고,
차로는 찔레꽃차,산목련차,뽕차,쑥차의 냄새가 아주 좋습니다.
반면 고약한 냄새를 가지고 있는 나무나 꽃도 있습니다.
사람에게도 향기가 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썩은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향수를 뿌려도 숨길 수가 없습니다.
이 세상에 가장 좋은 냄새는 막 태어난 아이의 냄새와
어머니의 냄새일 것입니다.
저는 시장 가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곳에 가면 사람 냄새가 납니다.
덤을 담아주는 채소가게 아줌마의 손에서.
중국어로 동남아 관광객을 맞는 과일가게 아줌마의 대화 속에서.
손 때 묻은 솥에서 올라오는 수증기 속에서.
튀김가게 아줌마의 구김살 없는 웃음 속에서.
햇 아이를 업고 온 새댁의 천원 권 지폐에서.
군복 입은 검은 얼굴의 이방인의 알아들을 수 없는 말 속에서.
이상하게도 욕설도 그곳에선 정답습니다.
저는 우울할때면 시장으로 갑니다.
살맛이 없을 때 살 맛 나는 시장으로 갑니다.
저 역시 사람냄새가 나기를 원합니다.
지초,난초까지는 아니더라도.
첫댓글 사람냄새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묵향천리 인향 만리"라고 말을 마꾸어도 될 만큼 언제나 인향은 더 멀고 길게 표현되어왔습니다. "인향" 사람의 냄새는 제 생각으로 거의 순간적인 것 같습니다. 그 이상이 필요없을 듯도 합니다. 보는 순간 느끼는 경우가 너무나 많고 가만히 지켜보면 그 향이 맞다는 생각으로 올인하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