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기숙사 아이들이 자율학습 시간을 마치는 9시가 되면 자전거를 타고 기숙사로 갑니다.
가끔은 출입구 문이 닫혀서 아이들 내려 올 시간을 기다리며 밤하늘 별도 보고 기도도 하고 그렇게 서성이다 보면 종아리가 모기밥이 되기도 합니다.
피곤한 날은 집에서 나올 때 잠시 꾀가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은 "아 참 감사하다"이렇게 읊조리게 됩니다.
성경을 가까이하는 기쁨과 감사, 그리고 누군가의 믿음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 기쁨은 다른 어떤 기쁨과 비교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성경 통독을 통해 성장한 아이들은 또래 선교사의 역할을 잘해주고 있습니다.
9학년 여학생 중 한 명이 가끔 입술을 칠하고 온다거나 눈화장을 하고 오는 날이 있곤 합니다.
아이들이 생각없이 그 여학생의 행동을 따라 하는 것도 싫지만 그 아이를 이상한 아이 쳐다보듯이 보아 더욱 큰 소외감과 도드라짐이 되는 것도 싫을 것 같은데 아이들은 별다른 반응과 관심을 보이지 않고 그 아이 자체로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그 여학생이 많이 안정이 되어가고 학업에도 큰 진전이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다름을 용납하고 사랑으로 바름의 길을 함께 걷는 아이들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9학년 남학생 중 오랜 시간 홈스쿨을 하다가 함께 한 친구가 있습니다.
지능으로는 천재인 것 같은데 사회성이 많이 부족한 친구였습니다.
5개국어를 완벽히 하고 시험성적으로 보아서는 두 세 학년을 월반해도 되는데 사회성과 정서적인 면을 고려하여 한 학년 월반을 하였습니다.
입학한 지 일 년이 조금 지난 지금 그 학생은 참 행복해 보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분위기 속에서 잘 적응한 아이를 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10학년 여학생 중 한 명은 우울증 증세가 있습니다.
성경을 함께 읽으며 아이의 나눔을 들을 때 마음이 참 청결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 아이가 겪는 힘듦은 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한 아픔일까요.....
참 많이 밝아지고 안정된다 싶었는데 주말 동안 집을 다녀온 아이는 키우던 강아지가 교통사고로 죽게 되어 다시 엄청 우울함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뭐라고 위로하셨을까 고민하며 성경을 읽으러 가기 전 성경책을 펴고 한참을 기도하게 됩니다.
손 잡고 기도하면 성령의 위로와 힘을 얻게 하는 은사가 있으면 참 좋겠는데.....
부족한 저는 아버지의 도우심을 바라고 기도할 뿐입니다.
아버지가 만져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많이 성장했지만 가끔 어느나라 언어인지 못알아들을 말을 하는 4학년 남자아이가 있습니다.
좋은 성생님은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4학년 담임 선생님의 탁월한 교사다움은 여러 아이들을 변화시키지만 특별히 그 남자아이가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은 축복인 것 같습니다.
태국은 늘 더운 나라 같지만 나름 계절의 변화가 있습니다.
새 잎을 내기 위해 낡은 잎을 떨어내는 나무의 변신으로 교정은 낙엽과의 전쟁인 것 같습니다.
쓸어도 쓸어도 다음 날이 되면 가득 쌓이는 낙엽을 봅니다.
쓸어 모아 쌓은 낙엽은 우기가 되면 썩어져 흔적이 없어지겠지요.
우리가 이 땅에서 소명을 다하고 떠날 것을 말해 주는 것 같습니다.
새롭게 얼굴을 내민 잎사귀는 햇빛을 받으면 눈길이 머물도록 반짝입니다.
잃어버린 영혼 돌아오면 주님의 눈길도 이렇게 머무시겠지 싶습니다.
하루에도 일어나는 일들이 학교에는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일들에 좌지우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일들은 오히려 주님 음성에 더 귀 기울이게 만드는 도구일 뿐이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