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일수록 옷차림에 신경을 써야

[시성]

어제 친구의 빈소에 다녀왔는데 친구 네 명이 등산복 차림으로 장례식장에 왔다. 등산을 갔다가 비보를 듣고 곧장 왔다는 얘기인데 나는 그 친구들의 옷차림이 매우 못마땅했다. 임종이라면 모를까 문상은 분초를 다투는 것도 아닌데 최소한도 집에 가서 옷을 갈아 입고 빈소에 오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더구나 그 친구들은 빈소가 무슨 술판인듯 소주를 계속 마셔대며 왁자지껄 떠들어 대었다.

문상을 갈 때 복장은 화려하거나 밝은 옷은 피하고 약간 어두운 계열이나 차분한 색상의 옷을 입어야 할 것이다. 꼭 검은 색 양복을 입을 것까지는 없지만 가급적 검은 넥타이를 매고 가는 것이 좋다. 이것이 고인에 대한 예의고 문상하는 사람의 품격도 높혀 준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장례식에서 반드시 검은 양복에 검은 넥타이를 맨다.

조선시대 양반과 중인 그리고 상민(常民)은 갓과 두루마기가 없으면 외출을 하지 못했다. 물론 천민들은 아무 옷이나 입었다. 개화가 되어 반상의 벽이 허물어 지고 서구문명이 들어옴에 따라 복장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몇년 전부터는 행사나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면 넥타이를 풀고 흰 와이샤스만 입는 것이 유행이 되었다. 복장이 자유스러워 진 것이다.

하지만 장례식은 어디까지나 고인을 추모하는 예식이므로 복장에 신경을 써야 한다. 격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빈소에 나타나는 것은 예의에도 어긋 날 뿐더러 스스로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으로 주위 사람의 눈시울을 찌프리게 한다. 결혼식장도 마찬가지다. 넥타이까지는 매지 않아도 단정한 옷차림으로 참석해야 할 것이다.

서구에서는 포멀디너(정식디너파티)에는 남자는 검은색 턱시도에 보타이를 매야 되고 여자는 소매없는 긴 드레스를 입어야 한다. 만약 평상복 차림으로 참석하면 남의 눈총을 받는 미운 오리새끼가 되고 당사자 스스로 위축된다. 크루즈 여행을 가면 선장 초청 디너파티가 있는데 이때 남자는 넥타이 차림을, 여자는 드레스를 입을 것을 주최측에서 요구한다. 뉴욕에 근무할 때인데 공식파티에 초청 받은 적이 있다. 초청장에 브랙타이(턱시도에 보타이를 뜻함)를 매고 참석해 달라고 적혀 있었다. 옷가게에 가서 알아보니 값이 꽤 비샀다. 빌리는 돈이 사는 값의 절반이나 되었다. 렌트비가 너무 비싸 한참 고민하다가 또 이런 초청이 있을지도 모르겠기에 구입을 하였다. 하지만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았고 한번 밖에 입지 않은 턱시도는 구박을 맞으며 지금도 옷장 한 구석에 처 벅혀 있다. 버리기는 아깝고 바지는 트레닝처럼 옆줄이 쳐저 있어 아무 쓸모가 없다. 지중해 크루즈여행을 가서 한번 폼을 낼가 하는 생각도 가져 본다.

나이가 먹으면 옷차림에 신경을 써야 한다. 여자가 예뻐 보이려고 화장을 하듯이 노년은 옷으로 화장을 해야 한다. 물론 화려하고 값 비싼 옷을 입으란 뜻은 아니고 아무렇게나 옷을 입지 말라는 얘기다. 주위의 친구를 보면 깔끔하게 옷을 입는 친구는 돋 보인다. 그런데 어떤 친구는 상처를 하더니 점점 망가져 30년 전에 유행하던 첵크무늬 골프바지를 입고 나타나는가 하면 항상 점퍼 차림이다. 본인은 편하겠지만 너무 궁해 보여서 안스럽다.

외식 한번 하는 돈이면 유행하는 티샤스를 한개 살 수 있고 해외여행 한번 가는 비용의 반의 반이면 아내의 백화점 옷 한벌을 사줄 수 있다. 여자는 나이가 먹을 수록 우아한 옷을 입어 늙음을 품위있게 치장해야 한다. 등산복에는 수십만원을 투자하면서 외출복에는 무관심한 것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영국의 노인들은 집에서도 넥타이를 맨다. 물론 이것은 시대에 맞지 않지만 그 정신만은 한번 음미할 필요가 있다. 몇년 전 해인사 구경을 갔는데 해외여행 중인데도 단정하게 옷을 입은 일본인 노부부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다. 그리고 유럽노인들은 관광지에서도 콤비를 입고 다니는 것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옷은 자신을 화장하는 수단이며 자기의 품격을 나타내는 방법이므로 나이를 먹을 수록 옷차림에 신경을 써서 남 보기에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할 것이다. 바지도 다려서 줄을 세우고 상하 옷의 색상 배합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첵크무니 샤스에 첵크무늬 콤비를 입는 것은 패션감각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한다. 지히철을 타거나 식당에서 다른 노년들의 옷차림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직장에 다닐 때는 항상 정장 양복을 입으니까 옷차림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었지만 노년이 되면 여자가 외출시 항상 갈등하는 것과 같이 무슨 옷을 입고 나갈까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스스로 품위있는 노년대접을 받는 길이다.

  선비사랑

읽는 순간 바로 마음에 와닿는 아름다운 글
올려주신 골든에이지남께 두손모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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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에이지 13.04.16. 08:57

공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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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엄마 13.04.15. 13:15

맞는 말씀이시군요 나이들수록 품위있게 차려입어햐 할것같습니다 젊을 때와 달리 그에 따라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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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에이지 13.04.16. 09:01

반갑습니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젊은이는 청춘의 발랄함으로 아무 옷을 입어도 빛이 나지만
나이를 먹으면 이를 캄플라지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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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연가 13.04.15. 14:40

역시 영국은 신사의나라답구나 하며 읽었습니다
입은거진 얻어먹고 벗은거진 못얻어먹는다 는 우리나라 속담도 그에 준하는 것이겠지요..
깔끔한 차림은 본인도 물론이고 남들까지 기분좋게 하지요 ..
골든에이지님께서는 닉이풍기는 이미지처럼 깔끔한 노신사분일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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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에이지 13.04.16. 09:13

칭찬 고맙습니다.
한때를 풍미하던 영화배우 신영균과 신성일의 老顔을 보면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짠돌리로 비난 받던 신영균은 80 넘어 거액을 기부한 인격답게 얼굴이 풍요롭고 준엄한데
왕년의 최고 미남이었던 신성일은 왜 얼굴을 그렇게 가꾸었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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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소 13.04.15. 16:41

저는 옷 이야기보다 선배님께서 처음 60방에 들어오셨을 때
거침없는 입담을 보여주시던 모습이 다시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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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에이지 13.04.16. 09:14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하다 보면 기회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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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13.04.15. 18:51

가족중에 옷을 아무렇게나 입고 백화점 가서 판매 사원에게 푸대접 받았다고 흥분 하길레
물론 판매하면서 기본이 안된 건 알겠는데 전혀 갖추지 않고 대접 받기를 원한다면 그것도 잘 못된거라 말했습니다
자칫 잘 못 이해 하면 마치 사치스럽고 보여주기위해 사느냐고 말하면 참 난감 합니다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해서 그리고 알뜰해서 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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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에이지 13.04.16. 09:16

사치는 절대 곤란합니다.
하지만 주는 만큼 받는다는 것은 명심해야겠지요.
대접을 받으려면 스스로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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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영 13.04.15. 20:31

맞습니다 꼭 비싼옷을 입기보다는 때와장소에 맞게 그리고 단정하게 입어야 한다는말씀 참고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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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에이지 13.04.16. 09:17

제 말씀의 요지를 정확히 파악하셨군요.
공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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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목련 13.04.15. 22:37

그렇지요, 때와 장소를 구분해서
입어야겠지요 , 마음에 담아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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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에이지 11:57

동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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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롭게 13.04.16. 06:15

아, 몇년전 젊었을 때 , 지리산 산행을 따라 간 일이 있었습니다. 1박 2일 여행이엇었는데 그 날 친구의 남편이 별안간 쓰러져 ...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앗습니다
놀랄까봐 연락을 못했다는데 ... 그 다음날 우린 단체여행이라서 우리들끼리 돌아올 형편도 못 되고 저녁 늦게 귀경하게 되어 집에 다녀올 수도 없고 내일 새벽에 선형으로 모신다기에,
염체불구하고 등산복 차림으로 빈소를 찾아갔었던 기억이 납니다 ㅉㅉㅉ 친구는 우리 사정을 알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선배님처럼 생각하셨겠지요
그런데 우리들은 돌아가신 분께 조용히 예만 올리고 떠들지 않고 금방 나왔습니다 그 때 생각이 나서 읽고 갑니다.좋은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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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에이지 13.04.16. 08:52

저는 통상적이고 보편적인 예의를 말한 것이므로 한가롭게님과 같이 부득이 한 경우는 예외이지요. 예외없는 원칙은 없다는 法言도 있으니까요.
조용히 예만 올리고 나오셨다니 님의 인격을 높이 삼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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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보미 13.04.16. 08:49

때와 장소를 생각하면 되지요..
부득이한 사정도 있을테고요.
요즈음 젊은이 들도 본인의 상황 사정에 따라 옷차림에 그리 신경쓰지 않음을 볼수 있드군요

골든 에이지님의 말씀이 옳으신 말씀이지요~만
꼭 그래야만 될까 하는 말씀들도 하실수 있습니다 ㅎㅎ
세상은 다 각기 자기나름대로 개성시대라 하지요
(혹 오해 하시지 않으시기 바람니다)
깨끗한 옷차림이 좋습니다

골든에이지님 말씀 백번 옳으시지요
노년이 아니시고
건강하신 젊음의 열정이 보이셔셔 좋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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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에이지 13.04.16. 08:56

세상이 변하고 개성의 시대라지만 禁度를 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학습효과란 것이 있어 연장자가 예를 갖춘 복장을 한다면 젊은이들도 영향을 받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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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보미 13.04.16. 09:05

네~그렇습니다..기본 근본은 있어야 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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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별나루 13.04.16. 11:14

돌아가신지 20년이 되는 천정 엄마는 재래시장에서 좌판을 하셧습니다. 그런데 결혼식이나 문상을 가셔야 하는 날에는 그 자리에 맞는 옷을 따로 챙겨 장사를 나가셨어요. 좌판을 벌리고 장사를 하시다 시간이 되어 결혼식이나 문상을 갈적엔 물품 보관 창고에 가서 옷을 갈아 입고 가셨지요 특히나 결혼식에 가실적엔 다룬날 보다 서둘러 아침을 드시고 동네 미장원을 다녀 오시곤 했죠.
귀찬은데..남의 결혼식 가면서... 제가 이렇게 물으면 엄마는 그건 기본 예의라고 말씀하셨지요.
아무리 개성 시대라 해도 때와 장소에 따른 기본적 예의는 지켜야 할 거라 생각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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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에이지 13.04.16. 19:05

진정으로 훌륭한 어머님이십니다. 뭇별나루님의 외가는 뼈대있는 가문일 것이라 상상해 봅니다.
어머님의 가정교육으로 님은 반듯한 인생을 사시고 계시리라 짐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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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나그네 02:14

좋은글, 좋은충고, 새삼 늙어갈수록 반듯한 외모에 신경써야겠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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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에이지 11:56

호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석란 18:34

저는 항상 나보다도 울옆지기가 입는옷에 신경써줍니다
항상 검은색 곤색게열에 양복만 입고살은 남편은
자기옷색갈에 변신을 못햇는데요 은퇴후 제가 완전 칼라를 바꾸어 주었습니다
색갈에 고정관념을 깬거지요 지금은
빨간티도 입고 노란샤스도입습니다 여자동창이라도 만나는날이면
제가 향수도 뿌려주고 옷도 밝게 코디 해줍니다늙을수록 깨끗하게 옷도선별해서 입으라고하지요
담배도 끊엇습니다 나이들면 그래도 신진 대사 안돼서 냄새나는데 거기다 담배까지 태우면 안돼는거지요
좋은글에 에 머물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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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에이지 20:21

아~석란님은 훌륭한 주부시군요.
남편을 완전히 멋쟁이로 재탄생 시키셨네요.
하지만 주위에 여성분들이 관심을 가질테니 관리 잘 하세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