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령의 시트커버를 가져와서 끈과 비조를 달아서 완성해놨다.
내가 봐도 깔끔하다. 이제 주인을 만나서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
오늘 오후에는 건이를 만나서 밥을 먹기로 한 날이다.
날씨가 아침부터 우중충하다. 예보에는 오후에 비로 되어있다.
오늘 건이는 용접알바로 20만원을 벌어와서 누님 밥을 사 줄거라네? 헛
얻어먹게 될지~ 사주게 될지~ 누가 이기나 어디 두고 보자.
어제는 지하 주차장에서 신쌤 전화를 받았는데 싱거운 소리를 하더라~
" 담양 메타쉐콰이어 길을 갔는데, 참 좋습디다. 그런데 왜 박쌤생각이 납니까?"
그걸 왜 내한테 물어봅니까? 하려다가 꾹 참았다.
같은 날 락이는 락이대로 울산의 옛직장 동료랑 양산에서 밥을 먹기로 했는데
식사자리에 같이 있었으면 하는 전화를 받고, 그런 자리는 어색해서 안간다고
답변하고, 락이는 훗날 보자고 말했다. 두말도 안하고 알았다고 답이 왔다.
그러고 보니, 지인들이 대부분 늙수그레한 남자들이네 그려~
여자들은 시기 질투가 많을 뿐더러, 말도 많고, 의리도 없지만,
남자들은 자신이 한 말에 책임감을 느끼고, 인정받고자 애쓴다.
어쩌다 보니, 내 주위에 남은 자들은 남자들이 대부분이지만,
자전거 탈 때는 건이가 친구되고, 살림정보는 산신령이 제공해주고
가끔씩 세상살이를 논할 때는 신쌤이 나타나고, 악보가 필요할 때는 락이가 있다.
건이는 돈되는 일이면 다하고, 산신령은 돈 아끼는 일이면 뭐든지 하고
신쌤은 시인답게 비만 오면 전화오고, 락이는 언제든지 찾으면 뿅망치처럼 나타난다.
예전부터 건이가 좀 성가시게 굴어서 그렇지. 다른 사람들은 언제나 한결같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무던한 인간관계를 이어왔다.
엊그제 성미쌤이 뭐하냐고 전화왔길래, 앞동의 아저씨 새차의 시트커버를 손보고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더니, 대뜸 나를 보고 미쳤다고 했지만, 나는 미치지 않았다.
살다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가 있듯이, 누군가 내 도움이 절실한 사람에게
그냥 도움을 줄 뿐이라고 말했지만, 남자의 부탁을 들어주면 안된다는 말만 했다. (헛 참)
석사출신도 고루하긴 마찬가지네. 나는 누가 뭐래도 내 스타일대로 당당하게 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