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걷는 존재야'
티베트어로 인간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고 한다.(292)
영화배우이자 영화감독, 화가이기도 한 하정우, 그가 책을 냈다. 그의 삶 전체라고 봐도 될 '걷기'를 있는 그대로 소개했다. 벌써 19쇄를 찍어냈다. '배우 하정우' 이름 값 때문이 아니겠느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책을 읽어본 사람은 곧 생각이 바뀌게 된다. 심플하게 일상의 삶을 소개한 점, 걷기라는 운동을 통해 자신을 철저히 관리해 가는 배우라는 점 등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책을 찾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책 제목처럼 걷기 매니아다. 아침에 눈 뜨면 걷고 지칠 때까지 걷는다. 사무실도 걸어서 가고, 심지어 여행도 걷기 위해 간다.
'뭐? , 여행 떠나는 이유가 걷기 위해서라고?'
맞다. 하정우는 이탈리아든 그가 단골처럼 찾는 하와이든 여행지에 가서 하는 일이라곤 오직 걷는 것이 전부다. 걷기 위해 새벽에 일어난다. 걷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 더 많다고 한다. 자신을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없는 곳이기 때문에 마음껏 실컷 걷는다고 한다. 걷고 난 후 보상은 꿀잠^^. 인파가 많은 곳에서도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걷고, 유명 관광지도 사진만 찍고 나오는 형식적인 여행이 아닌 직접 자신의 발로 걸으면서 인간 지도가 되어 익숙해 질때까지 걷는다고 한다. 하정우의 여행은 도보여행 그 자체다.
'모든 거리는, 도보로 측정한다'
집에서 사무실까지의 거리, 친구와의 만남 장소까지의 거리, 목적지까지의 거리 모두 걸음수로 측정한다. 1시간이면 대량 만보를 걷는다. 하정우는 최대 10만보까지 하루에 걸었다고 하니 10시간 이상을 걸었다는 얘기다. 바퀴 달린 것을 타고 싶은 마음을 죽이고 미리 걷는다고 생각하고 일찍 목적지를 향한다면 충분히 하루 목표 걸음수를 채울 수 있게 된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걷기 운동의 좋은 점을 하정우는 이렇게 말한다.
"기후와 온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날씨와 계절의 변화를 패부로 느낄 수 있다"
"내 몸과 마음을 단단히 유지할 수 있다"
"음식을 맛잇게 먹을 수 있고, 재판(배변)을 원활히 할 수 있다"
"걷기는 어떤 기구도 필요없다"
걷기는 가진게 아무것도 없어도 할 수 있고, 바쁜 일정 속에서도 스스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비가 오면 우산 쓰면 되고, 추우면 두껍고 입고 걸으면 된다. 걸으면서 고민을 풀어낼 수 있다. 온갖 해결해야 할 것들을 생각하면서 걷게 되면 의도치 않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일정량 걷게 되면 등이 촉촉해 오는 것이 느껴진다. 기분이 상쾌해 진다. 나의 경험담이다. 나도 하정우만큼은 아니지만 집에서 직장까지 2년 가까이 걷기로 출퇴근한다. 왠만한 볼일도 걷기로 해결한다. 바퀴 달린 것을 타고 싶은 유혹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두번 양보하다보면 걷기를 포기할 수 있기에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굳이 운동 시간을 따로 내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걷기이기에 한창 자녀 양육에 몰두해야 하는 젊은 부부들에게는 걷기 운동을 강추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휴식을 취하는 것은 다르다"
피곤하다고 해서 드러누워 있으면 더 피곤해진다. 경험해 본 사람은 다 공감할 내용이다. 피곤할 수록 움직일 것을 권장한다. 굳어진 몸이 깨어나면 피곤한 끼도 은근슬쩍 사라진다. 걷기는 달콤한 휴식을 누리는 방법이기도 하다. 뭐든 꾸준히 하려면 습관이 되어야 한다. 하정우는 하루 3만 보 정도를 걷는다고 한다. 나는 만 보를 목표로 하고 있고 대부분 목표를 초과 달성한다. 하정우는 팟빗 알타를 이용하며 도보수를 측정한다. 나는 휴대폰 삼성헬스를 이용하며 매달 상위30%를 달성코자 노력한다.
20여년 전 군대에서 있었던 얘기다. 재수(?) 나쁘게 703특공연대 소대장으로 가게 되었다. 1996년 일이다. 가자마자 한 일이 기동훈련 어쩌구저쩌구 훈련이었는데 가상의 전쟁 상황에서 도로가 파괴되었으니 도보로 그 먼길을 걸어가서 헬기를 타라는 것이다. 군장을 메고 신나게 걸었던 기억이 난다. 그후로 천리행군은 매년마다, 인제와 양구는 걸어서, 한 겨울에도 눈속을 헤치며 걸어서 목표지점에 가는 고난의 행군은 제대하는 그 순간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때는 도보 측정 기구가 없던 시절이라 몇 보를 걸었는지 확인할 수 없으나 있었다면 매일매일 기록을 경신했을 것이다. 책 소개하다가 잠깐 내 얘기로 샛길로 빠졌네? ^^
배우 하정우기 지키는 루틴(무슨 일이 있든 간에 따르는 원칙)이 있다. 일어나자마자 걷고, 아침식사 꼭 챙겨먹고, 출근도 걸어서. 책 내용을 보시면 알겠지만 그는 은근히 요리를 즐겨하며 집밥을 직접 해 먹는다. 먹고, 걷고, 자고. 좋은 것만 챙기는 습관이 저절로 몸에 베인 듯 싶다. 영화감독으로 실패를 맛보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나. 다시 딛고 일어날 수 있었던 마음가짐도 걷기에서 쌓인 내공의 힘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제작자의 사명은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고 그 영역을 지켜주는 것이다"(184)
조직의 리더라면 한 번 새겨봄직한 말이다. 작은 것 하나까지 믿지 못해 간섭하는 리더보다 확실히 권한을 넘겨 스스로 책임감 있게 맡길 수 있는 리더가 진정한 지도자가 아닐까. 앞으로 배우로, 감독자로, 예술가로, 아니 제작자로 거듭 도전할 하정우의 삶을 응원한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