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연습]
추석연휴를 무사히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두 아들녀석들은 학교로 출발했고 XYL도 출근(? 임시직)했고, 나만 혼자 남았다. 우리 학교만 효도체험방학을 10월 2일까지 추가했기에 연휴가 이어졌다. 여기에 10월 3일 개천절까지는 아직 너무 많은 황금 같은 시간이 남아있다. '돈은 없어도 남는게 시간이라'던 백수의 푸념이 갑자기 생각나고 이렇게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 끝에 잠시 산행이라도 다녀와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엇그제 추석명절 음식에 탈이나 밤새 화장실 신세지고 정말 오래간만에 자리보전하고 누웠다가 링거 주사 덕택에 겨우 일어났으니 무리는 못하겠고 가까운 고성산에서 몸상태를 시험해보기로 했다.
고성산을 혼자라는 고독과 함께 선달봉에 이르러 되돌아갈까하다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만 더 몸 컨디션 확인해볼겸 운수암까지 무리수를 두어 보기로 했다. 창진산장휴게소-->선달고개--->약수터--->운수암--->되돌아서 약수터로 향하다가 우연히 정말이지 우연히 DS2HFM 내외분을 만났다. 그렇지 않아도 산행에 관해 한 수 배우러 전화라도 할라 했는데 이 무슨 기막힌 조우란 말...
산행길에 잠시 만나 의기투합이 되었다. 혼자 가지말고 금요일 늦은 시각에 함께 뜨자고...지리산이나 설악산으로...
이렇게 번갯불 콩튀기듯 작전이 개시되었다. 금요일 오전시간에 야간 운전과 산행을 위해 잠시 낮잠을 청했다. 오래간만의 낮잠이라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너무도 조용한 집에서 두어시간 잔듯하다.
[배낭꾸리기] 배낭에 추위를 대비하여 방풍 잘되는 땀복을 챙겼다. 지난번 두 아들 녀석 데리고 갔을 때 큰 도움되었던 근육통 특효약도 대일밴드와 함께 챙겼다. 그리고 엇그제 장염 후유증 생각해서 정로환도 몇 알 챙겼다. 우천을 대비한 판쵸우의도 꺼내기 쉬운 뒷 주머니에 담았다. 야간 등반을 위한 랜턴은 HFM님꺼 빌려 쓰기로 했고, 지팡이도 빌려쓰기로 했고, 녹차물을 패트병에 채워 담았다. 쓸모 없겠지만 나침반도 챙겼다.(HFM님이 인간 나침반이셨기에 나침반은 꺼내보지도 못했음). 카메라 챙기고 배터리도 충분히 충전시켜 담았다. 입고 떠날 옷들(조끼, 바지, 양말)은 옷걸에 걸어두고 나머지 옷들만 챙겼다. HFM님이 부탁하신 김밥을 사러가니 6시간내에 먹어야 판댄다. 결국 마누라 신세졌다. 마누라에게 부랴부랴 김밥 재료 사오라하고 밥하고 한바탕 소동끝에 겨우 10시 20분 넘어서야 짐을 모두 꾸렸다.
[강원도로]약속한 10시 30분 조금 넘겨 공도 터미널에서 DS2GXU님 합류하시고 HFM님댁에 도착하여 산도사님까지 합류했다. 공도출발 10월 1일 밤 10시 35분경 안성 IC--->수원--->영동고속도로--->문막휴게소까지 소렌토는 열심히 불을 뿜으며 달려주었다. 휴게소에서 간단히 휴식하고 다시 출발 만종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와 이별을 고하고 춘천--대구간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춘천방향으로 북상하기 시작했다. 홍천 IC에서 나와 지리=익숙, 운전=능숙하신 HFM님이 운전을 해주셨다. 홍천---> 인제를 거쳐 한계령 입구 식당에서 황태해장국으로 허한 속을 채웠다. 새벽 황태 해장국 끝내줍니다. 이제부터는 한계령 구불구불 산길 운전이다. 강원도 도로는 구부러진 길이 많다는 표지판들이 운전자를 더 겁나게 한다. 야간 산길 운행은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한계령 정상까지 2500CC 힘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정속 주행한다. 한계령 휴게소가 왼쪽으로 지나치면서부터는 꼬불꼬불 급경사 내리막이다. 밤이라서 더더욱 신경쓰이는 운전이다. 한계령지나 4km쯤이 종착지 오색이다. 밤이나 낮이나 강원도 국도는 조심운전이 필수다.
[산행]
[오색~대청봉 구간] 새벽 2시 주인없는 오색 주차장에 차 세워두고 등산배낭 다시 정비하고 등산화 졸라메고 출발이다. 오색(남설악) 매표소까지도 만만치 않다. 준비운동 코스...드디어 새벽 2시 30분 새벽을 달려온 설악산 초입이다. 입장료는 1600원...이른 새벽 매표소를 지켜주는 산지킴이가 있기에 입장료 아깝지 않다. 배웅받는 기분...어둠에 익숙하지 않은 산길이다. 처음으로 해보는 야간산행...아니 몇 년전에 태백산에서 아무 준비없이 밤이 되어 무지하게 혼난적 있었지...hi...헤드 랜턴(LED) 스위치 누르니 길 밝혀줄 연푸른 광선이 앞길을 밝혀준다. GXU OM 앞서 젊은 패기를 보인다. 잠시 오르다보니 긴 불의 행렬이 가로막는다. 관광차에 빼곡이 실려온 산악회 회원들이 앞을 가로 막는다. 추석명절 경부선 자동차 꼬리등 보는 모양이다. 여기서부터 빨리 가고 싶어도 어쩔 수 없이 줄레줄레 앞 사람 뒤꿈치와 엉덩이 보며 오를 수 밖에 없다. 잠시 몇 사람씩 추월하긴 했지만 1시간쯤 올라서부터는 포기했다. 벌써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추월당하기 시작했으니..원..2시간쯤 가파른 오르막 산행에 헐떡이는데 산행길 등산객 정체는 점점 더 심해진다. 서서 기다리는 일도 발생한다. 새벽 4시가 넘은 시각에 이 깊은 산속에서 정체 서행을 반복한다니...토요 휴무제에 설악산 단풍이 만들어낸 진풍경이다. 설악폭포를 가까이하며 새벽 폭포 소리를 귀로만 감상해야한다. 오래전 요강에 쉬하던 소리이후 새벽 폭포 소리는 또 오래간만이다. 설악폭포는 오색과 대청의 중간지점이다. 지난번 아들녀석들과 오를때는 낮시간이었고 더운 여름이었기에 여기 어디쯤에서 등산화 벗어 재끼고 뼈속까지 스며드는 시원함을 만끽했던 곳이었는데 오늘 밤은 어쩔 수 없이 폭포수 소리 듣는 것으로 인사대신하고 지나쳐야만 했다. 설악폭포를 지나면서부터 앞뒤 간격이 조금씩 멀어져서 실력껏 오르막을 오를 수 있었지만 벌써부터 무릎과 허벅지가 주인 명령을 거역하기 시작하여 실력 발휘는 뒷전이고 자꾸 쉴 생각만 난다. 3시간쯤 지난 5시 넘어서면서부터 여명이 시작된다. 헤드램프를 꺼도 충분히 길이 보인다. 동해바다의 오징어배들의 불빛과 함께 서서히 밝아오는 동쪽 바닷속에서 일출을 준비하는 태양의 빛이리라. 걱정했던 날씨는 너무도 맑다. 하늘의 새털구름이 또렷이 보이기 시작하며 몸에 한기가 느껴진다. 정상이 가까와 졌음이라. 6시경 정상부근에 도착한다. 군 막사로 보이는 건물을 보며 정상임을 짐작케한다. 오르는 계단끝이 아무래도 수상하다. 엇그제 내린 비가 얼어있다. 얼음이다. 그 옆으로 흙에 서릿발이 눈에 뜨인다. 그렇다. 여기는 우리나라 세번째의 높은 봉우리이다. 산아래는 아직 초가을이지만 여긴 벌써 겨울이 시작된것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우리가 본 그 얼음이 올해 얼음이란다. 9시 뉴스에 나왔단다. 대청봉 정상에는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로 빼곡하다. 대청봉 정상 표식 부근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 그래도 이 새벽에 왔는데 증표하나는 남겨야겠기에 카메라 챙겨들고 대청봉이라고 큼직하게 쓰인 돌비석앞에 섰다. 장장 4시간여의 새벽 등산의 첫번째 결실이다. 기념사진 몇 장 찍고 일출모습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동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일출의 모습은 새신부 면사포 치마자락 같은 구름들 때문에 완전히 볼 수 없다. 3대가 덕을 쌓아야 일출을 본댔다. 그래도 완벽하진 못해도 해가 동해바다는 아니지만 운해위로 오르는 모습을 볼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 와중에도 GXU 오엠은 햄의 정신을 발휘하여 무전기 들고 열심히 CQ한다. 역시 못말릴 취미다.
[대청봉~희운각] 무려 4시간의 산행이었지만 대청봉 정상에서의 시간은 4분도 체 안되는 것같다. 산도사 HFM님이 어서 내려가자신다. 중청 대피소까지는 10분정도 걸린다. 내려가는 길에 어느새 올라온 햇살이 대청봉의 그늘을 중청에 옮긴다. 장관이다. 중청의 오른쪽은 햇살에 붉은데 왼쪽은 대청 그늘에 아직 검둥이다. 아침햇살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신비한 힘이다. 중청 대피소는 화장실, 숙소, 평상들이 잘 갖추어져 있어 설악산 등산객에게는 최고의 시설이다. 야외 평상 한 구퉁이에 배낭 팽개치고 간식(오이와 초콜릿)을 먹으며 힘들었던 오르막 산행을 회고한다. 중청에서 일어나 소청으로 향한다. 내리막길이다. 여기서 소청, 봉정암, 백담사 가는 길과 갈린다. 우리는 희운각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깍은듯한 내리막을 구르다시피 내려간다. 한참을 가다보니 산도사HFM님이 안보이신다. 벌써 축지법 써서 내려가신 모양이다. 몇번을 무전기로 불러보아도 대답없으신 것으로 보아 아마 초보 산꾼위해 먼저 내려가서 아침 준비하실 요량이신것 같다. 중청봉에서 40분정도 하산하여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한다. 역시 산도사님이 자리잡고 물끓여 놓고 계신다. 라면과 김밥으로 아침 해결했다. 식수는 계곡에서 흘러 내리는 물을 그냥 이용한다. 어찌나 맑은지 물에 손 넣기가 아깝다. 더러운 손 때가 물에 씻겨 내릴까 걱정될 만큼 깨끗한 특급수이다. 이 물을 공룡능선 등반을위해 물통마다 가득가득 담았다. CFY 1통, GXU 1통 3리터쯤 되니 든든하다. 참고로 여기 희운각 대피소 매점에는 안성이 고향이신 분이 근무하신다. 오늘은 비번이신 모양이다. 안계서서 인사못드리고 그냥 출발했다
[희운각~공룡능선~마등령] 희운각에서 조금 내려오면 천불동으로 가는 곳과 공룡능선 가는 곳으로 길이 갈라진다. 지난번 아들녀석들과는 비교적 쉽다는 천불동 쪽이었는데 오늘은 공룡능선쪽이다. 여기서부터는 아침먹은 힘에 젖먹던 힘까지 총동원해야할 판이다. 마음 굳게 먹었건만 공룡능선의 첫번째 봉우리에서부터 기가 질린다, 대청에서 볼때는 그저 좀 뾰쪽뾰쪽하다는 생각만 했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장난이아니다. 길은 좁고 한 발 잘못 선택하면 수천 길 낭떠러지. 천불동을 중심으로 내설악과 외설악이 나뉘는데 이 능선을 지나며 차례로 보이는 내설악과 외설악의 비경을 어찌 말로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나마 울긋불긋 색동옷까지 차려입고 나선 설악의 자태를...아침 햇빛에 노출된 가을 설악의 뽐새를 구경할 겨를이 없다. 산도사님은 성큼 성큼 앞서 가시지. 한발 잘 못 내디뎠다가는 이 좋은 날에 황천길이지...참 이 코스는 두꺼운 코팅 장갑이 필수다. 바위잡고 사정도 해야하고 밧줄 타고 대롱 대롱 매달리기도 해야하고...단연 압도적인 곳은 1275봉이었다. 사람들이 1275봉 마지막 난관을 지나는 곳에 정체되어 오고가는 길이 일방이라 저쪽에서 한사람 이쪽에서 한 사람 교대하는 식으로 마지막 관문을 넘어야했기에 여기서 쭈그리고 기다린 시간만도 훌쩍 한 시간을 넘겨 기다려야만 했다. 역시 1275봉은 웅장했다. 바위 크기도 크기려니와 그 아래로 거느린 봉우리들의 기개가 초행자에게 서늘한 위압감으로 달겨든다. 1275봉 바로 아래 꽤 넓은 계곡에는 미리 도착한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도 판쵸우의 넓게 펴고 벌렁 누웠다. 땅보다 일천여 미터 높은 곳에서 올려다보는 설악의 청명한 가을이 눈시리도록 푸르다. 우리나라 가을 하늘은 어디서보아도 저렇듯 검푸르건만 설악의 봉에서 보는 하늘은 또 다른 색감을 느끼도록한다. 산도사님이 편한 자세로 쉬었기에 여기가 공룡능선의 종착지라 생각했는데 일어나시며 여기가 중간지점이란다. 발바닥에서는 물집이 무릎에서는 관절이 허벅지에서는 근육들이 모두 난리가 났는데 아직도 3시간 이상을 더 가야한다니...정말 공룡능선 산행은 고행의 연속이다. 여기서부터는 경치고 단풍이고 신경쓰지 못했다. 아픈 무릎에 물집잡힌 발바닥에 온 신경이 쓰인다. 내설악과 외설악을 갈라버린 설악준령의 날카로운 톱니와 같은 능선을 따라 6시간여의 대장정의 마지막이 마등령이다. 예전에는 내설악과 외설악 사람들의 통로로 이용되었음직한 공간이다. 넓은 공간과 사람들이 살았음을 짐작케하는 집터 흔적들...이 험한 곳에서도 옛 조상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마등령~비선대] 희운각에서 마등령까지는 오르락 내리락의 열 댓번의 반복이었다. 오르막은 죽음이요 내리막은 천국이었는데 마등령에서 비선대까지는 쭉 내리막이었음에도 지옥이었다. 가파르기도 했지만 아픔 무릎이 한걸음 한걸음 발을 들고 내릴때 모두 아픔을 주었다. 마등령에서 비선대까지 장장 내리막길 3시간쯤으로 기억된다. 가장 힘들었던 코스였다. 아침식사 마치고 희운각에서 무릎과 허벅지에 근육통 없애는 약을 발라 조금 덜하긴 했지만 무릎관절의 아픔은 약으로도 해결이 안되는 모양이다. 더구나 내리막길에서의 발바닥 물집은 온 몸의 힘을 모두 받아야하기에 살이 찢기는 아픔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산도사님 배낭속에 물집 특효 밴드가 있었는데 말 안하고 참고 견딘 곰같은 사람 잘못이리라. 다른 산행객들도 모두 초죽음 상태로 하산길을 재촉했고, GXU 도 비몽사몽을 외치며 무거운 발바닥을 허공에 간신히 들어올리고 있었다. 오로지 산도사님만 아무일 없이 씽씽 내려가신다. 비선대 부근에서 GXU님의 작업에 휘말린 FB한 YL이 GXU님 손에 이끌려 정답게 하산하는 모습을 보며 아저씨 둘(HFM, CFY)은 얼른 분위기 조성을 위해 자리를 피해야만 했다. 금강굴 지나 비선대에 도착해서 얼른 양말 벗고 감각없는 발을 차디찬 설악수에 담갔다. 시린 손으로 물을 퍼서 무릎과 허벅지에 연신 맛사지를 하며 장장 14시간의 산행의 피로를 풀어보려 애를 썼다. 이때 비선대위에 놓인 다리를 휘적휘적 홀로 내려오는 GXU를 발견했다. 좀전까지는 옆에 동행자가 있었는데 어쩐일인지 혼자 쓸쓸한 걸음걸이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 산행에 YL 손잡고 하산길 거들어 주는 모습에서 그간 힘들어하던 표정을 전혀 못보았는데 갑자기 두배 세배 힘든 모습으로 내려오는 모습이 작업의 실패 때문이리라 짐작이 된다. 부산에서 인터넷 동호회 소개로 온 YL 이었는데 전화 한 통 받고 나더니 휭하니 그냥 가버리더란다. 비선대에서 잠시 쉬는 동안 벌써 해는 서산너머 산그늘을 만들어내고 있다. 부지런히 하산을 서둘러야 했다.
[비선대~설악동] 이 길은 거의 평지에 가깝다. 설악동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애호하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길도 넓고 평탄하다. 안성 산객 3명은 오래간만에 서로를 옆에 두고 설악동까지 하루를 회고하며 긴 그림자를 끌며 내려왔다. 여기도 1시간 걸린다. 설악동에 도착하니 벌써 어둠이 밀리기 시작한다. 늦은 시각이라 관광객들이 많이 없다. 오직 권금성에 오르는 케이블카만 대롱대롱 오르락 내리락 한다. 여기저기 가게마다 불이 켜지고 우리는 속초행 버스에 올랐다.
[설악동~오색] 속초행 시내버스에 오르자 하루의 피로가 모두 시내버스 의자에 옮겨져버린다. 무거운건 몸뿐만이 아니다. 눈꺼풀도 무겁긴 매 한가지다. 정신 차려야지 하면서도 눈꺼풀은 벌써 천근이다. 겨우 해맞이 공원부근에서 정신차려 두 분 깨워 내렸다. 오랜만에 아스팔트에 등산화 발자국이 찍힌다. 해맞이 공원 슈퍼(매표소 겸)에서 오색행 직행버스를 물으니 7시 차란다. 20분 남았다. 저녁을 사먹고 오기는 좀 빠듯한 시간이다. 그래서 오색에가서 식사하기로하고 조금 기다리기로 했다. 7시가 되었건만 버스는 나타나지 않는다. 15분이 더 지나서야 젊은 학생이 잘못 알려주었음을 알았다. 원래 7시 15분 차란다. 그럴거면 간단히 식사할 만한 시간이었는데...직행버스에 올라서부터는 모두 꿈나라 여행했다. 설악산 꿈은 꾸지도 못했다. 양양 터미널 경유해서 또 꼬불꼬불 산꼬불 한계령을 향해 어두운 밤길을 직행버스는 흔들거리며 오색에 피로에 지친 산객을 내려놓았다. 마침 주차장 가까운 쪽에 내려주었기에 걸음수를 줄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주차장에 도착해보니 주차관리인이 없다. 주차비 4000원 아끼는가 했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불쑥 관리인이 나타난다. 지난번에 만났던 그분이다. 반가이 인사하고 아깝지만 주차비 드리고 저녁식사 이야기에 그쪽에서 더 반긴다. 자기 식당으로 가자고... 인연이란게 뭔지...식당에서 그야말로 포식을 했다. 무료증정, 일명 써비스 머루주에 비빔밥, 나는 장염 뒤끝이라 된장국으로 점심거른 뱃속을 꾹꾹 채워 담았다. 주차관리인과 그 아내 그리고 식당 주인 아주머니와 오색이야기, 산이야기로 설악 25시간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오색~홍천~인제~만종~원주~수원신갈~안성] 비록 무릎이 아프긴 했지만 운전은 할 만하다. 엇그제 야간 산행을 위해 미리 준비했던 낮잠이 매우 유효했다. GXU, HFM님은 모자란 수면시간에 짓눌려 벌써부터 고개를 떨군다. GXU님은 새벽 근무를 위해 아예 뒷좌석에 누워버렸고, HFM님이 애처롭게 조수석에서 운전수 비위 맟추랴 졸음 챙기랴 고생하시었다. 문막휴게소에서 잠시 쉬어 졸음 떨치고 안성에 도착하니 새벽 0시 10분쯤이다. 25시간의 대장정이었다. 공도 터미널에 내려 휘적휘적 허공에 발디디는 GXU님 올려보내드리고 산도사님 댁에 내려드리고 나니 무박 3일이 되어버렸다.
[설악산 후기]
2004년은 설악에 두번째이다. 지난 여름에 아들녀석들 데리고 다녀왔고, 이번에는 산도사님 모시고 다녀왔다. 산이 있기에 산에가고 물이 있어 물에 간다던 스님의 이야기 처럼 설악이 거기 있기에 설악을 다녀왔다. 특히 이번에는 2004년 첫 얼음을 현장에 설 수 있었다. 설악의 가을을 그림과 스크린이 아닌 오리지날 수정체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여름에 천불동에서 만났던 웅대 웅장했던 바위들과 계곡의 물, 가을에 공룡능선에서 외,내설악 견주어보며 설악의 기묘함을 만끽했다.
산행에서의 체험은 배낭의 속내를 보면 안다. 자그만 알약하나, 질긴 끈 한 가닥, 두터운 양말 한 켤레, 가볍고 휴대 간편한 랜턴하나, 물집예방 밴드 한장 등 ......그간 산행을 하면서 필요없는 짐들을 많이 가지고 다녔음을 다시 생각하게된다. 다음 배낭 꾸릴때는 속내를 조금더 알차게 꾸릴 수 있을 것이다. 기초체력은 배낭보다 무릎에 잘 챙겨야 한다.
첫댓글설악의 계곡에 흐르는 계류처럼 문장이 술술 풀어지네요. 뭉쳤던 근육과 무릎옆의 장경인대는 이제는 괜챦으신지요? 언제 토요일 쉬시면 지리산에 한번 함께 하시지요? 저는 아버님모시고 다음주 14일야간열차로 출발하여 15일새벽3시~17일오후3시까지 성삼재-노고단-벽소령-천왕봉-대원사의 종주예정입니다.
첫댓글 설악의 계곡에 흐르는 계류처럼 문장이 술술 풀어지네요. 뭉쳤던 근육과 무릎옆의 장경인대는 이제는 괜챦으신지요? 언제 토요일 쉬시면 지리산에 한번 함께 하시지요? 저는 아버님모시고 다음주 14일야간열차로 출발하여 15일새벽3시~17일오후3시까지 성삼재-노고단-벽소령-천왕봉-대원사의 종주예정입니다.
지금...한참 단풍중이라는데...???다음은 지리산...그다음은 에베레스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