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자유로
김승희
자유로는 이제 호텔이 되었다.
자유로에서 자유는 이렇게도 많이 밀리고 있다.
처참한 브로콜리 같은 아침의 얼굴이여.
누가 이 아침 얼굴을 이토록 뭉개어놓았나.
자유로에서 밀리는 것은 정말 자유만이 아니다.
때묻은 얼굴에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민발로
조그만 베개를 가슴에 안고
아가야, 아가야, 젖 줄까, 베개를 토닥이며 돌아다니던
그 미친년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미친 그리움을 살아본 적이 있는가.
그리움이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을 때
그리움이 앞으로도 뒤로도 다 막혀 있을 때
나도 얼마든지 그렇게 미칠 수 있을 것 같다.
미치거나 황토귀신이 되어서 반쯤 졸거나 반쯤 자는 길.
서울로 가는 전봉준도 그리하였으리라. 깃발은 들었고
자유는 밀리고 황토재 지나 황룡촌 지나
첩첩 그리움은 막혀가고. 보은 지나 금강이여.
서울로 가는 길목마다 그렇게도 어려웠으리라.
자유로에 점점 떨어진 푸른 알들이여.
녹두꽃잎이여....
호텔 자유로, 인디언 담요를 몸에 두르고
스티로폼 도시락에 담긴 김밥과 샌드위치를 먹으며
그렇게도 싫어했던 실려가는 삶에 대해
실려갈 수밖에 없는 삶에 대해
밀려있는 자유에 대해
밀고 가는 자유에 대해,
그리고 또다시 언젠가 꽃 피어날 녹두꽃에 대해
피기도 전에 공습 탄환에 스러진
카불 소녀의 녹슨 녹두빛 눈동자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