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실제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허구를 가미해 재구성했습니다."
에피소드 4. [BJ 살인 생중계 - ⑧]
S# 53. 강력 1팀.
강력 1팀의 회의는 길어진다.
김 형사 팀장님. 그리고
또 있습니다.
박 형사 또?
김 형사 ‘살인의 동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눈 여겨 볼 것이, ‘살인의 Tool(도구)’입니다.
강력 팀장 계속 해봐.
김 형사 ‘살인의 동기(動機)’는 심적(心的) 욕구인
것이어서,
우리가 범인의 마음까지 지금은 파악할 수 없지만,
‘살인의
Tool’은
유형(有形)이기 때문에 우리가 오감(五感)으로
역으로 이를 발판 삼아 유추해 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유 형사 김 형사 말은
‘살인의 Tool’로써 ‘살인의
동기’를 알아내 보자는 말이지?
더 나가서는 놈을 특정할 수 있는 경계까지
다가서고?
김 형사 예.
우선, ‘살인의
도구’만 놓고 봤을 때.
‘날먹팬 BJ’ 고진동이 살해당한 뒤에
팀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범인은 왜 이런 짓을 했을까?
이 정도면, 살인에 엄청 정성을 들인 건데?
이렇게까지 하는 놈은 드물거든”
강력 팀장 그래 기억나.
김 형사 놈의 ‘살인의
도구’는
대단히 심미학(審美學)적이고,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의 살인범들에게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이단(異端)적이라는 거에요.
일반인이
쉽게 상상할 수도, 접하기도 힘든 것들을 자유자재로
이
놈은 사용하고 있다는 거죠.
박 형사 맞아.
‘고진동 건’에서
사용된,
봄철 물난리를 당해 가슴 아파하는 훅하는 내용의
사연과
여고 2 학생의
손 글씨로 쓰여진 편지.
감쪽같이 위조한 우체국 소인과 택배 배송장.
‘니코틴 원액’이
들어간 라면 속 액상 스프.
유 형사 ‘옥도순 건’에서
배달된
어머니 말마따나,
BJ 마음에 쏙 들게 만든 수제 의자와 BJ얼굴 코르크 그림, 장수 말벌.
김 형사 ‘애완동물 초콜릿 테러 건’에서의
익명으로 온정의 손길로 보내어진 50 포대의 사료!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료 속에 주입된 개들에겐 치명적인
‘초콜릿’.
디테일한 ‘악마적
배려’가 있으면서도 전체를 아우르는 ‘사악한 장악’이 있어요.
강력 팀장 종합하면,
놈은 엄청난 학력(學力)과 지능(智能)의 소유자겠군.
김 형사 제 생각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입니다.
죽은 BJ들이
뭐에 반응하고, 움직일 지를 통찰한.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심안(心眼)과 지구력(持久力)까지 지닌,
박 형사 심안(心眼)?
김 형사 예.
살인마에게 이런 단어를 써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요.
놈은 자신의 심안(心眼)을
‘살인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는 거 같아서요.
죽은 BJ들의
방송을 보면서,
그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게 됐어요.
다시 말해서, 완전히 이해해 버렸다는
거에요.
박 형사 혹시, 범인이
둘 이상 아닐까?
김 형사 이 정도의 능력을 가진 놈이라면,
즐거움을 반으로 나누지는 않죠.
왜?
혼자서 해도 차고도 넘치니깐!
강력 팀장 음~
박 형사 (움츠리는 표정을 지으며)
김 형사! 말이
너무 오싹하다.
S# 54. 강력 1팀.
전화를 받은 박 형사가 김 팀장에게,
박 형사 팀장님. 아무래도
네 번째 BJ 희생자 같습니다.
강력 1팀원들이 병원 응급실로 출동한다.
S# 55. 병원 응급실.
사망 선고를 한 의사가 형사들을 만난다.
의사 응급 후송 중에 이미 사망한 상태에서,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박 형사 사인은 뭔가요?
의사 독(毒)에 의한 ‘급성 심부전’ 입니다.
유 형사 독이요?
의사 예. 농약이나, 비소 같은 일반적인 독(毒) 같지는
않고,
정확한 사인은 부검을 통해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반드시 부검을 해야 하는 케이스 에요.
S# 55. 국과수 이 검시관 방.
이 검시관이 유 형사와 박 형사를 맞이한다.
이 검시관 이거 뭐지?
유 형사 왜요?
이 검시관 검시관 생활 15년에 내가 이런 걸 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유 형사 (답답해 하며) 말씀을 하셔야지.
그러니깐. 왜요?
이 검시관 피해자의 몸에서 ‘투구꽃 뿌리 독’과 ‘복어 독’이 검출됐어.
유 형사 예?
이 검시관 유 형사. 혹시,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난
‘투구꽃 살인사건’ 알아?
유 형사 아니요.
이 검시관 허기사, 유 형사는 그때 어렸을 때구나.
나도 대학 다닐 때, 생리학 교수가 수업 시간에 얘기해줬으니깐.
범인 카미야 치카라가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투구꽃 독과 복어 독으로 독살시킨 사건이야. 1986년에.
박 형사 독(毒)을 두 개나 썼으면,
아내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거 아닙니까?
이 검시관 일반인들이라면 쉽게 그렇게들 생각하지.
두 독(毒) 모두, 먹으면 15분
이내로 증상이 나타나
사망하는 즉효성의 독극물이니깐.
경찰의 독극물 실험 부탁을 받은 대학 교수도
처음에 여러 차례 실험을 실패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밝혀냈을 정도니깐.
박 형사 그런데요?
이 검시관 범인도 그 점을 노렸고.
피해자 부인은 남편과 헤어지고서,
1시간 40분
후에,
친구들과 함께 간 오키나와 여행 중에 사망하거든.
그러니깐, 살인범인
남편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지
살인범은
‘투구꽃 뿌리’에
있는 독 성분과 '복어'의 독 성분은 섞이면,
‘길항작용(拮抗作用)’을 일으킨다는 것을 알고
부인에게 영양제라면서
먹인 거고.
유 형사 예?
‘길항작용’이요?
이 검시관 체내의 현상에서 두 개의 요인이 동시에 작용할 때
서로 그 두
독(毒)의 효과를 상쇄시키게 되는데,
쉽게 약물을 예로 들면,
‘흥분제’와 ‘진정제’를 예로 들 수 있지.
사람은 이렇게 해서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유 형사 놈은 어떻게 그런 거를 알아낸 거에요?
수법이 기발하다고 해야 하나요?
이 검시관 내 생각에는
아마도 우연한 기회에 얻어들은 게 아닌가 생각돼.
어느 특정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간요법
같은?
대학 교수도 이 사실을 알기까지 애 먹었거든.
유 형사 아~ 그래서요?
이 검시관 나중에 경찰에 제보한 시민들의 말에 의하면,
꽃집에서 60여
그루의 ‘투구꽃’과
어민으로부터 복어를 다량으로 구입한 범인은
월세 집을 얻고,
그 곳에 전문가가 사용하는 화학실험 기구들을
갖춰 놓고서
수 많은 실험을 반복하면서,
막말로 ‘황금비율’로 배합이 이루어진 새로운 독(毒)을
만들어 내지.
그리고 새로운 독(毒)은
결과적으로, 범인에게 알리바이 ‘1시간 40분’을 벌어 주고.
박 형사 아니 그러면 검시관님 말에 따르면,
미친 개똘아이 새끼가
지금 살인 기법을 일본에서 직구해서,
살인을 저지른 거 아닙니까?
이 검시관 아마도.
우리
같은 전문가들이 이런 것을 보면,
어이가
없지. 어이가
박 형사 그래서, 그
범인은 교도소에 아직 있나요?
이 검시관 내가 듣기로 암으로 교도소에서 사망했다지.
유 형사의 눈빛이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