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날 :
새해 첫날을 맞이했습니다. 1월 1일 일요일입니다.
TV신년축하 프로그램을 보다가 혼자 잠이들었습니다.
밖에서 여러명이 아침먹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늘도 세수만 하고 짐을 챙겨나섭니다.
어제보다 훨씬 몸이 가볍습니다. 일기예보를 보니 오늘은 영상 8도정도랍니다.
두꺼운 오리털 잠바를 둘둘말아 배낭에 넣고 얇은 잠바로 갈아입었습니다.
모두들 나가고 저만 혼자 주인장이 만들어준 샌드위치를 먹고 게스트하우스를 나섰습니다.
해안길을 따라 걷기 시작합니다. 아침이라 안개가 남아있고 사람들도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 걷다보니 민속박물관도 보이고 카페촌도 보이는데 문닫은 곳이 꽤보입니다.
어제보다 날씨도 좋고 제주도 중에서도 남쪽이다 보니 더울 정도로 따뜻합니다.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추워서 벌벌떨던기억을 하니 완전 딴나라에 온 기분입니다.
지나다가 대단히 큰 리조트+호텔이 보여서 잠시들러 명함도 받고 간단히 상담도 했습니다.
가족단위로 놀러온 사람들이 꽉차있습니다.
왼편으로 바다를 끼고 걷다보니 커피파는 푸드트럭에 어떤 노신사 어르신이 물이 있냐고 물어보시는걸 보고
제가 가진 물 한병을 드렸습니다.
원래 제주시에 집이 있는데 이곳 호텔에 닷새째 머물고있는 중이라 하십니다.
제주시에 집이 있는데 왜 이곳에 투숙을 하시냐고 여쭈어보니 이곳이 더 따뜻해서랍니다.
매일 걸어서 저쪽에 보이는 카페까지 걸어갔다 오신다고 하십니다.
혼자여행하는 저를 보고 “구름에 달가듯이 다니시는군요”하십니다. 그 어르신께 사진한방 찍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혼자 여행할때는 셀카봉이 필수인것같습니다.
제주 남쪽 해변을 걷다보니 양식장이 엄청 많이 보입니다. 큰 양식장을 만들어놓고 바닷물을 끌어들이고
사용한물은 다시 내보냅니다. 바닷가로 내보내는 물이 폭포처럼 엄청납니다.
내보내는 물에 사료 찌꺼끼가 섞여있어서 출수구 주변에 물고기가 몰려들어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입니다.
유명 방송에 두 번이나 소개된 어촌마을도 보이고, 해변을 따라 팬션과 카페가 많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삼시 세때 커피만 먹는게 아닐텐데 카페가 너무 많아 영업이 잘 될까하는 걱정마저 듭니다.
오토바이를 탄 라이더들이 떼를 지어 다닙니다. 엔진소리가 심금을 울립니다.
날이 날인만큼 어느 마을 카페에서 새해맞이 행사로 떡국도 주고 고기잡이 이벤트도 했다고 합니다.
조금만 일찍왔으면 떡국도 얻어먹을 수 있었는데 늦게 온게 후회됩니다.
게스트 하우스에 묵으면서 방에만 쳐박혀있었으니 그동네 정보에 깜깜했던 모양입니다.
가는길에 해변길, 넓은 아스팔트길, 어촌길, 오솔길 다양하게 펼쳐집니다.
쉴때마다 양발을 벗고 발도말리고 반창고도 갈아줬습니다. 물집은 이제 거의 굳어가고있어 다행입니다.
오늘은 절대 무리하지 않고 쉬엄쉬엄 조금씩 걷기로 작전을 짰습니다.
그래서 작은 방파제나 등대 등은 그냥 건너뛰고 제주도 남단쪽으로 주욱 걷습니다.
점심은 큰길가에있는 식장에서 콩나물 해장국을 먹었습니다.
오후 4시쯤 남원이라는곳에 도착했습니다. 전라도에만 남원이 있는줄 알았는데 제주도에도 남원이 있네요.
동네가 아담하고 오후 햇빛을 받아 풍경들의 색이 강렬합니다.
오늘은 여기서 묵어갈까 합니다. 바닷가를 잠시 둘러보고 관광안내소에가서 가까운 게스트하우스를 물어보고 찾아갑니다.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가는중에 재미있는 혼술집을 보고 사진한장 찍었습니다. 밤에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결국 못가봤습니다.
도착한 게스트 하우스는 아주 작고 독특합니다. 들어가는데 입구에 유리문으로된 까페에서 주인장이 나와서 저를 맞아줍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예약 안하고 왔는데요” “아 그러세요” 저를 안내해줍니다.
소등은 11시, 화장실 욕실은 여기. 수건은 쓰시고 이통에 넣어주시고, 숙소에는 정수기가 없으니 아래 카페에 와서 물 받아가시고....
“여러명이 자도 상관없습니다. 하루 묵을건데 얼마인가요?” “만원입니다” "네??“ ”아침식사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아~ 네“ 엉겁결에 만원 한 장을 드리고 뒤돌아서는데 너무 싼것 아닌가? 갸우뚱.....
어두운 방에 문을 열고 들어가니 파스냄새가 진동을 한다. 어떤 젊은이가 미리 들어와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죄송합니다. 힘들어서 누워서 쉴께요”
어제 여기 게스트하우스에 왔는데 간밤에 한라산에 올라가 해돋이를 보고오느라 힘들어서 일어나지도 못한다고 합니다.
불끄고 쉬는 중이라는데 방해될까봐 반대편 침대1층에 배낭을 내려 놓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이틀만에 대충 온수샤워도 합니다.
여기 게스트하우스는 독특해보입니다. 일단 교회건물을 리모델링했고,
스텝들의 숙소는 2층 종탑으로 요상하게생긴 사다리를 타고 올라다녀야합니다.
꽤나 재미있어보이고 호기심에 한번 올라가 보고 싶어집니다. 실내 복도에 있는 의자는 드럼통을 찌그려서 만들어 놓았고,
침대는 주인장님이 직접 만드셨다고 합니다.
게스트전용 놀이터에 한번 가봤습니다. 깔끔하고 예쁩니다. 아침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조리시설 냉장고등이 있고 음료는 자율적으로 꺼내먹고 돈통에 요금을 넣는 체계입니다.
난로도 있고 장작도 많이 있습니다. 여자게스트 두분이 우아하게 책을 보며 차를 마시고있습니다.
간단히 인사만 하고 딱히 할 일이 없어 다시 방으로......
먼저 온 청년은 새벽 3시에 성판악에서 산을 오르기 시작해서 백록담에서 해맞이를 보고왔는데
오르는 중에 별들이 너무 예뻤다고 합니다. 젊음이 부럽습니다.
원래 야간 산행은 금지이지만 일년에 딱한번 신년 해맞이날만 야간산행을 허용한다고 합니다.
해맞이 등산객들이 하도 많아서 쉬지도 못하고 밀려서 올라갔다합니다.
그사이 또다른 한청년이 샤워를 하고 방에들어왔다. 경기도에서 왔는데 김포출발 비행기표를 구하지 못해
청주공항근처 까지 운전하고와서 차를 대놓고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고 합니다.
지난주 화요일에 왔다고 하는데 가는날은 정하지 않았고 돈이 떨어지면 제주도에서 나간다고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남자셋이 모였으니 함께 저녁을 먹으로 나섭니다. 주인장님께 주위 맛집을 소개시켜달라고 하니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일요일이라 대부분 문을 닫아 추천해줄 집이 없다고 하십니다.
일단 남자셋이 식당을 찾아 나섭니다. 마땅한 식당을 찾기 힘듭니다.
남원 이곳은 마을은 작은데 신기할 정도로 닭집이 많습니다. 200미터안에 5~6곳은 되는것 같습니다.
두어바퀴 찾아 헤매다가 결국 “이것저것 다 전문”인 식당에 갑니다.
국밥, 생선조림, 고기국수, 해물전, 흑돼지 등등 못하는게 없는 식당입니다.
저와 한라산청년은 돼지국밥을 시켰고, 경기도에서온 청년은 고기국수를 시켰습니다. 제가 걱정한대로 고기국수가 좀 짜다합니다.
게스트하우스 바로 앞집에서 6,000원짜리 튀김닭 2마리와 맥주 등을 사가지고 숙소로 향합니다.
방에 음식물 반입이 안된다고해서 게스트놀이터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놀이터에 들어서니 스텝들과 주인장님은 회를 썰고 계시고 게스트 두어명이 않아있습니다.
저녁은 다 드신듯하고 통닭과 맥주를 꺼냈지만 싱싱한 회앞에서 치킨은 그저 부스러기 안주밖에 되지 않습니다.
주인장이 반가이 자리를 내어주시고, 처음 본 사람들이지만 자연스럽게 술자리가 이어졌습니다.
주인장 친구분이 방어 6마리를 잡아다 주셨다고 합니다. 아직도 아가미가 벌떡거리는 활어였습니다.
생선살 위로 큰 식칼이 몇 번 왔다가니 회접시가 수북해집니다. 껍질도 가스토치로 구워주십니다.
껍질구이는 처음 먹어보는데 향도 고소하고 부드러웠습니다.
저보고 이 게스트하우스를 어떻게 알고 왔냐고 물어봅니다.
대부분 단골손님인데 예약도 없이 무작정 찾아온 제가 이상해 보였나봅니다.
“안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단골손님이 많은 곳인것 같습니다.
저만 빼고 다들 오래된 단골손님인것 같습니다.
오늘 30살이 됐다는 경기도 친구에게 “서른즈음에”란 노래를 불러야 겠다고 했었는데
문득 그가 기타를 찾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본인은 노래는 못한다고 했는데 노래도 잘하고 기타연주는 전문가였습니다.
다들 즐거워하고 신청곡들도 여러곡 연주해 주었습니다.
다들 그를 보고 모르는 노래가 없다고 해서 쥬크박스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같이 있던 여자 게스트분은 제주도에 자주 오신분인데 저에게 어떤 코스가 좋고, 공항쪽으로 가는 교통편도 상세히 알려 주십니다.
특히 제가 내일 지나게될 올레코스중에 해병대길이라 불리우는 험한 코스가 있으니 절대로 호기심 가지지말고 직진하라고 귀뜸해줍니다. 정말 고맙지요.
주인장님과 경기도 청년이 LP판들을 꺼내 블루스를 즐깁니다.
스텝들이 말하길 주인장님이 이렇게 신나보이는것은 처음이라합니다.
이제 자리를 마무리하고 일사분란하게 자리를 정리하고 꿀잠을 자러 방에갑니다.
첫댓글 제목만큼 용기가 필요한 여정인것 같읍니다. 제가 제주 토박이인만큼 그 여정이 얼마나 힘든건지 눈에 선하네요.
몆줄 글에 넘어간 여정들의 코스. 그 거리감을 알고 있으니 더 공감되나 봅니다.
제주사시는 분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제주도에 대해 모르는게 많습니다. 나중에 라도 좋은 말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새해 복 만땅 받으시고 사업 대박 나세요
아하 ~~~ 눈에 선합니다. 하도 오래된 스토리 라.. 30년도 넘었고, 86년에는 광주에서 온, 처자 랑, 그 당시 KAL 호텔, 나이트
함께, 간 생각도 나고, 나중에, 광주 여러번 감. 광주 처자 >>>>>>>> 부산 처자들 보다, 애교 + 센스 ^^ 더 좋음. ㅋㅋㅋ
아무튼, 여행은 역시, 독고다이 ~~~ ㅎㅎㅎ 그래야, 자유로움, 발길 가는곳, 구름 따라,마음 따라 >>>>>>>>>> 이틀 전,
겁나 오랜만에, 이모 랑 통화 함. 남원에, 집 100평 짜리 완성 했다고 ㅋㅋㅋ 보고 싶다고, 어린 양, 데리고 언제 올 예정 ??
역시, 시간 지나면, 딱 3가지 남음. 추억 + 사진 + 영수증 ㅋㅋㅋ 잘 읽었습니다. 글 잘 쓰시네예.
저의 여행은,사진으로 쇼부 칩니다. ^^
글이, 달가듯이 잘 읽히네요. 혹시 작가님?..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제주도 여정이 어느덧 마지막을 향해 가는듯 하네요.
제주...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