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령봉지나 멀리 보이는 계방산과 소계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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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2019년 9월 21일(무박)
산행 시간/거리: 15시간, 35km(실거리)
산행참가자: 11인( 대가거사총대장, 모닥불, 일보, 새들, 산정무한, 수담, 향상, 해마, 아산, 오모, 무불)
산행경로:
03:20 진고개 산행시작
04:20 동대산
06:50 두로봉(아침)
08:40 상왕봉
09:30 비로봉
10:30 호령봉
11:40 점심(1352봉 아래 안부)
14:00 뽀지기봉(1350)
15:30 1462봉
17:00 계방산 정상
18:20 운두령 산행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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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가 오지에 또 하나의 태극 모양을 그렸다. 태극전사 오모는 지리산 태극 종주를 마치고 설악산 태극을 섭렵했지만 이정도 태극으로는 아직 성에 차지 않는다. 태극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려는지 오대산과 계방산을 잇는 태극-비슷한-종주길을 가자고 올 봄부터 은근히 군불을 지펴왔다. 총길이 35km, 이길이 어떤 길인가? 이정도면 대한민국 전도에서도 왠만큼 눈에 잡이는 거리다. 왠만한 고속도로 한 구간보다 긴 거리고 이정표의 다음번 휴게소까지라고 쓰여진 거리보다 길다. 총대장님도 옆에서 거드신다. 고도가 높은 진고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그리고 완만한 능선을 오르내리다가 우두령으로 바로 떨어지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다고 꼬시신다.
어렵긴해도 사실 나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등로다. 오대산은 청정하고 성스런 산이다. 중국 산서성에 오대산이 있는데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이 상주하는 산으로 알려져있다. 삼천미터급 5개의 평평한 봉우리(이때문에 오대라고 한다) 위에 사찰을 모셨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문수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경건한 마음으로 오대산을 찾았다. 신라의 자장율사도 오대산을 찾아 문수보살을 친견했다. 이때 부처님 사리를 받아 우리나라의 5개 절에 모셨으니 봉정, 법흥, 정암, 상원, 통도가 그 절이다. 특히 이 곳 오대산은 중국의 오대산을 따라 이름 지어진 산이다. 오대라 하면 문수보살이 상주하고 비로자나불을 모신 중대(비로봉), 오백나한이 상주하며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북대(상왕봉, 코끼리의 왕이 석가모니부처님으로 비유), 관세음 보살을 모신 동대(동대산), 대세지보살과 아미타불을 모신 서대, 그리고 지장보살을 모신 동대를 말한다. 중국에서는 남대만 올라보았는데 오대를 모두 배관하게 되니 나름 기대가 된다.
원래 이번주는 울진의 진조산에서 수색작업을 하기로 했었다. 메대장님이 대상포진으로 빠지고 참가자가 속속 불참을 통보하면서 이틈을 오모가 장악했다. 전격적으로 코스가 오대산으로 바뀌었다. 오지분들은 등로가 어려울 수록 아드레날린이 솟아 오르는지 코스변경후 참가자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새들님, 수담님, 아산님이 막판에 합류하면서 종주길 대형이 그런대로 갖추어졌다. 종주의 절반 지점인 호령봉을 지나면 더 이상 탈출로가 없는 길이다. 눈딱 감고 배낭끈 질끈 매고 출발한다.
진고개, 장비를 차리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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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산까지는 1시간 소요 약 400미터의 고도를 올린다. 일반등로에서 빠르게 진도를 빼야해서 조용히 걷기만 한다. 선두 그룹의 총대장님과 수담님이 번갈아 통기 소리로 대오의 긴장을 풀어주신다. 누구 통기가 냄새나는 통기냐로 화제가 이어지면서 오랫만에 나오신 수담님은 방귀 이야기만 하는거 보니 역시 오지는 백두대간 팀에 비해 격조가 떨어진다고 하신다.한번은 등로에서 총대장님이 멈추어 서서 혹시 근처에서 더덕냄새가 나지 않는지 아산님에게 물어보니 아산님이 방귀냄새를 은폐엄폐하시려는 것이 아닌가 반문하기도 한다.
동대산. 백두대간 격조 수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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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산부터 두로봉까지 약 7km를 2시간 30분에 걸쳐 빠르게 진행한다. 중간에 차돌백이라는 이정표가 있어 무엇인지 궁금했는데 하얀색의 차돌이었다. 두로봉에서 아침을 먹었고 새들님이 조금 뒤쳐저서 약간 지친 모습으로 합류했다.
두로봉 약간의 안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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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로봉에서 비로봉까지는 약 6km가 안되는 비교적 평탄한 길이다. 역시 빠르게 진행한다. 오늘은 새벽 3시 출발이다. 모두 버스에서는 두시간 남짓밖에는 수면을 취하지 못했다. 등로가 평탄하니 자꾸 눈이 감긴다. 일보님은 버스에서 한숨도 눈을 붙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부터 계속해서 선두에서 속도감있게 진행한다. 물론 다양한 화제로 대화를 쉼없이 이어가면서 말이다. 사람들이 이제 일보가 아니라 반보로 해야 페이스를 맞출 수 있을 것같다고 한다.
두로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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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날이 흐리면 제법 을씬년스럽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CC카메라는 이제 산에서도 낯익은 모양이다. 출입금지 지역은 센서로 감지해서 경고방송을 내보낸다. 비로봉지나 호령봉 가는 출입금지 등로에서도 여지없이 돌아가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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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의 왕인 상왕은 석가모니 부처님을 상징하기도 한다. 사실 향상은 품격있는 코끼리의 종류를 말하지만 한편으로 코끼리의 왕 석가모니 부처님을 상징하기도 한다. 물론 내 닉인 향상은 향상절류라는 문구에서 뜻하는 강물을 힘차게 끊고 건너가듯이 오지의 덤불을 잘 헤치고 산행 잘하자는 소박한 바람에서 지은 것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날이 흐린 것이 심상치 않다. 출발전부터 무한님은 비소식을 전했다. 오모는 일요일 강우예보라 그렇지 않을 것이라 한다. 상왕봉에서 다시 우려가 나왔다. 오모는 갑자기 비가 오면 자기가 저녁을 사겠다는 무모한 내기를 제안했다. 혹시라도 완주의 의욕이 꺽일까봐 걱정해서 그랬나 이건 왠 무리수지?
상왕봉에서 일보님이 한곡조 뽑으신다. 아직도 추석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만난 절창의 82년생 노래방 도우미를 잊지 못하시며.. 최근 산행 실력이 무섭게 물오른 3인, 모닥불님(물론 모닥불님은 예전에도 에이스였지만 최근에는 초에이스로), 일보님, 무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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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에서. 상원사로 바로 내려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최후의 탈출로.. 빗방울이 떨어지지 시작한다. 오모는 구름에 있기 때문에 생기는 물방울일뿐이라고 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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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험로다. 지난 여름 동피골로 올라 호령봉을 거쳐 내려와봐서 안다. 희미하게 난 등로를 따라 빽빼하게 잡목이 가로막고 있고 등로를 벗어나면 한치도 전진하기 어려운 장벽이라는 것을. 구름으로 우리가 갈 길도 보이질 않는다. 등로의 틈을 비집고 종주의 절반인 호령봉에 이른다.
마가목. 나는 색맹이라 멀리서는 빨간색 마가목 열매를 구별해내지 못한다. 지금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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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령봉에 이르는 안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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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령봉. 지맥으로 봐서는 서대와 연결되어 보이는데 그러면 여기가 아미타부처님을 모시는 정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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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님은 지난번 방태산 종주에서 물부족으로 고전하셨다. 총대장님이 한참을 내려가서 물을 주셔서 회복되었는데 이번에는 총대장님이 미리미리 챙겨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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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개이면서 계방산의 모습이 드러난다. 구름에 쌓인 계방과 오른편의 소계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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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서 보이는 호령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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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님 경점에서 여유있게 완상하며 사진도 찍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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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구름아래가 계방산이고 앞에 보이는 봉우리에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남진해서 계방산 능선에 붙고 오른편으로 꺽어 계방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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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령봉에서 1352봉을 지나 안부에서 점심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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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후 출발전 무불. 스산한 가을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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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중 전화를 잘 못눌러서 아 자기야와 통화중인 총대장님. 총대장님은 하루종일 통기만 해서 아쉬웠는데 마침 아산님이 우리중 유일하게 학문을 닦고 너무 시원해한다. 축하와 시기의 의미로 오늘 아이스크림 당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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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배를 채우고 따뜻한 라면과 커피를 마시니 마치 해장해서 숙취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몸이 살아난다. 졸음도 벗어나고 오후 산행에서는 몸이 좀 풀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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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지기봉. 오대산에서 이제 계방산의 능선에 붙었다. 품격 백두대간 수담님은 뽀지기봉이 너무 거친 이름이라 뽀자를 경음이 아닌 부드러운 음으로 발음하는게 좋겠다고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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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안부로 내려 계방산까지 약 360미터 고도를 올려야한다. 1462봉까지 1km에 고도 250미터, 거기에서 계방산 정상까지 약 2.3km 고도 100미터를 올라야한다. 1462봉까지가 고비다. 그후에는 완만한 오르막. 각오를 하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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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단내나게 걸어 겨우 1462봉에 도착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희망으로 계방산을 오른다. 이미 본격적으로 비가오고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우장을 미루고 걸었더니 오한이 온다. 저녁내기로한 오모는 어찌하나.. 공기밥 10그릇으로 갈음하는 것으로 봐준다. 2.3km가 남았다는 정상은 가도 가도 보이지 않는다. 비바람과 구름으로 정상은 보이질 않아 가름이 안된다. 줄듯줄듯 주지 않는 애만 탄다. 여기인가 하고 보면 능선이 나오고. 겨우 도착했지만 일행은 먼저 도착해 사진사를 기다리면서 오한에 떨고 있다. 미안하기 이를데없다. 그래도 전원이 완주했다. 힘들었지만 기쁜마음을 담아 모두 이를 악물고 찍는다. 새들님이 지체되면서 해마와 조금 늦게 정상에 올랐다. 이번에는 물이 아니라 에너지가 고갈되어 새들님이 지친듯하다. 해마의 빵을 드시고 감쪽같이 회복되어 산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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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하는 오모. 비바람은 불지만 편안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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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속 계방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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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운두령. 4km길도 만만치 않다. 막판 두번 오르막 길에 또 녹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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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이 없으니 마오타이로 총대장님이 준비. 더덕주는 마오타이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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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km 15시간의 장정을 11명 모두 완주했다. 그래도 지친 기색은 없다. 대단한 오지 동지들이다. 때때로 자신의 몸과 마음의 각오를 되짚어 보는 계기가 필요하다. 오모가 자기의 태극을 생각했으면 지금같은 반쪽 모양이 아니라 온전한 태극을 그렸을 것이다. 오모가 모두 같이 할 수있도록 완벽하진 않지만 태극비슷한 등로를 그려주었다. 그 덕에 오랫만에 우리 모두 같이 하나의 태극을 완주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다음날 당당히도 일어나서 아침과 저녁을 마련한다. 너무도 쉽게 만든 참치 간장조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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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구수합니다. 장거리의 팽팽한 긴장감 대신 진양조 장단의 널널한 여유와 가락이 느껴지네요. 신경림이 그의 시 '특급열차를 타고 가다가'에서 노래한 경지가 생각납니다. ~서둘러 갈 일이 무언가.. 복사꽃 숲에서 낮잠도 자고... 소매잡는 이와 술도 한잔하고~
꿈보다 해몽입니다요^^ 감사 ㅎㅎ
다시 한번 오모님의 탁월한 줄긋기에 경외를 드리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간만에 진격의 오지산행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간 만에 꽉찬 산행 맛보았습니다
향상님 산행기도 천의무봉
^^
감사합니다. 형님과 같이 산행하면 항상 더 즐겁습니다.
향상님의 대단한 기억력에 감탄하고
언어의 향연에 녹아나는 산행기입니다.
비만 오지 않았으면 조금 여유가 있는 산행이었을텐데 쫓기는 기분으로 했던감이 있습니다.
에이스는 모닥불, 수담,일보 님이고
스타는 새들님입니다.
무불은 이까짓 코스가 나를 건드려?
하는 마음이 엿보였습니다.
나는 비가 와서 오히려 산행하기 편했어. 퍼지지 않고 긴장감있고.
한강기맥 한구간 하셨네요~ 전에 히든님과 둘이 12시간에 달렸는데 ㅎㅎ
역시 대단하십니다^^
@향상(박동욱) 기록찾아보니 2004년 9월초 12시간18분...아~세월이여 네요 ㅎㅎ
@캐이 15년전이군요 ㅎㅎ 그때는 몸매도 날렵하셨을 듯하네요.
오대산, 계방산은 참 좋은 산인 것 같습니다. 다시 가면 잘 갈것 같습니다^^
운두령>>>진고개 보다 진고개>>>운두령이 훨씬 어렵네요, 비탓인가? 나이탓인가?
잊지못할 오대산 쪽에서 계방산 오르막 360 찌릿합니다.
그래도 막판에는 전혀 힘든티가 안나시던데요.^^
일보 한계령 님, 산정무한 님은 비로소 예전의 실력을 되찾으신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