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30601. 불치병 여섯 가지
요즘 닥터 김사부가 재방송되고 있습니다. 거기서 부용수 김사부는 명의로 등장하지요.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우리를 깨우치게 합니다
‘통견증결
’엉켜 있거나 풀기 어려운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보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고사성어입니다
‘통견’은 통찰과 같은 뜻, ‘증결’은 속에 뭉친 병이나 증상을 뜻한다. 이는 의학용어인데 한번의 침으로 피를 본다는 ‘일침견혈’과 비슷한 성어이지요
전국시대 초기의 명의 ‘편작’은 훗날 삼국시대의 ‘화타’와 함께 신의로 이름을 남기던 사람입니다.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고 소문난 편작이 의사로 평생을 보내게 된 데는 장상군과의 특별한 인연이 있어....
장상군은 종종 편작의 객사에 머물렀는데 편작은 그를 기인이라 하여 시종 공경히 대우했고, 장상군 또한 편작이 보통 사람이 아닌 줄 알고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장상군이 편작을 불러 조용히 말했습니다.
“나는 비밀스럽게 전해오는 의술을 알고 있소. 그런데 내 나이가 많아 그대에게 전해줄 생각이오.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주의하오”
편작이 그러겠다고 대답하자 장상군은 품속에서 약을 꺼내 주며 말했다.
“이것은 이슬과 함께 먹어야 하오. 복용한지 30일이 지나면 반드시 사물을 꿰뚫어볼 수 있을 것이오”
그러고는 비밀스럽게 전해오는 의서를 전부 꺼내 편작에게 주고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30일 동안 약을 복용한 편작은 장상군의 말대로 ‘담장 저 편에 있는 사람을 볼 수 있고, 아픈 사람을 만나면 오장육부에 뭉친 병 덩어리를 꿰뚫어볼 수 있게 되었다’
신의 경지에 오른 편작의 의술은 이처럼 믿기 어려운 신기한 체험만으로 얻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병과 의술의 관계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편작은 아무리 용한 의사라도 고칠 수 없는 불치병 여섯 가지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는데, 그 말 하나하나가 우리의 폐부를 찌릅니다.
첫째는 교만하여 도리를 무시하는 불치병
둘째는 몸은 생각지 않고 재물만 중요하게 여기는 불치병
셋째는 먹고 입는 것을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는 불치병
넷째는 음양이 오장과 함께 뒤섞여 기를 안정시키지 못하는 불치병
다섯째는 몸이 극도로 쇠약해져 약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불치병
여섯째는 무당의 말을 믿고 의원을 믿지 않는 불치병..
‘통견증결’은 원래 용한 의사의 뛰어난 진단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어려운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보는 능력을 가리키는 말로 그 적용범위가 넓어졌습니다. 사물의 핵심을 꿰뚫어보는 능력은 드물게 타고나는 경우도 있으나 보통은 지루하리만큼 오랜 훈련 끝에 얻어집니다. ‘생명의 신비’ 를 훔치는 의사 같은 직업에서는 더욱 그렇지요. 그렇게 얻은 능력을 인류를 위해 기꺼이 베풀 때 위대한 신의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일부는 포항 교통방송 최만호 MC 가 진행한 대담에서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