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보선 참패 후 정계를 은퇴한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가치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치솟고 있다. © 주간현대 | |
재보선 후 은퇴한 ‘손학규’…이어지는 유력주자 방문 친노 견제 위해 역할론 제기…전당대회 ‘캐스팅보트’ ‘초이노믹스’ 저지 실패로 커져가는 베테랑들 빈자리 정계은퇴 후 강진에서 칩거 중인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몸값이 오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7·30 재보선 참패 직후 은퇴를 선언하고 은둔생활에 들어갔지만 손 전 상임고문이 타의반 자의반으로 현실정치의 중심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 출마에 뜻이 있는 주자들이 앞다퉈 손 전 고문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손 전 고문이 새정치연합 전당대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상태다. <편집자주>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손학규 전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의 집 문턱에 야권 인사들이 줄을 서고 있다. 손 전 고문은 7·30 재보선 참패 직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 백련사 근처에서 칩거 중이다. 이런 손 전 고문의 집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북적이는 것이다.
가치 높아지는 손학규
야권 인사들에 따르면 차기 전대에서 비노 진영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가 지난 11월15일 전남 강진의 백련사 인근 토굴에서 생활하는 손 전 고문과 만나 식사를 함께 했다. 손 전 고문이 정계은퇴 선언 후 전대 출마가 예상되는 유력 인사와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동영 상임고문은 지난 10월 초 강진을 찾아갔으나 손 전 고문이 자리를 비워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손 전 고문은 지난 10월 말 장인상을 당한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여수 상가에도 들르지 않았고, 인근 목포에 지역구를 둔 박지원 비대위원과도 아직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만난 의도에 대해 정치권의 의견이 분분해지고 있다. 알려진 사실을 종합해보면 박 의원이 손 전 고문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백련사 점심 약속을 잡았다고 한다. 동료 의원들과 함께 해남을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시간이 맞은 것이다. 이 같은 방문에 대해 박영선 의원은 “안부 인사차 찾아뵙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짧게 언급했다. 무엇보다 손 전 고문이 정치 이야기라면 손사래를 치는 터라 심각한 대화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평범한 발걸음이었을지 모르나 정치권의 ‘손학규 파급력’은 컸다. 이는 야권의 차기 당권 구도 때문이다. 친노계 좌장인 문재인 의원은 내년 2·8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게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대권 후보를 지낸 문 의원이 나오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세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때문에 비노계에서는 박영선 의원이 안철수 의원과 함께 문 의원의 대항마로 꼽힌다. 결국 비노계 주자가 누가 되든 안철수·김한길 의원 세력과 손학규계가 뭉쳐야 ‘게임’이 된다는 말이다. 때문에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정치계에 이름이 자주 들락날락거리는 것이다.
실제로 박영선 의원은 차기 전대 출마 여부를 심각히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인 공식 입장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최근 박 의원의 행보와 주변 분위기를 종합해보면 출마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박 의원의 단점은 믿을 만한 독자세력이 없다는 것이고, 지난 5월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안철수·김한길 체제의 당권파와 손학규계 등의 지지를 통해 당선됐다. 손 전 고문 측과 박 의원 측은 “원내대표 시절 손학규계가 도와줬다”고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다. 당시 박 의원은 손학규계인 조정식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했고, 법사위 동료인 이춘석 의원과 가깝다.
결국 박 의원이 차기 전대에 나간다면 손 전 고문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당 관계자는 “지금은 정계를 은퇴한 손 전 고문이 도덕적으로 가장 우위에 있다”며 “그가 후견인이 돼주면 누구나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손학규계 내부에서는 견제 시선이 있다. 박 의원이 주인 없는 틈을 타서 손학규계를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손학규계의 한 관계자는 “정계 복귀 여부를 떠나 손 전 고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며 “일단 우리끼리 뭉쳐 있자는 생각들”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손 전 고문에게 박영선 의원 등 유력 인사의 발길이 이어지는 것은 그가 야권에 가진 현실적 영향력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비록 정계를 떠났다고 하나 그는 전통적 지지기반인 영남은 물론이고 호남에도 상당한 지지층을 갖고 있는 상태다. 호남에서 야권 주류인 친노계의 지지세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과 맞물려 손 전 고문이 전대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분석도 따른다. 당내에서는 문재인 의원이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친노계의 장악력이 더욱 커질 경우 비노 진영이 손 전 고문을 상징으로 내세워 ‘딴살림’을 차릴 것이란 시나리오까지 있다.
야권 인사들의 잇단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손 전 고문은 자신은 정치를 떠난 사람이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측근은 “손 전 고문은 정치인이 찾아오는 걸 굉장히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의 만남에 대해서도 “신당 창당 등의 정치적 이야기를 했다면 손 전 고문이 아예 말을 못하게 막았을 것”이라면서 “불자들이 옆에서 함께 밥을 먹는 공개된 장소여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야권을 넘어 정치권에서는 손 전 고문이 대선 정국이 도래하면 어떤 모습으로든 ‘재등판’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정계를 은퇴했다고 하면서 고향인 경기도 시흥으로 낙향하지 않고 야권의 텃밭인 호남으로 내려가 칩거를 이어가는 것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한 중진 의원은 “정계를 떠났다면 여느 원로들처럼 당에 조언을 하면서 사회봉사활동과 후진 양성에 힘쓰는 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라며 “정치권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사람이 호남에서의 은둔이 갖는 의미를 모를 리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테랑들의 빈자리
한편 당내에선 지난 지방선거 이후 휴식 중인 김진표·이용섭 전 의원의 ‘빈자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최근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이는 경제정책인 ‘초이노믹스’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현실을 답답해하는 것이다. 김진표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 경제·교육부총리 출신이며, 이용섭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관세청장과 국세청장을 거쳐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했다.
실제로 두 사람의 빈자리에 대해 박지원 의원은 지난 11월17일 기자들에게 “새정치연합은 경제에 있어 완전히 ‘블랙아웃’”이라며 “경제가 잘못돼도 누구 하나 아프게 견제할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6·4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 전 의원은 현재 당 국정조문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6·4 지방선거 광주시장 선거에서 전략공천에 반발해 탈당한 후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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