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청이로 태어난 오빠는 언제부턴가 말을 더듬는 버릇까지 생겼다.
나는 그런 오빠를 곧잘 [버버리]라고 놀려댔는데,
나보다 공부도 더 잘하고 얌전하고 착한 오빠가 엄마사랑을
더 많이 받는것을 질투했던것이다.
오빠는 초등학교 3학년때 세번째 수술을 받았다.
그 얼마뒤 텔레비전에서 언청이라는 말을 처음 듣고 그 뜻을 알게된 나는
오빠에게 버버리 대신 [언청이]라고 놀렸지만.
오빠는 그저 꿀밤을 한 대 먹이며
"이제서야 그 말을 알았구나."하며 웃었다.
그 이후 왠지 오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나는 다시는 언청이라고 놀리지 않았다.
중고등학교를 지나면서 공부에만 파고들던 오빠가
대학생이 될때까지 엄마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
어떻게는 오빠의 수술비를 마련하셨다.
덕분에 대학2학년때 마지막 수술까지 무사히 마친 오빠의 얼굴은
정상에 가까워졌다.
그런데 몇달뒤 엄마의 생신전날. 도저히 믿을수없는일이 벌어졌다.
오빠가 무단횡단하는 어린아이를 구하려고 차도에 뛰어들었다가
트럭에 치어 세상을 떠난것이다.
모두들 이 엄청난 일에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그 순간 나는 묘하게도 참 오빠다운 최후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의 생신날 아침, 오빠의 죽음으로 온 집안에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갑자기 웬 소포꾸러미가 도착했다.
그것은 오빠가 죽기 며칠 전에 우편으로 보낸 축하편지와 선물이었다.
"아이를 낳아 기뻐해야할때
언청이를 낳아 얼마나 마음아프셨어요.
그런 저를 사랑해주신 어머니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머니.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합니다..."
오빠편지를 읽으면서 엄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셨다.
마지막까지 사랑과 감동을 안겨주고 떠난 오빠.
지금 저 세상에서 잘살고 있는지
카페 게시글
히포크라테스
언청이 오빠
hpc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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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1.1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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