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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사퇴가 우파 진영에 남긴 반성과 교훈
한동훈이 16일 국민의힘 대표직에서 사퇴했다.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이후 146일 만이다. 한동훈은 지난 14일 탄핵소추 가결 직후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이후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지도부가 무너지자 입장을 바꿨다.
한동훈은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당대표 명의 입장문을 통해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직무정지에 이어 탄핵도 주장했다. 16일 당대표 사퇴 기자회견에서도 "기자 한 분이 제가 당대표에서 쫓겨나는 이유가 된 이번 탄핵 찬성을 후회하느냐고 물었다"며 "참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동훈이 국민의힘 당대표에 오른 것은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이라는 배경도 작용했지만, 그보다 야권 정치인들과의 논쟁에서 밀리지 않고 날카롭게 반박하는 논리력, 엘리트 검사로서 쌓은 인지도와 신뢰 그리고 젊고 참신한 이미지가 주효했다. 모두 국민의힘 기존 정치인들에게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자산이었다.
한동훈의 이런 자산은 앞으로도 국민의힘을 위해 크게 쓰일 수 있다. 자중자애하면서 내공을 쌓을 것을 권한다. 지난 총선 참패 이후 많은 사람들이 한 전 대표에게 당장 정치 일선에 나서지 말고 대중 속으로 들어가길 권했다. 사회의 현실을 보다 깊게 체험하면서, 정치를 보는 시야와 국민의힘 혁신을 위한 경륜을 키우라고 조언할 때 그것을 받아들였으면 어땠을까.
한동훈의 등장과 좌절은 우파 진영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편향을 보여준다. 우파 진영은 엄밀히 말해 1987년 체제의 정치적 패배자다.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이뤄지면서 이 투쟁을 주도한 좌파 연합(호남+주사파)이 승리자로 등장했다. 헌정의 재구성을 주도한 좌파는 사회적 명분과 정당성의 근원을 장악했다. 우리 사회에서 좌파는 온갖 정치적 난동에도 불구하고 온정적인 시선을 받는 반면 우파는 사소한 실수에도 엄청난 비판에 직면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이런 영향으로 좌파의 정치적 정당성을 인정하고, 우파 정치를 좌파가 남겨주는 떡고물을 주워먹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흔히 ‘개혁파’라고 불리는 우파 가운데 이런 정치인이 많다. 한 전 대표는 자신의 주위에 이런 무리들이 집결한 것이 이번 탄핵 사태와 대표직 중도 사퇴의 원인(遠因) 아닌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파는 우파의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 국민의힘이 새로운 지도부를 중심으로 탄핵 파문을 잘 넘기고 정권 재창출에 승리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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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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