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7. 5. 21. 화요일.
친구님들 안녕!
5월의 일기가 불순하다고 지청구를 해댔더니
하늘이 알아듣기라도 했단 말인가?
근래 며칠은 날씨가 좋기로
한량없다.
지난 일요일, 모처럼 동부산 쪽으로 바람 쐬러 갔었다.
해운대, 청사포, 송정, 일광, 기장······
입소문으로 듣긴 했지만, 그렇게 변했을 줄은 몰랐다.
‘상전벽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다른 세상이었다.
나선 김에, 마누라 요청으로 ‘해동 용궁사’도 방문했다.
바깥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포대 화상(布袋和尙)’의 (위 사진)
‘유유자적(悠悠自適)’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저 표정, 저 자세, 저 여유로움······어쩌면,
이 세상 모든 사람의 ‘로망’일 것이다.
내 나이 쯤에는 더욱.
참배를 마치고 나오며 입구에 있는 중국집에 들렀다.
소문난 맛 때문일까?, 아니면 위치 때문일까?
그도 아니면 일요일, 점심시간인 탓일까?
삼삼오오,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주차장도 덩달아 붐볐다.
혼자였으면 당연히 발길을 돌렸을 터지만,
딸린 식구들이 있으니
그럴 수도 없고.
한참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다 겨우 입장해서는
음식 맛이 쓴지 단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도록
왁자지껄한 가운데
배를 채웠다.
휴!!!
세상이 그만큼 살기 좋아졌다는 방증이리라.
내가 어릴 적의 5월은 보릿고개가 극에 달하는 계절이었다.
작년 가을에 수확한 곡식은 이미 바닥이 날 즈음이고,
새로 수확할 논·밭 보리는 아직 익지 않은 시기.
설상가상으로 집집마다 식구는
왜 그리도 많던지.
‘먹는다’는 의미 자체가 그때와는 사뭇 다르다.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기 위해 사는 요즘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그 당시의 사람들은 살기 위해 먹었다.
그것이 초근목피(草根木皮)든,
그 무엇이든.
요즘 애들이 당시의 그 사정을 알까?
그럴싸한 노래 한 곡으로 ‘보릿고개’의 참뜻을 알까?
십중팔구, 천만의 말씀이면서도
만만의 콩떡 아닐까 한다.
- 끝 -
5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었네요.
항상 무사 무탈 하시길.
또 봅시다.
안녕!
첫댓글 바~보들___라면 끓여먹지--!!
중핵교때 장마에 보리는 못말려서 가마솥에 넣어 볶아 죽 끓여 먹었던 "아! 보릿고개여."
요즘 젊은이들은 보릿고개 알 턱이 없지요.ㅋ
그래서 세상은 돌고도는 것입니다.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알아야 하는데~
어쩝니까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지요.
구천동에서 만나봅시다.
연말이면 가던 용궁사,
요즘도 사람으로 북적거리겠지요.
한적한 산사(사계사)에 익숙했던 나는 절 같지도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