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라카페 3000배 철야정진참회
3000번, 덕지덕지 붙은 업장 떼다
빛이 가야산 너머로 뒷걸음질 치자 어둠이 기어들어왔다. 휴대폰
안테나는 가물거렸고, 세속과 이어주던 하나의 고리마저 끊겼다.
살갗을 파고드는 겨울바람은 해인사 백련암을 쥐락펴락했다.
그 무렵 백련암 곳곳에는 하나 둘 좌복이 깔렸다. 좌복 앞에는 예불
대참회문이 놓였다. 장경각, 관음전, 정념당, 적광전에 무릎 꿇고
앉은 이들은 280여명. 저마다 가슴 속에 아픔이나 상처를, 혹은 원
력을 안고 자리를 잡았다. 아이들과 함께 참여한 가족, 노부부, 학
생들의 얼굴에 비장미가 서렸다. 1월18일 저녁 7시15분, 백련암 곳
곳에서 동시에 죽비를 내리쳤다. 딱! 2014년 새해 첫 아비라카페
3000배 철야정진이 꿈틀댔다.
해인사 백련암서 18~19일
관음전 등서 280여명 동참
1000배 후 500배씩 네차례
엎드릴 때마다 불보살명호
능엄주 1독 독송으로 회향
우선 1000배부터였다. 2시간 동안 예불대참회문을 10번 부르짖어
야 했다. 절이라는 참회행위를 통해 탐욕과 어리석음, 분노 등 삼독
심으로 쌓은 업장을 녹이고 마음의 눈을 밝혀 나가기 위해서다. 예
불대참회문 1독에 100배였다.‘지극한 마음으로 신명 다해 예배드린
다’는 지심귀명례에 이어 한 분의 불보살명호에 절 1번이었다. 700
배에 이르자 하나 둘 두터운 외투를 벗었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엔
괴로움과 땀이 뒤섞였다. 230만개에 이르는 땀구멍에서는 땀과 섞
인 업장이 흘러나왔다.
통증은 60조개 세포와 207개 뼈, 650개 근육, 100개의 관절을 날카
롭게 할퀴었다. 그리고 허리와 무릎, 종아리에 똬리를 틀기 시작했
다. 정신은 아득해지고, 지심귀명례와 불보살명호만 마음에 붙들린
채 몸은 좌복 위로 수차례 무너져 내렸다. 통증에 무릎 꿇은 몇몇
초심자들은 합장한 채 앉거나 서서 명호를 부르며 마음이라도 함께
했다. 구참자들은 달랐다. 지심귀명례에 합장하고 일어서 불보살명
호를 입 밖으로 내는 호흡으로 고두례까지 하며 절을 공양했다. 좌
복 위 수건은 흘러내린 땀과 섞인 ‘나’로 인해 묵직하게 젖어 들어
갔다. 죽비소리가 적막을 가르자 여기저기서 헉헉거리는 숨소리가
관음전을 채웠다. 찬바람이 들었고, 미처 땀으로 짜내지 못한 업장
은 몸에서 하얀 수증기로 피어나 허공으로 사라졌다.
30분 쉬고 곧바로 500배에 돌입했다. 4번을 해야 3000배였다. 통증
은 ‘1080배만 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강한 집착을 일으켰다. 집착이
승리했다. 1500배가 고작이었다. 대중이 함께하는 철야정진에 미
안한 마음이 일었다. 옆자리에서 정진하던 박순연(57, 혜안심) 보살
이 꾸짖었다. “1080배만 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에게 굴복
한 것”이라고 했다.
어둠이 삼라만상을 뒤덮을 수는 없었다. 지나간 하루와 다가올 하
루가 자정의 어둠을 틈타 은밀히 몸을 섞을 때에도 지심귀명례는
성성했다. 2000배를 마치자 구참자도 하나 둘 좌복 위에 쓰러졌다.
곳곳에서 “죽겠다”는 말도 나왔다. 그래도 정진이었다. 30분 뒤 가
차 없이 2500배를 향한 절로 이어졌다. 1월19일 새벽 3시25분,
3000배를 회향했다. 끝이 아니었다. ‘부처님의 정수리에서 나온 진
언’ 능엄주 독송이 백련암 곳곳에 울려 퍼졌다. “스타타 가토스니삼
시타타 파트람 아파라지탐 프라튱기람 다라니…….” 곧바로 발원
문을 낭독했다. “나를 위해 남 해치니 자나깨나 죄 뿐이라. 천생만
생 쌓은 업장 큰 허공에 가득 차니 그 어찌 하오리까. 부처님께 피
눈물로 참회합니다.”
백련암에는 철야정진 회향으로 환희심이 넘실댔다. (주)한국전력기
술 엔지니어로 5번째 3000배 철야에 참가한 허만길(55, 법등) 거사
는 “2000배가 늘 고비였다. 3번째까진 목숨 걸고 했었다”며 “대중
이 함께 올리는 3000배는 덕지덕지 붙은 업장을 떼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3000배는 철저한 하심과 참회로 번뇌와 업장을 녹인 수행이었다.
가야산의 어둠은 짙었다. 덕분에 백련암 밤하늘의 별은 촘촘히 빛
나고 있었다.
법보신문 최호승 기자 | time@beopbo.com
승인 2014.02.03 15:03:05
▲ 살갗을 파고드는 한파에도 해인사 백련암 3000배 철야정진 현장은 업장 소멸을
간절히 원하는 대중의 원력으로 뜨거웠다.
(출처 - 법보신문 최호승기자 / 아비라카페 알맹이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