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에서 함께 수행했던 원효 스님이 사자암에 와서 이틀 머물다 떠나며 내게 물었다.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내딛을 경우 어느 곳에 이르게 됩니까?
"날마다 좋은 곳에 이르지요"
원효 스님이 떠난 뒤 원효 스님의 도반인 한 수행자가 전화로 물었다.
"몸과 마음 한 물건도 지니지 않았을 경우, 그 다음 공부는 어떻게 해나가야 합니까?"
"놓아 버리셔야지요(放下着)"
그러자 그 수행자는 껄껄 웃으며 힐난조로 되묻는다.
"향봉스님, 내가 방금 한 물건도 지니지 않았다고 했거늘 대체 무엇을 놓아버리라는 말씀입니까?"
"몸과 마음에 한 물건도 지니지 않았다는 그 생각마저 내려놓아야합니다."
그 뒤 음력으로 정월 초이튿날 가야산에서 왔다는 수행승 둘이 사자암에 찾아왔다.
진돗개 두 마리가 요란하게 짖어대고 있었다. 방 안에서 들어서자 한 스님이 말하였다.
"사자암, 사자암 해서 찾아왔더니 사자는 보이지 않고 개 짖는 소리만 요란합니다."
"눈은 없고 귀만 달랑 붙어 있어 그런 겁니다."
그러자 스님은 대들듯이 말하였다.
"그렇다면 사자를 보여주시지요?"
"악!"
나는사자가 포효하듯 큰소리로 할(㿣)을 했다.
그러자 함께 온 다른 스님이 내게 물었다.
"백제 무왕은 용화세계에 출현할 미륵부처를기다리는 마음으로 미륵사를 창건했다는데,
스님의 생각에는 용화세계의 미륵불이 언제쯤 출현하실 것 같습니까?"
"발길 닿는곳이 용화세계요 만나는 사람이 그대로 미륵불인데, 왜 스님께서는 미륵불만 찾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