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너거는 늙지 마래이? -
권다품(영철)
우리 집에는 98세 되신 장인어르신께서 와 계신다.
장모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신 후 혼자 계시다 보니, 식사나 집안 청소 때문에 3~40분 거리를 아내가 매일 가서 도와드리고 저녁이면 돌아오곤 했다.
그러다가 아침에 가면 넘어져서 여기 저기 멍이 들었다는 말을 듣고는 혼자 계시게 하다가는 큰 일이 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차라리 우리 집에 모시고 오라고 했다.
"아들을 둘이나 놔뚜고 사위 집이 머꼬?" 하시며
화를 내시며 안 오시겠단다.
할 수 없이 거의 2년가까이를 집사람을 장인어른 집에서 먹고 자고 하며 돌봐 드렸다.
그런데, 집사람이 없다보니 우리 집이 문제였다.
주말에 와서 반찬을 해놓고 가기는 하는데, 반찬도 그렇고 집 청소 문제조 그렇고 집사람은 신경이 쓰였는가 보다.
그래서 온갖 거짓말을 다 해서 결국에는 우리 집으로 모셨다.
그 세대 어르신들의 사고로는 딸네 집이 아니라 사위 집아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 조심스러워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밥을 드시고 나서도 꼭 당신께서 드신 밥그릇이나 수저를 설겆이 통에다 갖다 놓는가 하면, 휴지 하나라도 꼭 쓰레기 통에 넣으신다.
식사를 허시고는 반드시 화장실로 가셔서 입을 헹구는가 하면, 손도 깨끗이 씻으신다.
주무시다가 화장실을 가시면 새벽이라도 머리 손질은 깔끔하게 하셔야 하고, 면도기로 수염도 정갈하게 깎으신다.
평소에 화장실을 사용하시고도 꼭 비누로 손을 한참이나 씻으신다.
그러다보니 물세가 우리만 살 때보다 배가 넘게 나오는가 하면, 또 변기를 사용하시고는 꼭 변기 뚜껑까지 덮으신다.
집사람이 "아이구~, 영감쟁이는 변기 뚜껑 뭐할라꼬 요래 꼭꼭 덮는공?" 혼잣말을 하고는 "아버지 변기 뚜껑 안 덮어도 된다."고 귀 어두운 아버지한테 가서 큰 소리로 말을 한다.
사위 집에 얹혀서 사신다고 생각하시는지 젊은 우리보다 더 깔끔을 뜨신다.
또, 거실로 좀 나와서 유리랑 같이 좀 지내시면 좋겠건만, 그것마져도 혹시 젊은 사람들한테 방해가 될까 싶어 눈치가 보이시는지 주로 방에만 계신다.
그래서 뭐 먹을 거라도 있으면 내가 일부러 거실로 나오시라고 해서 드리면, 잡수시고는 한참 앉아계시다가 성경도 적으시고, 그림 색칠도 하시기도 하고, TV도 보신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내가 저 어른 만큼 나이가 되면 저어른 만큼 깔끔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자식들과 같이 살며 손주들 노는 걸 볼 수 있는 마지막 세대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미리 당겨서 해보기도 한다.
언젠가는 그런 세상이 올 거라는 생각을 하니, 세상이 왜 이렇게 돼 버렸을까 싶다.
시부모라고 모시기 싫고, 또, 장인 장모라며 못 모시겠다는 사람들아, 너거 하는 대로 너거 아들 딸들도 따라 안 하겠나?
너거도 얼마 안 남았대이.
너거는 절대 늙지마래이?
그라고, 정치하는 놈들아, 주둥이만 벌리면 "복지 복지" 하더니, 정치하는 놈들의 '대가리'로 해결할 수 있는 노인 복지가 요양병원으로 보내는 방법밖에는 없나?
그런 '대가리' 뭐할라꼬 달고 있노?
아~, 맞다!
싸울 때 사용해야 되네!
2023년 9월 15일 새벽 1시 26분 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