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 내부에 태양계가 다시 존재한다는 모형과 그 모형의 문제점 | 4쪽 |
러더퍼드가 원자핵을 발견함으로써 원자의 내부구조에 대한 톰슨의 쪼코 쿠키 모형이 옳지 않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었다. 이제 원자 속에 들어있는 양전하가 원자 중심부의 매우 좁은 영역에 집중되어 있다면 음전하 즉 전자들은 원자 속에서 어떤 모양으로 놓여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대두되게 되었다. 즉 톰슨의 쪼코 쿠기 모형에서 생각하였던 것처럼 전자가 이곳 저곳에 분포되어 있을 수는 없었다. 만일 그렇다면 음전하를 띈 전자들은 중심부의 양전하를 띈 원자핵이 잡아당기는 전기력 때문에 모두 원자핵 쪽으로 이동할 것이고 그러면 원자들은 즉시 쪼그라들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는 그렇지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만일 원자들이 쪼그라들어 버린다면 우리 주위의 물체들이 지금대로 존재할 수가 없을 것이다.
원자핵이 발견되고 나서 이와같은 생각들은 즉시 출현되었다. 그리고는 바로 원자핵과 전자 사이에 작용하는 전기력이 태양과 태양의 주위를 회전하는 행성들 사이에 작용하는 만유인력과 똑 같은 성질을 가졌다는 점에 주목하게 되었다. 즉 만유인력은 태양과 행성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데 전기력도 두 전하 사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점이다. 공중에서 돌맹이를 가만히 놓으면 밑으로 떨어진다. 돌맹이가 떨어지는 이유는 지구가 돌맹이를 아래로 잡아당기는 만유인력 때문임을 우리는 잘 알고있다. 그런데 달의 경우에는 어떤가? 지구가 달도 역시 잡아당기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왜 달은 지구로 떨어지지 않을까?
그 이유는 달은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움직이지 않는 물체에 힘을 가하면 물체는 힘이 작용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지만 이미 움직이는 물체에 힘을 가하면 두가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물체가 움직이는 방향과 동일한 방향으로 힘을 가하면 물체가 움직이는 빠르기가 더 빨라진다. 그런데 물체가 움직이는 방향과 수직 방향으로 힘을 가하면 물체가 움직이는 빠르기는 변하지 않고 움직이는 방향만 바뀐다.
바로 이와같은 점을 몰랐기 때문에 케플러가 태양 주위를 회전하는 행성들이 타원 궤도를 그리며 움직인다는 케플러 법칙을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행성들이 무슨 이유 때문에 타원 궤도를 그리며 움직여야 하는지 궁금해 하였다. 뉴턴이 처음으로 태양과 행성들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만유 인력이 작용하고 물체가 힘을 받으면 속도(물체가 움직이는 빠르기와 움직이는 방향을 함께 생각해 주어야만 하는 양)이 바뀌어야만 케플러 법칙이 설명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그렇게 해서 뉴턴은 유명한 만유인력 법칙과 뉴턴의 운동법칙(F=ma)를 발견한 것이다.
이제 원자핵에 들어있는 전자들이 원자핵으로부터 잡아끄는 힘을 받더라도 모두 원자핵쪽으로 끌려가 원자가 쪼그라들지 않기 위해서는 전자들이 어떻게 행동하여야 하는가가 분명하게 되었다. 전자가 원자핵의 주위를 회전하여야만 한다. 그리고 전자가 원자핵으로부터 받는 힘이 행성등이 태양으로부터 받는 힘과 동일하게 작동한다는 점으로부터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인력이라는 점으로부터)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타원 궤도를 그리며 회전하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위 그림과 같이 구름처럼 분포된 양전하에 전자가 박혀있다는 톰슨의 원자모형으로부터 원자 내부의 구조가 마치 태양계와 같다는 태양계 원자모형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원자 속에 태양계와 같은 형태가 다시 존재한다는 사실은 당시 사람들이 놀랍게 생각하고 아 그럴듯하구나라고 감탄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보다 조금 전 까지만 하여도 원자 내부란 인간이 감히 넘보지 못할, 인간이 근접하지 못할 신의 세계라고 믿고있었던 만큼 그 영향과 충격은 대단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감탄도 잠시동안만 계속될 수 있었다. 곧 원자 내부의 태양계 모형은 성립할 수 없다는 점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아니 그 뿐 아니라 원자 내부는 당시의 물리학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다는 점이 밝혀지게 되었다. 전자기학 이론에 의하면 가속운동하는 전하는 외부로 전자기파를 방출하여야만 한다. 전자기파를 방출한다는 의미는 전하가 에너지를 밖으로 내보낸다는 의미이다. 원자핵의 주위를 회전하는 전하도 가속운동을 하는 것임으로 (직선 위를 일정한 빠르기로 움직이는 경우에만 가속도가 영이고 등속도 운동을 한다) 전자가 전자기파를 (즉 에너지를) 끊임없이 외부로 방출하여야 한다. 그런데 전자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전자의 운동에너지이다. 에너지를 방출하면 이 운동에너지가 감소한다. 운동에너지가 감소하면 전자의 빠르기가 느려진다. 전자의 빠르기가 느려지면 전자는 원자핵쪽으로 더 가까운 궤도를 회전하게 된다. 가속도 운동하는 전하는 전자기파를 방출한다는 점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남산에 가면 우리나라 방송국의 송신 안테나가 설치되어 있다. 그곳에서 나오는 전자기파가 우리가 보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의 수신 안테나에 잡혀서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
송신 안테나에서 전자기파가 나오는 원리는 안테나 내부에서 전자가 가속운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라디오로 어떻게 이 방송 또는 저 방송을 선별하여 들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91.9 MHz(메가 헤르츠)로 MBC FM을 듣는다고 하자. 헤르츠는 진동수를 말하는 단위로 1 헤르츠는 1초에 1번 떠는 것을 말하고 메가는 100만번을 말한다. 그래서 MBC FM 전자기파는 1초에 910만 9천번 떠는 전자기파를 말한다. 그러니까 MBC FM 을 내보내기 위해서 송신 안테나에 들어있는 전자가 1초에 910만 9천번 떠는 것이다.
만일 내가 손에 전하 덩어리를 들고 1초에 900만번 흔들어 준다면 근처에서 MBC FM을 듣고있는 사람이 직직 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즉 전하를 흔들어만 주면 나도 전자기파를 만들어서 내보낼 수가 있다. 이 때 내가 내보낸 전자기파의 에너지는 흔르어주는 내 팔에서부터 나왔다. 송신 안테나에서 나오는 전자기파의 에너지는 송신소에서 전기로 계속 공급하여 준다. 그런데 원자핵 주위를 회전하는 전자의 경우에는 달리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므로 자기가 움직이고 있는 운동에너지를 소비하여야 하기 때문에 전자기파를 내보내면 전자가 움직이는 빠르기가 감소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회전한다고 하더라도 전자기파를 내보내면서 움직이는 빠르기가 감소할 것이기 때문에 오른 쪽 그림과 같이 결국 원자핵으로 끌려들어가게 되는 것은 전자가 정지해 있을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좀 더 자세한 계산 결과에 의하면 전자가 결국 원자핵까지 끌려들어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아서 대략 10-10초 정도이다. 다시말하면 원자가 만들어지는 즉시 전자는 원자핵에 붙어버리고 원자는 쪼그라들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주위에서 관찰하는 결과와는 같지 않음으로 원자의 태양계 모형 역시 옳은 모형이라고 볼 수가 없다. 그렇게 해서 러더퍼드가 원자핵을 발견한 뒤에 물리학자들은 오히려 큰 숙제를 떠안게 되었다. 원자 속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답을 먼저 말한다면 원자 속에서는 우리 주위 세계를 지배하는 자연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세계라는 것이다. 이것이 밝혀지는데 대략 20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미시세계의 자연법칙인 양자역학 이론체계가 알려지게 된다. 이 분야가 앞으로 우리가 살펴볼 주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