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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로(血路)
한 설 야
1
산허리 숲 사이로 압록강 푸른 물이 언뜻언뜻 내려다보였다. 깎아지른 절벽 위의 우거진 수림 속으로 인민 혁명군 부대가 행군하고 있었다. 그것은 김일성 장군 친위대로 한 8,90명의 소부대였다.
언제 보아도 밝고 푸른 물이었다. 대원들은 다짐했다. 마치 동기나 친우를 만난 것처럼 그 물에 속삭였다. 그러며 조국을 생각했다. 거기에는 겨레들의 숨소리가 있었다. 가쁘나 영원히 끊길 배 없는 소리――어머니 젖 먹을 때부터 뼈와 핏속에 박힌 소리였다.
강물은 힘차게 대원들의 가슴을 끌어당겼다. 대원들의 가슴속에서는 벌써 깃발이 휘날리고 북장구가 두리둥둥 울리고 있었다.
조국으로 돌아가는 소리다. 그것은 꿈이 아니었다. 바로 내일이었다.
내일과 이야기하는 것은 오늘의 고난을 이기는 길이었다. 어떤 괴로움도 밟고 넘고 차고 나가려는 그들이었다.
이따금 뗏목이 흘러내렸다. 용솟음쳐 흐르는 급한 굽이에 와서 뗏목은 바위 벼랑을 들이받고 자빠질 것 같았다. 그러나 용케 또 머리채를 채쳐 돌리며 쓴살같이 내려 꼰지곤 했다.
급류와 싸우는 떼꾼들이었다. 그 싸움은 연달아 가로막히는 험난을 밀어제끼었다. 그 모습은 바로 싸움이 삶인 사람의 기쁨 그것이었다. 심평 좋게¹ 곰방대를 피워 물고 이따마끔² 생각난 듯이 질림조로 배따라기까지 섞는다. 분명 조선 사람의 소리였다. 그것이 즐거웠다. 그것이 강 건너 삼천리 방방곡곡에로 대원들의 앳줄³을 끌어 당기었다.
강 건너를 바라보니 높고 낮은 느릿느릿한 구릉이 멀리 펼쳐져있다. 높고 험상궂은 산은 보이지 않았다. 구릉 저편에서 소리소리 부르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일이다. 그곳이 바로 조국인 것이다. 강 하나, 그나마 강은 본시 나라와 나라 사람과 사람을 가르기 위해서 흐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이편은 딴 나라인 것이다.
그러나 이 강이 사람과 사람을 갈라놓을 수는 없다. 마음도 하나이고 길도 하나이다. 그러한 조선 사람이 사는 땅이 결코 왜놈의 땅일 수는 없다.
왜놈은 조선 지도 위에 제 물감을 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조선 사람의 마음에 물감 칠을 할 수는 없다. 그 물들지 않은 마음에 기름을 주고 불을 달아야 한다. 우리의 땅을 짓밟는 이리 떼의 피 묻은 걸음에 종말을 주어야 한다. 치욕으로 물들여진 땅을 조선 사람의 손으로 깨끗이 씻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땅의 아들딸들이 주인으로 돼야 한다. 그 맘같이 아름다운 빛으로 내 나라를 물들여야 한다. 꽃을 피우고 노래로 차게 해야 한다.
매개⁴ 싸움이 대원들에게 이것을 가르쳐주었다. 사실 이 길뿐이었다. 대원들은 천만 번 옳다고 생각했다. 불과 피로 여는 길만이 광명으로 가는 길이었다. 어둠이 무엇이랴. 그것은 그것을 인정하는 사람에게만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무시하고 부정하는 사람에 게는 있을 수 없다.
밤낮 엿새 동안 싸움을 이어댔다. 조국과 겨레가 준 힘이었다. 그리하여 눈에 모닥불이 나도록 적을 때려 부순 피비린 싸움은 이제 잠시 물러갔다. 대원들은 여기서 또 한 고개를 넘었다. 물론 싸움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넘을 고개가 천인지 만인지 몰랐다. 그러나 넘고 또 넘을 그들이었다.
생각하면 무서운 전투였다. 원수들은 진작 관동군 회의까지 열었다. 그리고 사무라이의 맨 우두머리 ‘히로히토’에게 아뢰었다. 그 결과 만주에 병력을 더 투입하게 되었다.
골짜기를 훑고 산에 불질하였다. 산막은 모조리 파헤치고 불 질렀다. 큰길가에는 수수, 옥수수도 심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각 부대에 호기 있게 내려먹 였다.
“탄환은 아끼지 마라!”
“먼저 베고 뒤에 사실(査實)하라.”
그리하여 총알도 왜군도 남북 만주에 지천으로 쏟아져 끓었다. 굶주린 이리 떼들이 피 묻은 잇바디를 갈며 미친 듯 덤비었다. 밀림 위로는 비행기도 날았다.
그러나 그들의 앞에는 막을 수 없는 ‘내일’ 이 있었다. 그것의 특징은 현명 과 용감성이었다.
“많으면 더욱 좋다. 더 많이 잡을 수 있다.”
이것이 김 장군의 타산이었다. 여기 맞추어 전략과 전술이 마련되었다. 수량을 믿고 미쳐 날뛰는 오만한 놈들의 콧날을 두드려 부숴야 하였다. 그리고 원수들이 침묵할 때까지 싸워야 하였다.
그것은 모든 조선의 아버지, 어머니와, 아들딸들의 염원이었다. 그러므로 생명 이 있는 한 그 일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었다.
2
장군은 이때 주장⁵ 국경 가까운 지대를 이동하고 있었다. 왜군들도 이 지대에 보다 많이 포치되어 있었다. 장군은 그중의 어느 지점을 골라 칠까 여러 날 구상하였다.
먼저 적정을 세밀히 잡아 쥐어야 하였다. 그래서 일변으로 정찰활동이 계속되었다. 인민들이 이 활동을 도와주었던 것은 두말할 것이 없다. 뿐 아니라 계속 식량을 보내고 피복을 보냈다.
그러나 적은 결코 이편 정형을 알 길이 없었다. 인민들은 어떤 위협과 고문에도 겁내거나 굴하지 않았다. 왜군은 인민들에게서 귀 떨어진 정보나마 한 번 받아본 일이 없다.
그러나 자기편에 대해서는 지극히 다심한 인민들이었다.
한번 장군 부대는 어떤 부락에서 지성 어린 환대를 받았다. 왜군을 쳐달라는 것이 부락 사람들의 소원이었다. 그 부락을 떠날 때 장군은 부락 사람에게 이 렇게 물었다.
“만일 왜군들이 우리가 다녀간 사실을 알고 이 부락으로 쳐 온다면 어찌 하겠습니까?”
그때 한 부인이 장군 앞에 선뜻 나서며 말했다.
“장군님, 걱정 마십시오. 내가 환대했다고 말하겠습니다. 나 하나가 희생되면 다른 사람들은 화를 면할 것입니다.”
장군은 웃으며 다시 말하였다.
“옳습니다. 그 맘은 우리 혁명군의 맘입니다. 우리는 매개 사람이 나라와 인민을 구하기 위해서 자기의 생명을 내놓고 싸움니다. 내가 죽고 남을 살리겠다는 이 큰 사랑――이것이 진정한 애국심입니다.”
장군은 혁명군이 인민의 사랑 속에 살며 싸우고 있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새 전투를 구상하였다.
먼저 공격 지점을 결정하였다. 이 결정은 복잡한 예견 위에서 되었다. 또한 거점만 잡아가지고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니었다. 이번은 적의 작전 체계에 계속 경련이 일도록 혼란을 주자는 것이었다. 그러니만치 예견된 작전 행정이 복잡하였고 사까로웠다.
이편의 공격이 시작되면 적의 그 지점은 단통⁶ 돌갱이⁷ 빠진다고 해도 이내 부근의 적들이 준동할 것이었다. 또 사실인즉 준동하라는 것이었다. 즉 적들로 하여금 여기저기서 추격해 나서게 하자는 것이었고, 그래서 놈들을 한곳으로 유도해서 무더기로 제끼자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전투 시간도 길어야 하였고 전술도 다양해야 하였다.
작전은 어느덧 장군의 머릿속에 창작되었다. 그래 그때 벌써 머릿속에서 전투는 이기고 있었고 이것이 실전에서의 승리의 기초가 되었다. 그렇게 해서 전투는 시작되었다. 최초의 공격 지점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돌갱이를 뺐다. 이 전투와 아울러 일변으로 별동대 두 대를 두 방면에 매복시켰다. 바로 그 앞으로 적의 응원부대가 달려올 것을 장군은 손금 보듯 예건했던 것이다.
첫 전투는 구상대로 전격전이었다. 그러나 적도 자고 있지는 않았다. 이를 악물고 덤비었다. 부근에서 응원 부대도 출동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진작 기다리던 바다. 이미 별도로 매복시켜두었던 부대가 기다리고 있다가 이를 급습했다. 그리고는 이내 대오를 수습해가지고 밀림지대를 향하여 이동하였다.
적들은 이를 퇴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패배를 생각하기 보다 보복할 앙심이 급했다. 아니나 다를까 적들은 남과 병력을 수습해가지고 추격해 왔다. 이것도 바로 주문대로였다. 장군은 따라오는 정형을 시시로 정찰시켰다. 장군은 적군이 야습을 무서워하여 야간 행군을 삼가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장군은 적들이 야영하는 것을 정찰해가지고 유격 부대도 적당한 지점에서 자게 하였다.
그리고 적들이 잠든 밤중에 소부대를 보내어 그 바로 후방에서 총질하게 하였다. 잔나비 같은 놈들은 놀라 발끈 끓어번지었다. 그러나 그때 유격 부대는 도리어 떡심 좋게 쉬고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적의 사격이 끊기고 고요해지는 것을 기다려 다시 총질하였다. 또 저편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그래서 왜군은 종시 잠 못자고 종밤⁸ 들끓고 있었다. 하늘에 헛총질도 무수히 하였다.
그러나 그동안에 유격대들은 잘 잤다. 사람도 쉬고 총도 쉬었다. 왜군을 습격해서 노획한 무기 탄환도 고스란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 다만 왜군에게 줄 선전 삐라를 만드는 선전원 동무와 적의 잠을 빼앗으러 간 소부대만이 한두 시간씩 잠을 덜 잤을 뿐이다.
다음 날 또 행군이 시작되었다. 겉보기에는 쫓기는 판이었다. 왜군은 꼭 저희들이 쫓고 유격대들이 쫓긴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말경은 쫓기는 편이 먹히고 만다고 떡심 좋은 주먹구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 장군으로 보면 끌고 끌리어오는 행군이었다. 장군은 계속 왜놈의 동정을 세심히 정찰시키고 있었다. 망원경으로 고지에서 놈들의 일거일동을 살피게 하였다. 그리고 거기서 놈들의 심리 상태를 잡아내면서, 또 작전을 짜면서 행군했다.
왜군들은 행군하다가 주춤 섰다. 바로 걸어가는 수림 속 나뭇가지에 걸린 붉은 관지 맞은 선전 삐라를 발견했던 것이다.
“일본 군대 제군! 제군은 자기 자신을 생각하라. 제군의 가정을 생각하라. 제군은 가난한 사람의 자식이 아닌가. 제군의 아버지는 불쌍한 농민이 아닌가. 노동자가 아닌가. 그리고 실업자가 아닌가. 제군은 누구 때문에 무엇을 위하여 총 들고 싸우는가. 제군을 유격대의 포구로 내모는 것은 일본의 자본가며, 자본가의 사환꾼인 정부며, 정치가며, 지배자들이다. 그자들은 제군과 제군의 부모를 압박하고 착취하는 자들이다. 제군은 그자들을 위하여 싸우려는가. 그만두라. 총을 하늘에 대고 쏘라. 그러면 제군은 조선 인민 혁명군의 탄환을 먹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혁명군을 쫓아다니다가는 만주 까마귀밥밖에 더 될 것이 없다.”
선전 삐라를 읽는 왜군의 얼굴을 장군은 상상할 수 있었다. 물론 놈들은 튀튀하며 투레질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가슴속에서 딴소리가 울리고 있는 것을 장군은 또한 듣고 있었다.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는 총알이 준 보람보다 더 큰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장군은 지난날의 전투에서 일본 군대 하나가 유격대 선전공작에 걸려들어 고민 끝에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
3
행군은 계속되었다. 밤마다 왜군은 유격대 총성에 잠을 빼앗겼다. 그래서 사흘 되는 날부터 잠 못 잔 피곤이 왜군의 행군에 헨둥히⁹ 나타났다. 허청거리는 것이 망원경 속에 잡혔다.
왜군의 병력은 세 곳 것이 합쳐서 수윌찮게 많았다. 그러나 그것이 도리어 좋았다. 장군은 은근히 기뻤다. 자기 머릿속에 창작한 전투가 외착¹⁰ 없이 밀림 속에 재현되면서 있는 것이다. 그러니만치 막장의 광경이 벌써 방불히 내다보였다. 그 많은 적들을 몰칵¹¹ 쓸어엎는 장쾌함이 장군의 가슴을 쥐어흔들었다. 그러나 탱탱한 정신의 시위는 결코 늦추지 않았다.
마지막 날의 행군이 시작되었다. 장군은 이미 적을 소멸하기에 알맞은 지대에 들어선 것을 알고 있었다. 장군은 앞길 산록에 목재 채벌장이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장군은 대열의 선두를 목재 채벌장 있는 골짜기로 내려보냈다. 적의 망원경에 그 광경이 아득히 잡혀질 것을 장군은 알고 있었다. 동시에 그것을 본 왜군 장교의 머릿속에 벌어질 생각도 벌써 들여다보고 있었다.
“옳다. 빨갱이들도 배고픈 줄은 아는구나. 그래서 지금 인가 있는 데로 점심 얻어먹으러 가는구나. 닭의 목도 비틀 것이고 술도 한잔 마실지 모르지. 제놈들도 사람일 테지. 무쇠 다리 무쇠 배일 수는 없지. 하긴 아군이 오늘은 쥐도 새도 모르게 따르니까 필시 우리가 딴 길로 잘못 삐여졌거나 그렇지 않으면 따라가지 않는 줄로 아는지 모르지. 그러니까 갑자기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플
밖에. 그러나 황군¹²이 여기 가신다.”
하고 왜군 장교가 손바닥을 치며 다우쳐¹³ 추격해오는 몰골도 장군은 분명 보고 있었다. 원래가 그렇게 생각하라는 것이 장군의 주문이었다.
그러나 장군은 이에 대비해서 시급히 포진해야 하였다. 그리하여 일변으로 주력 부대를 바른편 산상으로 돌게 하여 밀림 속에 먼저 매복시켰다. 그리고 목재 채벌장으로 내려간 부대도 재빠르게 그것을 에돌아 포복 전진하여 왼편 산상 밀림으로 기어올랐다.
이윽고 왜군은 유격대가 지금 목재 채벌장에서 시장에 취해 밥을 처먹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며 그곳으로 잡아드는 골짜기로 얼씨구 좋다고 반달음을 쳐서 몰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그것이 저희들에게 있어 함정골인 줄은 하마 몰랐다.
그러나 장군이 본 지세에 틀림이 없었다. 그것은 이남박 같은 함지였다. 거기서 왜군은 별안간 좌우로부터 맹렬한 협격을 받았다. 왜군은 그때 벌써 몹시 지쳐 있었다. 배도 고팠다. 하긴 그날 유격대가 최대 마력을 내어 나는 듯 행군했기 때문에 따라오는 왜군의 오금에서 불이 날 지경이었다. 그리고 점심도 먹을 사이 없었다. 까딱하면 다 잡은 공산군을 놓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구경 불을 맞은 것은 이리 떼들이었다.
왜군은 전멸되었다. 왜군은 엿새 동안 죽을 악을 써가며 무기와 탄환을 져 나른 끝에 까마귀법이 되고 말았다. 하긴 죽음으로밖에 사람에게 이익을 줄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그러니만치 놈들은 이제야 유격대에 의하여 오직 이 하나의 봉사를 한 셈이었다.
대원들은 뛰고 놀았다. 압록강에 뛰어내릴 뻔한 대원도 있었다. 하긴 강물이 어찌 그리 반가운지 몰랐다. 그 물에 싸움 티끌을 씻고 갈 맘도 있었다. 때도 마침 삼복이라 미상불 덥기도 하였다.
더욱 장군은 이 강에 감회가 깊었다. 장군은 소학 시절을 이 강가 팔도구(八道溝)에서 보냈다. 동무들과 함께 이 강물에서 멱도 감았다. 물쌈도 얼음타기도 하였다. 개신재 모래무지에서 씨름도 하고 군사 놀음도 했다.
한번은 이 강 얼음을 타고 왜놈잡기 놀음을 하다가 그때 왜놈으로 되었던 중국 동무를 청얼음판¹⁴에 지내¹⁵ 메따¹⁶ 때린 일이 있었다.
장난임을 잊고 지내 힘을 주었던 것이다. 왜놈으로 되었던 동무도 툭툭 털고 말았다. 그러나 장군은 그 애가 몰래 손목을 주무르는 것을 보았다. 조금 다친 모양이었다. 그래서 곧 그 애를 데리고 집에 가서 아버님에게 치료를 받았다. 장군의 아버님은 독립운동 자금을 얻기 위해서 병원을 차리고 있었다.
아버님은 장군의 동무를 치료해 보내고 나서 장군에게 말했다. 동무를 사랑해야 한다고·…‥ 그리고 사람은 모름지기 자기의 힘과 지혜를 옳게 써야 한다고 말하였다. 소소한 일에 끓고 볶고 들떠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담에 자라나서 진짬¹⁷ 왜놈들과 싸워야 한다고 말하였다. 장군은 기착하고 그 말을 들었다. 듣고 싶은 말이었다. 수십 번의 봄과 가을이 오고 갔어도 여태 가슴에 박혀 살고 있는 말이었다.
장군은 이 강물을 굽어보며 다시금 아버님을 생각하였다. 바른 일을 하라, 값있는 일을 하라, 큰일을 하라고 가르치던 깊은 사랑이 이제금 가슴에 살아 강물처럼 출렁거렸다.
그러나 장군은 이 강에 이런 옛이야기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강으로 왜놈의 선혈을 벌써 기수 없이 흘려보냈다. 이 강에 흘린 조선 사람의 눈물을 왜놈의 피로 죄다 씻으려 했다. 그러자면 아직 멀었다. 얼마나 더 많은 왜놈의 피를 이 강에 흘려보내야 할지 몰랐다. 이 강을 넘어 고국으로 가는 길은 피로만 열릴 것이었다.
장군은 벌써부터 국내 진공을 구상하고 있었다. 물론 진작부터 정치 공작은 국내에 펴고 있었다. 그러니만치 그 토대 위에서 이제 전투가 필요했다. 끓는 조선 사람의 맘에 불을 달아줘야 하였다.
장군은 이제까지도 보다 많이 압록강 유역에서 왜적을 쳤다. 국내에 보내는 신호였다. 조선 사람은 10월 혁명 이후 벌써부터 일제를 반대해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것은 갈수록 치열해졌다. 이 속에서 조선 인민혁명군이 탄생하였다.
혁명군을 낳은 인민 역시 혁명군과 함께 싸웠고 함께 자랐다. 인민의 정신은 더욱 불타올랐다. 여기에 계속 기름을 주고 불을 주어야 하였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국내의 강점자에게로 화력을 돌려야 하였다. 물론 지난날에도 여러 번 진공하였다. 그러므로 이것을 끊지 말고 이어 대야 하였고 보다 발전시켜야 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었다. 왜군은 국경 지방에 5리만큼 10리만큼 주재소를 지어놓고 밤낮 보루에 매달려 있다. 포구는 언제나 열려 있고 군대와 경찰은 지천으로 욱실거리고 있다.
특히 선발된 사냥개인 국경 경비대는 눈깔에 쌍심지를 켜 달고 밤낮없이 까지르고 다녔다. 타남에는 왜군 υ사단이 있다. 경비 전화는 거미줄처럼 늘어져 있다.
더욱 왜놈은 국경에 군사 도로를 닦아놓고 언제든지 대부대의 군대를 동원시킬 잡도리¹⁸를 차리고 있다. 놈들은 스스로를 철옹성이라 부르고 난공불락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뚫고 들어가자는 것이요, 들어가서 납청장¹⁹으로 으깨어주자는 것이다. 조선 사람들이 원수 놈들의 피를 밟는 맛을 알아야 한다. 왜놈의 깃발을 찢어 불속에 던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놈들의 악의 원천인 그 피를 바닥이 나도록 쏟게 해야 한다.
장군은 오래도록 구상했다. 장군의 머리는 순시도²⁰ 지나간 승리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다음의 고지로 올라설 새 전투――조국에서의 전투 구상에 장군은 언제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4
몸이 구름이 되고 바람이 되어 날고 싶은 날씨였다. 멀리 남쪽 하늘에 흰 구름이 송이송이 소담스럽게 피어 있었다. 그 구름 뒤의 푸름과 밝음…… 그것이 바로 조국의 모습이요 맘인 듯하여 그 하늘을 안고 한라산까지 훨훨 날고 싶었다.
그러며 문득 생각했다. 부대에서 제일 나이 먹은 최 아바이가 강산 자랑 끝에 부르던 「청산별곡」 이라는 노래 중에서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멀위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
라는 귀익은 구절들이 새삼스레 맘에 울렸다. 나라를 사랑하는 맘에는 예이제가 없었다.
대원들은 지난봄의 무송 만강 전투에서 부상당하여 지금 후방 요양소에서 옛이야기며 옛 노래를 동무들에게 들려주고 있을 최아바이의 잘 웃는 얼굴을 생각했다. 그 얼굴은 다름 아닌 자기들의 할아버지, 아버지의 얼굴이며 참된 조선 사람들의 얼굴이었다.
사람도 강산도 더한층 그리웠다. 압록강 가 낮은 언덕배기를 걸으려니 정은 더욱 겨웠다. 풍경도 더 아름다웠다. 이따금 숲이 우거져 진한 물감이 흐르는 것 같은 녹음이 언덕과 물을 절반씩 가로타고 늠실거린다.
장군은 이윽고 부관을 불러 행낭을 뒤지기 시작하였다. 잠시 좋아하는 낚시질을 하려는 것이었다. 본시 장군은 행군하다가도 가끔 강가에 낚시를 드리곤 하였다. 그러면 대원들은 벌써 다 알아차렸다.
“야, 내일도 또 대판 싸움이 벌어진다.”
“무기 공급 받고 좋지. 까마귀는 생일잔치 받고.”
사실 대원들은 장군의 낚시질이 한낱 휴식이 아닌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정녕 드리운 낚싯줄을 더듬어 그때마다 물속에 왜놈 잡기 쌈판을 그리는 것이다. 그러기에 낚시질 뒤에는 대개 쌈이 왔다. 고기도 물론 잘 걸어 올렸다.
장군은 본시 낚시질이 명수다. 대원들은 장군이 낚시질을 시작하면 무턱대고 기뻤다. 고기도 많이 잡고 원수도 많이 잡힐 것인데 또한 잠시 동안일망정 그것은 맘 놓고 쉬어도 좋은 시간이었다.
오늘도 대원들은 맘을 턱 놓았다. 장군이 자라목처럼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조립식 낚싯대를 강가에 던지고 있는 것이다. 보초들은 물론 요소요소에 벌써 포치되었다. 대원들은 낚시터에서 초간히 떨어진 곳으로 밀려갔다. 떠드는 소리는 고기잡이에도 전투구상에도 방해가 되는 것이다.
“한 대 피우세.”
한 대원이 그러자 모두 한 마디씩 셍겼다.²¹
“오늘은 잔나비 새끼 만나기 틀렸네.”
“까마귀가 재수 빗났어.”
“그래도 만주 까마귀 같은 팔잔 없지.”
그러며 담배를 피워 물고 이야기로, 또 고누두기²²로 쉬는 대원들이 있는가 하면 소리 없이 한편에 앉아서 글을 읽는 대원도 있었다. 총 닦는 대원도 있었다.
그리고 선전원 동무들은 글짓기도 하였다. 노래를 부르는 대원, 새 노래에 곡조를 붙이느라고 흥얼거리는 대원, 시 낭송을 해보는 대원, 연설 공부하는 대원…… 가지각색이었다. 그런 중에도 제일 인기 있는 것은 이야기판이었다.
입심 좋은 대원의 옛이야기며 왜놈 잡던 이야기가 구수해서 대원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재미 끝에 구미까지 나서 이야기 쉬는 참에 담배를 돌려 피우며
“이야기도 좋지만 담배 맛이 천하 일미야.”
“텁텁할 때 한 대 피우면 기운도 나고 정신도 나거든. 그런데 대장 동무는 왜 담배를 안 피울까? 거참 갑갑해서…… 생각할 수 없는 일이야.”
“하지만 우리들 담배 떨어지게 한 일은 없어. 담배 안 피는 양반이 담배 알심은 무던하거든.”
“만사가 다 그렇지. 안 그런 일 있나. 난 그보다 왜놈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쳐올지 미리 아는 재주가 참 귀신이 곡하겠네. 대장 동무가 한 말을 뒤에 따져보면 영합부절²³이거든. 참 조화야. 그래서 귀신같다고 했다가 선동원 동무한테 귀신이 어디 있느냐고 한 대 단단히 맞았는데 그럼 어떻게 생각하란 말인가.”
사실 대원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일이 많았다. 지난 싸움만 해도 줄곧 엿새를 뒤에 도적을 달고 다니다가 별안간 평전으로 내려갔다. 평전이 고지보다 싸움에 불리할 것은 뻔한 일이다. 장군의 변화무쌍한 전법을 믿게 말이지 그렇지 않았던들 더수기가 뜨끔거렸을 것이다.
그러나 믿음이 힘이고 담이었다. 사실 지내놓고 보니 그것은 왜군을 함정으로 유도하는 작전이었다. 그러나 대원들도 처음은 무슨 영문인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니 왜군은 더 말할 것이 없다. 두말할 것 없이 적으로 하여금 이편의 내정을 감감 모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였다. 그러나 그 대신 저편 심리 상태를 꼭 미리 잡아 쥐어야 하였다. 그리고 또 저편의 생각을 이편의 필요
에 맞추어 잡아 돌려야 하였다.
장군은 이것을 아주 잘하였다. 저편의 사고를 먼저 유도함이 없이는 저편을 맘대로 끌 수 없다. 그리고 끌지 못하면 이길 수 없다. 그래서 장군은 이번 쌈에서 왜군으로 하여금 꼭 저희가 이긴다고 단정하고 신이 나서 따라오게 하였다. 그리고 그것이 모두 주문대로 됐다. 그래서 이겼던 것이다.
“어쨌든 대장 동무만 있으면 하늘이 무너진대도 맘이 든든해. 그런데 대장 동무와 떨어져 있을 때면 아닌 게 아니라 조바심 나는 때가 있어. 원수 놈들의 움직임이 수이 판단되지 않거든. 그러니까 그런 때는 공연히 손틉 여물만 썰게²⁴ 된단 말야.”
한 동무가 이렇게 말하니까 다른 동무가
“아따 그렇지만 대장 동무가 어디고 다 총찰하고 있어. 그러나 우리들의 창발성을 도와주기 위해서 자주 독자적으로 행동하게 하는 거야. 작은 부대를 별도루 내보내서 싸우게 하는 일이 있지 않아. 전투 속에서만 강해지는 법이거든. 눈도 귀도 밝아지고……
그래서 대장 동무는 각지에 유격대를 조직하게 하고 시시로 그것을 돌아보며 키우고 있지 않나. 그리고 자주 지방 유격대와 협동 작전해서 그들을 훈련하고 전투력과 자신심을 키워주지 않나. 이번에도 그럴 기회가 있을 걸세. 행군은 쌈이자, 순시고, 교양이고 대결의 확대 강화니까.”
“하긴 그렇지. 작년에 대사하 유격대가 적의 포위를 당했을 때 대장 동무는 이내 그 변죽을 되게 공격 했지. 그래서 적 이 뿔뿔이 그리로 몰리는 판에 포위가 터지고 말았지. 그뿐 아니라 그 담은 먼지 포위를 뚫고 나간 부대가 돌따서며 적의 배후를 쳐서 포위 속에 있는 부대와 발을 맞추어 앞뒤로 후두들겨내지 않았어.”
“그담 또 한 번은 어쨌나. 그게 아마 액목(額穆)²⁵ 지경이었지. 대부대의 적들이 좌우로 다가들었단 말일세. 대장 동무가 이것을 곧 포착하고 어둠을 타서 적들이 가까이 육박해 올 무렵에 총소리만 요란히 내고 살짝 한편 적의 배후로 돌아 빠졌단 말일세. 적은 이것을 감감 알지 못하고 여전히 불질했는데 밤새 하고 보니까 좌우에서 저희끼리 맞불을 놨단 말일세.
대장 동무는 낮에 적이 좌우로 쳐 온다는 것을 알자 이놈들을 저희끼리 맞붙여놓기 위해서 알맞은 곳으로 유도해놓고 몰래 살짝 빠졌단 말일세. 우리 부대가 총질 안 해도 적을 잡기만 하면 되지 않나. 이것은 더욱 좋지. 아주 높은 전술이야.”
“그러고 보면 기기괴괴한 일이 기수 없지. 어느 때엔가는 부대가 잠시 농민 속에 들어가버려서 저놈들은 유격대가 죄다 없어졌다고 떠지껄하며 좋은 김에 술 처먹고 망탕²⁶ 지랄했지. 글쎄 저희 병사들 총에다가 ‘김일성 전사’라고 써주기까지 했다니까. 그런데 별안간 우리가 대오를 수습해가지고 놈들이 술잔을 채 놓기 전에 후두들기지 않았나. 그래서 놈들이 우리 대장 동무를 여덟이라고도 하고 열이라고도 했거든. 또 축지법도 하고 김 첨지 감투를 쓰고 다닌다고도 한단 말일세.”
“하긴 놈들, 솜뭉치로 가슴 칠 일이야. 유격대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바람에 40만 왜군이 볼꼴 없이 갈팡질팡이니…….”
“천 길 물속 같아. 대장 동무 전술 말야. 우리도 모르겠는데 왜놈들이 알아낼 재주 있나.”
“하기야 그러니까 쌈이 되지. 대장 동무가 있는 한 저놈들의 무기 탄환이 막비²⁷ 우리 거고 수송까지 제 놈들이 해주는데 좀 좋아서 싸우지 못할까. 고생하면서도 싸우는 재미, 이기는 재미에 사는 거야. 왜놈들이 많음 더 좋지. 대장 동무 말같이 더 많이 잡을 테니까…… 무기를 지고 죽으러 오는 놈이 그치지 않는데 무슨 걱정인가. 신문을 보니까 왜놈 정부에서 또 무기 수송 부대를 부쩍 더 늘릴 모양이야. 탄환을 아낄 것 없이 잘 쓰게 됐어.”
대원들은 이런 이야기에 꽃을 피우고 있었다. 여태 골똘히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동무도 있었지만 그들도 이야기 재미나는 대목은 빼지 않고 일쑤 듣고 있었다.
5
대원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에 장군은 강가에서 고기를 낚고 있었다.
경위 연장 키다리 임 동무는 허우대가 엉성해서 싱거운 것 같지만 실상은 속이 단단하고 지각 있는 동무다. 그는 장군에게서 배워선지 낚시질에 취미가 대단했다. 그래서 늘 장군에게서 낚시질 묘리를 듣곤 하는데 오늘도 그 곁에 붙어 앉아서 실지로 견습하고 있었다.
“이렇게 물에 그늘이 져야 큰 고기가 모이는 법이오. 그러게 우선 장소를 잘 잡아야 하오. 그저 아무 데나 낚시를 던졌다고 고기가 무는 건 아니오.”
하고 장군은 웃으며 나직나직 임 동무에게 설명했다. 장군은 낚시질 묘리를 잘 알고 있었다. 낚시질 할 때마다 연구하고 그래서 한 가지씩 새 묘리를 찾아내곤 하였다.
장군의 전술이 영합부절 적의 심리의 움직임을 잘 잡는 데 그 묘법이 있는 것처럼 낚시질에서도 장군은 고기의 습성을 늘 연구하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장군에게 있어서 낚시질은 전쟁과 연줄이 통하는 것이었다. 즉, 장군의 낚시질은 심리적으로 어딘가 전쟁과 통하는 것이었다. 장군은 낚시질을 하면서 고기와 사람과 때와 장소와 그때그때 주어진 모든 조건의 관계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판단 지었다.
장군은 낚시질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처럼 그린 듯이 앉아 있지 않고 쉴 새 없이 몸을 놀리고 있었다. 전투 지휘하는 때의 기세나 다름없었다. 장군은 본시 어느 때고 몸을 가만히 가지고 있지 않았다. 속에서 쉴 새 없이 새것이 창조되고 그것이 용솟음치기 때문이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장군의 생활은 철두철미 창조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어쩐지 이날은 고기가 수이 물지 않았다. 그렇건만 장군은 근기 있게 내처 앉아 있었다. 나뭇가지를 꺾어 만든 받침대 위에 낚싯대를 얹어놓고 곤대 늘기를 기다렸다. 장군은 이 곤대 노는 것을 보고 큰 고기가 왔는지 잔사리²⁸가 왔는지 곧 구별하였다.
바로 며칠 전에는 어떤 깊은 도랑에서 낚시질을 하는데 곤대가 자깝스럽게 까불거려서 장군이 웃으며
“요놈의 잔사리.”
하고 줄을 채치니까 아니나 다를까 버들잎만 한 모래쟁이²⁹가 달려 올라왔다. 곁에 있던 임 동무는 신기해서 입만 다시고 있었다.
또 그전에 한번은
“요놈의 고기, 미끼는 안 물고 테두리만 돌고 있을 테냐.”
하고 마치 물밑을 들여다보듯이 말하며 한편으로 낚싯줄을 탁 휘어들이며 채치니까 낚시가 한 뼘이나 되는 고기의 옆구리를 걸어 가지고 올라왔다.
“고기도 오래 묵으면 지각이 드는 거야. 경험이 생기거든.”
하고 장군은 크게 웃었다. 그 말을 들으며 임 동무는 생각하였다.
‘옳지. 저렇게 고기의 습성을 연구하니까 장군은 낚시질에서도 명수가 되었구나.’
임 동무는 이제부터 자기도 낚시질을 해보리라 생각하였다. 장군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해낼 자신이 생겼다.
“일은 실지로 해봐야 하오.”
장군이 웃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그러나 어쩐지 이날은 고기가 잘 물지 않았다. 하긴 이때 장군은 낚시질에만 고스란히 정신을 주고 있지 않았다. 이날따라 장군의 머리에는 복잡한 생각이 떠들고 있었던 것이다.
왜군의 중국 침략은 더욱더 흉악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또 따져보면 이것은 구경 소련을 침략하려는 전조이기도 하였다. 즉 결국에 있어서는 소련을 침공하자는 것이 왜군의 뱃속이었다.
그래서 왜군은 만주로 주린 이리 떼처럼 연달아 몰려들고 또 그 배후 진지인 조선 안에다가 무력과 군비를 근감스럽게³⁰ 굉장히 늘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왜군의 계획을 위협하는 것이 만주와 조선의 인민인 것을 잘 아는 것도 왜군들이다. 그래서 왜군은 이 후환을 끊으려고 조선의 인민과 살길을 찾아 싸우는 그 인민의 싸움을 무찌르기에 피눈이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한때 인민의 기운이 꺾이고 혁명 운동이 불길을 감추었다. 그런데 바로 이때에 김 장군이 무장 대오를 이끌고 온 조선 사람의 마음을 담아 실은 깃발을 들고 일어섰다. 그러므로 그 깃발은 삼천리에 휘날렸고 삼천만에 의하여 지켜졌다.
이 사실은 일제의 콧날을 시큰거리게 하였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을 아낄 바 없는 도적들은 자꾸 분별없이 설쳤다. 그리고 일변으로 별별 어리석은 술책을 다 써보았다.
한때는 ‘김일성 전사’라는 선전에 몰두하여 빈소리로나마 죽여보려 하였다. 그러나 맘이 산 사실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음은 공산군이란 말을 ‘공비’라고 고쳐서 그 말로 복수하려 하였다. 그러나 암만해도 반향이 없고 질림이 약해서 다음은 ‘비적’이라고 불러보았다. 그러나 세상은 결코 그 말을 따르지 않았다. 도리어 인심은 저들이 하는 일을 도적이 몽둥이를 들고 “도적이야” 하고 소리치는 것으로 돌리고 김 장군 편으로만 기울어져갔다.
혁명군의 기세는 더욱 올라갔다. 장군은 어떤 경우에도 휼계를 늦추지 않고 전투를 계속하였다. 그것은 혁명군의 사기를 길러주었고 조선 인민의 맘에 불을 달아주었다. 원래가 조선 인민을 모이게 하고 싸움으로 나서게 하자는 것이었다.
장군은 더욱 인민의 기세를 올리고 등불이 가물거리는 까만 조선 천지에 불빛을 던져주려고 하였다. 그러나 실상 이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주린 이리와 같은 왜군과 하루에도 몇 차례씩 맞불질하는 장군이었다. 하긴 그래도 눈 한 번 깜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이 한번 조선과 조선 사람에게 미칠 제면 그 생각이 늘 천근 같은 무게로 장군의 머리를 지지눌렀다.
지금도 장군의 머리는 무거웠다. 낚시질이 실상은 전투 구상이었다. 종국적 승리를 향하여 생각은 자꾸 줄달음쳤다. 장군은 여전히 웃고 태연한 얼굴이었으나 정신은 도가니처럼 끓고 있었다.
어떤 곡경에서도 번개 같은 생각이 번뜩하여 그것을 열어젖히는 장군이다. 그런데 이날따라 무엇이 잡힐 듯 잠힐 듯하면서 종시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끝내 그것이 보이고 잡히게 될 것만은 자신하고 있었다. 지금도 무엇이, 무한히 큰 무엇이 성운(星雲)과 같이, 머릿속에 자욱이 덮여 있었다. 그러나 그 구름 뒤에는 확실히 별이 있는 것이다. 장군은 이 별을 자기의 것으로 하려는 무서운 창조의 괴롬 가운데 지금 놓여 있었다. 그것은 정녕 괴로운 일이었다.
이윽고 장군은 나무등걸에 기대어 깜박 잠이 들었다. 피곤했던 것이다.
장군은 본시 길을 걸으면서도 편편한 곳을 만나면 잠시 눈을 감고 어느 결에 깜박 잠들었다가 깨곤 하였다. 그러면 어느덧 새 구상이 샘솟듯 솟아올랐다.
그러기 때문에 잠은 피곤을 나꾸는³¹ 휴식인 동시에 장군에게 있어서는 새것을 낳는 창조의 한 과정이었다.
6
아늑한 골짜기였다. 두문동처럼 산수가 삐 둘러쳐 있다. 그리고 그 안은 시원스레 탁 틔어 있다. 맑은 샘물이 흰 바위를 얼싸안고 하얀 비늘을 번득이며 좔좔 흘러내린다. 그것은 차라리 노래다. 무슨 곡조인지는 몰라도 대단히 좋은 가락인 것은 틀림없었다. 그런데 또 꽃은 꽃대로 피고, 새는 새대로 춤추고 노래한다.
백양나무가 우중충 하늘을 찌를 듯이 모여 서 있다. 그 나무의 윤곽이 마치 피어오르는 뭉게구름처럼 소담스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 잎사귀들이 차랑차랑 흔들리는 것이 마치 금쪽을 흔드는 것 같다.
이런 아름다운 봉우리들이 기수 없이 연속되어 있다. 반반한 잔디밭이 수놓은 것처럼 곱게 아른거린다.
논밭은 푸른빛이 진하게 부풀어 올라 있다. 그 논밭 여기저기서 농부들이 김을 매고 있다. 커다란 함지박에 구수한 아침밥을 담아 인 아낙들이 남편의 일터로 건정건정 잰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다. 그 치마꼬리를 물듯이 노란 강아지가 따라가고 있다. 이따금 강아지는 꼬리를 저으며 아낙네의 아랫도리에 휘감긴다. 그러다가는 무슨 냄새를 맡고 뒤떨어졌다가 잊은 듯이 곤두박질을 하며 또 쫓아간다. 아낙네 치마꼬리를 물고 맴을 돌기도 한다.
이윽고 농부들은 아낙이 지은 구수한 밥을 큰 술로 모를 맞춰 가래질하듯 펴 넣는다. 그러고 나서 담배 한 대를 피우고 푸른 그늘 아래에 뒹굴며 앞 남산 같은 배를 술슬 만진다. 그러다가 호미를 베개로 하고 한잠 늘어지게 잔다.
장군의 꿈속에서 예 보던 이런 정경이 펄펄 날아오고 날아갔다.
장군은 강물도 나무도 산도 휘익 하면 날아 넘어갔다. 구름이 부럽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벌써 구름을 끼고 건공을 날고 있었다. 다음에는 큰 바다가 앞에 가로놓여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는 그것도 훨훨 날아 넘었다.
그런데 별안간 하늘이 희가맣게 흐린다. 천지가 금시 맞붙을 것 같다. 그 사이로 날쌘 물새들이 삐익삐익 금속성 된소리를 지르면서 폭풍과 암흑을 비웃듯이 날아가고 날아오고 한다. 장군은 못내 장쾌하였다. 하늘과 땅이 필연코 뒤바뀔 것 같았다.
장군은 또 날고 날았다. 그리하여 한 곳에 이르니 바로 아까 농부가 잠자던 그곳이다. 그때 그 농부는 밭김을 매고 있었다.
그런데 별안간 웬 사람이 번개처림 날아들어 농부에게 들이닥치며 칼을 뽑아 들었다. 아주 고약하고 무섭게 생긴 도적이었다.
농부는 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바로 그의 뒷전은 낭떠러지다. 도적은 사정없이 달려들었다. 그러나 농부는 더 물러설 자리가 없었다. 농부는 거기 있는 뾰족바위를 안고 돌며 호미를 번쩍 추켜들었다. 지끈지끈하는 소리가 났다. 그러더니 도적의 칼이 호미에 맞아 땅에 떨어졌다. 농부가 재빠르게 그것을 잡아들었다. 그러자 다음 순간 그 칼이 토적의 가슴에 들이박혔다. 그러나 아깝게도 깊이 박히지 못했다. 그래서 도적은 제 가슴에 박힌 칼을 쭉 뽑아 들고 농부를 향하여 사납게 돌진하였다.
그 순간 장군은 몸에 와락 힘을 주며 농부에게 소리쳤다.
“칼을 그놈의 가슴에 더 칵 박아라!”
그러나 지내 힘주는 바람에 그만 잠이 깨고 말았다. 꿈을 깨어서도 장군은 분하였다. 농부가 그놈의 칼로 그놈의 가슴을 수박 가르듯 갈라놓지 못한 것이 분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숨통을 끊어버려야 한다.”
장군은 혼자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7
낚시 곤대가 지그시 물속으로 끌리는 것 같았다. 그 속도가 마냥 뜨나 잔사리가 물던 때처럼 까불거리지는 않는다. 상당히 큰 고기가 지금 미끼를 어르고 있지 않으면 부부리로 난짝³² 가무리려는 것임을 장군은 알았다.
장군은 거의 무의식중에 낚시를 채쳤다. 채치면서 조금 다급히 설굳혔다고³³ 생각하였다. 그럴 까닭이 있었다.
마침 곤대가 놀 때 장군의 머리에서 무엇이 횃불처럼 번쩍하고 휘황히 터졌던 것이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지금까지 잡으려면서 잡지 못한 것이 조금 분명한 모습을 언뜻 나타냈다. 그것은 장쾌한 순간이었다. 장군은 부지중 팔에 버쩍 힘을 주었다. 그 순간 낚싯줄이 되게 채쳐졌다. 분명 그때 낚싯대에서 꾸피적 하는 감각이 알려졌다.
그러나 이내 뒤가 가벼웠다. 분명 고기가 낚시에서 벗어져버린 것이다. 장군은 ‘아차’ 하는 생각을 했으나 내처 낚싯대를 채쳤다. 낚시가 찰랑 물 위로 튀어 올라왔다. 풀론 맨 낚시였다.
키다리 임 동무는 이뿌리가 가려운지 그 언제나 묵중한 얼굴을 무겁게 씨루었다.³⁴ 그러나 장군은 도리어 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며 다우쳐 좀더 멀리 낚시를 내리쳤다. 아까보다 얼마큼 더 나가서 물 위에 곤대가 섰다.
장군은 큰 고기를 놓친 데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때 조금 빨리 낚시를 채쳤다고 생각하였다. 또 그와 반대로 약간 늦었어도 안 됐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그 빠르고 늦은 것이 가령 1초의 100분의 하나라 하더라도 역시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 짧은 시간 속에 실패가 숨어 있다고 생각하였다. 고기 같은 미물도 이 짧은 차이 속에서 도망칠 수 있었다. 그러니 사람은 더 말할 것이 없다. 왜군도 사람임에는 틀림없었다.
“조선 속담에 번갯불에 담뱃불 붙인단 말이 있지.”
장군이 웃으며 임 동무에게 물었다.
그러나 임 동무는 어인 영문을 모르듯 어리둥절해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아직도 고기를 놓친 이 가려운 표정이 남아 있었다.
“그 속담 속에 전투적 철학이 있소.”
장군은 여전히 웃으며 말하였다. 그러나 임 동무는 아직도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빠른 순간이라도 사람의 정신은 이것을 잡을 수 있단 말이오. 우리 속담이 이것을 가르쳐주고 있소. 그 순간…… 그 순간의 순간을 잘 잡으면 어떤 어려운 일도 트일 수 있고 어떤 적도 이길 수 있소.”
“……”
“왜놈이라고 업신여기고 그 짧은 모멘트를 섣불리 놓치다간 지고 마오. 번갯불에 담배 붙이는 정신이 필요하오.”
그제야 임 동무는 장군이 또 낚시질에서 하나의 진리를 찾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은 왜군들이 억만 번 뛰어도 풀어내지 못할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장군이 전투마다 싸우기 전에 벌써 이기고 드는 이유를 임 동무는 여기서 다시 생각하였다. 장군의 머리는 번개보다 빨리 도는 것이다. 왜군은 백번 죽어도 그것을 가져낼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승리의 비결이 있다. 임 동무는 몸이 오싹 긴장해짐을 느꼈다.
“여기에 꼭 큰 고기가 있을 게니 보오.”
장군은 자신 있는 얼굴로 이렇게 말하였다. 임 동무는 꼬박이 곤대를 지키기에 몸이 굳어져 있었다.
“큰 고기는 결코 혼자 다니는 법이 없소. 아까 그놈은 넋고금이 떨어져서 다시 안 물겠지만 이번은 그놈과 함께 다니던 놈이 받아 물 테니 보오.”
하고 장군은 물밑을 들여다보듯이 자신 있게 임 동무에게 말하였다.
그러나 그 순간 장군의 머리에서는 또 무엇이 번쩍하였다. 그러며 그것을 좀더 단단히 거머쥐는 데 장군의 머리는 쏠리고 있었다.
하긴 정녕 번개 같은 장군의 신경이 오래 잡히지 않던 것을 바로잡아 쥐었던 것이다. 앞길이 환히 내다보였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장군은 낚시질에서 주의를 늦추지 않고 고스란히 곤대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낚시질과 머리에 잡아 쥔 생각이 혼연 하나가 되어 장군의 눈앞에서 생물처럼 금틀거렸다.
곤대는 한 개의 대포로 또는 기관총으로 보였다. 또 지금 낚시가 떨어져 있는 곳은 압록강 물속이 아니라 장군이 노리는 바로 그 지점들이었다.
장군이 왜군의 배후 진지인 함경도의 주요 지점들을 진공할 계획을 세운 것은 바로 이때다. 1936년 여름 일이다.
장군은 지금 만주 땅에 앉았으나 낚시는 국경을 넘어 국내 여러 지점에 떨어져 있었다.
장군은 일찍이 1936년 초에 조국 광복회를 조직하고 동만주에서 장백산, 두만강, 압록강 전 지구에로, 전 만주에로, 또는 조선 국내에로 손을 뻗쳐 혜산, 회령, 종성, 무산, 경홍, 온성, 부령, 갑산, 성진, 길주, 명천, 원산, 홍남 등지에 줄을 늘이고 있었다.
이것은 당시의 국제 공산주의 노선인 ‘인민 전선’ 운동의 조선에서의 실천이었다. 장군은 자기가 손수 만든 조직의 움직임 속에서 마치 육체의 핏줄이 켕기는 것을 깨닫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장군은 거사 전 면밀한 정세 조사를 하기 위하여 우선 국내에 정치 공작원을 보낼 것, 국내 각지의 조국 광복회를 확대 강화할 것, 그리하여 인민 혁명군의 국내에서의 행동을 용이하게 하는 엄호로 되게 할 것, 필요한 지대를 습격한 다음 그것을 발판으로 싸움을 계속하는 경우 식 량과 자금을 국내에서 조달할 것……
이런 것이 장군의 머리에서 번개쳤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뭉쳐서 한 개의 무서운 생물처럼 장군의 머릿속에서 사납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벌써 무서운 싸움이 머릿속에서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전투와 그것의 승리의 창조 과정이었다.
장군은 별안간 낚싯줄을 채쳤다. 그때 바로 곤대가 약간 들어갈락 말락 하다가 위로 희끗³⁵ 솟아올랐던 것이다. 해묵은 고기가 미끼를 물고 위로 뜨면서 그 미끼를 난짝 가무리려는 것임을 장군은 알았다.
장군은 낚싯줄을 곧추 채쳐 올리지 않고 위쪽으로 채쳐 올렸다가 크게 반원형을 그리며 다른 편으로 삐잉 돌렸다. 그렇게 몇 번을 거듭하였다. 그동안 그야말로 1초의 100분의 하나만 한 순간도 결코 손을 늦추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줄이 늦춰지면 큰 고기는 위로 솟구치면서 영락없이 낚시에서 벗어져 나가는 것이다.
장군은 근기 있게 낚섯대를 휘저으며 연신 앞으로 당겼다.
이러는 사이에 고기는 차츰 부출³⁶이 죽고 맥이 풀려서 순순히 끌려올라왔다. 끌려올라온 고기는 꼬리 대가리를 내놓고 너끈 세 뼘이 잘 되었다. 그래도 회초리같이 가는 낚싯대 끝초리가 부러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보다 더 가는 낚싯줄도 터지지 않았다. 신기한 일이었다. 유격대원들은 기약하지 않고 일시에 우야 하고 개가를 불렀다.
8
다시 행군이 시작되었다.
장군은 그 언제보다도 장쾌한 얼굴이었다. 그러나 실상 장군의 가슴에는 아직도 한 개의 커다란 산고(産苦)가 숨어 있었다. 머리에 벌어진 그 엄청나게 큰 전투를 면밀히 짜고 있었던 것이다.
이 창조의 과정은 피와 정신의 모진 연소(燃燒) 없이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건물을 지으려는 건축가가 미리 머릿속에 그 지어질 집을 도리³⁷ 밑까지, 지붕 밑 산지³⁸며 벽 속의 외얽이³⁹까지 샅샅이 그리는 것 같은 일이었다. 그처럼 장군은 시방 놀라운 싸움을 머릿속에 창조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군은 물론 그 언제나와 같이 태연히 웃고 담화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신 속에서는 마치 회리바람 같은 것이 일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 맹렬히 일어나는 폭풍이 장군의 지혜에 의하여 화음화(和音化)되어 조금도 사나움 없이 말이 되고 웃음이 되어 외면에 나타나는 것이었다.
작열한 삼복의 태양 아래 숲 속으로 행군은 숙숙이⁴⁰ 계속되고 있었다. 역사의 흐름을 따라 앞으로 앞으로 인민 혁명군 부대는 걸어가고 있었다. 혁명가의 기운찬 소리에서 대원들의 불타는 정신이 하늘 높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암흑 속에서 터져오르는 하나의 광명 그것의 모습이었다.
-끝-
2016년 7월 8일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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