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던 사두개인, 예루살렘 성전 멸망 후 바리새인에…
| 크리스천투데이 : 2023.04.17 06:30
[이스라엘과 성경 16-6] 바리새인과 사두개인(6)
사두개인, 로마 힘 통해 승승장구
회당 중심 율법으로 변화 못 읽어
성전 멸망 후 역사 뒤안길로 퇴장
바리새인, 구전 율법 전통 유지해
얌니아 회의 열어 새 방향 제시해
200년 미슈나 550년 탈무드 완성
3) 헬레니즘 옹호 vs 유대 전통주의
사상의 뿌리가 서로 다른 바리새파와 사두개파는 정치나 문화의 색채도 달리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두개인들은 로마 제국과 유대인들 사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성전의 타락은 미워하였지만 제사장에게는 순종하는 백성들의 이중적인 태도를 악용하여, 사두개인들은 가나안에서 로마 제국의 이익을 대변하여 주면서 한편으론 성전을 중심으로 한 독점적 이권을 로마 제국으로부터 보장받았습니다.
사두개인들의 삶의 방식은 일정 시대 때의 친일파 귀족들과 비교하여 보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친일파들은 이름을 일본식으로 개명하고 의복도 일본식으로 입었습니다.
종교까지 바꾸어 신사를 참배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더 나아가 한국 동포들을 ‘조센징’이라 부르며 비하하고 차별하였으며, 한국 전통 문화를 말살하려 하였습니다.
사두개인들은 친일파와 거의 차이가 없는 짓을 하였습니다. 사두개인들은 로마 제국 관리들과 친분을 맺으며 의복, 이름, 교육 등 로마 제국에서 유행하는 헬레니즘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따라서 이들은 로마 제국에 저항하고자 하는 유대인들의 전통주의적 자세를 매우 싫어하였습니다. 문화 충돌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이들의 기득권 상실을 가져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비록 로마 제국의 힘을 빌어 이스라엘 백성들을 억압하고 착취할 수는 있었더라도, 존경과 지지는 얻어낼 수 없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예수님을 로마 제국 반역죄로 처단하기를 갈망했던 것이 바로 대제사장을 중심으로 한 사두개인들이었습니다.
즉 예수와 그 무리들을 로마 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는 잠재 세력 그리고 자신들의 독점적 기득권을 빼앗을 수 있는 혁명 세력으로 보고, 예수님을 유대 자치조직인 산헤드린이 아니라 로마 총독의 감독을 받는 대제사장 집으로 잡아갔던 것입니다.
그리고 저항 세력에 대한 엄중한 경고의 의미로 율법이 아니라 로마 제국의 법에 따라 가장 강력한 처벌인 십자가형을 받도록 하였던 것입니다(요 11:50).
그러나 하시딤(경건한 자들)의 후예로 자처한 바리새인들은 헬레니즘 문화의 타락상을 눈으로 보면서, 더욱 율법을 지키며 경건하게 사는 삶을 고집하였습니다. 그들은 율법이 금하는 어떠한 부정한 것도 접촉하지 않고자 정결 의례에 집중하였습니다.
이들은 사두개인들과는 다르게 성문 율법뿐 아니라 구전 율법도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 인정하였는데, 그 궁극적 목적은 성전의 정결 의식을 안식일, 식사법, 기도, 기부 등 모든 유대인의 일상생활로 확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바리새파가 본격적으로 율법이 깊이를 더해 간 것은 헬레니즘 영향 때문이었습니다. 강력한 헬레니즘 환경 아래 유대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학이 발달한 헬레니즘의 논리적 사고 방식을 율법에 적용하여 명쾌하게 묻고 답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명망 있는 많은 율법학자들이 탄생하였으며,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든 삶이 율법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율법이 생활의 모든 영역으로 확대되어 해석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런 율법 해석은 제사장이나 귀족 같은 출신 성분만으로 이룰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고, 오직 실력으로만 말할 수 있는 분야였습니다. 따라서 많은 재능 있는 율법 선생들이 귀족 계급에서는 물론 상인, 수공업자, 심지어 이방인 개종자 등에서도 나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율법학자로서 명성을 얻으려면 많은 공부와 경험을 필요로 하였고, 유명 율법학자에게는 수많은 제자들이 몰려들어 부와 명예를 손에 쥘 수 있었습니다.
4) 운명의 갈림길
로마 제국을 등에 업은 사두개인들은 비록 이스라엘 백성들의 존경을 받지 못하였지만, 바리새인들을 압도하면서 승승장구하였습니다. 그러나 백성의 지지와 호응을 잃은 사두개파의 갈 길은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이들이 기존 성전제도에 집착하여 기득권 향유에 빠져 있는 동안, 점점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에 의하여 회당 중심의 율법 생활이 점점 보편화되는 것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이는 성전이 없어져도 유대교는 계속 그 전통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준비 단계였던 것입니다.
A. D. 63년 헤롯 성전이 83년만에 완성되자 메시아가 곧 올 것이라는 종말론이 유대 땅을 휩쓸었고, 이런 분위기는 제1차 유대-로마 전쟁(A.D. 66-70년)을 일으키는 촉진제가 되었습니다. 이 전쟁 결과 A.D. 70년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지자, 사두개인들은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전쟁 참여를 거부하는 사두개인들은 로마 제국 부역자의 처벌을 가장 우선시하는 열심당원들의 주요 표적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로마 제국 병사들, 열심당원들, 그리고 백성들에 의하여 수많은 사두개인들이 학살당하였고, 성전마저 불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자 사두개인들도 함께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반면 사두개인들에게 눌려 지내던 바리새인들은 제1차 유대-로마 전쟁 이후 새로운 기회를 잡았습니다. 패전으로 성전과 제사장들이 사라진 상황에서 백성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바리새인들은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1세기 다양한 그룹 중에서 전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룹인 바리새인들은 이제 홀로 전체 이스라엘 백성들을 정신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된 것입니다.
처절한 패전을 겪은 후 유대 신앙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바리새인들은 대체로 구전 율법에 초점을 맞추는 자신들의 전통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이미 솔로몬 성전이 붕괴된 후 바벨론에서 경험하였던 것처럼 바리새인들은 자신들이 축적해온 ‘율법에 따른 경건한 삶의 방식’은, 성전이 사라지고 약속의 땅이 없어진 상황에서도 매우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것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체 이스라엘을 책임져야 하는 바리새인들은 재도약을 위하여 율법의 정비가 필요함도 깨달았던 것입니다.
유대교를 정비하는데 큰 공을 세운 사람이 바로 요한 벤 자카이(Johanan Ben Zakkai)입니다. 그는 로마 제국도 인정한 평화론자로, A.D. 70년 전쟁이 끝난 후 로마 제국의 배려로 얌니아에서 종교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락을 받습니다.
그는 이곳으로 많은 저명한 바리새파 율법학자들을 초청하여 급변한 환경 속에서 유대교가 어떻게 나갈 것인지 방향을 토론하였고, 이 모임에서 몇 가지 주요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A.D. 90년 경 있었던 이 얌니아 종교회의는 “성전의 동물 희생 제사 대신 선행(Deeds of Love)이 사람의 죄를 씻는 대체제가 될 수 있다(호 6:6)”고 함으로써, 헤롯 성전 파괴 후 유대교가 나갈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구약 성경 체제를 확정지었고, 칠십인역(Septuagint)의 권위를 부정하였습니다. 또 예수를 모세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보는 기독교를 이단으로 정죄하여 유대 기독교인들을 회당에서 완전히 추방하였습니다. 이로 인하여 유대교와 기독교 사이에는 더 이상 넘을 수 없는 벽이 형성되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의 이런 노력은 거대한 양의 율법 해석을 만들어냈고, 그 결과가 A.D. 200년경 유다라는 랍비에 의하여 ‘미슈나(WHAT IS LEARNED BY REPETITION)’라는 이름으로 집대성되었습니다.
이후 율법 연구가 지속되어 새로운 해석들이 첨가되어 만들어진 것이 A.D. 550년 경 집대성된 엄청난 분량의 ‘바벨론 탈무드(Teaching)’입니다. 이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온 ‘랍비 유대교’의 전통이 되었고, 지금도 유대인의 종교생활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류관석 교수
대한신대 신약신학
서울대 철학과(B.A.), 서강대 언론대학원(M.A.), 미국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M. Div.),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 (Th. M. 구약 / M. A. 수료), Loyola University Chicago(Ph. D., 신약학)
미국에서 Loyola University Chicago 외 다수 대학 외래 교수
저서 <구약성경 문화 배경사>, <산상강화(마태복음 5-7장)>, <기적의 장(마태복음 8-9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