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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는 www.soccerutd.com
현재 일본 감독을 역임하고 있는 이비차 오심 감독은 한국에서는 그 인지도가 높지는 않지만 유럽에서 10대 명장 중에 하나로 손꼽혔을 만큼 명성이 높다. 유고슬라비아를 이끌고 1990년 월드컵에서 8강까지 올라서 아르헨티나에게 아깝게 승부차기 패배를 한 것은 아직도 유럽에서 그의 이름이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그의 축구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업적이기도 하다. 오심 감독이 일본 J리그 제프 유나이티드 감독을 맡을 시절에 그의 밑에서 선수생활을 해본 적이 있는 전 국가대표 선수이자 현 FC서울 코치인 최용수 코치가 닮고 싶은 지도자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항상 국내감독들이나 히딩크같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지도자보다도 제일 먼저 오심 감독의 이름을 꺼낼 정도로 오심감독에 대한 평가는 아주 높다. 비록 만 66세라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축구감독으로서 인자함과 동시에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선수들이 맘에 안들 때에는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는 실제나이보다도 '젊은' 감독이다.
오심 감독은 여러 면에서 히딩크 감독과 닮았다.
오심감독의 가장 큰 특징은 히딩크처럼 상대방에 따라서 그리고 선수들의 컨디션에 따라서 전술과 선수선발을 자유롭게 변형하는 '열린 사고'의 축구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스타팅 멤버와 전술은 상대방을 보고 경기당일 결정한다는 것이 일본 오심 감독의 철학으로서 이런 모습은 과거 2002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4강으로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의 상대방에 따라서 변화무쌍했던 선수운영을 연상케 한다.
전임 일본 대표팀 감독이었던 지코가 클럽 팀에서의 활약대신에 국가대표팀에서의 활약과 이름값을 중요시한 선발을 했던 것과는 달리 오심 감독은 공평한 기회를 모든 선수들에게 보장한다. 그에게 모든 선수는 평등하며 기회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 즉, 그는 기존 선수들의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그는 선수들이 골을 넣었어도 자신의 생각만큼 잘하지 못하면 칭찬하는 대신 질책을 할 정도로 강단이 있고 꼼꼼하기도 한 감독이다. 이러한 지도스타일 덕분에 오심 감독밑에서는 신인이 많이 육성되었다. 이러한 부분 또한 히딩크 감독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오심감독은 또 유명클럽이나 강팀보다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재정과 선수구성을 가진 팀을 맡아서 좋은 선수들을 육성하고 상대방에 따라서 최적의 맞춤전술을 사용하는 방법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데 익숙하다는 면에서도 PSV 에인트호벤나 대한민국을 이끌고 유럽챔피언스리그와 월드컵에서 업적을 남긴 히딩크와 닮기도 했다.
지난 2006 독일월드컵에서 1무 2패라는 성적으로 일본대표팀이 탈락하고 나서 일본의 실패의 원인에 대해서 '단신과 약한 피지컬'이 원인이었다는 것이 축구계의 중론이었다. 유럽 형 선수들의 '떡대'에 일본 선수들은 몸싸움에서 밀려서 경기 주도권을 내주는 모습들이 일본의 기술적 장점을 살리는데 제약을 가져왔다는 비판이 일반적이었다. 오심 감독은 일본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일본 대표팀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당장에 선수들의 키를 늘릴 수는 없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있다."
오심 감독의 비장의 카드 3-6-1
축구가 가장 매력적인 이유는 신체조건상 절대적인 강점이 없다는 점일 것이다. 농구는 키가 큰 선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지만 축구는 키가 작은 선수도 빠른 스피드라는 나름대로 장점이 있다. 물론 축구에 있어서 신장이란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기에 축구는 정말로 만인에게 공평한 스포츠인 것이다. 상대방보다 부족한 점이 있어도 자신의 장점을 살리면 이길 수도 있고, 정신력으로 자신의 결점을 극복할 수 있기에 축구는 정말로 만인에게 공평한 스포츠이고 그것이 축구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일본 축구의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신체적인 열세 문제에 대해서 오심 감독이 내놓은 파해법은 바로 3-6-1 시스템이었다. 오심감독이 이런 전술을 들고 나온 것은 수비수와 공격수의 숫자를 줄이고 미드필더의 숫자를 최대한 늘려서 경기전개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점유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이다. 미드필더에 숫자를 최대한으로 늘려서 지루한 미드필더 공방전으로 전체경기의 흐름을 유도하면 보는 사람으로서는 경기가 무척이나 재미없고 지루하게 보이겠지만 일본 팀 입장에서는 상대방과 몸싸움에서 밀려서 공을 빼앗기거나 공간을 내주는 경우에도 미드필더에서의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바로 커버플레이를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이 그 피지컬적인 우위를 바탕으로 몸싸움에서의 우위를 공격주도권으로 연결시키기 어렵다는 이점이 있다.
비단 일본 팀뿐만 아니라 어느 팀이든지 상대적으로 몸싸움에서 밀리는 팀으로서는 미드필더 숫자를 최대한 늘리면 몸싸움에 밀리더라도 볼의 소유권이 상대방으로 넘어가는 일을 최소한으로 유도할 수가 있기에 팀의 신체적 결점이 경기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비유하자면 전투에서는 질지 몰라도 전쟁에서는 안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술로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서는 물론 상대팀보다 기술적인 우위가 있어야지 더욱더 효과적이다. 주로 선수들이 기술은 뛰어나나 몸싸움과 체력이 약할 때 미드필더의 숫자를 최대한으로 늘여서 경기의 공수전환속도를 최대한 늦추고 지루한 경기로 전체 판세를 유도하면 서로 치고박고 격정적인 경기를 벌일 때보다 선수들이 직접 뛰어다니면서 부딪치는 일도 최소화되고 체력도 상대적으로 적게 소모된다. 경기가 그렇게 유도되면 선수들의 볼컨트롤과 정교한 패스와 킥 같은 기술적인 부분이 서로 다이내믹한 경기를 할 때보다 경기판세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기에 단점은 최소화되고 장점은 극대화되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일본 같은 팀으로서는 일본보다 신체적 조건이 뛰어난 팀들을 상대로 해서 적극적으로 치고 박고 싸울 때보다 상대적으로 더 좋은 경기결과를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체력적으로 덜 힘들다라는 장점은 단판 승부가 아닌 토너먼트 대회에서 무척이나 크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관중이나 시청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보는 재미는 적다. 그런 축구를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면서 쏟아지는 졸음을 참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기기 위해서는 좋은 전술이다. 어짜피 축구에 있어서 전술이란 이기기 위한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기술적으로는 뛰어나나 몸싸움에서 열세인 팀이 몸싸움을 극복하기 위해 축구 역사를 통해서 인정받은 고전적인 방법이다. 유럽에서 몸이 가장 왜소했던 포르투갈은 수십 년 동안 4-5-1 을 고집했다. 그 이유는 왜소한 자신들의 신체적 조건을 커버하기 위해서 미드필더의 숫자를 늘려서 경기를 미드필더의 지루한 싸움으로 유도하면 몸싸움에서는 밀리더라도 기술이 뛰어난 포르투갈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기에 포르투갈은 수십 년 동안 4-5-1을 고집했다. 체격이 뛰어난 유럽선수들과 수도 없이 붙을 수밖에 없었던 포르투갈로서는 축구 역사만큼이나 유럽 팀의 강한 몸싸움을 상대하는 노하우가 그만큼 발달했던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기술이 떨어지나 체력과 몸싸움에서 유리한 팀은 최대한 경기를 공수전환이 빠르게 유도를 해야지 유리하다. 그래야지 기술보다도 선수들의 체력과 몸싸움 스피드가 경기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와 같은 원리로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멕시코를 상대하는 방법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다. 비록 98년 월드컵에서 하석주의 퇴장으로 1-3으로 역전패했었지만 그 뒤로는 진적이 없다. 멕시코는 우리나라보다 기술적으로 뛰어날지 모르지만 피지컬적인 측면에서 약하기에 경기를 최대한 치고 받는 양상으로 유도를 하면 결국에 멕시코 선수들은 잦은 몸싸움과 많은 활동폭에 체력적으로 일찍 고갈이 되기에 전체 판세가 한국에게 유리한 경기가 된다는 것을 우리나라 지도자들은 이제 아주 잘 알고 있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이 멕시코에게 강한 이유도 바로 그렇게 경기가 진행되도록 미국이 총론적 방향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적으로 부족하더라도 미드필더의 숫자를 최대한 늘려서 경기의 공수전환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것은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할 때에도 아주 좋은 전술이다. 90분 동안에 서로 간에 10번씩 주고받기보다 서로 간에 한 번씩 주로받기가 상대적으로 약팀에게는 훨씬 유리한 경기전개양상이다. 히딩크 감독도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호주팀을 이끌고 브라질을 상대로 4-5-1을 들고 나와서 최대한 미드필더 공방전으로 경기를 유도했었다. 비록 아깝게 졌지만 선취골을 허용하기 전까지 호주 대표팀은 브라질을 상대로 아주 선전을 했었다. 이동국 선수가 뛰고 있는 프리미어리그의 미들스브러도 마찬가지로 4-5-1 전술을 쓴다. 이렇게 미드필더를 두껍게 배치하고 경기를 지루하고 졸리고 덜 다이내믹하게 이끌면서 '한방'을 노리는 축구를 한다. 미들스브러는 이런 축구로 첼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강팀을 종종 잡아내기에 프리미어리그의 도깨비 팀으로 불리운다.
일반적으로 수비지향적인 진형으로 알려진 4-5-1 보다 더 극단적으로 미드필더를 늘리는 형식이 바로 3-6-1이다. 이렇게 미드필더를 극단적으로 늘리는 축구로 가장 큰 성공을 팀은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블라제비치 감독이 이끄는 크로아티아 팀이었다. 당시에 크로아티아 팀은 두꺼운 미드필더진을 바탕으로 3-6-1 전술을 들고 나와서 프랑스 월드컵 대회 최고의 이변 팀으로 등장했다. 특히나 지단이라는 불세출의 미드필더가 있는 프랑스를 상대로 미드필더진에서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선취골까지 넣는데 성공했다. 당시에 크로아티아 팀은 지단이라는 불세출의 슈퍼스타가 이끄는 프랑스 미드필더진을 맞아서 1대1로는 질지 모르나 수적 우위로 그 차이를 만회하는 축구를 보여주면서 선전했고 프랑스 월드컵에서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기술적으로는 뛰어나나 피지컬과 체력이 약한 팀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미드필더의 숫자를 늘여서 지루한 게임을 만드는 방식으로 강팀을 무너뜨린 최근의 예가 바로 05-06 시즌에 챔피언스리그에서 레알 베티스가 첼시를 상대로 1-0 승리를 거둔 경기일 것이다. 1차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0-4로 대패했던 레알 베티스의 페레르 감독은 세비야 홈에서 열린 경기에서 이전의 레알 베티스 전술과는 다른 3-6-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와서 첼시의 장점인 빠른 공수전환을 원천봉쇄하며 다니의 골로 1-0승리를 거두었다. 첼시의 무리뉴 감독은 이 경기이후에 자신이 감독으로 부임한 이래로 사상최악의 경기였다라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을 정도였다.
현재 오심감독의 일본축구에 제시하고 있는 이상적 방향은 바로 이러한 축구이다. 기존에 포백을 쓰면서 교과서적이고 정교한 축구를 구사했던 일본 축구로서는 지금 오심 감독이 제시한 새로운 컬러의 축구로 변모하고 있는 과정인 셈이다. 특히나 이번 아시안 컵은 그 진척상황이 얼마나 순조로운가를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3-6-1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극단적으로 미드필더의 숫자를 늘리는 2-7-1도 서슴지 않게 일본 오심 감독은 구사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서는 우리 수비는 2명일 것이라는 인터뷰까지 했을 정도이다. 실제로 이번 예선경기에서 일본 대표팀은 수비수가 상대방과 경기양상에 따라서 2명일 때도 있고 3명일 때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에 보여주던 미드필더 4명의 꽉 짜여진 축구의 모습은 이제 일본 대표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미드필더를 극단적으로 늘리는 축구를 하고 있기에 이전보다 일본 대표팀의 미드필더진은 훨씬 유연하고 가시적으로 형태를 규정하기 힘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보는 사람들로서는 임팩트가 강하고 날카롭다거나 시각적으로 일본축구가 잘한다라는 모습은 느끼기 어렵다. 오심감독이 일본축구에 제시하고 있는 축구는 일본선수들의 몸에 맞는 효율적인 축구이지 시각적인 효과가 큰 축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필수조건 1 - 득점력이 뛰어난 공격수가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공격을 덜 주고받는 축구를 구사하면서 점유율을 높이는 것이 이런 축구의 목표이기에 공격수의 골 결정력은 필수조건이다. 공격수의 골 결정력이 뛰어나지 못하다면 경기는 지배하지만 스코어는 그와 비례하지 않는 현상이 반복된다. 이번에 캐나다에서 있었던 U-20 청소년 월드컵에서도 조동현 감독의 대한민국 팀은 마찬가지로 미드필더진을 두껍게해서 이번 청소년 세대의 가장 큰 장점인 기술을 극대화하는데 성공했다.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은 미드필더진에서 점유율을 높이는데 성공을 했고 상대팀과 맞서서 내용적으로 우수한 경기를 펼치는데 성공을 했다. 하지만 공격수들의 골결정력이 좋지 못했기에 경기는 지배하나 제때 골을 넣지 못해서 결과는 이기지 못하는 경기가 반복되었고 결국 아깝게 조별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만약에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에 이전 대회처럼 박주영같은 뛰어난 골 결정력을 가진 선수가 있었다면 훨씬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98 프랑스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역시 수케르라는 뛰어난 공격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케르는 6골로 대회 득점왕에 오르는 활약을 펼치면서 조국 크로아티아가 3위에 오르는데 1등 공신이 되었다.
이렇듯이 오심감독이 추구하는 미드필더진의 숫자를 극단적으로 늘리는 축구에서 골결정력이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일본 대표팀에서 그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 선수는 바로 다카하라 나오히로(28, 프랑크푸르트)이다. 일본 대표팀의 성공여부는 골 결정력에 있는 만큼 다카하라가 얼마나 잘해주느냐에 따라서 일본 대표팀의 성공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의 수케르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다카하라에게만 지울 수는 없다. 다른 선수들의 골결정력도 분명 도와주어야 한다. 아시안 컵 조별예선 카타르와의 첫 경기에서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집중력을 살려서 골찬스에서 골을 제때 넣어주었다면 비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오심 감독이 화냈던 것은 선수들이 골찬스 때 못 넣은 것이 나태와 자만으로 인한 집중력부족, 즉 정신상태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오심감독은 결과에 따라서 일희일비하는 감독이 아니라 이기는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맘에 안 들면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의 감독이다. 마지막에 프리킥으로 동점을 허용하지 않고 이겼어도 오심 감독은 찬스를 많이 놓쳤던 일본 선수들을 질책했었을 것이다.
필수조건 2 - 미드필더진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필수
이런 전술에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경기가 말린다’라고 느껴지게 된다. 평소와 다르게 경기흐름이 전개가 되기에 경기가 끝난 후에도 왠지 자신들이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격수와 수비수를 최대한 줄이고 반대로 미드필더를 최대한 늘였기에 평소 때보다도 자신들의 공수전환이 잘 안되고 상대방보다 분명 우리 팀이 못하는 것이 아닌데 이상하게 경기가 루즈해지고 볼 점유율에서 뒤지면서 경기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이런 전술의 진정한 위력이다.
상대팀이 최대한 이렇게 느끼도록 하려면 그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미드필더들 간에 유기적인 움직임이 필수이다. 우두커니 공간만 채우는 선수들이 있을 때보다 시도 때도 없이 변화무쌍하게 위치를 바꾸면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극도의 혼란을 줄 수 있어야지 이러한 전술의 위력이 배가가 되는 법이다. 98 프랑스 월드컵에서 블라제비치의 크로아티아 팀이 극찬을 받았던 것은 그 유기적인 움직임이 완벽했기 때문이다.
일본팀의 경우에도 그 것이 잘 이루어지면 상대팀 선수들은 미처 일본 선수들이 공격한다는 느낌이 안 들고 있었는데 어느새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까지 일본 선수들이 갑자기 많이 왔다고 느끼게 되고 곧 이어서 일본 팀의 결정적인 슛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실점을 하게 되면 이후에는 경기가 더욱더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 아시안 컵 UAE와의 경기에서는 그 유기적인 움직임이 카타르와의 전경기보다도 더 잘되었기에 일본 팀의 경기력이 더 좋아졌던 것이다. 물론 오심 감독의 질책이 그 원인이 되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약점 - 측면 오버래핑에 취약해
하지만 이런 축구를 구사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한계를 가지게 된다. 미드필더의 숫자를 극단적으로 늘린다는 것은 측면 수비수가 부족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상대방의 측면 수비수들의 오버래핑 능력이 뛰어나다면 이런 전술은 ‘중원은 지배하나 양 사이드는 상대방에서 빼앗겨 버리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측면수비수가 오버래핑을 하게 되면 측면에 2명이 공격수가 위치하게 되어서 미드필더에 일본 팀 선수들은 많지만, 측면구석에는 일본선수보다 상대방 공격 숫자가 더 많은 일이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나, 측면수비수의 공격능력이 뛰어나다면 이런 전술은 아주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다. 98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크로아티아는 프랑스를 상대로 중원에서 안 밀렸지만 프랑스의 윙백을 맡았던 튀랑이 오버래핑을 해서 공격에 가담하자 순간 수비가 무너졌고 튀랑에게 두 골을 허용하면서 역전패하고 말았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이번 아시안 컵에서 오심감독의 성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현재 아시안 컵 대회 경기들에서 드러났듯이 아시아 팀들의 수준에서는 윙백들의 오버래핑이 전술적으로 잘 이용되는 선진 축구를 하는 팀이 손에 꼽을만한 것이 사실이기에 오심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좋은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라고 보는 것이 일리있는 논리적 귀결이 아닐까?
특히나 오심 감독의 이러한 축구는 개인기가 좋은 중동국가들 보다는 호주나 대한민국이나 중국 팀같이 기술적으로는 약간 떨어지지만 피지컬 차이가 나는 팀들을 상대할 때 그 진가가 발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나 그동안에 피지컬적 측면과 기동력에서 일본을 제압하는 방식으로 미드필더에서 주도권을 잡아왔던 대한민국으로서는 자칫하면 분명 선수들 간의 1대1싸움에서는 안 뒤쳐지는 것처럼 보이나 허리싸움에서 상대방의 많은 숫자로 인해서 열세에 처해지게 되고 공을 점차 빼앗겨 볼 점유율이 밀리는 방식으로 주도권을 내주는 양상의 경기가 되어서 경기가 자칫 ‘말릴’ 가능성이 높다. 그럴 경우에 대한민국의 양쪽 윙백을 맡고 있는 오범석 선수와 김치우 선수의 오버래핑 능력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일본 축구가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이렇게 제한적인 전술을 구사하는 것보다 일본 선수들의 키가 더 커지는 일이 가장 직접적인 해답이 될 것이다. 특히나 세계 축구계에서 장신의 기준이 180cm대에서 190cm대로 넘어가고 있는 요즘시기에 일본 선수들 대부분의 키가 단신이라는 점은 분명 발목을 잡을 수밖에 없는 요소이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로서는 오심 감독의 일본 대표팀이 예전의 그 시각적인 만족을 주었던 일본대표팀과 다르다고 해서 비난을 하거나 가볍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농구를 하는데 있어서 약팀이 강팀을 상대할 때 기본은 서로 적은 점수를 내도록 유도해야지 이길 가능성이 많아진다. 서로 간에 난타전에 되면 약팀은 필패를 하게 된다. 배구를 하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대한민국 여자 배구대표팀이 외국의 장신 벽에 높이로 정면승부하는 것은 보는 사람입장에서는 시각적으로 다이내믹하고 재미있는 배구가 될지는 몰라도 효율적인 전술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공격시에는 직접 공격보다는 상대방 블로킹에 공을 맞추어서 터치아웃시키려고하고 수비시에는 상대방의 강스파이크를 1차적으로 블로킹으로 완화시킨 다음에 받아내는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 옳은 전술로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오심 감독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가 될 수 있다. 왜 일본축구는 그런 축구를 하느냐라는 비판은 결국에 왜 일본 선수들은 그렇게 키가 작고 피지컬적으로 약하냐라는 비판과 다르지 않다. 그것은 오심감독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히딩크처럼 선수들의 체력과 몸싸움을 장기간에 걸쳐서 직접적으로 개선시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그렇기 위해서 국가대표팀을 사실상의 클럽 팀처럼 운영을 했고 그 덕분에 K리그는 월드컵을 준비하는 기간 내내 사실상 개점휴업이었다. 더 이상 그런 식의 국가대표팀 운영은 시대의 흐름상 힘들뿐더러 J리그는 그런 식의 희생을 오심감독에게 제공해주지도 않는다. 궁극적으로 그것은 J리그 프로클럽팀 감독들의 역할이지 국가대표팀 감독의 역할이 아니다.
게다가 현재 일본 세대는 과거 황금세대가 조금씩 없어지고 있고 다소 침체기에 해당했던 세대들이 위주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감독직을 맡은 오심 감독은 주어진 자원을 가지고 최선의 방법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시각적으로 위력이 안느껴진다고 해서 혹은 과정을 보지 않고 결과만을 보면서 일본이 약해졌다라든지 오심감독이 무능하다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해서는 올바른 평가가 아닐 것이다. 향후에 시간이 지날수록 오심감독의 철학에 선수들은 점차 적응을 더 잘할 것이고 경기력 또한 그에 따라서 더욱 좋아질 것이다.
현재 일본 대표팀을 혹평하는 축구팬들이 많다. 하지만 다음 사실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핌 베어벡 감독보다 일본의 오심감독의 명성은 훨씬 높다. 특히나 축구의 본류라고 볼 수 있는 유럽에서의 평가는 더욱더 그러하다. 과거 일본축구에게 아시아축구의 주도권을 내주고 절대절명의 위기상황에서 한국에 모셔왔던 명장 히딩크 감독보다 그 이전에 유럽축구계에는 들지도 못하고 제 3세계에서나 명성이 있었던 감독을 데려왔던 일본 대표팀의 트루시에 감독이 훨씬 더 잘 나갈 때가 2000년대 초반에 있었다. 2002년 봄이 오기 전까지 일본의 축구칼럼리스트들은 일본대표팀의 우수한 성적을 비교로 대한민국 대표팀을 혹평하면서 월드컵 성적은 좋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만을 내놓았었다. 히딩크 감독이 대한민국 대표팀을 맡으면서 가시적으로 일본 대표팀보다 평가가 좋았던 것은 결국 마지막에서 가서야였다. 그런 면에서 과거 한국과 일본의 축구팬들은 어쩌면 지금 정반대의 위치에 놓여있는지 모른다.
첫댓글 글 잘 보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미드필더 가운데 공격적인 패스를 넣어주는 선수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좌우측면으로 정확하게 뿌려줄 수 있는 선수가 있다면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고 경기내용도 우세하게 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최선의 결과는 비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