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트북을 열며//김용필 동포세계신문 편집국장
중국동포가 연루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조작 의혹사건’을 보며
6.4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둔 지금, 한국 정치계는 중국동포가 연루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 의혹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중심에는 국가정보원이 있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중국 공문서가 위조된 것이라는 입장을 중국대사관이 분명하게 밝힘으로써 이 사건은 한국사회에 일파만파로 번져 정치계도 크게 요동치고, 한중 외교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메카톤급 사건으로 커지고 있다.
게다가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도 국정원이 개입한 증거서류 조작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오는 6.4지방선거의 결과를 판가름 할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동북3성의 중국동포 사회도 뒤숭숭한 분위기이다. 자칫하면 중국동포들에게 불똥이 튀어 화를 입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동포들에게 있어 공문서 위조는 낯선 말이 아니었다. 중국사회에서 얼마든지 돈을 주면 신분세탁도 가능하고 여권, 신분증 위조 등을 쉽게 할 수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그 결과 2012년부터 한국 법무부가 외국인에 대한 지문•얼굴 검색 강화를 하면서, 느닷없이 과거 위명여권 사용 경력 때문에 강제추방조치 되고 입국금지 되는 일들이 벌어졌다. 이에 중국동포 지원 단체들은 위명여권 사용자 대부분이 생계형 범죄자라고 하면서 한국정부에 선처를 호소하여, 2012년,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제한적인 신원불일치자 자진신고를 받아 6천여명의 중국동포들이 구제를 받기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여전히 위명여권사용 등 공문서 위조 경력을 갖고 있는 중국동포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번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에서 불거진 국정원 협조자로 활동한 중국동포 김모씨의 공문서 위조 의혹사건은 정치적, 외교적 문제는 차제에 두더라도 당사자에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게 해주는 사건이며, 동시에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판단되어, 필자는 이번 사건의 전말을 그동안 한국 언론에 소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기술해보았다.
이 사건의 시작은 화교 출신인 유우성(34, 본명 유가강)씨가 탈북자로 위장해 2004년경 한국에 들어와 하나원 교육을 거쳐 명문 사립대를 졸업하고 2011년 서울시 공무원까지 되었는데, 그동안 북한을 드나들며 간첩활동을 벌였다는 혐의를 받게 되면서이다. 국정원은 유씨를 2013년 1월 체포해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하였다. 그리고 검찰은 2013년 2월 26일 유씨를 서울지방검찰청에 기소했다. 이때 중국에 머물던 유씨의 여동생이 2012년 한국에 들어와 국정원에 탈북자로 자진신고해 조사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간첩혐의를 받게 된 유씨는 억울하게 간첩혐의를 받고 있다며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도움을 요청했고, 민변은 변호인단까지 구성해 법적 대응에 나서 ‘유우성씨가 간첩이냐 아니냐’ 하는 논쟁이 불붙기 시작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국정원으로부터 건네받아 법원에 제출한 유씨의 간첩활동 증거자료가 위조되었다는 것을 입증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검찰은 유씨가 북한을 출입국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중국 화룡(和龍)시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 기록('출-입-출-입'표시)과 화룡시 공안국 관계자의 동영상을 증거물로 법원에 제출했는데, 변호인단은 지난해 12월 6일 비공개 항소심 3차공판에서 연변조선족자치주 공안국이 발급한 '출-입-입-입' 표기 문서(진본)와 삼합(三合)변방검사참(출입국관리소)의 정황설명서를 제출해 검찰 자료가 위조된 것임을 뒷받침하였다.
이에 공판장에 앉아있던 검사가 당황하는 표정이었다고 한다. 역시 국정원에 비상이 걸렸다. 변호인단이 제출한 삼합검사참 정황설명서를 반박할 자료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에 국정원은 2013년 12월 17일 검찰에 반박자료로 제3호의 문건 삼합검사참 답변서를 건넸고, 검찰은 같은 달 20일 열린 4차 공판 때 재판부에 제출했다. 변호인측은 검찰이 제출한 제3호 문건도 합법 문서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결국 재판부는 중국대사관에 문서검증을 의뢰한 바, 중국대사관은 2014년 2월 13일 “검찰이 제출한 문서 3건이 모두 모두 위조됐다”고 통보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대되었다.
중국정부는 동시에 '한국 검찰 측이 제출한 위조 공문은 중국 기관의 공문과 도장을 위조한 형사범죄에 해당한다'고 분명히 적시했다. 이어 '범죄 피의자에 대한 형사책임을 규명할 것'이라며 위조 문서의 상세한 출처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문제가 자칫하면 한중 외교문제로까지 번질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유우성씨의 간첩혐의를 따지는 문제’보다 ‘유씨의 간첩혐의 증거 조작 의혹 수사’ 쪽으로 기울어졌고, 수사대상도 주심양총영사관과 국정원 대공수사요원 등으로 집중되었다. 그런 과정에 국정원 외부협력자로 특정된 중국동포 김모(61)씨가 조사를 받게 되었고, 지난 3월 6일 김씨가 유서를 쓰고 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발생했다. 김씨는 검찰조사에서 "국정원으로부터 변호인 측의 주장을 반박할 문서를 구해 달라는 의뢰와 함께 돈을 받았으며 위조된 문서를 구해와 건네줬다"고 진술한 뒤, 심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다가 A4용지 4장 분량의 그의 유서내용의 진위 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김씨의 유서와 자살시도는 국정원이 개입된 증거조작이라는 의혹을 더 많이 갖게 해주었다.
김씨는 유서에서“대한민국 국정원에서 받아야 할 금액이 있다." 면서 "2개월 봉급 300×2=600만원, 가짜 서류제작비 1000만원, 그리고 수고비?" 이로 보아 김씨는 일정한 보수를 받고 중국과 북한의 접경 지역에서 수집한 정보를 국정원에 제공해 온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검찰이 밝힌 김씨의 신상 정보는 중국 국적의 탈북자 출신이라는 게 전부인데, 이것도 김씨의 신상 정보가 자세히 드러나면 본국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만큼 국정원이 일부러 가짜 신분을 밝혔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하튼 사태는 중국대사관이 위조문건이라 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중국동포 김씨와 국정원 간의 진실게임이 되었고, 검찰은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 것같다.
@동포세계신문(友好网報) 제312호 2014년 3월 13일 발행 동포세계신문 제312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