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작업은 시작조차 못해 이재민 2차 피해 걱정 하소연 군 내달말까지 6개 지역 복구
19일 오후 찾은 고성군 토성면 인흥3리 산사태 위험지역 응급복구 현장.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싼 야산의 임목 대부분은 벌목돼 한쪽에 쌓여 있었고, 아직 벌목되지 않은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만 남겨둔 채 흉물스럽게 서 있었다.
벌목을 마친 곳은 듬성듬성 새순이 나온 그루터기만이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을 뿐 생명체를 찾아볼 수 없는 척박한 땅으로 변해 있었다. 산을 오르기 위해 첫발을 떼는 순간 재와 뒤섞인 흙에 미끄러지고 심한 곳은 발목까지 빠져 마치 모래사구를 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벌목 작업으로 파헤쳐진 사면은 물을 흡수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해 당장 비라도 내리면 쓸려내려 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이 마을의 산사태 위험지역 응급복구 면적은 4.2㏊. 지난 3일 사업에 착수해 벌목 및 운반 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높이 2.5m, 길이 150m의 보강토 옹벽 설치를 비롯해 토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떼를 입히는 줄떼시공, 64m 길이의 수로 설치 등 실질적인 복구 작업은 시작조차 못 하고 있어 장마철 전에 공사를 끝내기는 사실상 힘든 실정이다.
산불에 집이 전소된 주민 A씨는“많은 비가 내리면 토사가 흘러내릴 것이 불 보듯 뻔해 산과 붙어 있는 집터에 집을 다시 지어야 할지 큰 걱정”이라고 했다.
인근 성천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산불이 발생한 지 2개월을 훌쩍 넘긴 최근에서야 응급복구 작업이 시작돼 벌목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민둥산으로 변해 버린 야산 코 앞에 위치한 한 주택은 풀 한포기 없는 가파른 사면이 그대로 노출돼 아찔해 보였다.
불에 탄 집을 철거한 주민들은 새 집을 짓기 위한 집터를 1m 정도 높이로 성토까지 해 놓았다. 장마철 마을 뒷산에서 토사가 흘러내리거나 많은 비가 내려 집터가 또다시 침수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성천리 마을회관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재민들은 조만간 임시주택에 입주하게 돼 한숨 돌렸는가 싶었는데 이제는 장마철 산사태 등 2차 피해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주민 B씨는 “불에 탄 나무를 베어내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산중턱의 바위가 눈에 들어와 혹시나 굴러떨어지지 않을까 별 걱정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탁창석 토성면 성천리 이장은 “주민들이 또다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정부와 도, 고성군에서 예방조치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촉구했다.
고성지역의 산사태 우려지역은 인흥, 원암, 성천, 용촌 등 4개 마을에 6곳이며, 면적은 6.18㏊다. 고성군은 이들 지역에 대한 응급복구를 7월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고성군 관계자는 “응급복구를 장마철 전에 끝내기는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며 “피해가 없도록 수로 작업 등 물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성=권원근기자 kw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