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의 이승훈씨는 불안해서 시를 쓴다 진주에서의 강희근씨는 외로워서 시를 쓴다 써 놓고 읽는다 외로워서 외롭고 나면 섬이 된다 섬은 외로움의 집이다 한 번 외로우면 외로움은 수평선처럼 가물거리고 영원하다 사랑이 영원하기를 바라면서 사랑은 등대처럼 외로움을 기다릴 뿐이다 오늘은 오늘의 외로움이 일용할 양식이다 외로움을 먹고 사는 강희근씨는 외로움의 바닥을 주걱으로 긁어 먹고도 외롭다
때로는 탁구를 치지만 탁구공은 날아가고 외로움은 탁구대에서 푸른 빛으로 맴돌고 있다 네트는 네것과 내것을 구별해 주지만 외로움은 네것과 내것이 따로 없다 외로움은 외로워서 끊임없는 물결로 흐르고 가는 데마다 밥풀처럼 할 일이 없이 무료한 표정이다
진주에서의 강희근씨, 그는 문자를 칠 데가 없어 외로워지면 문자를 치고도 외로운 때를 생각한다 외로움은 문자가 어찌해 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가슴이 어찌해 볼 수 있거나 머리가 어찌해 볼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설날이 이틀이나 남았는데 영동은 눈이 내리고 쌓이는 설국의 나라 미끄러지는 차들이 외롭게 미그러질 터이지만 강희근씨는 눈이 쌓이거나 말거나 차량들 미어터지거나 말거나 분명 하나같이 외로울 거라는 점이다
외로워서 시를 소복 소복 쓸거라는 점이다 써 놓고는 홀로 눈내리는 소리, 제용 제용 읽을 거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