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박 3일 일정의 러시아 국빈 방문을 위해 20일 모스크바에 도착, 푸틴 대통령과 4시간 30분에 걸쳐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공식적인 정상회담은 21일 열린다.
r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1년여만에 다시 만난 중-러 두 정상은 서로 '친애하는 친구'라고 부르며 우의를 강조했고,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평화 정착을 위한 베이징의 아이디어를 검토했으며, 모스크바는 항상 협상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자신의 3연임을 축하하는 푸틴 대통령을 향해 "2024년 대선에 출마할 경우, 국민들이 지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크렘린에서 비공식 정상회담을 갖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사진출처:크렘린.ru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시 주석의 이같은 발언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이고 분명한 지지(선언)로 보인다"며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황에서, 특히 중요한 대목"이라고 해석했다. 이 매체는 "ICC의 체포영장이 푸틴 대통령을 세계 지도자들로부터 더욱 고립시키는 데 주요 목적이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중국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 주석이 분명히 했으며, 러시아 권력 교체를 반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서방 외신들은 시 주석의 모스크바 방문에 앞서 "전범과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의지"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ICC가 푸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지 며칠 만에 시 주석이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은, 크렘린에 책임을 묻기는커녕, 러시아가 같은 범죄를 계속 저지르도록 외교적으로 은폐해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비공식 회담에서 "지난해 양국 무역 규모가 1천850억 달러 규모(약 242조3천억원)로 지난 10년간 2배로 급증했다"며 "양국은 많은 공통의 목표가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도 "양국은 같거나 비슷한 목표를 공유한다는 건 사실"이라며 "우리는 서로 번영을 위해 노력했고, 앞으로도 우리의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러시아 의전 담당자의 인사를 받으며 차량에서 내리는 시진핑 주석. 두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사진출처:크렘린.ru
시 주석은 이날 모스크바 도착 직후부터 국제 무대에서 양국 공조의 강화 의지를 분명히했다. 그는 서면으로 배포한 도착 연설문에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유엔 중심의 국제 체제를 수호하고, 유엔 헌장의 목적및 원칙에 기반한 국제관계 규범과, 국제법을 토대로 한 세계 질서를 수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세계의 다극화, 국제관계의 민주화도 촉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양국 정상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견해를 교환하고, 지난달 중국이 우크라이나 해법으로 발표한 입장문(평화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 입장'이라는 성명을 발표, 러-우크라가 대화를 재개하고 즉시 휴전을 모색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사진출처:크렘린.ru
그러나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우리는 중국이 중-러 정상회담을 통해 독자적인 '종전 협상'을 재강조할 것으로 본다"며 "미국은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평화 제안은 그 어떤 것도 환영하지만, 우크라이나의 영토및 주권 유지를 우선하지 않는 계획은 기껏해야 전술적 지연이거나 건설적이지 않은 결과를 만들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세계는 중국 혹은 어떤 나라의 지지를 등에 업은 러시아의 전술적 움직임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