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인들의 8가지 심리적 공통점은?
페르난다 파울 - BBC 월드 서비스 님
100세인들의 8가지 심리적 공통점은?© Getty Images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사는 마가리타 플로레스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난다. 아침밥을 챙겨 먹은 뒤, 산책도 하고, 책을 읽는다.
플로레스는 헬스장에 가는 등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올해 107세인 플로레스의 다리가 영 따라주지 않는다.
플로레스는 페르난다 파울 BBC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 다리가 익숙해지도록 더 많이 걸어야겠다”며 농담을 던졌다.
마르가리타 플로레스는 “사람들은 내게 쉬라고 말하지만, 나는 휴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계속 바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Flores family
100세가 훨씬 넘은 할머니이지만, 플로레스는 대화 내내 막힘 없는 속도는 물론 놀라울 정도로 명료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플로레스에겐 친구도 있고, 매일 일과를 함께 하는 딸도 있다.
플로레스는 열정적인 목소리로 “이 나이에도 난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다”고 말했다.
플로레스는 활력, 회복탄력성, 교류에 대한 욕구 등 전문가들이 100세 이상 노인들의 공통점이라 꼽는 특징을 잘 보여주는 예시이다.
100세 이상 장수하는 이들은 친한 친구를 유지하고, 사진 속 여성들처럼 같이 마작을 즐기는 등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활기차게 살아가는 특징이 있다© Getty Images
사실 플로레스와 같은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유엔(UN) 인구처에 따르면 생일 케이크에 100개 이상의 초를 올리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1990년 기준 이런 특권을 누리는 이들은 9만2000명에 불과했으나, 2021년에 이르자 그 숫자는 62만1000명으로 폭증했다.
보통 이러한 장수 인구 증가에 대해 논할 때 유전적 요인 및 라이프스타일이 핵심으로 손꼽히지만, 심리적인 특성도 중요하다는 게 여러 전문가의 생각이다.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학 소속 심리학자인 마리아 돌로레스 메리노는 이렇게 생각하는 학자 중 한 명이다. 메리노는 지난 수년간 100세인들을 연구하고 있다.
‘행복 연구 저널’에 올라온 메리노의 가장 최근 연구에 따르면 100세 넘게 장수하는 이들에게선 심리적인 공통점 19가지가 발견됐다.
메리노는 이를 총 8가지로 분류했는데, 이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건강을 유지하면 100세가 넘어도 활기차게 살 수 있다© Getty Images
1. 활력
우선 100세 이상 노인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활력이다. 활력이란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은, 에너지가 넘친다고 느끼고 싶은 욕구라고 정의할 수 있다.
메리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놀라운 사실은 우리가 인터뷰한 100세인들은 계속 살아가고 싶다는 아주 뚜렷한 욕구를 드러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메리노는 “이분들과 얘기할 때면 100세가 넘은 노인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전반적으로 이들은 실제보다 더 젊은 듯한 느낌을 (풍긴다)”고 덧붙였다.
활력은 노년기 건강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Getty Images
메리노의 연구에 참여한 이들 중엔 무려 98세까지도 계속 일을 했던 이들도 있다. 또한 100세인들은 매일 계단을 오르내리는 신체적인 활동에 더불어 카드게임, 스도쿠 등을 즐기는 지적인 활동 또한 계속 이어 나가는 편이었다.
100세 이상 노인들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미국 보스턴 소재 ‘뉴잉글랜드 100세인 연구’의 공동 이사인 스테이시 앤더슨 또한 활력이 중요한 심리적 특성임에 동의했다.
앤더슨 이사는 “(연구하는 100세 이상 노인) 대부분이 자신들은 인생을 즐기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놀랍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구 및 가족과의 친밀한 관계는 건강한 노년기의 삶과 관련이 있다© Getty Images
2. 교류에 대한 욕구
메리노의 연구에 따르면 100세인들은 대체로 사교적인 성격이다.
메리노는 “이들은 가족 혹은 친구들과 따뜻한 인간관계를 맞고 있다. 할 수 있다면 다른 이들을 돕고, 타인으로부터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데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앤더슨 이사 또한 연구를 통해 100세인들은 “외향적이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데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들”임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100세 이상 살면 친구나 가족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는 부작용을 겪게 된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인간관계에 열려 있는 마음이야말로 사회적 상호작용을 유지할 수 있는 정말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플로레스 또한 친구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야 외롭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100세인들은 일반적으로 친구 및 가족과 따뜻한 관계를 유지한다© Getty Images
3. 헌신
한편 관련 연구에 따르면 100세인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바로 헌신이다.
메리노는 “일반적으로 100세인들은 책임감이 강하고, 유능하며, 성실하다”면서 “이들은 목표를 이루고자 열심히 노력한다”고 언급했다.
‘뉴잉글랜드 100세인 연구’는 “보통 이들은 부모의 발자취를 따르기 때문”에 100세 이상 산 이들의 자녀들은 어떤 행동 패턴을 보이는지도 연구하고 있다.
앤더슨 이사는 “그 결과 이미 20년 전부터 장수는 삶의 목적성과 관련성이 높음을 발견했다. 이들은 달성하고 싶어 하는 목표가 있다. 하루하루 목적 있게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삶의 목적성과 관련해 가장 자세히 연구된 지역이 바로 일본입니다. 일본에는 ‘이키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매일 아침 일어나야 할 이유가 있다는 뜻으로, 매일 삶에 목표가 있다는 말과 비슷합니다.
앤더슨은 “이러한 이키가이 정신이 100세 이상 사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 역경을 극복하는 능력은 장수와 관련이 있다© Getty Images
4. 회복탄력성
또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회복탄력성 또한 100세 이상 장수하는 이들의 주요 공통점 중 하나다.
역경을 극복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강해지는 능력이라 정의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은 장수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메리노는 “회복탄력성은 역경에 부딪힌다 해도 심리학적으로 상처 입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매우 강력한 (마음의) 자원”이라고 말했다.
“이토록 오래 사는 사람들이라면 필연적으로 전쟁, 팬데믹 같은 역사적인 사건부터 사랑하는 이의 죽음과 같은 비극까지 여러 어려운 상황을 거쳤을 것입니다.”
앤더슨 또한 이에 동의했다. “100세인들은 분명 그러한 일을 겪으며 슬픔을 느꼈지만 이를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UN에 따르면 100번째 생일, 혹은 그 이상을 맞이하는 이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Getty Images
5. 통제력
전문가들은 100세인들은 보통 자기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통제하려는 성향도 강하다고 말한다.
“이들은 자주적이며, 삶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나간다”는 게 메리노의 설명이다.
“아울러 이들은 어떻게 삶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지 알고 있으며, 그중 무엇을 좇아야 할지 스스로 결정합니다.”
지적인 과제에 도전하는 과정은 정신적으로 활동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Getty Images
6. 지적인 동기부여
아울러 메리노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100세인들은 호기심도 있고, 계속 배움을 즐기는 등 “활동적인 마음” 상태에 대해 즐거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해당 연구에서 인터뷰한 이들은 세상사 혹은 무언가를 배우는 데 관심을 보였다.
메리노는 “사회 계층에 상관없이 많은 100세인들이 엄청난 도서 보유량을 자랑했으며, 책도 많이 읽었다”고 설명했다.
플로레스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기를 읽고 있다.
플로레스는 “하지만 난 활동성을 유지하고자 다른 것들도 많이 읽는다. 패션 잡지도 읽고 로맨스 소설도 읽는다”며 자랑스럽게 덧붙였다.
삶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는 건강한 노년기를 보내는 이들의 주요 특징이다© Getty Images
7. 긍정적인 태도
앤더슨은 “100세 이상 장수 노인들은 확실히 대체적으로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100세인 중엔 ‘나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거의 드뭅니다. 그러나 40대를 대상으로 100세까지 살고 싶냐고 물어보면 보통 ‘아니’라고 답하죠.”
메리노의 연구에 따르면 100세인들은 “기뻐한다”는 의미보단 “일상의 작은 것들을 즐기는 법을 안다”는 의미로 삶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메리노는 바로 이 점이 중요하다고 봤다.
플로레스 또한 항상 자신의 정신은 좋다고 말했다. “모두가 내게 나는 괜찮다고 한다 … 그러니 맞다, 난 항상 괜찮다”는 설명이다.
100세인들은 지능이 높은 경우가 많다. 현존하는 최고령자 중엔 계속 세상사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해 자신만의 의견을 지닌 이들도 있다© Getty Images
8. 지능
마지막으로 지능 또한 많은 100세인들의 공통적인 특징이었다.(그리고 지능은 다른 심리적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도 하다)
메리노에 따르면 많은 100세인들이 사고하고, 추론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빠르게 배우는 인지 능력을 자랑한다고 한다.
“100세인들의 여러 행동에서 결국 지능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메리노는 보고서를 통해 “예를 들어 많은 100세인들이 학문이나 각 직업 분야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으며, 독학한 이들도 있다. 결단력이 있으며, 특별히 관련 훈련을 받지 않았더라도 일단 도전해 성공을 거둔다. 또한 배우기 좋아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빠르고 민첩하게 대화에 임한다. 기억력도 좋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따르면 활력은 100세인들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Getty Images
한편 BBC는 수화기 너머 플로레스에게 “107세까지 살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물었다.
이에 플로레스는 “나도 모른다. 나는 언제나 기분이 좋다. 난 늘 바쁘다. 뜨개질을 하거나 다른 일들을 하곤 한다. 그래서 마음을 늘 바쁘게 유지한다. 내 생각엔 그게 바로 원인인 것 같다”고 답했다.
플로레스는 이제 자신이 사는 산티아고 라레이나(La Reina) 지역의 최고령자다. (‘라 레이나’는 스페인어로 ‘여왕’을 뜻한다)
플로레스는 “피곤하긴” 하지만, 시 공무원들로부터 110번째 생일엔 성대한 축하 파티를 열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한다.
플로레스는 신나는 목소리로 “우린 파티를 벌일 거다. 휴식할 시간이 없다”고 마무리했다.
100세인들의 8가지 심리적 공통점은?©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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